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누나 결혼식에서 울고나왔습니다.
2014.12.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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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촌누나(27, 저와 9살 차이나는군요. 물론 제가 더 어립니다.)가 결혼식을 올린다고 거전 5년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가족 친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그나마 남은 외가는 대구에 모두 몰려있었거든요.(몇몇 흩어진 분들도 계시지만 그들은 이제 제 가족 아닙니다) 그래서 인천에 사는 저희와는 연락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죠.
그래서 친척누나의 초대를 받아 어제 아버지께서 힘찬 속력으로 대구로 내려가서 저희 이모네 식구들(이모부, 이모, 그리고 사촌형. 사촌누나는 다음날이니 결혼식이라 제외)과 함께 술을 나누어마시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건만, 다음 날 가슴이 시려오더군요.
저희 부모님께서 분명히 사촌누나의 이모, 이모부되시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보면서 결혼식장에 못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서는요.
이유? 물어볼 게 뭐 있겠어요ㅡ 못 사니까 그런거지. 솔직히 말해서 저희 어머니는 막내였고, 저희 아버지는 천애고아였던 분이시라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해도 자수성가 그 이상이에요. 저한테 퍼부은 돈만해도(18년 통산 학원비) 대략 5억은 나가니까 그걸 저축했다고 하면 저희 집은 엄청나게 잘 사는 거겠죠. 하지만, 네. 그 놈의 공부라는 것때문에.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부모님의 마음가짐 아래 부모님께서는 스스로 가난하기를 자처하셨고, 결국 제 두 눈으로 이 꼴을 보고 말았습니다.
이걸로 사촌누나하고 이모하고 좀 싸운 것 같았습니다. 어제 잠을 자면서도 슬쩍 고성이 오가는 게 들려서. 사촌형도 미안했는지 왜 여깄냐고, 식이 끝났을 때 찾아오더라고요. 근데 그게 더 서러웠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신의 동생과 그 남편을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서 식장 한가운데 앉혀두지 않을 망정, 맨끝에 세워둘 수 있는지. 기념사진을 찍을 때조차도 저와 아버지는 고사하고, 어머니가 들어가는 것도 맨끝에 얹혀서 들어가니까 슬쩍 사진사가 짜증내는 것을 보는데, 눈에 눈물이 핑하고 돌더군요. 저는 상관없지만, 제 삼촌과 이모가 외할머니에게서 몇 억씩(지금 미국에 계신다고 추정되는 저희 외할아버지가 남기신 재산 + 외할머니가 벌어둔 재산이 장난아니더랍니다) 받아가며 몇 번을 사업 실패해도 계속 나눠주실 때, 저희 부모님은 그런 것 하나 없이 저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딴 대접 받는 거 생각하면 진짜... 그나마 밥 먹는다고 뷔페 들어가기 전에 이모와 이모부 얼굴 볼 때 생각하면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자리에서 웃었는지, 저도 참 신기합니다.
게다가 부끄럽게도 저희 외가는 제 가족을 제외하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어요. 외할머니는 지금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 계시고, 치매 초기로 추측되는 병세가 있으셔서 나오지 못하시고(그래도 꼭 저희 삼촌은 챙깁니다. 그 배은망덕한 XXX를. 그래서 또 한바탕 싸워서 저희 어머니가 마음고생이 심하세요.) 삼촌네는 '귀찮다'라며(솔직히 제 생각에는 옛날에 잘못한 것이 정말 많아서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만. 만약 그것도 아니라 진짜 저 이유면 그 때는 제가 가만히 안 놔둘겁니다. 그 XXX를.) 안 오고. 그리고 다른 한 분께서는 이미 자기 발로 집을 나가셔서 연락이 끊긴 지 오래. 그나마 참가한 것이 이모부 쪽 가족들과 저희 가족. 가족 사진 찍고 나서 참가했던 애가 나오는데, 왜 저쪽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라고 자기 어머니에게 묻는게 낯이 벌겋게 익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결국 울었습니다. 소리내서 크게 울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눈물이 계속해서 소리없이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울었습니다. 식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뷔페에 들어가서 조금 줏어먹은 다음, 어머니께서는 할머니를 보살피신다고 대구에 남아계시고 저와 아버지는 각자 학교와 일터를 나가야하니 대략 7시간 걸려 올라왔지요. 그리고 답답한 마음으로 회포를 풀어봅니다.
아직 제가 어려서 이게 참기 힘든걸까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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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8
니나니난도님의 댓글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나의 부모가 그거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한다면 자식 입장에서 얼마나 서러울까요........ 힘든 것이 당연 합니다. 저도 그런적 몇번 있었거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부모님 서러움 갚아 드리는 것은 글쓴이께서 잘되시면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하시던 공부 절대로 포기 하시지 마시고 열심히 배우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익히세요 그래야 잘되실수 있으니까요 글쓴이께서 잘되면 부모님도 좋아 하실거구요, 부모님 무시하던 친척들도 아마 그런 행동 다시는 못할 </span><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겁니다.</span></div>
깊은산님의 댓글
<div>허참...</div>
Jeon잉여님의 댓글의 댓글
<div>돈관계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니까요.</div>
WhiteOWL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저희 집 아버지께서 4남 중 장남이신데 제 멋대로 할아버지 밑에서 아버지가 19살 부터 외지 생활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생활비 충당하고 나머지 형제들 교육비까지 댔습니다만, 그렇게 나중에 자기들 먹고 살만 하니 중장비 기사로 일하시는 아버지를 홀대 하더군요. 심지어는 할아버지와 저희 부모님이 찾아 갔는데 문전박대까지...</div>
<div><br /></div>
<div>더 웃긴건 나중에 형이 서울대 합격-회계사 합격 트리를 밟고 저도 나름대로 중견회사에 또래에 비해서 제법 버는 직장을 가지게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 바꿔서 부모님을 대하더군요. 진짜 그래도 형제다 라는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부모님이 당한 그대로 돌려줬을 겁니다.</div>
<div><br /></div>
<div>형제요? 때로는 형제가 이웃사촌보다 못하는 사례가 꽤 됩니다.<img src="/cheditor5/icons/em/em29.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adam88님의 댓글
노히트런님의 댓글
<div>그냥 무시하고 사세요.사람이 덜 됬네요.그 여자분.</div>
<div><br /></div>
<div>그 사람분은 뭐가 그리 잘난 시집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무시하고 사세요.</div>
<div>생겨난 감정을 어떻게 쓰실지는 본인 마음이지만 신경 안 써도되는 친척사람 하나가 있었다...정도로 무시해주시면 됩니다. </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WhiteOWL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Babidibu님의 댓글
어그림님의 댓글
동물농장님의 댓글
그건 진짜 생판 남이 해도 욕먹을 짓인데??
남보다 못한 가족은 가족이라 인정 안하고 인연 끊는게 정답입니다
Greed한님의 댓글
<div>오히려 가족관계에서 [돈]문제가 더 심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죠...밑바탕이 [네가 어떻게 나한테?]란 생각이 서로에게 있으니깐말이죠.</div>
<div><br /></div>
<div> 사실 친인척관계에서...[돈]문제가 참 어려운게 형제로서의 문제가 아니라,가정과 가정의 문제가 되기때문에....</div>
<div>저도 백부집안과 저희집안이 냉전인 관계기도 해서...이해를 충분히합니다.</div>
T나인트님의 댓글
한 7, 8년 연락 안 하고 지냅니다. 얼마 전에 전화가 왔는데 안 받았습니다. 또 도장 찍어달라 이런 말이겠지요.
제 셋째아버지란 사람은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가게 유리창을 부셔버리고 얼마 뒤에 찾아와서 죽여달라 쌩쇼를 부리지 않나 막내아버지라는 사람은 제가 10살때 저희 아버지에게 보증을 서달라던 사람이였고요.
결국 땅 문제로 아버지는 큰아버지라는 인간에게 따지러갔다가 옷이 찟어지고 몇개월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형제라는 게 참...
그래서 전 제대로 배웠습니다.
팡링잉X황링인님의 댓글
<div> </div>
<div>아니 사실 돈뿐만아니라 다른 문제도 친척간에 얼굴을 붉히고 합니다만(경험담) 최근에 돈문제로 친척간에 언성이 올라가는거 보고 정말 사람이 돈에</div>
<div> </div>
<div>묶이면 친척이고 뭐고 없다는걸 절실히 느꼈죠.</div>
<div> </div>
<div>오죽하면 아버지가 저꼴 안보게 죽기전에 다 처리하고 간다고 하실까요....</div>
귀여운시롱님의 댓글
리테넌트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