스타워즈 덕후로서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스덕, 친구들도 스덕, 교수님도 스덕이라 다 같이 한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로그 원이라는 영화는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에 이어 개인적인 스타워즈 영화 순위의 3위에 들기 충분한 만큼 멋진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제국빠인 제게 있어서는 제다이의 귀환과 막상막하군요.
미국에서 개봉하는 2016년 12월 16일 금요일보다 하루 전인 15일 목요일날 첫 티켓을 끊어서 보고, 그 뒤로 친구들과 같이 두번 더 보았습니다. 볼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스타워즈라는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로그 원만의 독특한 매력이 잘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 아래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다른 의견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그 원이 대단한 이유
1. 기존 시리즈와 새로운 캐넌간의 통합
스타워즈 반란군과 스타워즈 클론전쟁 3D를 보신 분들은 로그 원을 보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셨을겁니다. 스타워즈 반란군의 주인공 기체인 고스트호나 동 애니메이션에서 에즈라 특공대가 획득한 구형 Y윙 파이터들이 등장합니다. 스카리프 전투에서 이온 어뢰로 전원이 나가버린 사우스 다코다 신세가 된 ISD를 헤머해드 크루저가 충각을 통해 격파하는 장면도 나오죠. 이 해머해드 크루저는 레아 오르가나가 스타워즈 반란군에서 반란 연합에게 전달한 함선들 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여주인공인 진 어소를 기른 쏘우 게레라는 구 클론전쟁 당시 온데란 행성의 게릴라였죠. 아나킨과 아소카 사제, 그리고 오비완에게 게릴라 전술을 배운 그는 이후 분리주의 세력의 드로이드 부대를 박살내고 온데란을 탈환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때는 그리도 좋았던 아나킨과 쏘우 게레라의 관계였건만, 제국이 들어선 지금은 아나킨에게 배운 전술로 다스 베이더가 이끄는 제국군에게 대응하는 그의 모습 또한 재미있는 아이러니였습니다.
2. 제국군! 빠와! 언리미티드 빠와!
그렇습니다. 저 같은 제국군 빠에게 있어서 ISD의 위용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감격이었습니다. 깨어난 포스에 등장했던 리서전트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비대칭 함교 같은 웃기는 모습만을 보다가 오랜만에 클래식 트릴로지의 웅장한 ISD의 함교를 바라보니 위압감이 달리 느껴지더군요. 뿐만 아니라 제국군의 상징인 타이 파이터들이 일제히 이륙해 저항군 놈들의 X윙을 털어버리는 모습이란!
스카리프 기지 육상전에서 등장한 AT-AT들의 압도적인 위력이나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스톰 트루퍼 효과 없는 스톰 트루퍼" 등등 제국군이 기존 시리즈에 비해 너무나도 강력하게 나와 보기 좋았습니다. 데스 스타에 대해 저항군 수뇌부가 처음 알았을 때의 모습도 있겠군요. 제국군에게 새로 생긴 '데스 스타'라는 무기를 본 일부 지휘부는 희망을 완전히 잃고 항복을 하자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제국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도 잘 드러나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아 물론 치룻 임웨가 막대기 하나로 트루퍼들을 때려눕히는 장면이라던가 X윙의 공격에 AT-AT들이 터져나가는 장면 등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제국군은 강했습니다. 그냥 강합니다. 은하제국 만세.
3. 처절함
제국군의 상향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체적인 저항군의 전력은 약체화되었습니다. 저항군 병사들은 총격전 와중 하나하나 사살당하고, 압도적인 숫적 우세 속에서 저항군 함선들은 ISD 두척을 격침시키지 못하죠. 뭐 전투 후반부 가서야 성공하긴 합니다만 함대함 포격전에서는 박살내지 못한거 아닙니까. 현실의 중전차처럼 보병의 대전차 방어선을 가볍게 짓밟고 저항군 보병들을 말 그대로 학살하는 AT-AT들의 모습만 봐도 그 공포가 잘 전해집니다.
하지만 가장 처절함이 잘 드러나는 곳은 역시 영화 최후반이겠군요. 몬 칼라마리 스타 크루저 내에서 탈출하려는 저항군 병사들 (정확하게는 얼데란의 아너 가드)을 무슨 짚단 처럼 썰어버리며 가볍게 학살하는 다스 베이더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저항군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었죠. 시스를 제다이 없이 무슨 수로 상대합니까? 그냥 몸으로 받으면서 데스 스타의 정보가 담긴 디스크를 1초라도 먼저 탄티브 IV로 보내는 수 밖에......
4. 이것이 진정한 STARWARS다!
스타워즈 클래식 트릴로지는 주인공 3인방의 모험 활극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베스핀의 클라우드 시티 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영화 내내 모험 활극 같은 가벼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주인공들의 처절함을 느낄 기회는 많이 없습니다.
로그 원은 다릅니다. 이건 전쟁이라는 것을 실감케 하듯 그냥 계속 죽어나갑니다. 압도적인 제국의 전력에 저항군은 하나하나 박살납니다. 클래식 트릴로지에서 쉽게 터져나갔던 제국군이 아니라 은하를 재패한 제국군이 기껏해봐야 동네 민병대에 불과한 저항군을 압도적인 전력으로 쓸어버립니다. 전쟁 영화 특유의 절절함과 처절함이 스타워즈라는 세계관과 잘 버무려져 밀덕의 입장에서 보아도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5. 다스 베이더
사실 1번 보고 끝이 아니라 이렇게 4번씩이나 보는 이유는 역시 이분 밖에 없네요. 예, 다스 베이더 경의 존재감이 이 영화를 (개인적인) 스타워즈 영화 순위 중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것 같습니다.
다스 베이더는 두번 등장합니다. 첫번째 등장은 바로 크레닉이 무스타파로 가서 징징 거릴 때. 주제도 모르고 황제 폐하께 잘 말해달라며 청탁을 넣는 이 또라이 녀석을 베이더 경은 포스 초크로 간단히 제압합니다. "Be careful not to choke on your aspiration, Director!"라는 멋진 대사는 덤이구요! 다스 베이더의 한마디에 타킨에게도 대드는 돌머리를 가진 크레닉이 바로 꼬리를 내리고 깨갱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스 베이더의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두번째 등장은 역시 그 씬이겠죠. 반란군 함대가 데스 스타 설계도 탈취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하이퍼 스페이스로 냅다 튀기 직전, 베이더 경께서 직접 전장에 강림하십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레드 편대의 X윙 몇대와 코렐리안 코르벳 2척 정도나 먼저 도약하는데 성공했을겁니다. 한대의 GR-75 수송선은 도약에 실패하고 베이더 경의 전용 ISD에 충돌하고, 진입에 실패한 Y윙 몇대는 재빨리 아래 위로 흩어져 충돌을 모면합니다. 그래서 ISD에 무슨 흠집이라도 났냐구요? 그런거 없습니다.
스카리프 궤도에 도착하자마자 남아있는 저항군 함대에 대해 무자피한 포격을 퍼부은 베이더 경은 기동불능 상태인 반란군 기함 프로펀디티에 직접 강습, 내부의 모든 반란군을 썰어버리며 탄티브 IV 바로 앞까지 추격합니다. 어두운 복도에서 숨소리만 울려퍼지다가 붉은 라이트 세이버가 켜지고, 그 뒤에는 오로지 시스의 분노와 광기만이 복도를 지배하며 반란군 병사들을 도륙하는 모습에서 다스 베이더라는 캐릭터의 힘이 너무나도 잘 드러났습니다.
로그 원은 이렇게 다스 베이더를 띄워줌으로서 클래식 트릴로지에 대한 설명도 같이 진행합니다. 아슬아슬하게 언도킹에 성공한 탄티브 IV에서 데스 스타 설계도가 "희망"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는 레아 공주의 말을 곱씹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희망 (Hope). 스덕이라면 다들 익숙한 단어죠? 첫번째 스타워즈이자 4번째 이야기의 제목입니다. 이전 스카리프에서 출격하기 직전, 몬 모스마와 베일 오르가나가 대화하며 이 "희망"은 자기들이 "클론 전쟁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걸 언급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비완 캐노비 입니다. 그런데 오비완 캐노비가 누구 입니까? 제다이 입니다!
반란군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다스 베이더를 막을 수 있는 "희망"은 바로 제다이를 뜻하며, 제다이 구세대인 오비완 캐노비 대신 그들이 새로이 찾은 신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를 뜻하기도 합니다!
로그 원은 이런식으로 다스 베이더의 공포감과 존재감을 부각시킴으로서 이후 다스 베이더의 맞수이자 그의 아들, 동시에 시스인 베이더를 다시 제다이로 돌려놓는데 성공한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새로운 희망"이라는 상징이 무엇인지 좀더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친구들과 이런 토론을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슬슬 영화 시간이 다 되어가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스덕에게 로그 원은 여러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기존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였던 "처음 시작해도 괜찮은 스타워즈"라는 점에서는 합격점 미달인 것 같습니다만 (여러 오마주가 대놓고 나오는데 그걸 못 알아보면 영화를 이해 못하니......) 스타워즈에 익숙한 스타워즈 덕후들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P.S. 쏘우 게레라의 반란군이 X윙을 소지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제다 시티에서 치룻 임웨를 향해 달려드는 스톰 트루퍼들을 베이즈가 경기관총(?)으로 쏴버릴 때 그의 배경에 격추당한 X윙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