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찝찝한 심정입니다.
2014.12.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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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여학생 두 명이 다가오더니 복많이 받으라며 조그만 복주머니를 주었습니다.
밝은 목소리와 율동(손 흔들기) 비슷한 것을 포함해서요.
그리고 본인들이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이라며 아이들을 돕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마 드리면 되겠냐고 되물으니 마음 내키시는대로 달라며 보통 5천~만원을 내신다고 하더라고요.
가난한 학생이라, 액수가 좀 크게 느껴지면서 머리 한 켠에 혹시 이건 새로운 종류의 사기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그래서 얼마 드리면 되겠냐고 되물으니 마음 내키시는대로 달라며 보통 5천~만원을 내신다고 하더라고요.
가난한 학생이라, 액수가 좀 크게 느껴지면서 머리 한 켠에 혹시 이건 새로운 종류의 사기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일단 이건 일종의 기부일텐데 누구를 위해서 기부하는 건지 써있는 팜플렛이라던가 소개문구 종이 같은 것 없이 여학생 두 명이 복주머니 하나만 들고 와서 말로 이어갔거든요. 어디에서 주관하는 기부라는 소개문 또한 없었고......
복주머니는 손가락 두 개 크기의 작은 비닐 봉지에 손가락 하나만한 작은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학생이라 가난하다며 이천원을 주니 감사하다고 받고 액수를 확인하고, 복주머니 원가가 이천원이라며 조금만 더 달라고 하기에 천원을 더 주었습니다.
그렇게 미묘한 심정으로 뒤돌아서 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여자 웃음소리가 들리더군요.
뒤돌아보니 그 여학생들이 출구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그 학생들이 웃은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데, 전철을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복주머니를 권유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합쳐지니 묘하게 찝찝하더군요. 기부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유할 법한데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면 과에서 만들어서 학과인원에게 할당량을 맡겨서 판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자니 보통 그런 건 학교에서 팔지 역에서 팔지는 않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호구 하나 잡아 사기친 건가하는 의심도 들고. 액수가 작아서 비웃고 간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액수고, 반드시 사기라는 보장도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스스로를 보니 좀 삭막해진 거 같고 의심만 는 것 같아서 씁쓸한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기부가 아니라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았거든요. 어느 쪽도 확신이 안 서는 상황이라. 기부한 셈 치면 되긴 하는데 마지막 웃음소리가 묘하게 찝찝해서.
여하튼 미묘찝찝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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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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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즐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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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7
새터나이님의 댓글
하타노님의 댓글의 댓글
D군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 이 생각하고 스스로의 삭막함에 씁슬함이 한 입 가득.... 그냥 제가 썩은 사람이고 저게 기부 맞았으면 좋겠습니다.</div>
<div><strike>그런데 기부 맞다고 생각하면 고작 삼천원 내면서 온갖 냉소적인 생각을 한 스스로에게......으아아</strike></div>
새터나이님의 댓글의 댓글
분노포도님의 댓글
dude님의 댓글
<div><div><br /></div>
<div>우선적으로 사람으로 꽉 차 있는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 예의상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거리조차 두지 않고 밀착하려는 태도 및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처음 보는 사람에게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려는 행태에서 오히려 불쾌함이 느껴져 그냥 무시하고 제 갈 길 가버렸습니다. 아예 제 팔을 붙들고 늘어지려 들었지만.. 신장차가 거의 1.5배가 나서 다행히(?) 완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 당시엔 그냥 흔한 구걸류겠거니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이 글에서 다른 분들의 사례를 듣고보니 뭔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span><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방식이 꽤 유사한 것 같습니다.</span></div>
<div><br /></div>
<div>뭐.. 물론 정말 자선 목적으로 돈을 모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원체 서울생활을 하면서 자선의 탈을 뒤집어쓰기만 한 채 제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이젠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연말에 호프집에서 친구모임을 하던 중에 들어와서 좀 큰 알사탕만한 망개떡 6개들이 한박스를 만원에 팔려는 아주머니도 봤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마침 친구 중 한명이 세쌍둥이를 얻게 되어서 축하하고 있었는데, 곧바로 그 이야깃거리를 물고서는 본인도 세쌍둥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더군요.</span></div>
<div>전 몰랐습니다만, 다둥이 어쩌고 해서 다자녀가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고, 거기에 대한 증명서 같은게 있나 봅니다. 그 세쌍둥이를 얻은 친구가 증명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대꾸도 안 하고 얼버무리고 넘어가더군요.</div></div>
<div><br /></div>
<div>팔찌건, 망개떡이건 그냥 싸구려 물건에다 말빨을 적당히 포장해서 폭리를 뜯어내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br /></div>
<div>제가 삭막한걸까요, 세상이 그냥 삭막해진걸까요.</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슬프네요.</span></div>
낭독자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