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2015.01.07 01:14
2,187
25
0
본문
안녕하세요, InconpletE입니다. 한동안 눈물을 찔금거리면서 다니느라 추운 날씨에 눈가가 얼어 고생했던 나날이었지만, 뭐. 요즘은 할머니께서 저희 어머니께 광역도발을 시전하셔서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내 멘탈이 박★살나고 꽤나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말입니다. 요즘 슬슬 고3이 되면서 영어 공부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랄랄라거리던 제가에 관심이 쏠리게 되더라구요. 고1, 고2 모의고사는 옛날에 학원 다녔던 걸로 퉁쳤지만 고3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물론 정작 수능은 EBS 교재에서 80%가 연계되어 나오니 뭐. 차라리 조금 쉽게 내는 대신에 그런 거 연계 안하는 게 훨씬 더 수능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으려나?) 그래서 저는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만 현실이 그렇게 쉽게 살아지는 게 아니죠.
영단어를 하루에 몇십개씩 외우고, 하루하루 문법을 공부해나간다는 것. 저와 같이 기분파인 사람들에게 이건 진짜 고역이란 말이지요.(그런 놈이 수학과 지망생이라니. 나는 글러먹은 것이 분명해.) 그래서 저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소설들을 「영어」로 읽으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현실도피 하지만 영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는 뭔가 성취감이 없지요. 자칫하다가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휘리릭 읽고 지나가는 귀차니즘이 재발할까봐 저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이 바로ㅡ
ㅡ번역!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문넷의 팬픽소개란에 달려들어 Fanfiction. net영어의 저주의 소설들이 소개되어 있는 글들을 주욱 읽었죠. 취향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합하고, 영어권 팬픽인 몇 가지 후보들을 골라서 곧장 Fanfiction. net으로 접속했습니다. 물론 당장은 읽기만 했죠. 제대로 번역을 하려면 작가님께 허락을 받는 과정 등의 몇 가지 복잡한 절차가 있을 것이고, 그것까지 제가 도맡아버린다는 것은 결국 시간도, 의욕도 부족한 고3 잉여가 그 작품의 번역권을 가져간다는 것(허락이 되기는 하려나요, 하하...)이니 그 팬픽을 번역하려 했던 다른 분들에게 얼마나 민폐겠습니까. 게다가 허락없이 번역을 해서 배포하는 건 저작권 침해일거고요, 당연히. 솔직히 지금 제가 혼자서 야금야금 번역하고 있는 것도 저작권을 위배하는 것같아 혼자 뜨끔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한 번 시작했으니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각종 불안감과 뜨금거리는 감정은 일단 묻어두고, 야심차게 번역을 시작해보았습니다만, 만, 만!!
도. 저. 히. 어. 색. 해. 서. 못. 하. 겠. 네!
(다시한번) 그렇습니다. 제가 소설을 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해가며 번역을 하고, 좀 더 한국어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아 집어넣고, 글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원문 자체를 훼손하지 않는 최대한의 한도 내에서 단어를 추가하고, 필요없는 것은 빼는 등의 과정을 밟았습니다만 도저히 번역체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게다가 문장 사이사이의 연결이나 문장 자체도 읽어내려가는데 입이 껄끄러운 감각이 너무 심하더라구요. 분명 제가 가장 영어를 잘했던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뭘 읽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ㅡ 뭐, 그런 심정으로 번역을 하다가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한 분을 알게 되어(문네시안입니다!) 한 작품의 한 문단에 대해 점검을 부탁드렸죠. 그리고 나온 말들이,
아는 형 : 미완성(철자틀림)아. 좀 이상하긴 이상하다.
저 = 미완성(철자틀림) = InconpletE : 그쵸? 이상하죠? 역시 난 안 되나봐...
아는 형 : 물론 네 것도 완벽하진 않은데, 이 글 자체가 좀 이상해.
미완성(철자틀림) : 엑?
아는 형 : 그니까, 음... 이게 초보 작가들이 많이 하는 실수거든? 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지? 있어보이려고 일부러 길게 늘려말하고, 단어도 막 어려운 거 택해서 잘 쓰는 것처럼 보이려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번역할 때 좀 실수가 많잖아. 음... 솔직히 이런 식으로 미국 대학에서 썼다가는 교수님들이 이게 대체 무슨 글이냐고 하면서 C를 내리실거야. 우리 같은 B바라기들에게는 재앙이지. 하여튼, 뭐. 고생해라.
미완성(철자틀림) : '뭐, 뭐라고?! 애초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이제는 초월번역을 해야하는지 심히 고민되는 중입니다. 근데 이건 원문 훼손이기도 하잖아요. 안그래도 심히 찔려죽겠는데 그런 것까지 겹치면...
하여튼 이런 식으로 번역을 해보고 나니 정말 번역가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모래마녀님이라든가 팀 모래마녀라는 소문이 있지요, 그런 분들은 정말 어떻게 하시는지. 외국의 표현을 옮기면서 생기는 한국어와의 호환 문제나 우리말로는 복잡미묘해서 도저히 설명불가능한 뉘앙스의 단어, 그리고 좀 전문적이라서 번역가 분들도 원래는 몰랐던 단어같은 것들은 정말... 게다가 가끔씩 위의 상황과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실지도 궁금하네요.
글이 쓰다보니 상당히 어질러졌지만 요점은 하나! 번역가 분들은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리고 내 실력은 바닥을 기는군요.
p.s. 혹시 합법적으로, 그러니까 허락을 맡고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메일을 보내서 직접 물어봐야할까요, 아니면 다른 접선 방법이 있을까요?
p.s. 2. 만약 혼자서 공부를 위해 번역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얼른 싸그리 다 지우고 마음 편하게 읽기만 하게요...
p.s. 3.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저는 이제 곧 감옥에 갇힙니다. 잠재력개발과정에 합격해 대략 3주동안 POSTECH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스마트폰(핸드폰) 이외의 전자기기는 반입이 금지라서 문넷은 모바일로 눈팅하거나 가끔 댓글을 다는 정도밖에 못하겠군요. 그럼 모두 안녕히.
- 8.24Kbytes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InconpletE
- 회원등급 : 정회원 / Level 3
포인트 100
경험치 522
[레벨 3] - 진행률
74%
가입일 :
2013-06-13 23:44:19 (4218일째)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전체 16 건 - 1 페이지
제목 | 글쓴이 | 날짜 | 뷰 | 추천 | |
---|---|---|---|---|---|
InconpletE 2,337 0 2016.05.29 | |||||
InconpletE 2,373 0 2016.04.19 | |||||
InconpletE 2,673 0 2016.02.06 | |||||
InconpletE 1,781 0 2015.12.18 | |||||
InconpletE 906 0 2015.11.12 | |||||
InconpletE 1,895 0 2015.09.27 | |||||
InconpletE 989 0 2015.08.23 | |||||
InconpletE 2,633 0 2015.08.21 | |||||
InconpletE 1,885 0 2015.06.26 | |||||
InconpletE 1,061 0 2015.05.30 | |||||
InconpletE 1,633 0 2015.02.02 | |||||
InconpletE 2,188 0 2015.01.07 | |||||
InconpletE 2,856 0 2014.12.28 | |||||
InconpletE 1,078 0 2014.12.24 | |||||
InconpletE 1,772 0 2014.10.15 |
댓글목록 25
뿌띠뚜바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Jemes님의 댓글
<div>다만 허락을 받고 싶으시다면, 팬픽션넷에 쪽지 기능이나 댓글 기능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전 거길 안 써서 시스템을 모릅니다.</div>
<div>작가와의 연락 수단이 없다고 판단되신다면, 작가가 무단 전재나 도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지 않은 이상 번역해다 올리셔도 상관없을 겁니다.</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Jemes님의 댓글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Jemes님의 댓글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Jemes님의 댓글의 댓글
<div>좋은 결과가 있기를 빕니다.</div>
<div>소설에까지 손을 대는 실력과 배짱을 가진 영어 역자분은 희귀한데다, 저 역시 서양권 팬픽을 좀 더 많이 즐기고 싶어요. 특히 해리포터...</div>
모래마녀님의 댓글
<div>무슨 일이든 그냥 많이 해보면 느는것 같아요.</div>
<div>저도 처음에 노래가서 번역을 막 하다가 서서히 팬픽을 번역하면서 많이 늘게 된것 같아요.</div>
<div>영어는 잼병★</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div>그리고 저는 일본어는 아예 못하고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것뿐이라...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것보다 모래마녀님, 혹시 초월번역 하신 적 있으신가요? 있다면 노하우 좀... </div>
무의미혁님의 댓글
컴활 자격증 필기 공부하면서 병향하다보니 공부도 번역도 안되서 연중 해버렸더니
감을 잃어버렸습니다.
물론 그와중에 야루오는 푸른피 구글번역기로 정주행 한건 안비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div> </div>
<div>힘내세요. 언젠가는 극복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strike>것보다 야루오는 보시는군요! <img style="margin: 1px 4px; width: 50px; 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border="0" alt="" src="/cheditor5/icons/em/em12.gif" /></strike></div>
무의미혁님의 댓글의 댓글
시험친 그 다음날부터 번역해서
서너편은 연재 가능했는데
저거 보느라 시간을 다썻습니다.
LastBoss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송장의간장님의 댓글
<div><br /></div>
<div><strike>저처럼 적당히 번역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때려치시면 됩니다</strike></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조낸놀기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아이시스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아이시스님의 댓글의 댓글
낙엽도님의 댓글
번역 시작할때의 초심을 힘들 때마다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다면 반은 된 거라고 생각해요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