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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가 봐도 분명 비효율적인 작업이라고 얘기 할 거라고!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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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르렌야입니다.
혹은 '렌' 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동방프로젝트에서 사토리와 코이시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둘이 넨도로이드로 나온다네? ...이건 꼭 사야해!)



설마 두 번째 이야기를 쓸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번에 쓴 '페인트 칠' 이 여태 군 생활하면서 했던 작업 중에 가장 비효율적이고 허무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전혀 아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7월 중순.

오전 일과를 끝내고 생활관에서 잠시 쉬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돌연 방송이 나오더니 여단 연병장으로 집합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하는 작업이 '잔디 심기'.

(...에)



전 제 귀가 잘못 된 줄 알았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잔디 심기?

그것도 평범한 고등학교 운동장의 2배 되는 연병장에 잔디를 심는다고?

이유를 들어보니 잔디가 깔린 곳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서?

그것 때문에 150명 정도의 병력을 전부 투입?



이게 도대체 뭔 소리야!!! 



...그 이후, 잔디 심는 작업은 농담 안 하고 진짜 지옥이었습니다.

처음 작업 내용이 뭐였는 지 듣고 난 오후엔 5시간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삽으로 구멍을 일자로 판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 잔디가 심어진 흙덩이를 구멍에 집어 넣은 후, 파묻으면 끝이었죠.

(이 작업은 이름만 '잔디 심기' 이지, 실제로 해 보니 넓은 평야에서 농사 짓는 거였다고! )



묵묵히 작업하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지금 심으면 자라기나 할까? 죽을 거 같은데.'

'잔디 운동장을 원하는 사람이 있나? 여기서 축구하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데.'

'넓은 아량으로 이 작업을 이해 할 수 있다 쳐도, 작업 종료 시간은 좀 준수해 달라고!'

(...그리고 '휴가 간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네.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다고! 여기서 빠져 나가고 싶어!!' )



작업이 끝난 후 온 몸이 쑤시며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한 후 누워 바로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점호 때 정말 기절초풍할 이야기를 듣고 말았습니다.



'내일은 조기 기상하며, 잔디 심는 게 끝날 때까지 일과를 절대 끝내지 않는다.'



......



다음 날 정말로 조기 기상하여 무려 '7시간' 을 들여 잔디 심는 것을 기어코 끝내고 말았습니다.

땀은 비 오는 듯 옷을 흠뻑 적시고, 허벅지 뒤편이 너무 아프고, 풀 냄새가 옷에 배어 이젠 잔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에 이르렀죠.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로 작업을 딱 끝낸 후 내리는 소나기...

(그 때 소나기가 마치 우리 눈물을 나타 내는 거 같아...)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이 작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이란 게 함정...

오늘은 정말 끝났다고 말하는데, 이젠 믿지도 못하겠네요.

어째 전역할 기간이 얼마 안 남을 수록, 더 힘들기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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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2

뷰너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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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를 찾는 것은 현 대한민국 군에서 좀(...)<img src="/cheditor5/icons/em/em24.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nbsp;힘 내세요...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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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감사합니다...&nbsp;<img src="/cheditor5/icons/em/em21.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alt="" border="0" />

KaiEL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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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거 해봤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작업이었죠. 병사는 노예에요 노예...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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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노예... 아무 말 없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느니...

psych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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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거 생각한 놈을 당장 끌어내서 곤장을 쳐야...<img src="/cheditor5/icons/em/em29.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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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할 수만 있다면 왜 이런 일을 시키는 지 대놓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nbsp;<img src="/cheditor5/icons/em/em23.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alt="" border="0" />

spall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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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장 고르기. 200명이 8000명을 수용하는 연병장을 삽으로 갈아엎고 다지기.

<div><br /></div>

<div>끝나면 잡초뽑기.</div>

<div><br /></div>

<div>사열끝나면 다시 고르기.</div>

<div><br /></div>

<div>군대에 합리는 별들이 하는 말씀 뿐!</div>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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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 그게 뭐야, 먹는 거야?

독화선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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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년에 있던막사는 독립중대였는데 대대에서 오르막으로만 걸어서 꼬박 1~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문제는 기본적으로 돌산이라 비가오면 쭉 오르막이 이어진다는 특징상 유수의 기세가 세져서 아래쪽 길이 많이 상했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래서 희대의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돌산길에 횡배수로 파기... 약 30미터?정도 간격으로 도로(!)에 깊이 20cm이상 폭 20cm이상의 홈을 파는 작업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작업이 끝나니 승차감이 멋지더군요. 지휘관들도 불편했는지 큰돌을 채우게 하더군요.</span></div>

<div>그러고나니 배수로의 용량이 작아져서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물이 쉽게 넘치니 아랫쪽에 둑을 쌓게 하더군요.</div>

<div>승차감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더이상 어쩌겠습니까.... 다만 기왕 만들어놓은거 활용해야한다고 비온다음이면 정비를 나가게 되었죠....</div>

<div><br /></div>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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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수로는 처음에 쓸만하기라도 했지,

<div><br /></div>

<div>이 잔디 연병장은 처음부터 저희에게 아무 도움도...&nbsp;<img src="/cheditor5/icons/em/em11.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alt="" border="0" /></div>

의욕제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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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그런 말이 우리 군대에 있었나요.....그냥 시키면 하는겁니다.....<img border="0" src="/cheditor5/icons/em/em17.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alt="" /><br /><br />저는 건물 색깔 별로라고 이제 부술 예정인 폐허 건물 도색하라고 해서, 혼자서 이틀동안 뺑뻉이 돌아서 결국 건물 도색했더니,<br /><br />대대장의 한마디 - 야 바뀐게 없다? <br /><br />마음속으로는 '색깔 똑같은걸로 더러운거 꺠끗하게 만들었는데 무슨 소리냐!!!!!'<br /><br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왜 부술 예정인 건물을 깨끗하게 칠하라고 하는지 이해불가..<br />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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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윗 분들은 이해를 못 하는 걸까요...

<div><br /></div>

<div>아니, 안 하는 건가!?</div>

닥터회색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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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 한국 자체에 합리성이 없는데 무슨 군에서 그런걸 찾으십니까....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폐륜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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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나면 진짜 프래깅 엄청 나겠다...<br />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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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제대로 따르기나 할까요...?

골빈아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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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노예지 뭐겠습니까..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summers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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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인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해야만한다는게 너무..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Dietric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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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m 쌓이는 폭설이 현재진행형으로 내리고 있는데 축구하고 싶다고 연병장 눈치우게 시키던 대대장이 있었죠...



<div><br /></div>

<div>3일 내도록 내려서 두께 20cm 빙판까지 생겼는데 그런데도 축구하더라고요</div>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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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었겠네요, 정말...

페니시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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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심기? 그건 효울적인 일입니다

잔디라도 심어서 꾸미잖아요



이제 잡초뽑기와 연병장 돌고르기가 남아 있습니다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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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록도 포함되어 있네요.

<div><br /></div>

<div><strike>...이딴 부록은 필요 없는데.</strike></div>

anatori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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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온다고 아스팔트도로를 구두약으로 미싱했었죠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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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셨겠네요, 진짜로.

MiHael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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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고 있는데 불려나와서 막사 주변에 돌멩이를 수거하라는(...) 별 그지같은 명령에 속으로 대대장 부모 안부 관련된(...) 오만 쌍욕을 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네. 어디 수송부나 도로도 아니고 하다못해 연병장도 아닌 "막사" 주변 콘크리트 바닥이요. 후방 중의 후방에 처박힌 통신부대에서!!!!!!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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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을 수 없으니 속으로 모든 분을 삭아야 하는 심정...

<div><br /></div>

<div>진심으로 이해 됩니다, 이해 되고 말고요.</div>

WhiteGlin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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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좀 극단적으로 얘기해보자면 현재 한국군은 최소한의 합리성도 보여주지 못하는 단계라....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FallingSta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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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그 풀 다시 뽑으시면 됩니다

바르렌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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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전 다행이네요, 내년에 없으니...&nbsp;<img src="/cheditor5/icons/em/em18.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alt="" border="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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