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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참지네님이 적으신 무서웠던 이야기를 보니 저도 하나 생각나네요.. *장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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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싫어하시는 분께선 살포시 되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그리고 무진장 깁니다. 적는 김에 기분내서 엄청 길게 적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쓸대없이 엄청 깁니다.

길고 구차한 문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피해주세요.


참지네님처럼 일단 미리 경고적어 봤습니다. 제 생각에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아래 제가 적는 이야기는, 모두 제가 직접 경험한 실제있었던 일들로, 순수하게 제 시야에서 제가 봤던 것만 묘사하므로 사실 크게 무서운 장면은 없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영감이라곤 쥐뿔도 없어요(...)

거기다 확실한 심령현상이라고 말할만한 일은 아니기도 하고...

여튼 장문이 되겠지만 마침 여름끝물인만큼 즐기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때는 제가 나름 전방 동해안 소초에서 복무하고 있던 시절이지요. 네. 흔히들 좋아하시는(?) '내가 군대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제가 복무하고 있던 소초는 인가와 거리가 멀리 떨어진 격오지인데다, 연대에서도 두번째로 섹터가 험하다고 할 만큼 (저희는 첫번째라고 말하고다녔지만.. 실제로는 두번째라고 연대 가이드(?!)에 친절히 적혀있더군요.) 절벽과 암석지대가 많은 곳으로, 덕분에 초소들이 하나같이 괴상한 위치에 오도카니 박혀있어서 스산한 분위기가 도는 곳이 많았습니다



뭐 그런만큼 괴담도 많았지요. 전 대대가 철수하면서 알려준 괴담만해도 한가득있습니다만, 그것들 빼고 제가 겪었던 것만 말씀드리죠.

바로 1초소(실제로 '1'초소는 아닙니다. 제 임의입니다. 이후 나오는 초소명은 전부..)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이 1초소는 당시 초병들이 제일 근무서기 싫어했던 두 초소중 하나로, 순찰루트가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서워서 였죠. 

위에 말했던 대로 저희 소초는 소초 바로옆에 있는 대공초소를 제외하면 죄다 괴랄한 위치에 혼자 뚝 하고 박혀있는 형태라 안무서운곳을 찾기가 더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란게 적응하는 생물인지라 몇개월간 근무서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서너달 지나자 다들 괴담? 먹는거? 하는 식이되긴 했으나.. 그중 유독 1초소와 x초소 두개 초소만큼은 여전히 으스스하다는 이유로 초병들이 싫어하던 초소였지요.



이 1초소를 좀더 상세하게 설명드리자면, 이 초소는 소초에서 북쪽 제일 끝에 위치한 곳으로 간단히 말해 절벽위에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툭하고 튀어나온 땅떵어리에 앞으로는 바다(절벽)가 있고 뒤로는 산이 있는 탐조등 초소였죠. 초소 등뒤에 바로 발전기가 위치한 건물이 거의 나무들틈에 파묻히듯 있는걸 제외하면 근처엔 나무하고 돌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위치상 초소자체가 으스스한 점도 있지만, 여기가 유명했던건 초병들이 자주 헛것을 봐서였죠. 저는 한번도 못봤지만(뒤에 말하겠지만 저는 초병이 아니었던터라) 주로 여기서 졸면 대게 코없는 아저씨얼굴 같은 괴상한 헛것을 보면서 화들짝 깨게 된다고 하더군요.(잠들면이 아닙니다. 이상하게 걍 작정하고 자버리면 괜찮은데 졸기만하면 꼭 헛걸 본다는 군요.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거긴 한데..) 



그리고 여기서 소초쪽을 내려다보면, 중간지점 쯤에 버려진 폐소초가 있지요.(초소가 아닙니다. 소초입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초소는 초병이 근무를 서는 장소, 소초는 그 초병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생활건물입니다.) 이 폐소초를 편의상 B소초라고 하겠습니다. 

이 B소초는  과거 동해안에 소초가 좀더 많던 시기에 운용하던 소초로, 제가 입대하기도 전에 이미 폐쇄되서 저희 소초로 섹터가 통합된 소초였습니다. 이 소초가 1초소 투입루트에 포함되 있어서, 1초소에 투입되는 초병은 반드시 여기 앞을 지나가야하지요.



그리고 폐건물이 그렇듯, 여기도 장난아니게 으스스합니다.. 안에 들어가보면 과거 생활관으로 쓰던 시설이 관물대빼곤 그대로 남아있는데, 전기가 안들어오기때문에 늘 어둡고 내부 천장 타일은 군데군데 뻥뻥 뚫려있어서 매우 흉물스럽지요.. 

물론 이 소초에도 괴담이 있었습니다. 이 괴담은 전 대대한테 물려받은 괴담으로, 새벽에 근무서다 1초소에서 내려다보면 전기가 안들어와서 어두워야할 이 소초에서 플래쉬 불빛이 흔들흔들 움직인다는 간단한 괴담이죠. 뭐 소대~대대 순찰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니 사실 초병한텐 리얼하게 무서운 이야기입니다만..



자, 배경설명이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시기를 설명드리면 제 복무 기간이 알려져 버리기때문에, 간단히 말씀드리면 꽤 사건사고가 많던 시절이라 근무를 FM으로 빡시게 돌리고있던 시기라고만 말해겠습니다. 계절은 아마 초여름이었던것 같네요..

덕분에 보통은 부쌤(부소대장)이랑 같이 어디 절벽끝에 앉아서 서로 담배라도 피우며 시간보내고 있었을 저(-순찰병겸 장비병겸 통신병이었습니다..순찰병이 잡다한 일 다하는건 저희 소초 전통? 이었던지라..)도 빡시게 순찰을 돌리고있었죠.. 그날도 혈기넘치시는 우리 부소대장님 뒤를 졸졸 따라 북단(1초소 방향)으로 순찰을 나가던 중이었습니다. 



일단 절벽아래로 내려가서 이제막 투입한 4초소 후반야 초병들좀 놀래켜주고 같이 노가리좀 까다가 새벽 1시를 좀 넘겼을 때쯤일까요.. 부쌤이 슬슬 북단찍고 소초돌오가서 쉬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4초소를 나와, 1초소를 향해 순찰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4초소란 섹터들 중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초소이고, 1초소는 섹터중 가장 높은 초소이지요. 그럼 뭐가있을까요?



네. 계단입니다. 둘둘팔계단이라는 네임드 계단이 거기 있었지요. (이 이름만보고도 여기 혹은 이 근처에서 복무하셨던 분들은 여기가 대충 어딘지 아셨을듯 하네요..)



섹터내에서 제일 험한 계단은 아니었지만 네임드 중 하나인 만큼 이거 한방에 올라갈려면 뒤지게 힘듭니다. 거기다 군인으로서 존심이 있으신 저희 부쌤께선 절대 계단 중간에서 쉬는 나약한 짓거리는 하지 않으셨죠.. 덕분에 사이좋게 헥헥거리면서 계단을 주파하고나니 슬슬 땀도 흐르기 시작하고 다리도 아프고 하지만 1초소는 아직 멀고.. 그런데 딱 눈앞에 뭐가있을까요? 바로 B소초가 있지요.. 



이 B소초에 대해 한가지 말씀안드린게 있는데, 이 B소초에는 휴식시설 비스무리한게 있습니다. 정확한 명칭이 제가 기억이 안나는데, 겨울철에 근무형태가 바뀌면 중간에 초병들이 순찰 중 몸을 녹이고 갈 수 있는 장소를 각 단 별로 하나씩 운용하게 되는데, 북단쪽엔 따로 쉴만한 장소가 달리 없었기 때문에 이 B소초의 상황실이었던 방을 개조해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이지요. 겨울이었다면 발전기를 돌려서 작은 아크릴난로까지 설치해두는 곳입니다만 여름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활적인 환경은 아니고, 그냥 자동차 시트? 라고하나요 그 자동차좌석을 떼네서 두개 덜렁 놔둔게 끝인데다 불도 안들어오는 스산한 곳입니다. 



하지만 스산한게 무슨 대수입니까.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 (사실 부쌤보다 제가 당장 죽을 판이었습니다. FM근무돌리는 중이라 평소라면 창고에 처박아놨을 999k 무전기까지 지고 다녔거든요.. 안들고 나갔다가 도중에 대대장이라도 뜨면 롯되니.)



둘이서 헥헥거리면서 통문 따고 들어가서 여름철은 기본 폐쇄상태인 B소초 문도 파워한 순찰병 키세트로 따버리고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어둡더군요. 이 소초의 내부 구조를 잠시 설명드리자면, 정문을 따고들어가면 아주 좁은 복도길이 조금 이어지면서 그 복도의 우측에 문이 없는 상황실(을 개조한 휴식처)이 있고 좌측에는 화장실(유일하게 문이 그대로 달려있는 방입니다. 이 화장실에도 사실 따로 괴담이 있어서.. 무섭다보니 한번도 안열어봐서 안 구조는 모르겠네요)이 있으며, 복도의 정면끝에는 옛 생활관이 있습니다. 침상형 생활관에서 관물대가 빠진 상태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 뒤로는 옜 취사장(+식당?)이었던 듯한 공간이 있고, 여기서 뒷문이 있지요. 그 옆으로 다른 공간이 더 있었던 듯 한데 전 10개월간 근무서면서 취사장 뒤로는 한번도 안가봤네요.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서, 이 상황실로 들어온 저랑 부쌤은 바로 의자 한짝씩 차지하고 앉아서 쉬고있었습니다. 어두워서 바로옆에 있는 부쌤 얼굴도 못볼 지경이었지만 어차피 눈감고 쉬고있으면 거기서 거기인데다, 무섭다고 해봐야 이미 몇개월 근무서면서 한두번 쉬고간것도 아니니까요.

여담이지만 이때즘 제가 1초소 초병들한테 신호를 넣었던 것 같습니다. 초병근무 해보신 분들은 대게 알겠지만 초병이 근무 뺑끼치다 걸리면 괜히 소초분위기도 험악해지고 같은 병사계급인 순찰병도 덩달아 단체기합받을 경우도 생기곤 하니, 순찰병은 어련히 알아서 상황실에도, 바로옆에 간부한테도 안들키고 초병에게 신호를 줄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서 써먹는게 보통이죠. 보통 무전기의 노이즈를 이용한 방식입니다만.. 뭐 어쨌건 근처에 우리 있다-라고 대충 신호를 넣어준 뒤 편히 쉬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대충 5분쯤 쉬었을까요. 부쌤이 갑자기 저를 흔들더군요. 딱히 잠들 생각없이 눈만감고 있던 저는 바로 일어났습니다. 슬슬 출발하자는 건줄 알고 총줍고 999k 매려는데 부쌤이 목소리를 낮춰서 쉬- 하더군요. 뭔가 싶어서 저도 움직임 멈추고 있으니 잠깐 조용히 계시던 부쌤이 

"야, 안쪽에서 뭔 소리 안났냐?"

이러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귀기울여보니, 저한텐 소리라곤 풀벌레소리밖에 안들리길래 잘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부쌤이 아냐 분명히 무슨 소리 났어 라시더니 진지빨기 시작하시는 겁니다.. 그걸 보고 아 이거 또 시작이다 싶더군요.



저희 부쌤은 별명이 리얼군인이셨지요. 평소엔 걍 장난끼 좀 있으면서 병사들 고충도 잘 이해해주는 좋은 부사관이시지만 실제로 무장공비 사건까지 경험해보신 분(96년 당시 실제로 작전에 참여하셨다고 하시더군요)이시라 그런지 몰라도너무 뼛속까지 군인이신 분이신지라.. 

간단히 그분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제가 복무중 딱 두번 경험해본 실상황 때 한번은 그냥 걸어가기도 힘든 암석지대를 포복으로(....) 가시기도 하고 남단에서 상황터지니까 북단에서 총매고 2키로 가량을 그대로 한번도 안쉬고 달려가셨을 만큼 진지한 군인이셨습죠. ..덕분에 부쌤 따까리인 저도 위에 적은 저것들 다 경험 해봤습니다. 눈앞에서 부쌤이 포복전진 중인데 제가 뒤에서 멀뚱멀뚱 걸어갈 순 없잖아요..



부쌤 분위기를 보니 아 이거 또 고생하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장단맞춰드리느라 조용히 있는데 부쌤께서 갑자기 저보고 '안에 보고와봐라' 라고 하시더군요. 어.. 제가 말입니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하다못해 같이 가실 줄 알았는데..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생활관 지나서 취사장 뒷문 잠겼는지 확인해보라고 루트까지 지정해주시면서 999k는 놔두고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밤근무 오래서면서 많이 극복했다곤 하지만 원래 겁많은 성격이던 저는 말그대로 총대매고 발 질질 끌면서 어두운 생활관쪽으로 가봤습니다.. 사실 가지고 있던 LED 랜서 후레쉬를 풀로 땡겨서 확 켜고 가고싶었지만 부소대장이 후레쉬도 켜지말고 조용히 갔다오라고 하더군요. ..옘병. 순찰중에 후레쉬 켜는 거 아니라고 평상시부터 말하시긴 했지만 그땐 욕나올뻔 했습니다.



어두워서 코앞도 잘 안보이긴 해도 일단 기본적으로 침상형 생활관이란건, 중간에 난 직선복도만 따라가면 되는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저는 어렵지 않게 취사장앞까지 도착했습니다. 취사장은 그래도 큰 뒷문이 창문역활을 해주고 있어서 (두꺼운 유리로 된 문입니다.) 별빛인지 뭔지가 들어오고 있어서 위치는 그럭저럭 알겠더군요. 저는 더듬더듬 걸어가서 문을 덜컹덜컹 밀어보니, 제대로 문고리에 쇠사슬이 잠겨있어서 안열리더군요. 혹시나해서 잠깐..아주잠깐 멈춰서 귀도 기울여봤지만 풀벌레 소리밖에 못들었습니다. 거기까지만 확인한다음 냉큼 후다닥 돌아와서 부쌤한테 아무 문제없더라고 알렸죠.



그랬더니 이번엔 부쌤께서 진지하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뭐 짐승같은거라도 들어온거 없어?



   너 가있는 동안에도 간간히 다른 소리 들렸는데? "



그 말 듣고나니 갑자기 소름이 쫙 돋더군요. 전 정말 아무소리도 못들었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이거 혹시 부쌤이 나 놀리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 참에, 부쌤이 영 이상했는지 본인이 직접 가보겠다고 따라오라더군요(...) 아니 그러실거 첨부터 같이 가시지..



뭐 말없이 일단 뒤따라갔습니다. 제가 갔던 길 그대로 생활관을 지나서 취사장에 도착하신 우리 부쌤께선 문 잠겨있는지 한번 확인하시더니, 아주 거리낌없이 가지고 계시던 LED후레시를 켜시더군요(..) ..그거보고 저도 냉큼 따라 켰습니다. 불이 들어오니 그래도 좀 덜 무섭더군요. 후레시를 드신 부쌤께선 저를 뒷문 앞에다 두시고 혼자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리저리 부쌤이 혼자 움직이는 걸 보고만 있다가, 잠깐 뒤에 돌아온 부쌤이 영 이상하다는 듯이 좀전까지 카탕카탕 하고 뭐 굴러가는 소리같은게 계속 났는데 이러시더니, 일단 나가자고 하시더군요.  감사한 말씀이지요. 냉큼 나왔습니다.



999k까지 다 짊어지고 후딱 나온 뒤 B소초 문을 잠그고, 아직 영 미심쩍어 보이는 부쌤과 함께 당초 목표였던 1초소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아까 연락넣고 시간이 좀 지났으니 한번 더 연락넣을까 했지만(초병에게.), 보니 1초소에서 보란듯이 탐조등 돌아가고있더군요. 그거보고 아 문제없겠구나 생각하고 그대로 1초소로 향했습니다. 제가 신호를 미리 보낸 건, 미리미리 탐조등 돌리면서 근무서는 척 해두라는 신호였으니 저리 성실하게 ㄹ자로 뱅뱅 돌리고 있는걸 보면 확실하게 입감했단 뜻이니까요.



여튼 다시 헥헥거리면서 경사로를 기어올라가고 있으니, B소초의 일도 벌써 뒷전이고 그냥 땀뻘뻘 흘리면서 부쌤뒤만 졸졸 따라 걷는 기계 상태가 되서 어찌저찌 1초소에 다달았습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죠.



..수화가 안와요. 1초소의 탐조등초소 특성상 탐조등을 돌리는 중에 후면을 살피기가 힘든 구조긴 하지만 FM상 수화는 그래도 꼭 해야 하는 거죠. 미리 연락도 넣었으니 부사수가 뺑뺑 탐조등 돌리고 사수가 매의 눈으로 뒷길을 지켜보고 있어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부쌤이 요것들봐라? 하시며 발소리도 죽이시고 살금살금 초소 뒤로 접근하는걸보고 저도 별수없이 기척 죽이고 뒤를 따랐습니다. 실수인척 소리를 내도 괜찮지만 제 근무 파트너는 부쌤인 만큼 너무 병사편 티내는것도 안좋거든요.



여튼 결과적으로, 부쌤은 수화없이 초소에 당도하고 말았습니다. 뻥 열려있는 뒷문으로 슬쩍보니 부사수가 탐조등에 혼자 들러붙어있고 제 선임이었던 사수는 초소 한켠에 디립따 앉아서 쉬고있더군요. 총도 그냥 벽에 기대둔 채로요.



아이고야 이건 구제할 도리가 없다 싶어하고 있는데 그제야 부쌤 발견한 사수가 오뚜기처럼 발딱 일어나더니 총들고 정지정지정지!라고 래퍼 뺨칠 속도로 외치시더군요(...) 부쌤의 반응은 당연히 개소리도 풍년이다.



뭐, 그래도 다행히 병사들에겐 꽤 너그러운 편이셨던 부쌤이 가볍게 주의주고 내일 아침 수제선(해뜬 뒤에 철수하면서 섹터 한바퀴 빙도는걸 말합니다) 돌 때 나(부쌤)랑 같이 함 FM으로 돌아보자-라고 예약 잡으시고(..) 부사수랑 말하러 앞으로 가시더군요. 그사이 둘이서 남은 저는 그 선임한테 물어봤습니다.



"제 신호 못받으셨슴까?"

"어? 받았지."
"근데 왜 수화 안하셨슴까.."



그랬더니 선임이 말하길,



  "아니 난 B소초쪽에 불빛 보이길래 그거 너넨줄 알고 xxx(부사수)보고 불꺼지면 말해라하고 쉬고있었지.."



라는 겁니다.



응? 무슨 소리래요 저게. 불이라면 부쌤이랑 제가 아까 B소초 뒤지느라 라이트 켜긴 했습니다만 그 뒤로는 당연히 끄고 올라왔는데.

멍때리고 있는데, 선임이 한마디 더 하더군요.



  "근데 너희 뭐 누구랑 같이 왔냐? 라이트 계속 켜져있던데"



이건 또 무슨 개소리 mk-2인가 싶어서 부쌤서있는 초소앞(탐조등 초소엔 탐조등 돌리는 테라스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으로 나와서 보니까,



진짜로 B소초쪽에 하얀색 라이트가 켜져있는 겁니다.



어, 저거.. 싶어서 말이 막혀있으니까 부쌤도 그걸 봤는지 저거 뭐냐고 묻더군요. 아니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정확히는 라이트 불빛은 아닌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래도 순찰병 하면서 라이트 켜진건 거리별로 정말 많이 봐왔거든요. 그때 본 불빛은 라이트 불빛이라기 보다는 그 건물 외편에 달아놓는 외곽등?같은 느낌으로 움직이진 않고, 좀 흐리게 보이는 불빛이었습니다. 창문안에서 비치는 불빛이랑도 다르니 아마 건물 밖 쪽에 불빛인것 같더군요..

그런데 방투등 색(주황색)이랑은 완전히 다른 흰빛을 섹터에서 볼려면 후레쉬밖에 없습니다. 차 라이트는 그것보다 더 밝고요. 민가랑은 제일 가까운곳이 수 키로고 그나마도 출입금지구역이라 민가 불빛이나 민간인이 들어왔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뭣보다 방금전까지 저랑 부쌤이 바로방금전까지 거기 있었잖습니까.



그리고 한 10초쯤 됐을까요. 저랑 부쌤, 초병 둘해서 네명이 보고있는 앞에서 그 불빛은 금새 사라져버렸습니다. 사라질 때도 후레시랑은 다르게 천천히 꺼지는 듯한 느낌으로 사라지더군요. 후레시라면 훅하고 곧바로 사라지니 분명히 구별됩니다.

그 뒤 부쌤이 초병한테 언제부터 저거 보였냐고 물어보니, '한 20분전'쯤 부터 보였다는 겁니다. 나중에 소초와서 들은 이야기지만 저건 정확하지 않고, 사실은 저한테서 신호받고 나서 그쪽보니 '그때부터 이미 켜져있었다' 라고 하더군요.(20분이란건 순찰병한테 신호받았던 때부터 보였다라고 말할 순 없으니 대충 시간을 찍어맞춰서 말한거랍니다.) 그말은 저랑 부쌤이 그 B소초 들어가던 때 부터, 이미 저 불빛은 켜져있었단 뜻인데,



당연하게도 저랑 부쌤은 B소초 들어가면서도, 안에 뒤지면서도, 나오면서도 저런 불빛 본적 없습니다.



이후 뭐에 홀린듯한 기분으로 복귀하면서 한번 더 B소초를 뒤져봤지만 당연히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소초로 복귀한 뒤, 상황병에게 중대장님 혹시 순찰나갔었는지, 대대장급 이상 간부 순찰나간다고 연락온거 없었는지 물어봤지만, 중대장은 그때 다른 소초에 있었다라고 하더군요. 대대장이상도 순찰나갔단 소리는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그때 그 불빛이 뭔지 모르겠네요. 그 뒤로도 사실 초병들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그 불빛을 보긴 했다고 합니다.(저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전 대대한테도 비슷한 괴담을 들었으니, 거기 뭐가 있긴 있었던 것 같지만 끝까지 정체는 밝히지 못한 채 저는 해안철수를 했고, 무탈하게 전역했습니다.



이게 끝입니다. 그 당시엔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딘가 빛을 반사할 만한게 있어서, 어딘가에서 날아온 빛이 어떻게든 반사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은 알 길이 없지요. 뭐 그냥 무서운 이야기라기보단 신기한 추억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뭐였던 걸까요...





여기까지 제 졸렬하고 길기만한 문장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사실 저기 말고도 또다른 x초소에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도 다룰까 했지만 그건 장장 4시간에 달하는 시간동안 일어난, 연대급 실상황작전(..)으로까지 번졌던 사건이기 때문에 다쓰려면 무진장 길어질 것 같아 그냥 포기했습니다. 

사실 그건 본내용보다 다음날 사단장 및 사단작전참모라는 별의 행진이 현장시찰나온게 더 호러였던 이야기인지라(...) 별로 재미있을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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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8

조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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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리얼한 공포체험 정말 좋아합니다(...) 필력도 좋으시니 긴 거 한편 더 써주시는 편이 어떠하실지요?

<div><br /></div>

부드러운나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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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초소에 관한 괴담도 기대되네요. 역시 이래서 군대 괴담이 재밌습니다. 리얼하거든요(...)&nbsp;



<div>인터넷에 종종 떠다니는 막장개그 8벙커 GP 괴담이 제가 근무했던 GP 이야기라 말도 안된다고 헛웃었던 적도 있었고...&nbsp;<img src="/cheditor5/icons/em/em14.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캐시미아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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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소초 이야기는 괴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뭔가 허무해서 재미없을겁니다. 위에 저 이야기도 기승전뭔소리야 였다면 x소초 이야기는 기승뭔소리야뭔소리야거든요.&nbsp;

<div>괴담이 될까말까 하는 찰라에 연대장까지 보고가 올라가버려서 연대작전이 걸린바람에 너무 리얼한 전개가 되어버려서...<img src="/cheditor5/icons/em/em4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부드러운나쵸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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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군대식 리얼 공포!! 연대장님 까지 보고가 올라갔다니!&nbsp;

캐시미아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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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사단에서 별님들이 두분이나 오셨죠. 덕분에 그 사건 일으킨 제 선임병 한명은 무전하나로 별을 호출한 병사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군대식 코즈믹호러.

청해일성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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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소초라면 반× 말씀이신가...거기가 대숲도 있고 유명하긴 했는데

캐시미아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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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때는 강원도 동해안쪽 소초들은 거의다 꿰고 있었는데 이제 오래되서 반X가 어디인지 잘모르겠네요.. 제가 나온곳은 본소초도 저 폐소초도 모두 xxx소초로 세글자 짜리 인지라.. 그런데 저희 소초도 남단쪽에 대숲이 있었는데..남단쪽에도 폐소초가 하나있었지만 거긴 저희 구역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img src="/cheditor5/icons/em/em54.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검은희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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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군대 괴담이 재밌네요.<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