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사역마]오인 받은 설정들(약스압)(12.21 내용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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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마 관련 글을 보다보면 설정을 헷갈려하시는 분이 종종 보이더군요. 제로마도 이젠 고전 취급 받는 오래된 작품이니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제로마의 오인 받은 설정들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좀 길고, 감상 게시판에 쓴 글과 중복되는 내용도 있습니다.
오인 받은 이유는 원작의 장르가 라이트 노벨/러브 코미디라서 정치나 사회 부문의 묘사가 너무 짧은 탓도 있지만, 2차 창작의 설정인데도 원작 설정인 것으로 착각당한 경우도 많습니다. 위키에서도 2차 창작의 설정을 원작 설정인 것처럼 적어놓은 적이 있죠.
노파심에 말하지만 2차 창작을 까려고 쓴 거 아닙니다. 원 작가가 자기 작품의 설정을 헷갈리는 건 이외로 흔하고, 제로마의 대필 작가님도 설정을 헷갈려서 잘못 적은 부분이 몇 개 있죠. 마감의 압박에 의한 실수나 장기 연재에 의한 변동도 좀 있을 테고요. 취미로 쓰는 팬픽 작가가 설정을 모조리 파악하는 것은 힘들거니와 2차 창작은 반드시 원작 설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필요하다면 각색하는 거야 상관이 없고, 원작에 나온 적이 없는 설정인데 원작 설정처럼 취급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 다만 2차 창작의 설정에 익숙해져서 원작의 설정이 오히려 낯설다는 분들이 나온 게 좀 아쉽군요.
오인의 시작은 위키에도 소개되어 있는, 초창기에 인기를 끌었던 남선북룡과 제로 인 제독(양 웬리 소환)입니다. 남선북룡은 영지물로, 장르 특성상 주인공이 속한 세력이 약할수록 주인공의 개혁도 빛을 발하니 트리는 하향, 게르는 상향시켰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트리에게 부정적인 서술은 일개 학생의 발언이라도 썼고, 긍정적인 서술은 전지적 시점의 해설이라도 안 쓴 겁니다.
제로 인 제독은 정치물로, 작품의 주제를 위해 그냥 온실 속 화초인 앙리에타를 추악한 권력의 상징으로 쓰는 등 캐릭터와 세계관 왜곡이 들어갔고요. 두 팬픽은 필력과 재미를 갖춘 좋은 작품일지언정 다른 작품을 배경으로 써도 근본적인 내용이 달라질 게 없는, 제로마의 ‘팬’픽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두 팬픽은 인기가 많아 케티, 제로마 루프, 씰브 등 다른 팬픽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나중에 나온 작품일수록 세계관 하향도 더 심한 편이죠. 작가님들 중에서 설정을 헷갈린 분도 계실 테고 알면서도 바꾼 분도 계시겠지만, 어느 쪽이든 작품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제로마 세계관의 고찰도 착실히 들어가니까요. 방향성만 원작과 다릅니다.
원작에선 국제 정세 등의 배경 설정도 루이즈-사이토 커플에게 사랑의 시련을 주기 위한 무대 장치입니다. 루이즈에겐 대륙의 멸망조차 사이토와 비교하면 사소한 것입니다. 배경 설정이 복잡할 필요가 없어요. 루이즈가 사회 개혁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제로마에 대한 평가 중에서 유일하게 싫어하는 게 기껏 고증에 신경 써서 세계관을 짜놓고 연애 놀음이나 한다는 비판입니다. 그럼 연애물인데 연애를 해야지 뭐 할 건데요?
반면에 앞서 말한 팬픽들의 주역들은 사회 개혁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당연히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배경 설정은 복잡해지고, 트리가 약해야 작중 인물들도 개혁의 필요성을 깨달을 테니 앞서 설명한 것처럼 트리를 너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다들 잘 쓴 작품답게 설정을 바꿔서 이야기를 전개했는데도 그럴 듯하다는 겁니다. 보면서 설정을 오인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버렸어요. 거기다 팬픽만 보고 원작 문서를 채워 넣는 위키러들까지 있었으니 오인이 바로잡히지 않았습니다.
<1>할케기니아는 과학, 기술을 오랫동안 탄압해 왔다?
이건 반만 맞는 말입니다. 콜베르가 무시당한 것과 아카데미에서 신학 탐구에 열중하는 묘사를 보고 할케기니아 전체가 발전이 정체되었다는 글이 있던데, 그렇게까지 허약한 세계관은 아니에요. 퀴르케가 콜베르를 조롱하거나 성당 기사단이 콜베르의 엔진을 보고 이단이라고 날뛴 것처럼 기술에 적대적인 부류가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할케기니아 전부가 기술의 중요성을 모른다고 하는 건 좀 과장된 말입니다.
우선 신학 탐구가 아카데미의 주류가 된 것은 20년도 채 안 된 일입니다. 30년 전쯤 되는 열풍 외전에선 아카데미 주도로 흡혈귀 교배 실험이 벌어졌다고 했고, 에스타슈는 숙부인 그레빌의 네크로맨시 실험을 후원했습니다. 타바사의 첫 임무는 갈리아의 실험실에서 화룡과 동물을 합성해서 만든 키메라 드래곤의 폭주를 제압하는 것이었습니다(타바사 외전).
외전까지 안 가도 멘누빌이 말하길 콜베르를 비롯한 아카데미 산하의 연구 소대가 하던 일이 인체 실험이죠(6권). 당글테르 학살이 20년 전이니까 그때까진 잔혹한 실험을 일삼던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날뛰었다는 뜻이죠. 이런 참극이 있었으니 규제가 빡빡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물론 지질하게 사이토 암살을 의뢰하고, 부하에게 개발을 떠넘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냥 아카데미 의장이 무능한 탓도 있습니다. 거기다 로마리아의 압박도 무시하기 힘들고요. 물론 힘든 거지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뒤로는 할 거 다 합니다. 아카데미를 처음 묘사한 16권에서부터 엘레오노르는 상시연금방출 장치를, 발레리는 마력 증폭 포션을 만들었습니다. 신학 탐구가 주류긴 해도 실용적인 연구를 할 설비도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죠.
콜베르는 노트북을 보면서 전기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이 적긴 해도 있다고 했습니다(13권). 번개와 동일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요. 판타지 장르에서 흔히 마법을 대신해서 과학이 있다는 대사가 나오곤 하는데, 사전적인 의미에선 이상한 말입니다. 특정한 현상을 일정한 방식으로 원리를 밝히고 이를 응용할 수 있다면 그걸 과학이라고 부르니까요. 실험 수단에 마법이 포함 될 뿐이죠.
타입문 세계관처럼 과학과 마법이 서로 충돌하는 세계관이라면 경우가 또 다르지만, 제로마는 아니니까 마법이 곧 과학이자 기술이며, 메이지가 많다는 건 곧 기술자도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예로 슈브뢰즈는 농작물의 수확에 땅의 마법을 사용한다고 했고(1권), 라 로셸 항구를 건설한 것도 메이지고(2권), 셰필드는 대포의 제조에는 메이지를 동원한다고 했고(3권), 조제프도 요르문간드를 시연할 때 골렘으로 대포를 운용했고(11권/다만 스퀘어급의 골렘이었음), 타바사가 갈리아의 궁전을 재건할 때도 메이지를 동원했습니다(16권).
또한, 할케기니아에도 어지간한 건 있습니다. 작중에 나온 기술로는 전등(1권), 망원경(3권), 마법의 가로등(5권), 폭발하는 포탄(6권), 총사대가 탄약포를 쓰고(6권) 평민인 시에스타가 19금 소설(10권)을 사는 것으로 보아 제지 기술과 인쇄기, 희귀한 비보인 것 같지만 전화기(7권), 판유리(12권), 단방향 거울(12권), 한정적인 무전기(13권), 승강기(17권), 인터폰(17권), 용광로(17권), 시추기(18권), 선풍기(19권), 미완성이지만 에어컨(19권), 가스레인지(21권), 투명 망토(타바사 외전), 빙결 화살(타바사 외전), 대체 육류(타바사 외전),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전함에도 마도구가 다수 쓰이고(타바사 외전), 자동 줄자(열풍 외전), 축음기(열풍 외전), 공기 청정기(열풍 외전), 상/하수도(열풍 외전), 냉장고(메모리얼북) 등이 있습니다.
의학도 뇌 이식 수술에 성공한 라르카스(타바사 외전)나 숙련된 물의 메이지는 어떤 부위가 마법에 상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는 발리에르 공작의 발언(열풍 외전)을 보면 보통은 아닙니다. 선주 마법의 치유가 계통 마법의 치유보다 6배쯤 효과가 우수하다는 묘사나 카틀레아가 비다샤르의 약으로 완치된 것을 보면 엘프보다는 수준이 낮지만요.
무엇보다 계속 나오는 비공선도 상당한 수준의 공학, 수학, 천문학 등(평면설이면 3차원 항로 설정은 못 할 테니까)이 동원되지 않으면 못 만들죠. 정말 2차 창작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체된 세계관이라면 이런 것들이 개발될 리도 없습니다.
다만 평민에까지는 보급이 덜 된 것 같습니다. 갈리아만 평민들도 가고일을 접할 수 있다거나(13권), 콜베르가 가스레인지를 평민도 쓸 수 있게 개조했다고 했으니 반대로 말하면 보통은 못 쓰는 것도 있다는 소리죠(21권). 다만 후자는 대필 작가의 사족인 것 같아서 설정으로 취급하기엔 좀 애매합니다. 메모리얼 북의 과자 소동 편에서 귀족들은 간단한 제과 외에는 요리를 거의 안 한다고 했거든요.
예시로 든 기술 중 어디까지 마법이 가미된 기술이고 어디까지 순수 기술인지는 묘사가 부족해서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순수 기술이 확실한 것으로는 치트인 콜베르는 제외하고 에스타슈가 디텍트 매직을 경계해서 아주 정교한 기계 장치의 문을 만들거나(열풍 외전), 평민 사냥꾼이 화약을 자작해서 활용하는(타바사 외전) 묘사가 있고, 총과 대포를 메이지만 만들 수 있었으면 그냥 마법의 일부로 여기지 평민의 힘으로 여기지 않았을 테니 순수 기술로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마법 기술도 요건만 맞으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고, 순수 기술도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발전 중입니다. 요컨대, 할케기니아가 지구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마법 문명이라서’가 아닌, 중세~근세쯤의 ‘과거’이기 때문입니다. 옛날 기술이 현대 기술보다 뒤떨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할케기니아의 발전 양상이 뒤죽박죽이라고 까는 글도 있던데, 이건 너무 오만한 발상이죠. 지구도 지역에서 따라 철학이든 기술이든 발전 양상이 천지차이였는데, 아예 다른 세계면 발전 속도도 다른 게 당연합니다.
<2>할케기니아는 마법을 제외한 분야는 쓸모없다고 무시한다?
이것도 반만 맞는 말입니다. 위에서 대포의 제조에 메이지를 동원한다고 했죠? 현실의 귀족들이 처음에는 화약 무기를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예산을 있는 대로 쏟아 부었듯이, 제로마의 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법만능주의는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화약은 이미 메이지의 비약과 더불어 중요한 보급품으로 인정받았고(6권), 트리는 ‘노병’이 나올 정도로 오랫동안 총병을 편제하고 있었고(7권), 콜베르의 엔진을 이단이라며 날뛴 로마리아조차 포귀병을 운용하고 있고(13권), 수아송 남작은 총의 위력을 경계해 항복했고(15권), 두두는 총을 대비해 경화를 익혔고(16권), 귀족들은 평민들이 강해지는 것을 막고자 강선의 도입을 반대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으며(20권/즉, 부족하나마 강선을 팔 기술력과 쓸 만하다는 걸 알아낼 수준은 된다는 뜻), 발리에르 공작은 실전을 겪은 기사들은 화약 무기의 유용성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열풍 외전/본편의 위사대도 그런지는 불명).
발리에르 공작은 노획한 총을 바로 쏴 볼 정도로 사용법도 알고 있었습니다. 공작 같은 고위급도 총을 다룰 줄 아니까 총병이 편제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예외로 멘누빌은 여전히 총을 장난감 취급했습니다(6권).
무술도 경시하지 않습니다. 평민인 아니에스는 당연히 빼고 귀족 중에서 왈드(2권), 타바사(9권), 콜베르(10권), 수아송 남작(15권), 바소(15권), 발리에르 공작(열풍 외전) 등은 무술만으로 간달브인 사이토와 어느정도 맞상대가 가능한 이들이죠.
왈드는 무술 병행은 군인으로서 기본이라고 했고(2권), 뤼테스 학원에선 아예 무술이 정식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타바사 외전). 특히 발리에르 공작은 현역 시절 네크로맨시로 강화된 오크(제로마의 오크는 3권에서 트라이앵글인 타바사와 퀴르케가 함정 파 가며 잡을 정도) 3마리를 그냥 썰어버렸습니다.
총을 쏠 줄 아는 것도 그렇고 총사대의 전신이 된 부대를 만든 것이 발리에르 공작일 가능성이 큽니다. 총사대의 훈련 매뉴얼이 이미 있어서 수정령 기사단도 참고하거나(12권), 타르브 전에서 아니에스가 공을 세운 점(5권에서 언급/카린느 급이 아닌 이상 혼자서 공을 세울 수는 없을 테니)을 보면 근위대로 승격시킨 건 앙리에타라도 부대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실전파들의 이야기고 비실전파들은 글러먹었습니다. 콜베르가 근접전으로 병사들을 제압할 때, 학생들은 착실한 귀족의 방식이 아니라며 황당해했습니다(10권). 아카데미 의장은 한 술 더 떠서 귀족이 무기에 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치욕이라며 사이토 암살 모의까지 저질렀고요(16권). 연극에서도 귀족이 무기에 당하는 묘사는 검열된다고 합니다. 사이토의 활약상만 예외로 인정받았고요(16권). 하지만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애초에 검열이 필요하다는 발상도 안 나왔겠죠?
본편 시작 시점에서 할케기니아는 알비온 내전을 제외하면 커다란 전란이 없는 평화기라서 비실전파의 수가 더 많습니다. 정예병인 크루덴호르프의 공중장갑기사단과 로마리아의 성전기사단이 아무리 총사대식 훈련을 받았다지만 학생인 수정령 기사단을 상대로 근접전에서 못 이겼어요. 콜베르도 10권에서 병사들과 싸울 때 수준이 예전만 못 하다고 깠습니다.
열풍 외전의 전투 씬만 봐도 근접전 병행은 기본이고, 카린느는 무기를 그냥 쓰는 게 아니라 플라이로 살짝 날아 강습하면서 찌르고, 상대는 착지할 때를 노려 바람 마법을 외우는 척하면서 어스 핸드로 카린느의 발목을 잡는 등 학생들과는 수준이 많이 다릅니다.
제가 본 제로마 2차 창작 중에서 정치, 사회 쪽을 건드리는 작품들은 재미나 작품성과는 별개로 비실전파들의 행적을 자주 부각하더군요. 주인공이 활약할 여지를 위해 할케기니아인의 수준을 다소 하향조정한 셈이죠. 물론, 이세계물에서 이세계인을 하향시키는 건 흔한 일이긴 합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직업이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니까 주인공을 부각시키려면 이게 제일 간단한 방법이니까요.
이런 너프는 최근 유행하는 이세계물 클리셰의 영향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현대의 지식으로 이세계인을 계몽시키고 이세계인은 그런 주인공의 조력을 받아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전개인데, 제로마는 이런 게 유행하기 전에 나온 작품(최근의 일본발 이세계물은 제로마 팬픽에서 파생되었다는 현지의 의견도 있음)이라 방향성이 좀 달라요.
“지구를 얕보지 마라, 판타지!”라는 대사만 보면 현대인 천재론 클리셰에 충실한 소설 같지만, 사이토는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 루이즈 덕에 얻은 힘이라는 자각이 확실하고,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현대 무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할케기니아의 검술도 배웁니다.
이쪽의 가치관을 이해 못 하겠다고 화는 냈지만 그걸 교정한답시고 날뛰지도 않았습니다. 사이토의 목적은 지구로 돌아가기+루이즈 지키기뿐입니다. 현대 문명을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대필 작가님이 쓴 21권에 한 번 나오긴 하는데, 이것도 룩사냐가 말끝마다 야만인이라고 부른 탓에 욱해서 한 말입니다. 당연히 작중 인물 중에서 현대의 사상이나 지식을 받아들이는 장면도 안 나옵니다. 친구인 기슈도 명예를 중요시하는 중세의 가치관을 버리진 않았습니다. 명예보다 우정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기는 합니다만.
16권에서 사이토가 자동권총을 썼을 때 두두는 연발이 가능한 총이 ‘벌써’ 나왔냐고(이건 오해였지만) 감탄하는 등 할케기니아도 나름 발전을 모색하는 중이라는 묘사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잘한 묘사보다는 “지구를 얕보지 마라, 판타지!” 같은 임팩트 있는 대사가 더 와 닿기 마련이고, 최근의 이세계물 클리셰에 익숙할수록 제로마 세계관도 그냥 계몽해야 될 미개한 이세계 중 하나로 취급되는 거죠.
사이토가 활약한 덕분에 트리스테인과 할케기니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글도 있던데, 이건 너무 과한 평가고 사이토 소환 전부터 이미 근대화로 향하는 과도기 상태였습니다.
<3>할케기니아는 6000년간 정치적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건 확실히 아닙니다. 로마리아만 해도 도시국가-줄리오 대왕이 갈리아의 절반을 정복-몰락해서 도로 도시국가-극복하기 위해 교황 직책을 신설하면서 도시국가 연합체 겸 종교국가로 변신이라는 격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13권). 본편 시점에선 교권이 왕권보다 높은데, 교황이 중간에 신설된 직책이니만큼 늘 그랬던 것은 당연히 아니겠죠.
게르도 지나친 성전으로 몰락한 국가가 나오자 반란을 일으킨 것이 시작이고, 수많은 소국들이 병합되어 사라졌다고 했으니 정통 4개국도 병합되지 않으려면 수없이 싸워야만 하죠. 앙리에타의 할아버지 필립 3세만 해도 ‘수많은’ 전쟁을 했었다고 했으니 그만큼 위기도 많이 있었단 소리고요. 그러니까 6000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통 4개국(도중부터지만 게르도)이 6000년간의 변화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만만찮은 국가인 것이죠.
평민 계층의 성장도 심상치 않습니다. 위에서 평민들이 강해지는 것을 막고자 강선의 도입을 반대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했죠? 이건 다시 말해, 자존심 높은 귀족들이 ‘견제씩이나’ 해야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알비온 침공전 당시 기슈가 발령 받을 때 연병장의 장교 ‘대부분’이 귀족이었다는 대사(6권), 마르코리누에게 하대한 엑스트라 공군 장교(6권/공군에선 군 계급이 신분보다 우선한다고 말함), 기쉬의 중대를 지휘한 니콜라(7권) 등 신분 차별이 심하다는 트리조차 평민 장교가 나왔어요. 오히려 먼저 시작했기에 반발도 먼저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귀족에게 항명하는 등 모시고 사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고 불만을 느끼는 평민들이 등장한 것 만해도 이미 중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니까, 제로마 세계관은 본편 시점에서 신분 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격변의 시대라는 게 되죠. <2>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법만능주의가 예전만 못하니 마법에 의존하는 귀족들의 권위도 당연히 떨어지겠죠.
10권에선 시에스타가 소설책을 구매해서 보여주는 장면도 나옵니다. 무리해서 샀다고 했으니 아직은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평민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정도면 평민 중에도 식자층이 귀족들의 예상보다 늘고 있다는 의미죠.
신교도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선대 교황이 무리해가며 사냥했을 정도면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던 게 확실합니다. 6권을 보면 역사가 100년쯤 되는데, 아직은 평민 계층에서도 지지도가 낮은 편이라고는 하나 수 천 년 간 대륙 전체에 종교적 영향력을 발휘해 온 로마리아의 권위는 큰 타격을 입었죠.
봉건제 붕괴의 조짐도 있습니다. 봉건제는 현물로는 중앙에 조세를 납부하기 힘드니 관료에게 급여 대신 땅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할케기니아는 시골 농민조차 타바사에게 화폐로 의뢰비를 지급할 정도로 화폐 경제가 정착했고(타바사 외전), 귀족들이 매년 중앙에 세금을 납부한다는 묘사도 있습니다(타바사 외전, 16권). 영지 없이 관료로 일하는 법의귀족도 있습니다(16권). 관료와 법관의 힘이 세 질수록 봉건 영주들의 힘은 약해지죠.
화폐 경제 및 교역의 발달은 토지에 기반을 둔 자급자족 체제인 장원의 입지를 약화시킵니다. 어지간한 귀족보다 급여가 많다는 마루토(1권), 평민들도 비싼 비공선을 상선으로 삼아 해외로 가고(2권), 시에스타 가족처럼 부유한 자영농(3권), 평민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업자 베이유(16권), 사기꾼이었지만 대외적으론 귀족도 존중하는 클럽의 운영자 길모어(타바사 외전) 등 부유한 평민들이 나오는 반면, 기쉬 가문과 몽모랑시 가문처럼 영지의 유지조차 어려운 귀족들도 나오고 있죠(4권).
봉건제의 또 다른 기능은 병력 육성입니다. 할케기니아는 기사 대신 메이지 중심이겠죠.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장의 중심은 이미 용병과 화약무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설정 상 카린느 같은 규격 외가 아닌 이상 메이지들의 정신력이 넉넉하지 않아서(실전파들이 무술도 단련하는 이유) 당연한 현상입니다. 전통적인 귀족=싸우는 자라는 구도가 약해지면 봉건제도 존재 의의가 약해집니다.
민족과 국가라는 개념의 등장도 영역 별로 분절화 된 봉건제에 영향을 끼칩니다. 퀴르케가 계속 게르마니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등 근대적인 국가 의식은 이미 있습니다. 다만 지구로 치면 붕괴의 조짐이라도 할케기니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실 할케기니아의 정치 수준이 낮다는 설정부터가 팬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원작의 정치 수준은 지구의 역사와 별 차이 없어요. 의회도 있습니다. 사우스고타 시의회(4권), 갈리아 의회(8권), 로마리아의 성당 의회(13권) 등이 나왔습니다. 갈리아 의회는 무력화된 상태지만, 사우스고타 의회와 성당 의회는 확실하게 실권도 있습니다.
공화제 개념도 알고 있습니다. 레콘키스타가 공화국을 선포했을 때 전례가 없는 국가라거나, 그게 무슨 뜻인지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엘프의 통령은 인간 측은 공화제를 이해 못 할 거라고 했지만, 이건 엘프의 오만입니다. 통령의 생각과 달리 엘프와의 교류는 끊긴 적이 없어서(10권, 21권) 엘프의 정세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로마리아의 비밀집행기관은 아딜에도 밀정을 파견했다고 나오고요(21권).
봉건제와는 별개로 자치권을 얻은 곳도 있습니다. 로마리아 시 인근은 로마리아 국의 일부가 아니라 별개의 국체를 지니는 도시국가이며(13권), 영주도 없습니다(14권). 룩샤냐가 일본을 로마리아의 도시국가 중 하나라고 오해하는 장면이 나오죠(20권). 당글테르 지방도 오랜 투쟁으로 자치권을 얻은 곳 ‘중 하나’라고 묘사하죠(6권).
이건 제로마의 설정이 아니라 고증입니다. 벨기에의 리에주는 영주를 쫒아내고 자치의 전통을 쟁취한 적이 있고,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의 도시국가들, 알자스의 메츠 공화국, 16세기쯤에야 중앙에 편입되는 독일의 디트마르센 공화국, 러시아의 노브고로드 공화국 등 중, 근세 유럽에도 공화국은 남아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만 강소국이고 나머지는 역사적으로 그다지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만.
<4>트리스테인은 약소국인가?
이것도 확실히 아닙니다. 주인공이 속한 국가라 비중이 많다보니 약점도 그만큼 많이 나와서 그렇지, 종합적인 국력이 약하다는 묘사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중세 잽 랜드라고 조롱할 정도로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국력이 약하냐? 라고 물으면 ‘아직은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죠. 솔직히, 약점이 없는 국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국력이 약하다는 오해는 퀴르케가 트리는 점점 약해져서 게르에 동맹을 요청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으스댄 것을 확대 해석 한 것 같은데, 약해졌다는 말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소리고, 요청했다는 말은 퀴르케의 허세입니다.
사실 국력이 약해졌다고는 하는데 그 이유가 제대로 안 나왔기 때문에, 전성기에 비해서 얼마나 약해진 건지도 알 수 없습니다. 잦은 전쟁, 에스타슈의 반란과 왕의 부재에 의한 정치적 혼란 등 추측의 여지는 있지만요. 전성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카린느가 주인공인 외전 [열풍의 기사 공주]에 묘사가 있습니다.
열풍 외전의 왕은 필립 3세로, 수많은 전쟁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설적인 명장입니다. 전쟁은 잘하지만 내정은 별로였고(본인도 자각하고 있음), 자존심 때문에 전쟁을 벌인 적도 있는 등 명군은 아니었지만, 에스타슈의 음모를 어느 정도 간파하거나 발리에르 공작의 재능을 알아보는 등 인재를 보는 눈은 확실했습니다.
설정 상 크루덴호르프 대공국이나 베르겐 대공국 등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소국들이 제법 많기 때문에, 전쟁을 치루면서 크루덴로흐프 같은 봉신국을 많이 만들었다면 트리의 영향력은 지도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이건 타국도 마찬가지고, 추측의 영역입니다만.
에스타슈가 재상으로 취임한 후에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다’고 했으니, 약소국이었다가 필립 3세가 잠깐 일으켜 세운 것도 아닙니다. 본편의 병력 동원력을 보면 약한 국력을 필립 3세의 지휘력만으로 버틴 것도 아닙니다. 이 시기가 좋았다는 말은 본편 2권부터 나오므로 초반부터 잡혀있던 설정입니다.
에스타슈의 실각 후부터 마자리니의 등용 전까지는 좀 위험했을 것 같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전성기라 칭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을 겁니다. 발리에르 공작이 게르의 기사들을 폭행했을 때도 외교 문제로 커지기는커녕(게르 쪽이 사기를 치다 맞은 거라 공론화하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 가여운 이들을 괴롭혔네 하고 넘어갔을 정도였죠.
그리고 2권에선 왈드가 알비온과도 전쟁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한 번도 안 졌다니까 알비온과의 전쟁에서도 이겼다는 말이죠. 열풍 외전 이후 시점에 패했다고 하기엔 2권에서 루이즈가 어렸을 때 알비온에 여행을 갔었다고 할 정도로 관계가 좋았으니 말이 안 되고요. 그럼 알비온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인가가 문제인데... 2차 창작에서는 대체로 트리보다는 강하고 갈리아나 게르보다는 한 수 아래로 묘사하고 이것이 트리 저평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만, 원작에서는 아닙니다.
15권에서 셰필드가 갈리아의 양용함대는 10년 전 알비온의 함대와 ‘맞서기 위해’ 1년 예산의 절반을 5년 간 투입해서 건조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중장갑기사단이 최강의 용기사대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알비온이 몰락한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알비온은 공군만큼은 갈리아도 제치고 할케기니아 최강이었다는 말이죠. 이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정에 잡음은커녕 왕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알비온 침공전의 묘사만 봐도, 알비온은 ‘내전 직후’이고 타르브에서 대패한 후에도 여전히 루이즈의 허무가 없으면 연합군의 패배를 단언할 정도로 우세한 상황이었습니다. 안드바리의 반지라는 치트 아이템이 없었다면 조제프도 답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트리가 약해졌다는 말은 이전에는 알비온 같은 강대국과 단독으로 싸울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리라는 뜻이지, 게르보다 약해졌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액셀러레이터의 말대로 내가 약해졌다고 딱히 네가 강해진 것은 아니잖아? 인 상황이죠.
필립 3세가 죽은 지 오래됐으면 또 모르겠는데 2권을 보면 앙리에타가 필립 3세의 치세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앙리에타가 17세니까 전성기를 이끈 왕이 죽은 지 겨우 십년 정도밖에 안 지났다는 소리죠. 그 시절이 좋았다고 하는 걸 보면 말년에 국정을 말아먹은 것도 아닙니다. 21권에서 마자리니가 열풍 외전의 4인방을 기억하는 걸 보면 등용된 시점은 필립 3세 때인 것 같고, 그때부터 충실히 보좌해왔을 겁니다.
필립 3세의 뒤를 이은 앙리는 왕으로서 어떤 사람인지, 언제 죽었는지도 묘사가 없지만 손 놓고 있었던 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딸인 앙리에타의 인기가 좋은 걸 보면 치명적인 실책은 없는 것 같고, 왈드, 아카데미 의장, 철이 없던 시절의 앙리에타마저 필립 3세 시절은 귀족이 귀족다웠던 시대라고 회고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앙리 때는 안 그랬다는 뜻이죠.
열풍 외전 때만 해도 귀족의 낭만이었던 사적인 결투가 금지되거나(1권 학원의 규칙/2권 왈드의 발언), 위에서 말한 평민 장교의 등장만 봐도 알 수 있죠. 앙리에타가 즉위할 때 마자리니가 10년 만에 웃었다는 묘사가 나온 걸 보면 개혁이 순탄하진 않았을 겁니다. 리슈몽이 앙리에타를 배신한 것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원래는 열풍 외전에서 다뤄졌을 내용인 것 같습니다만... 작가님이 돌아가셨으니 어쩔 수 없네요.
앙리 사후에는 왕의 부재로 정치적 혼란을 겪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 트리에는 마자리니가 남아있었습니다. 마자리니가 군재는 없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도 아니고, 새뼈다귀라는 조롱은 받았어도 발리에르 공작을 제외하면 대놓고 척지려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안정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왕의 친척인 리슈몽과 쿠르덴호르프 대공도 마자리니와 맞설 생각은 하지 않았고, 2권에서 일부로 앙리에타보다 화려한 마차를 타고 과시했을 때도 제지를 받지 않았죠.
수습에 성공한 건 트리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갈리아는 조셰프가 내정은 방치하고 알비온 공작에 집중하는 중이었고, 알비온은 내전, 로마리아는 극심한 부정부패 및 신교도 사냥, 게르는 제후들이 잠재적인 적이라는 난감한 상황이라 트리의 혼란을 이용할 여력이 없었던 덕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혼란하다고 강국이 곧바로 약소국으로 굴러 떨어지는 건 아니죠. 코로나 대처가 늦어서 혼란스러운 미국보고 이제 약소국이네라고 하지는 안잖아요? 작중 묘사만 봐도 트리의 국력은 전성기보다야 못 하겠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이건 크루덴호르프가 여전히 봉신국을 자처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3권에서 레콘키스타는 외교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습까지 벌여가며 트리의 함대부터 무력화시켰고, 꾸준히 첩자를 파견하는 등 여전히 위협적인 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타르브 전에선 완전히 기습당한 상태였음에도 급조된 병력만으로 승리했는데, 사이토와 루이즈가 없었으면 졌겠지만 아니에스가 큰 공을 세웠다고 한 걸 보면 지상전에서 알비온 군이 무기력하게 당한 것도 아니니 승전이 맞습니다. 머스킷에 의한 일제사격(7권)이나 참모 제도(6권)가 묘사된 것도 트리가 유일합니다. 이건 전쟁 씬이 너무 짧아서 타국의 묘사는 그냥 생략한 것일 수도 있지만요.
5권에서도 3만 명이 넘는 병력 동원+50척의 전열함 건조+용기사대 재건+총사대 신설(최고급 장비)+보급 비용을 다 대고도 국민들은 증세로 좀 힘들다 정도로 끝났습니다. 이것도 전쟁을 반대한 귀족들도 있었고 원정군이니 방어용 병력까지 고려하면 트리의 총병력도 아니었습니다. 빚이야 졌겠지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도도 능력이죠.
기술력도 불과 반년 만에 함대를 실전이 가능할 정도로 재건하고, 신예함을 건조하고, 총사대 전원에게 최신식 총기를 지급하고, 콜베르의 말에 의하면 승강기를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등 상당한 수준입니다. 능력주의도 여성인 엘레오노르와 발레리가 아카데미에서 잘만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입니다.
앙리에타의 권력도 봉건제에서는 매우 강력한 편입니다. 레콘키스타와의 내통자는 위험한 문제였지만 고위급은 왈드와 리슈몽 2명밖에 안 나왔고, 마자리니와 젬리, 왈드를 제외한 위사대(특히 히포그리프대는 전원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충성했음) 등 충성파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왕위를 노릴만한 다른 경쟁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승전으로 시작한 왕의 권력이 약한 쪽이 더 비정상이죠.
격렬한 반대에도 무모한 출병과 평민 채용을 끝내 성사시켰고, 그럭저럭 거물인 아카데미 의장과 그 동조자들도 당장 기득권이 줄어드는데도 자기들 딴에는 만만한 사이토나 건드렸지 앙리에타에게 직접 거스르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필립 3세의 측근이었으며 국경을 계속 경계해야 하는(게르가 배신할지도 모르니) 발리에르 공작씩이나 되니까 앙리에타의 명령을 거절해도 뒤탈이 없었던 겁니다.
2차 창작에선 트리의 약점으로 주로 허약한 왕권, 전통의 고집, 마법 만능주의, 신분 차별 등을 거론합니다. 그러나 무모한 출병을 강행하는 등 오히려 왕권이 강해서 문제였습니다. 각성 전 앙리에타는 함량미달의 군주였으니까요. 전통의 고집은 갈리아와 로마리아도 만만치 않고(알비온과 게르는 묘사 없음), 다른 둘은 ‘게르를 포함한’ 할케기니아 대륙 전체의 문제라 인간 측의 약점이라면 모를까, 트리만의 약점이 아닙니다. 위에서 말한 강선 도입 반대만 해도 대륙 공통의 현상입니다.
게르를 무시하는 것을 두고 현실 감각이 없다고 비판하는 글도 있던데, 이건 몇몇 2차 창작에서 트리의 국력은 하향시켜 놓고 자존심만 원작 그대로 두는 바람에 생긴 오류입니다. 패권을 다투는 강국이었던 트리의 자존심이 강한 건 당연한 현상이고, 타르브 전 때 게르의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으니 귀족들 전부가 자존심만 앞세우는 자들도 아닙니다.
게다가 야만스럽다고 무시한 건 철들기 전의 앙리에타, 루이즈, 기슈 3명인데, 온실 속 화초와 일개 학생이 트리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좀... 이걸로 까는 건 아무리 봐도 억지입니다.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으니 앙금도 남아있을 테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애들이 서로 이쪽이 더 낫다며 티격태격한 겁니다. 어째선지 루이즈 쪽은 허세, 퀴르케는 비판으로 취급받았습니다만.
타르브 전 당시 우왕자왕하는 모습을 보인 건 한심한 모습이긴 합니다만 결혼을 축하한다면서 기습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인데 당황 안 하는 쪽이 비범한 거죠. 장교가 부족해서 학생으로 때운 건 심각한 약점이 맞지만(대신 평민 장교가 투입될 여지도 늘긴 했지만), 장성들이 무능한 것도 대륙 전체의 문제입니다. 트리의 올리비에, 게르의 하르덴베르그, 갈리아의 클라빌(양용함대) 모두 무능했으니 말이죠. 대륙의 장성들이 무능해진 건 필립 3세 시절 수많은 전쟁을 헤쳐 온 자들은 죽거나 발리에르 공작처럼 은퇴해서 공백이 생겼고, 그 후에는 평화기가 길어져서인 것 같네요.
원작에서 개인 전투력 말고 용인술이 쓸 만하다고 묘사된 건 조제프(내전 유도), 필립 3세(무패의 명장), 발리에르 공작(참모 적성), 알비온의 헨리 보우드(트리스테인 공군으로 전향한 후 바로 지휘권까지 받음)와 홉킨스(사이토의 돌격에 침착하게 대처) 5명이 답니다. 지구 침공 때도 완전히 오리무중인 작전인데도 30만 명이 넘는 병력 중 항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요. 이건 정체불명의 적과 싸운다며 불안해하는 묘사도 같이 나오는지라, 대필 작가가 급하게 완결 짓느라고 무리수를 둔 것 같아 설정으로 취급하긴 애매합니다만.
처음 얘기로 돌아와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트리가 상당히 과소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을 아셨을 겁니다. 현실과 비교하면 폴란드가 떠오르는군요. 중간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약소국 이미지가 있지만... 실상은 한 때 주변 국가들을 패고 다니던 깡패 국가였죠.
퀴르케는 무슨 자신감으로 트리를 무시한 건지 의아할 지경이죠. 루이즈가 1권에서 마법을 못 쓰는 것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고 사역마 소환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조국을 수차례 패배시킨 트리에 대한 열등감이 표출된 거라고 추측됩니다. 매번 게르의 힘을 자랑하지만, 작중의 묘사는 퀴르케의 자신감을 제대로 입증해 준 적이 없습니다.
3권에선 기쉬 앞에서 트리 측에서 동맹을 요청했다고 큰 소리 쳤는데, 4권에선 전지적 시점의 해설로 알비온을 ‘두려워하는’ 게르로서는 동맹의 파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로 부정해버립니다. 보물찾기 소동에서도 게르는 평민도 출세할 수 있다며 꼬드겼는데, <3>에서 설명했듯이 평민의 성장은 할게기니아 공통의 현상이죠.
10권에서 오스트란트호를 자랑할 때도 트리의 기술로는 무리라고 으스댔는데, 17권에선 전지적 시점의 해설로, 21권에선 콜베르가 승강기 같은 고급 기술은 트리에만 있다고 인증해줬습니다. 해설로 철 파이프의 제조는 게르만 가능하다고 했으니 거짓말까지는 아닌데, 으스댈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국가 별로 강점이 다른 겁니다.
과소평가된 건 철이 없던 시절의 앙리에타가 호들갑을 떨었던 탓도 있습니다. 국혼을 성사시키려고 마자리니가 겁을 줬기 때문인 것 같은데, 편지가 드러나면 국혼이 취소되어 동맹까지 깨질 거라고 했지만 알브레히트가 천치도 아니고 양국이 힘을 합쳐도 알비온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인데 미쳤다고 어린 애의 편지 하나로 동맹을 깹니까?
크롬웰은 편지로 국혼을 깰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이쪽도 무능한 인물이니 발언의 무게감은 없다고 봐야죠. 셋 모두 스토리 상 중요한 인물이지만 세계관을 설명해 주는 캐릭터는 아닌 겁니다. 콜베르조차 군사, 기술 관련은 전문가지만, 정치 분야는 맹탕입니다.
국혼은 전쟁까지 치룬 앙숙인 양국의 결속을 위해서지 몇몇 2차 창작에서 묘사된 것처럼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트리의 군사력이 게르보다 훨씬 약하다는 원작에 없는 설정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생긴 오인입니다. 게르가 훨씬 더 강하다면 발언권도 훨씬 더 강할 테고, 원정군 총사령관도 당연히 게르 사람이었겠죠?
알비온 침공전의 병력 동원율은 비등한 반면, 타르브 전의 전공과 지원 요청 거부에 최소 2번은 트리의 국경조차 못 뚫고 패배한 적도 있으니(열풍 외전의 과거 언급에서 필립 3세에게/11권의 과거 언급에서 카린느에게. 단, 후자는 혼자서 몰아냈다는 소문이 돌 정도면 소규모 국지전인 듯) 게르 측의 발언권이 낮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1권에서 루이즈가 오래 전부터 퀴르케의 가문과 교전했었다고 언급했으니 저 두 명 이전에도 못 뚫었습니다.
원작 외적인 이유라면 재밌게 잘 쓴 걸 탓하기엔 좀 그렇지만 트리는 하향시키고 게르는 상향시킨 2차 창작(특히 남선북룡이나 씰브레이커처럼 원작 초월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이 크게 흥한 영향도 있을 겁니다. 유명한 2차 창작마다 막장 국가로 묘사하는데 편견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팬픽에서 묘사하는 수준의 막장 국가라면 6000년을 버티는 것부터 말이 안 되죠.
편견이 드러나는 예시로는 아카데미 의장과 퀴르케가 있습니다. 권력자 중에선 비주류로 밀려난(명문귀족이라면서 의뢰비 내는 것도 힘들어 함) 의장과 동조자들이 사이토 암살을 의뢰한 것은 트리 전체가 막장과 무능으로 과장된 반면, 콜베르를 내내 조롱하다가 ‘일개 학생’인 퀴르케가 ‘개심’한 다음 오스트란트호 건조를 돕는, 한 번 잘 한 일은 게르 전체가 기술을 중요시하는 거라고 과장되었죠. 양쪽 다 해당 국가를 대표한다고 보기엔 어려운 자들이 똑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짓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트리만 까였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신분 차별이 심한 국가=약소국이라는 고정관념도 들 수 있겠네요. 이세계물에서 주인공이 차별을 하지 않아 귀족답지 않게 깨어있는 자라는 평가를 받는 전개가 나오곤 하니 더 그럴듯하죠.
하지만 신분 차별이 심한 건 약소국으로 가는 원인이 될 순 있어도 동의어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영국은 두 개의 나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신분 차별이 심했고 지금도 신분 별로 어휘마저 구분되어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약소국이 아니죠. 제로마의 신분 차별은 지구의 전근대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수준이라 특별히 막장인 것도 아닙니다.
사이토 암살 건을 두고 은혜를 모른다며 트리는 망하는 게 더 나을 지경이라는 글도 있던데, 이것도 핀트를 잘못 잡은 비판입니다. 암살을 주도한 세력은 사이토의 활약도 평민이 힘 좀 썼네? 정도로 생각하지 사이토 덕분에 승전한 것은 몰라요. 소문을 아예 무시한 건 아니라서 실력자를 고용하긴 했지만, 비실전파인 이놈들이 정확한 사정을 알 리가 없죠. 배은망덕한 게 아니라 그냥 멍청한 겁니다.
멍청한 게 아니라도 자기 기득권이 줄어드는 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역사상 수많은 토사구팽은 왜 일어났겠습니까? 어째 사이토가 근세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당연시하는 분들이, 루이즈를 비롯한 할케기니아인들이 근세에 맞는 행동을 할 때는 막장이라고 까더군요. 신분 차별을 사회 문제라고 인식한 것부터가 인류의 역사 중에서 얼마 되지도 않은 일입니다. 지금이야 평민들은 게으르고 명예를 모른다는 말도 편견이라는 걸 알지만, 그때의 귀족들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었으니까요.
<5>게르마니아는 강대국이다?
이것도 확실히 아닙니다. 사실 게르를 평가하려면 안 그래도 비중이 적은데, 그나마 자주 나오는 퀴르케조차 허세 캐릭터인데다가 마자리니 같은 고위직이나 콜베르처럼 식견이 좋은 것도 아닌 일개 학생의 발언인지라 걸러 들어야합니다.
퀴르케는 3권에서 게르에서는 평민도 출세할 수 있다며 사이토를 끌어들였지만, 트리에도 평민 장교가 등장했으니 신분제가 흔들리고 있는 건 게르만의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평민을 견제하는 건 게르의 귀족들도 마찬가지라니까 평민 채용은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거나 반대가 남아있는 정책이라는 소리죠. 기존의 귀족들이 돈으로 귀족이 된 이들을 환영할 것 같지도 않고요. 게르가 더 유리하긴 하지만 트리도 불리하지만은 않은, 아직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물론, 추세를 보면 어느 쪽이든 평민 채용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가 오겠지만요.
전통에 집착하느라 약해졌다고 했으니, 그럼 반대로 게르에는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어야 합니다만... 11권에서 퀴르케의 가문에 갔을 때, 저택은 다른 4개국의 문화 양식을 마구 섞어서 배치한 기괴한 상태였습니다. 혁신도 오리지널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 이러면 난잡하기만 하죠. 다만 이건 퀴르케의 가문이 유독 괴짜인 것일 수도 있어서 설정으로 삼기에는 좀 애매하군요.
팬픽의 묘사와 달리 능력주의 체제가 아니라는 묘사는 있습니다. 퀴르케도 돈으로 작위를 살 수 있다고 했지, 공적에 따라 채용한다는 말은 안 했어요. 평민임에도 작위를 살 재력을 갖출 정도면 무능하지는 않겠지만, 매관 제도가 긍정적이긴 힘들죠. 그리고 총사대를 조직할 때도 게르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은 아니라고 했습니다(5권). 각성 전 앙리에타가 한 거라서 얻어걸린 개혁이긴 하지만, 순수하게 실력 위주로 평민을 채용하는 제도는 총사대가 최초인 겁니다.
알비온 침공전에 파견된 하르덴베르그 후작은 대책 없는 돌격 바보인데다 자기 의견이 무시당하자 나의 불로 태워주겠다면서 추태를 보였습니다(7권). 황제 역시 뒷감당할 여력도 없으면서 굳이 앙리에타를 조롱한 주제에 자기가 조롱당할 때는 대응도 못하고 쩔쩔맸습니다(8권). 황위계승 전에서 승리했으니 아주 무능하지는 않을 테고 대필 작가는 그래도 대담한 면도 있다고 좀 띄워줬습니다만... 정점인 황제부터 이 모양인데 능력주의 체제라고 보긴 힘들죠.
기술력도 마찬가지인데, 오스트란트를 가져 올 때 퀴르케는 자기 가문의 기술력을 자랑했습니다만, 핵심인 엔진을 만든 건 콜베르고 선박 건조 기술은 트리가 우위인 것 같습니다(알비온보다는 못함). 알비온 전에 함선의 주축은 트리였거든요(5권의 전열함/6권의 레드우타르브호/9권의 용모함 모두 트리의 배였음). 제로마의 비공선은 마도구도 많이 들어가니까 메이지가 많을수록 더 잘 만들 수 있습니다. 폭발하는 포탄만 해도 작열탄을 만든 기술력이 없더라도 불 메이지가 있으면 빙결 화살을 만든 것처럼 파이어볼을 인챈트 하면 끝이죠.
셰필드는 트리와 게르의 대포는 성능 차이가 없다는 뉘앙스로 얘기했고(3권/사거리만 얘기하고 내구도 등 다른 요소는 언급 안 해서 확실하진 않음), 갈리아의 마법 전성관(13권)이나 트리의 승강기(21권) 등 해당 국가가 유일하게 보유 중인 기술이 있다는 묘사도 없습니다.
병기는 알비온(3권의 대포와 비공선), 제철 기술(10권)과 세공품은 게르(1권의 슈페이 경이나 13권에서 콜베르가 노트북을 보고 게르의 세공품 같다고 발언), 생활 용품은 트리(승강기, 인터폰, 공기 청정기, 축음기 등), 평민들도 가고일을 접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보급은 갈리아만 성공(13권)하는 등 국가 별로 특기가 다를 뿐, 다들 대국의 이름값은 합니다.
결정적으로 콜베르를 전장에 안 나가고 쓸데없는 짓이나 한다며 앞장서서 비난한 것이 퀴르케였습니다. 전쟁 때문에 불안해서 욱한 것도 좀 있겠습니다만, 이제 와서 기술력 우수하다고 자랑한 건 뻔뻔한 처사죠. 콜베르에게 반한 건 마법 실력을 보고 나서지 기술 쪽은 여전히 문외한이었고요.
엔진을 보고 게르마니아에 산업혁명의 태동이 보인다는 글도 있던데, 무리입니다. 오스트란트호 건조에 참여한 것은 개심한 퀴르케가 가문을 설득해서 한 거지 게르가 아닙니다. 또한 콜베르가 조국에 대한 애착이 있는 편이라 완전히 넘어갈 리도 없고, 불 속성 마법의 평화적 이용 사례가 널리 퍼지길 바라는 사람이니까 특정 국가에 한정시키는 것은 캐릭터성을 무시한 발언입니다.
마리안느는 게르를 군사 강국이라고 칭했지만, 작중 묘사를 보면 영 미덥지 못합니다. 전성기의 트리에게 패한 것은 상대가 강국이니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만, 타르브 전 때 3주 후에나 지원이 가능하다는 걸로 봐서 전쟁 준비가 부실한 건 마찬가지였고(오스만은 버릴 작정인가라고 했지만, 양국이 힘을 합쳐도 알비온보다 열세인 게 드러나므로 틀린 추측), 알비온 전에서 병력과 전함을 트리보다 더 많이 동원한 것도 아니고, 전장에서도 트리와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진 못했습니다(트리는 학생을 장교로 채용했을 정도인데도).
그렇다고 알비온 전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레콘키스타를 막지 못하면 멸망당하는 신세인 건 게르도 마찬가지였으니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설렁설렁하는 건 말도 안 되고(지방군은 멸망해도 항복하면 되니까 대충 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21권에서 이 원정으로 국가가 피폐해졌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덩치 값을 못 하는 셈인데, 천하의 미국조차 1차 세계 대전 초기에는 그야말로 3류 국가의 3류 군대 수준이었고 끝나자마자 군축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마리안느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고, 마리안느가 어렸을 때의 게르는 군사 강국이 맞습니다. 무패의 장군인 필립 3세도 쉽게 이긴 건 아니라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패전으로 인한 인력 손실(장교 자리를 파는 게 이 때문일 수도 있음)+평화기에 의한 군축으로 본편 시점에선 약해진 것이죠. 타바사 외전에서도 게르의 귀족들은 인신 매매단을 고용해서 인간 사냥까지 한다고 하니 인구가 부족하긴 한가 봅니다.
또한 7권의 지도를 보면 게르의 동쪽만 국경선조차 없고, 21권에선 사이토 구출을 위해 동쪽을 거쳤을 때 초소도 뭣도 없이 텅텅 빈 모습만 쭉 보여줬습니다. 그러니까 명목상 영토에 비해 실효 지배 영역은 그보다 작다는 뜻이죠. 역사가 긴 트리조차 개척이 덜 된 땅이 넘쳐나는데, 신흥국인 게르라면 더 하겠죠.
다만 실효 지배 영역이 지도보다 작은 건 게르 뿐만이 아니라 할케기니아 공통의 현상입니다. 트리의 실패한 개척지에 사는 오크(3권), 알비온 북부의 사람이 살지 않는 고원 지대에 사는 트롤(6권), 게르 동쪽의 미개의 땅(21권), 갈리아의 벌목꾼과 대립하는 익인(타바사 외전) 등 인간의 영역이 아닌 곳이 많습니다. 여기에 지도에 안 나온 소국까지 포함하면 5개국의 실효 지배 영역은 더 줄어듭니다.
아무튼 미개의 땅은 면적부터 엄청 큰데, 아인들은 대개 인간에게 적대적이니 이들을 막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할케기니아의 아인은 생각보다 강해서 트라이앵글인 타바사도 인질이 있었다곤 해도 정예 코볼트 한 마리에게 패배했죠. 퀴르케가 게르의 귀족은 죽음에 익숙한 편이라고 한 걸 보면(4권) 아인 토벌을 자주 나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알비온 전에서 보여 준 추태를 보면 인간을 상대로 한 경험은 부족한 것 같네요. 아인과 싸우기도 바쁘니 영지전도 무리겠죠. 퀴르케도 오크와 싸울 때는 함정부터 파면서 잘 싸웠는데, 진짜배기 용병인 멘누빌을 만났을 때는 본격적인 전쟁을 경험한 적은 없다며 위축됐죠(6권). 이건 학생이니까 당연한 반응입니다만.
제일 심각한 문제는 단결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인류의 멸망이 걸린 중대한 싸움에서조차 당장 이득이 없다고 미적대다가 끝내 반란까지 일으켰습니다. 명분이 부실한 반란이니 진압이야 되겠지만 이렇게 불신이 심하면 한 국가를 유지하려는 동력은 약해지죠.
다른 나라라고 일치단결한 건 아니지만(갈리아-형제 간 갈등, 트리-알비온 침공 반대, 로마리아-도시국가의 연합체, 알비온-내전),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에서도 충성심을 잃지 않았던 알비온 왕당파와 오를레앙파, 타르브 전 때 앙리에타가 앞장서자 허둥대면서도 따르긴 했던 트리의 귀족들과는 달랐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트리와는 반대로 과대평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아셨을 겁니다. 안 그래도 덩치에 비하면 국력이 모자란 상황인데 분열까지 일어났으니 여러모로 답답할 겁니다. 그렇다고 역으로 약소국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고전하긴 했는지 필립 3세가 역으로 침공했다는 말도 없고, 자존심 높은 트리가 동맹을 고려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양국의 국력은 비슷하거나 트리가 약간 우위인 정도일 겁니다.
과대평가를 받은 건 퀴르케의 허풍과 2차 창작의 영향도 있겠지만 영토가 큰 건 사실이고, 자칭에 불과하지만 제국이라는 이름값도 있죠. 신성로마제국이 한 때 강대국이었으니까 게르도 강대국으로 취급하는 글도 봤습니다만, 제로마의 배경은 할케기니아지, 유럽이 아닙니다. 모티브는 모티브로 끝내야지 설정 취급은 아니죠.
능력주의 체제라고 오인한 것도 모티브인 독일의 바이마르에선 평민인 괴테가 재상을 역임한 적이 있을 정도니 이걸 게르마니아에 투영한 것 같네요. 기술 강국이라고 오인한 것도 비슷한 경우고요. 연애관이 개방적이라니까 다른 분야도 비교적 개방적일 거라고 지레짐작한 것도 있겠군요. 퀴르케가 결혼하기 싫다고 트리에 온 걸 보면 완전히 개방적인 것도 아닌 것 같지만요.
위에서 설명한 반란, 인간 사냥 등의 약점과 정통성이 제일 약하다는 점, 타국과의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약소국까지는 아니지만 반대로 압도할 만 한 것도 없다는 점, 특정 지역(발리에르령)을 계속 공격했지만 끝내 못 뚫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삼국지의 오나라가 생각나는군요.
<6>교황은 유능한가? 무능한가? 광신도인가?
무능한 건 할케기니아 제일인 것이 확실하고, 광신도는 원작의 교황은 아니지만 대필 작가의 교황은 그렇습니다. 무능한 것과는 별개로 악역으로서의 캐릭터성은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대필 작가가 완결 파트에서 묘사를 너무 건너뛰는 바람에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가 돼버렸습니다. 최종보스인데 대사도 몇 개 없이 사이토의 추측만 나오고, 은근슬쩍 광신도로 바뀌기까지 했으니... 대필 작가도 자기 작품이 있는데 언제까지 남의 작품만 붙잡고 있을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죠.
유능한지 무능한지 헷갈리는 건 모략으로 주연들을 이용하던 교황이 완결 파트에선 지구 원정을 아주 개판으로 진행한 것 때문인 것 같은데, 교황의 무능함은 대필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원 작가의 의도입니다.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13권부터 허술한 부분은 계속 나왔고, 주연들보다 허무에 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조금씩 풀면서 이용했을 뿐입니다.
여러 인물들을 속여 넘긴 걸 보면 화술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상대가 대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을 일으켰다는 죄책감으로 멘붕한 앙리에타(11권), 사이토의 절규를 보고 멘붕한 루이즈(13권), 갑작스레 복수의 기회가 온데다 은인인 루이즈를 배신하는 거나 다름없어 고민하던 타바사(15권), 갑작스레 왕이 죽어 혼란에 빠진 갈리아 왕국군(15권), 고립된 수도원에서 자라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조제트(17권), 심신상실약을 해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버린 자식을 16년 만에 상봉한 타바사의 어머니(17권) 등이죠.
게다가 모략을 너무 남발한 탓에 18권 쯤 가면 대륙 융기를 눈으로 보여줘도 주연들이 못 믿었죠(결국 엘레오노르에게 의뢰해서 직접 조사했음). 거짓말인 것이 밝혀져도 티파니아를 제외한 누구도 놀라지 않을 정도라 후반부에는 교황의 권위와 협박으로 강제해야 될 지경이 됐습니다.
정치적인 식견부터 엉망입니다. 허무의 사용자라는 최고의 정통성이 있었는데도 갈리아를 반쯤 괴뢰국으로 삼기 전에는 성당 의회의 견제로 교황의 직위마저 불안정한 상황이었을 정도(13권)로 권력을 제대로 안정시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로마리아의 부패가 엄청나다보니 기득권의 반발도 거셌고, 그 나이에 교황이 된 이유를 알겠다는 앙리에타의 비난을 수긍한 것을 보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황이 된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마자리니가 콘클라베를 사퇴하지 않았다면 교황이 되지 못했을 것 같네요.
또한 아무리 교권이 왕권보다 우위라지만 타국의 왕과 측근들을 상대로 몇 번이나 사기치고 납치도 한 번 하고 협박까지 하면서 신뢰를 계속 깨뜨렸습니다. 그의 기만을 모아보면,
1.앙리에타에게 성지를 되찾으면 전쟁이 멈출 거라고 선동(11권)
2.갈리아의 음모를 막는다며 앙리에타를 포섭하고 뒤로는 국경에서 갈리아를 먼저 도발(14권)
3.사이토를 돌려보낼 것처럼 속여서 루이즈를 포섭하고 성녀로 추대(14권)
4.줄리오가 사이토로 변장하여 타바사가 왕위에 오르게 유도(15권)
5.타바사를 감금하고 조제트와 바꿔치기 함(17권)
6.화룡산맥의 융기를 보여주면서 성지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 장치가 있다고 거짓말(18권)
7.루이즈에게 사이토를 구출한다고 말하고 왈드와 푸케에게 수틀리면 암살 지시(19권)
8.알브레히트에게 조제트가 있으면 성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거짓말(실상은 루이즈 없으면 시작조차 못 함/20권)
9.루이즈에게 라이프는 쓸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거짓말(21권)
10.루이즈에게 사이토를 살리려면 성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협박(22권)
대필 작가가 쓴 9와 10은 개연성 오류(루이즈가 속는 묘사와 교황을 못 믿고 경계하는 묘사가 같이 나옴)라서 빼고 봐도 많습니다. 18권에선 주연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죽이고 허무의 메이지와 사역마를 새로 뽑을 작당을 하는데... 세상에, 제거해야 될 대상이 입막음도 해야 하니 왕인 앙리에타와 타바사, 왕위 계승권자이며 자기 손으로 성녀로 추대한 루이즈, 구국의 영웅인 사이토와 수정령 기사단(얘네 은근히 세고 활약도 했음)이에요. 암살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성공해도 모랄빵 나서 군대가 와해될 유명인들이죠.
루이즈의 마력이 엄청난 건 카린느에게 물려받은 재능 덕도 있을 테니 새로 출현해도 루이즈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죠. 그래놓고 줄리오는 계속 바보처럼 고집부리면 죽일 작정이었다고, 고마운 줄 알라고 큰소리칩니다. 불신만 커질 텐데 왜 굳이 말했을까요? 정말 고마워할 줄 알았나? 처음부터 대륙 융기에 대해 설명한 뒤 협조를 구했으면 간단한 일(앙리에타에게 전쟁의 속죄를 하고 싶으면 인류 멸망을 막는데 힘을 보태라든지)이었는데 괜히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13권에서 수정령 기사단을 초대했을 때도 막장이었습니다. 사이토 일행의 실력을 시험한답시고 성당기사단에게 손님이라고 말을 안 하는 바람에 전투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시점의 수정령 기사단은 꽤 고급 훈련을 받았으니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학생인지라 찬미가 영창은 어쩔 수 없어서 콜베르와 타바사가 없었다면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고, 나름 유력귀족의 자제들이니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짓거리였습니다. 교권이 왕권보다 강한 상태라 항의를 묵살할 수 있었고, 갈리아가 쳐들어오는 바람에 흐지부지됐지만요.
군사적인 식견도 처참합니다. 갈리아 내전 때 타바사를 끌어들여 명분을 만들고 제후의 반란을 선동한 것까지는 좋은데, 정작 실전에서는 허무와 간달브의 힘(그나마도 콜베르 없었으면 전차 못 옮겼음)만 믿고 낙관했습니다. 그래서 적전도주나 하는 성전기사단, 선상 반란 중인 양용함대를 상대로도 못 이긴 로마리아 함대, 학생인 수정령 기사단만 가지고 전쟁을 시작해 버렸죠. 제일 가관인 건 전장 바로 옆인 아퀼레이아 측과 사전 공조를 안 해서 시장이 웬 날벼락이냐며 기겁했습니다.
국경의 병사들에게는 갈리아를 먼저 도발한 것을 말해주지 않고 침공을 경계하라는 명령만 내린 탓에, 병사들은 긴장을 풀고 있다가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도 통상적인 전쟁으로 오판해 버렸습니다. 묘르니트니룬이 올지도 모르는데 생포하라는 일반인은 절대로 불가능한 명령까지 내렸고 결국 병사들은 거의 전멸했습니다.
성지 회복 연합군을 조직할 때도 로마리아 군만 은밀하게 먼저 준비시키고 졸속으로 진행한 탓에 다른 4개국은 다급하게 군대를 소집해야 했습니다. 주도권 싸움인 것 같은데 그럴 때가 아니죠. 하다못해 제후의 설득에 애를 먹고 있던 알브레히트를 도와주지도 않았습니다.
발리에르 공작 같은 진짜배기 실력자를 설득하지도 않았고요. 앙리에타의 말은 거절했어도 인류의 멸망을 막자는 교황의 말까지 거절할 리는 없는데 말이죠(성녀로 추대된 일도 추궁 안 했음). 그래도 이건 루이즈를 기만한 걸 알았으면 교황이고 나발이고 목을 따러 올지도 모르니까 안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교황 사퇴 후에도 살아남긴 글렀어요.
정보 수집과 공작 활동은 상당히 우수했지만, 왈드와 푸케가 로마리아에 잠입하여 조사해 보니(18권) 그건 오랜 세월 암약해 온 로마리아의 비밀집행기관 덕분이지 교황이 조직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원하는 정보가 착착 들어오고 공작도 성공시키니까 오만해진 것 같네요.
이에 비해 모은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은 별로입니다. 포르사테가 시조의 진실(시조를 로마리아에서 죽은 것으로 위장한 것, 인간임을 숨긴 것)을 왜곡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입수한 기록이 진짜 시조의 뜻인지, 포르사테가 제멋대로 수정한 것인지 의심도 안 했어요. 라이프로 성지를 부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시조의 뜻(이라지만 정황상 포르사테의 뜻으로 보이는)에 따라 지구 침공을 개시했죠. 루이즈를 끌어들이는 등 중간 목적을 달성할 때는 잘 짜놓고 정작 인류 구제라는 최종 목적 달성에 필요한 요소는 엉망이었어요.
게다가 비밀집행기관을 너무 남용한 탓에 대외비인 조직이 외부에 알려져 버렸습니다. 앙리에타가 교황의 협박을 듣자 로마리아가 늘 그래왔듯이 암살이라도 하겠냐고 받아쳤어요(22권). 결말에 로마리아가 종교적 영향력이 루이즈 한 명만도 못 한 신세가 되었다고 하는데, 성전이 졸속으로 끝난 것도 있지만 이런 추태가 드러난 것도 클 겁니다.
차라리 광신도였으면 신을 쫒다가 이성이 마비된 거라고 하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시조를 선구자로서 존경은 하지만, 지구에서 온 이주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신이 아닌 것도 당연히 알고 있어요. 자신이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일을 벌인 겁니다. 주연들을 보고 ‘고집 센 바보들’을 우리가 이끌어줘야지 정도로 생각했고(18권), 차라리 광신도였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 자조하기도 하고(19권), 라이프를 쓸 때도 루이즈라면 지구 침공이라는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22권).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며 사적으로도 검소하고 하급자에게 친절한데, 모략으로 권력을 잡아놓고선 기만을 일삼고 사람을 장기의 말 취급하며 작전은 개판으로 짜는 꼴이 영락없는 할케기니아판 츠지 마사노부군요.
<7>빈달브의 능력
위키에 빈달브의 능력이 동물의 지배라고 적혀있던데, 원작에서 지배 능력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빈달브의 능력은 일류 조련사로 만들어주는 것, 메이지가 아니어도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것, 동물의 잠재력 강화(풍룡인데 화룡급의 브레스를 발사) 3가지입니다.
감각 공유는 일반 사역마의 능력이고, 사역마 계약 없이 동물을 길들일 때는 훈련용 목걸이를 사용(루이즈는 사이토에게 썼지만)거나, 기어스(타바사 외전/인간에게 쓰는 건 금지됨) 같은 마법으로 강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메이지가 아니어도’라고 적은 걸 보면 아시겠지만 빈달브 없이도 동물과 의사소통을 하는 건 가능합니다. 1권에서부터 루이즈가 사역마는 ‘주인의 눈과 귀를 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해준 것처럼 할케기니아의 메이지들은 이미 동물들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발리에르가에선 인간의 말을 하는 올빼미를 사역하고 있었고(5권), 용기사들은 줄리오를 보고 메이지도 아닌 주제에 용의 말이 들린다니 말도 안 된다며 불평했으니 반대로 말하면 용기사들은 용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죠(6권). 알비온의 정찰병들은 동물의 시야를 빌려 사이토의 돌진을 관측했고(7권), 한 알비온 장교는 동물 정찰에 너무 익숙해서 기병을 불신할 정도였습니다(7권). 우편제도 대신 택배처럼 올빼미를 이용해 편지나 짐을 배달해주는 업자도 있습니다(17권). 카틀레아는 아예 동물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까지 했고(메모리얼 북), 열풍 외전에선 만티코어가 인간의 말을 익혀 발리에르 공작과 대화했습니다. 사역마가 아니었는데도 이정도니 사역마라면 소통의 난이도가 더 내려가겠죠.
그렇다면 반대로 막는 기술도 있어야겠죠? 12권의 목욕탕 소동을 보면 마법 학원은 곳곳에 디택트 매직 등의 마법을 걸어 침입을 방지하는데 거의 요새 수준이라고 합니다. 감각 공유도 마법이니 주인의 역량이 낮으면 당연히 디택트 매직에 걸릴 겁니다.
타바사 외전에서는 타바사가 등교 거부 학생의 방에 언 록을 걸자, 귀족의 저택이라 이 정도 마법은 튕겨냈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언 록을 방어한 마법이 뭔지는 안 나왔는데, 1권에서 보물고에 걸려있던 고정화도 그렇고 방어용 마법도 발달이 되어있다는 뜻이죠. 괜히 이런 걸 다 뚫은 푸케가 신출귀몰이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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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스토판, 아이마스, 제로마, 죠죠 - 저도 잡담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내용과 상관있는 잡담 중에도 빼는 게 더 나아보이는 것도 있더라고요. 작가가 팬픽계의 동인설정을 원작설정으로 착각한 게 있어서 그런지, 잡담 중에도 착각에 동조해서 엉뚱한 분석이 종종 나오더군요.202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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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스토판, 아이마스, 제로마, 죠죠 - 오늘도 번역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스레민들이 콜베르에 대해 좀 오해한 게 있는데, 전기 연구는 다른 학자들의 업적입니다. 수는 적지만 연구자들이 있어서 라이트닝 마법과 자연의 번개가 같다는 것까지 증명했다고 13권에서 콜베르가 직접 얘기했습니다.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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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게시판 - 22권에서 교황이 평민도 재능이 부족할 뿐 충분한 훈련을 거치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메이지가 제일 많은 트리스테인에는 재능이 좋은 사람이 제일 많다는 뜻도 되니까, 말씀하신 메이지 전력의 우위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지요.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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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게시판 - 쓰다가 누락된 게 있었군요.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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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에고, 요즘 창작게 쪽엔 잘 가질 않아서 칼럼 카테고리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네요. 이미 올린 건 어쩔 수 없고 다음엔 제대로 올리겠습니다.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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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호시린 / 타이거죠 - 생각해보니 평민채용은 필립 3세가 거의 최초로 시작했으니 저 이념을 이단으로 해버리면 앙리에타도 이단자의 손녀가 되버리네요. 오히려 다행인듯?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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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호시린 / 타이거죠 - 발리에르 공작은 전작에 비해 원작과 가깝게 묘사되네요. 충성심이 높아서 전쟁을 반대한 걸, 여러 팬픽에서 충성심이 없어서 반대한 걸로 각색하는게 개인적으론 좀 불호였는데. 마리안느는 카린느가 첫사랑이었던 걸 공작으로 바꿨군요.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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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호시린 / 타이거죠 - 그건 원작에서도 이유가 명확히 안 나왔습니다. 마자리니 성격을 고려하면, 침공전은 주인공 보정 없었으면 질 확률 100%였으니, 패전 책임도 자기가 다 뒤짚어쓰고 다음 사령관으로 공작을 세우기 위해서일 겁니다.2023-12-19
댓글목록 6
Nesstor님의 댓글
골뱅C님의 댓글
레몬조아님의 댓글
그저 빛...! 압도적 감사...! 왜 여긴 추천이 없엉...!
골뱅C님의 댓글
그런데 프라이즈님께 죄송하지만 어떤 내용이 추가된 것인지 좀 표시해주시면 안 될까요? 알아보기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프라이즈님의 댓글의 댓글
<2>의 "이런 너프는 최근 유행하는 이세계물 클리셰" 문단부터 끝 문단까지,
<3>의 "봉건제 붕괴의 조짐도 있습니다" 문단부터 끝 문단까지가 추가된 내용입니다.
골뱅C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