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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청춘 돼지 시리즈] 사쿠라장 작가의 클라나드.

글쓴이 : stLyu 날짜 : 2018-01-13 (토) 22:50 조회 : 577
글주소 : http://www.typemoon.net/review/386294


라이트 노벨을 읽기 시작한지 어느새 십 년이 지났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정작 나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여전히 만화나 소설을 좋아하고, 여전히 친구가 별로 없다. 신체적으론 약간 늙었지만 정신적으론 정체하거나 되려 퇴보한 것 같다.

그런 내게 청춘이란 단어는 낯설다. 사실 나만은 아니다. 이 나라 대부분 학생은 십대 후반의 청춘을 박탈 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트 노벨을 통해서 비치는 청춘은 무협이나 이능 배틀이나 마찬가지로 판타지다. 청춘이란 매체 속에서만 느낄 수 있다.

작가 '키모시다 하지메'는 이제 청춘 라이트 노벨의 대명사로 해도 될 것 같다. 이 바닥에 고교 시절이 배경인 러브 코미디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것을 '청춘 소설' 혹은 '성장 소설'이라 부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배경과 학생이란 신분은 단지 캐릭터와 모에를 그리기 위한 판이기 때문이다.

반면 작가의 전작인 '사쿠라장의 애완 그녀', 그리고 '청춘 돼지 시리즈'는 다르다. 작가는 학교라는 배경과 학생이라는 신분을 그리기 위해 캐릭터와 모에를 사용한다. 이는 사십대인 작가의 연령도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그 시절, 그 신분을 그리워 한다는 점이 느껴진다. 내가 그렇듯이.

사십대인 작가는 '이상적인' 청춘을 그린다. 그리고 아마 청춘의 한복판에 있을 독자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것이 꼰대의 괜한 참견이라 생각되지 않는 것은 그 시선이 본질적으로 온정을 담고 있기 때문일 거다.

결국, 이 소설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모든 요소는 낭비되지 않는다. 오로지 주제를 위해 움직인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서브 컬처에서 중심이 되는 건 '비일상'이다. 이 소설의 비일상은 '사춘기 증후군'이라 불리는 이상 현상이다.

하지만 '청춘 돼지'에서 비일상은 결코 중심이 되지 않는다. 존재의 소실, 루프, 도플갱어와 같은 비일상은 어디까지나 주연들이 품고 있는 내적 갈등을 외적으로 표상하는 데에 그친다. '사춘기 증후군'은 일상의 갈등, 즉 부모나 학우, 가족 간의 갈등을 나타낸다. '사춘기 증후군'을 해결함은 곧 개인이 품는 일상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춘기 증후군'은 단지 청춘이 품는 갈등을 툴로서 작용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비일상의 얘기를 하면서도 '현실성'을 잃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현실성'은 장르에서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사실, 심도 있는 묘사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인물의 매력은 어느 정도 그 비일상성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전작의 여주인공이었던 '시이나 마시로'는 문자 그대로 서브컬쳐스러운 비일상성을 갖고 있었다. 그 비일상성은 캐릭터의 인기에 도움을 줬다. 평범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 없는 인물상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번작의 여주인공인 '사쿠라지마 마이'는 그에 반해 상당히 '평범하다'. 물론 '사쿠라지마 마이'는 국민적 지명도를 가진 여배우다. 하지만 그 행동 원리는 어디까지나 상식인 수준이다. 통통 튀는 매력은 있다. 하지만, 그 평범함 탓에 모든 인물을 압도할 정도의 매력은, 적어도 전작의 시이나 마시로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이는 이 소설에서 큰 단점이다. 남성향 라이트 노벨은 기본적으로 여러 여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원톱 히로인이란, 사실상 여러 무기를 버리고 칼 한 자루로 싸움과 같다. 때문에 원톱 히로인은 반드시 압도적으로 매력적이어야 된다. '늑대의 향신료'의 '호로'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사쿠라지마 마이'가 압도적인 매력을 갖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인물의 행동과 대화가 현실적이라는 것 또한 반드시 장점이라 할 수는 없다. 만화나 소설은 현실과 다르게 자극 면에 한계가 있다. 소설보다는 만화가, 만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보다는 현실이 더 강한 자극을 준다.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매체에서는 어느 정도 '과장된' 표현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청춘 돼지'는 전반적으로 인물의 대화나 행동, 갈등의 원인이나 해소 자체가 매우 담백하고 현실적이다. 때문에 활자를 읽는 입장에선(현실과 달리) 작품 속 모든 것이 냉장하고, 쿨하다. 물론 쿨하다는 건 장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이 고조되고 서사가 달아 오를 때까지 쿨한 건 아쉬울 때가 있다.

또한, 현실적인 이야기 가운데, 비현실적 요소가 융화되지 못하고 튀는 것도 단점이다. 특히 맥락없이 이어지는 섹드립은 존재 의미를 알 수 없다. 맥락과 상관 없이 성희롱으로 고소 당해도 할 말 없는 수준이 많은데, 차라리 '이야기 시리즈'처럼 배경 자체가 판타지스럽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의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섹드립은 융화되지 못하고 튄다. 이게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라면 할 말 없지만.

쿨한 색채를 유지하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들어서며 뒤집힌다. 옛 비밀, 복선이 엮이며 진지하고 무거운 서사를 완성한다. 1권에서 4권까지는 전작 '사쿠라장의 애완그녀'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겼다면, 5권부터 7권은 되려 마에다 준의 영향력이 강하게 표출된다.

특히, 사실상 1부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키노하라 쇼코'는 마에다 준 테이스트의 정수다. 엔젤 비츠, 리틀 버스터즈, 클라나드 등이 섞인 감동적이면서도 침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4권까지 통통 튀는 이야기를 즐기던 독자에게 당혹감을 준다. 하지만 서사에 중량을 더하는 깔끔한 복선 회수는 그 당혹감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다만 이 부분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결말이다. 작가는 수많은 복선과 서사를 엮어 하나의 결말을 짜낸다. 그러나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작가는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후다닥 결말을 낸다. 심하게 말하면 서사를 집어 던진다. 씁쓸한 감동은 해피 엔딩 속으로 내던져진다. 

사실 그 중간에 1권 정도 분량을 더 소모해서 주인공의 노력을 강조하고, 설득력을 부여했어야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분명 깔끔했지만 납득되는 묘사가 없다는 건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인 것 같다. 굳이 설명하자면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마지막 장을 날려 버린 채 결말만 나열한 느낌에 가장 가까울 거다.

몇 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은 훌륭하다. 지금 난, 어느덧 학창 시절을 끝냈고 청춘 또한 스러짐을 느낀다. 내가 고교 시절을 접할 방법은 가공 매체 뿐이다. 어쩌면 나는 그 시절에는 겪지 못한 그 시절의 설렘과 미숙함을 느끼기 위해 라이트 노벨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때론 장르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의무감으로 글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수많은 돌맹이 속에서 한 줌의 옥석을 발견한다면 그 또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1부가 끝나고 2부가 이어진다는데 더 이상 어떻게 이어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이라면, 작가를 믿고 그냥 기다려도 될 것 같다.

믹시

ClownsCrownedCrow 2018-01-13 (토) 23:51
리뷰를 생각하고 왔는데 독후감이 기다리고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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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ed 2018-01-14 (일) 19:44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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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o0103 2018-01-15 (월) 15:16
웬지 방학 숙제가 떠오르네요ㅋㅋ 괜히 아련해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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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Live 2018-01-15 (월) 23:09
stLyu님의 감상문..동감됩니다
저도 그래서 이바닥을 못뜨는것 같네요..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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