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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면접을 본 이후로, 계속 자기에게 환멸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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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수요일 날 수원 모 부대에 들러 신체검사 및 면접을 보았습니다.
면접은 소령, 준위, 원사 3명의 면접관 분께서 3명의 부사관 지원자를 대상으로 10분 간 대담을 실시하신 게 전부고, 신체검사에서는 간단히 혈압과 색약, 색맹 정도만을 검사한 게 전부입니다. 6월 경에 있었던 1차 필기 시험을 합격한 70, 80여 명의 1차 합격자 중 5명(여자 둘, 남자 셋)이 모종의 이유로 2차 면접을 불응시했고, 그로 인해 5명 정도가 줄어든 상태인 1차 합격자들이 A, B, C조의 세 개 조로 나뉘어 각각 신검과 면접을 보았는데-. 숫자가 숫자라 그런지, 전부 끝나고 나니 12시에 시작했던 게 3시가 넘어 있더군요. 다행히 집도 수원이라 금방 돌아왔습니다.

신검은 물론이고 면접도 어려운 건 없었습니다. 되레 같이 면접을 본 두 명의 예비 후보생이 미필이셨던 덕에, 나름 군필다운 대답을 한 제 쪽이 조금 더 가산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관측마저 했습니다. 물론 속으로 덜덜 떨면서 몇 가지 질문에 엉성한 대답을 해댄 건 제 쪽도 마찬가지였지만요.

2차 면접 결과는 26일에 나온다고 하니, 2주 정도는 제대로 달리기 연습이라도 해두자는 내일까지만 쉬자. 생각으로 26일 발표와 6일 입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무난하고 평범한 얘기지요.


대부분의 군필자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사실 저도 육군에서 병 생활을 했던 2년은 솔직히 말해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소부터 삐걱댄 2년이 겨울 혹한기 훈련 중의 사고로까지 이어지면서, 제대 후에 남은 기억이라곤 혼나고 깨지고 다치고 구르고 갈궈진 기억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죠.

평소에도 그렇고 예비군 훈련 때에도 군 복무 당시의 기억은 그다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던 데다가, 설령 떠오른다 한들 이불 속에서 발차기 한 번 하고 말면 끝이었는지라 이전까지는 당시의 기억을 그다지 되새기지 않았습니다만... 수요일 날 면접을 보고 온 이후로는, 계속 당시의 기억만 떠오릅니다. 덕분에 컨디션도 계속 별로고요.

솔직히 무서운 것도 같습니다. 아니, 무섭네요.

수요일 면접 당일 날에도 그랬습니다. 부대 안을 돌아다니는 병사들과 간부들을 보면서, 자꾸 육군 복무 당시의 기억이 오버랩되는 게... 공군은 부대 내규상 복무 환경이 더 좋을 거고, 한군두 이외의 선택지를 고를 만한 여유도 제게는 없는 데다, 붙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으면서...... 반대로 마음 한 편에는  안 붙게 되어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여태껏 준비 잘 해 온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기분은 최악이고, 1차 필기 통과로 누군가 한 명을 아쉽게 만들었으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도 환멸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또 그 와중에도 훈련소를 다시 갈 생각을 하니.... 또 기분은 더 나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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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8

루시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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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매리지블루라고..결혼하려는 사람이 결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증상같은거랑 비슷한거 같습니다.</div>

LeimHartz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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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그런 생각도 들고... 어차피 갈 거면서 무슨 궁상이냐 싶기도 하고... 막 그런 기분이네요. <br />

agayo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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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현상을 겪는건 딱히 드문게 아니에요.<br />그러니깐 그런생각이 들고 느끼는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진마세요.<br />그냥 그렬러니 하고 넘길수 밖에 없습니다. <img border="0" src="/cheditor5/icons/em/em39.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alt="" /><br />

LeimHartz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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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열심히 준비하는 게 답이겠지만요... 가을을 타나... <br />

망나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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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내세요. 저도 준비하는 시험 때려치고 걍 군대가는게 맞지 않나 늦은 나이까지 이러고 있습니다만. 같이 힘내서 잘 준비해요.

<div>가을이라 그런가 더 감성돋네요..</div>

LeimHartz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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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후우... <img border="0" src="/cheditor5/icons/em/em29.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alt="" /><br />

이자요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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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10월에 부사관 시험을 봤습니다

저는 님과다르게 미필인지라서 부대와서 무시당하기도 했습니다 부사관 도 매력있는 직업이며 자랑스럽게 여길수있는 직업입니다

그부분은 부사관 학교에서 배우실태지만 힘내십시요

추신:현역은 훈련소를 안가고 부사관학교 로갈겁니다(예비역은 잘모르겟지만)

LeimHartz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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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훈련소라고 써놓기는 했지만 일단 부사관학교로 가서 거기서 훈련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군사훈련은 12주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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