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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엄청난 겁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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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어떤 할아버지께서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로 뛰어드시더군요. 나이에 비해 정정하신 것이 빠르게 지나가시긴 하는데 차들이 항의의 의미로 빵빵거림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쓰지 않고 길을 건너시더라구요. 제 옆을 지나가시는데 좀 깬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솔직히 부럽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저라면 절대로 저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차, 무섭지 않나요? 그 무거운 게 휙휙 지나다니고.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서 제자리에 바로 멈추는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안에 탄 사람은 사각지대까지 생겨서 누가 있어도 못볼 경우도 허다하고. 실제로 운전면허를 딴 이후부터는 그런 마음이 더 커져서 바로 차를 살 생각이었지만 취소하고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그정도로 차가 무서워요. 그래서 빨간불이거나 아니면 초록불일때도 깜박거리기 시작하면 절대로 건너지 않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서있을때도 차도랑 거리를 1, 2미터 이상 벌리고요.



그리고 쓰레기 같은걸 가끔 거리에 버리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전 그것도 무섭습니다. 만약에 제가 쓰레기를 휙휙 버리는데 저보다 상급자가 우연히 그 광경을 보고서 저에게 안좋은 인상을 가진다면? 왜 드라마나 영화같은거에 자주 나오잖아요? 지하철같은데에서 노인을 도왔는데 그 사람이 사실 회사 사장이거나 회장이라서 회사에 입사하고 그런 종류의 이야기들 말이죠. 그거의 역버전이 저에게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요? 그래서 쓰레기도 무조건 손에 들고 다니다가 쓰레기통에 버리고 절대로 아무데나 버리지 않습니다. 만약에 야유회 같은걸로 멀리 여행갈때면 반드시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몇개씩 예비로 챙겨서 집어넣고요.



사실 제일 무서운건 인간관계죠. 사람이란게 제가 어떤 언행을 하거나 해서 상대방이 날 미워하거나 할지 모르는 거거든요. 요샌 묻지마 사건 같은것도 일어나고. 전혀 인과관계가 없을때도 운이 나쁘면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나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니. 히이 무서워! 그래서 전 평소에 말에도 행동에도 신경쓰고 농담을 해도 상대방이 기분나쁜 듯한 기색을 보이면 바로 사과하며, 미안하단 말과 고맙단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직원들이 그러더라고요. 팀장님만큼 미안하단 말하고 고맙단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처음봤다고요. '나 사과할때 무릎도 금방 꿇을 수 있어 깔깔' 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이거 날 호구로 본다는 말은 아니겠지?(소심) 뭐 서로 재미있게 지내고 있겠다 아닐거라 믿는 걸로. 겁쟁이지만!



누구한테 미움 사는것도 너무 무섭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너무 무섭고. 내 자신이 위험해질만한 일에 뛰어드는 것도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여행을 갔을때도 가끔 바다 근처 위험한 곳이나 산속 높은 곳에서 노는 친구들을 보면 어서 내려오라고, 이쪽으로 오라고 호들갑을 떨곤 합니다. 친구들이 '역시 겁쟁이 클래스 어디 안가네요 깔깔' 하고 비웃으면서 내려오는게 창피하긴 한데 무서운걸 어떡합니까. 아니, 저만 무서워하는거 아니잖아요? ...저만 무서워한다고요? 그래요. 전 겁쟁이였던 겁니다.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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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1 14:15:02 (6437일째)
「귀여운 저하고」「TRPG!」「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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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7

뿌찢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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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죠.<br />전혀 나쁠거 없는 마인드신데요 뭐.</p>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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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신중함까지 겹치다보니까 다들 느릿느릿하다고 놀리더군요. 시무룩

히에다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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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상입니다 [...]<br />무서워해야 맞는거고 지양해야 하는건데 그걸 갖고 용기가 없느니 겁이 많느니 하는 게...<br />우리나라가 괜히 안전불감증 소리 듣는 게 아닙니다.<br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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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전부 짐승이야 흑흑 하지만 제 가슴속에도 늑대가 살고 있었습니다

FIYDUCK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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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x&nbsp;

<div><br /></div>

<div>미어캣 o</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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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앞에서 교통 사고(사람이 그냥 생으로 차에 치이는)를 몇번 목격하고 난 뒤론. 내 몸이 더 중요하니까 교통신호를 지켜야 유리하다는 생각 하에 신호를 지키고 다닙니다.

<div><br /></div>

<div><strike>...사람들은 차를 우습게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왜 자기가 치여서 10미터 이상 굴러다니는 경우라던가. 깔린다음 몸 어딘가를 차바퀴가 뭉개버린다는 건...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 합니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strike></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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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 차는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렇게 크고 무거운게 지나가는데 왜 다들 익숙한거지... 왜죠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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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곰도 무섭습니다. ... 포획한 지 얼마 안된 정글짐 수준 밖에 안되는 어설픈 우리에 갇힌 야생곰+새끼곰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div>새끼곰을 일행이 건드리면서 어미곰이 위협을 했는데 우리가 들썩여서 하마터면 (....)</div>

<div><br /></div>

<div>...곰이 얼마나 무섭던지.<img src="/cheditor5/icons/em/em67.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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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멀리서 가만히 있거나 어린 곰만 있으면야 귀엽긴 한데. 제대로 다 큰. 그러니까 진짜 다 큰 성체 반달가슴 곰 같은 거 보면 야생동물 앞에서 맨몸뚱아리의 인간이란 그저 먹이감,장난감 밖엔 안됩니다. (...)

<div><br /></div>

<div>....<img src="/cheditor5/icons/em/em37.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nbsp;...아. 지금도 그 때 생각 하니 ...으붓.(살이 떨린다)</div>

페니시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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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왜 부러워 합니까

<div>욕해야지</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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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본문에 적어놨는데... 시무룩

필트오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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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설득력 없는 설득같지만 뭐 어때요 지킬건 지키는게 옳습니다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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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설득력 없는 설득이라는거지 왜죠

행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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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 하거나 겁먹는다고 자괴감 가질 필요가 전혀 없으십니다.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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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얌전한 사람들은 호구잡힌다고 해서 강인한 내가 되어볼까 하고 생각중인 요즘... 크앗 물을 남자답게 마시겠어!

Resta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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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만 이렇게 느낀건 불공평해! 모두들 나깉은 감정을 느껴봐라! 라는 모토로 마스터링을 하시는거군요. (...)



뭐, 언제나 안전제일이 제일 중요하고 좋은겁니다. 자기몸 다치는게 제일 손해에요.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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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left"><img src="/data/cheditor5/1509/150901_95e9c6976d3d0baee6497aab98ed36ea_h633KNSiGshaBms2GYjPvKdXEKPX.jpg" width="553" height="492" alt="2041866060_4584566d.jpg" /></div>

<div>&nbsp;</div>

노히트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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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보행자가 갑입니다!!! &lt;-친구왈 운전할때 제일 증오하는 종류.<br /><br />쫄보가 그렇게 마스터링을 할리 없잔아요테켈리리<br />배려가 (여러가지로) 좋은분인거죠.<br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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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꿔또 꿍꿔또 크툴루 나오눈 꿍꿔또

Azathot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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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이라는 건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글쓴이 분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주는 사람입니다.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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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left"><img src="/data/cheditor5/1509/150901_95e9c6976d3d0baee6497aab98ed36ea_CmKnf71aMPSUQhns9BefI4MN3c.jpg" width="1280" height="1024" alt="monsters-cthulhu_00261910.jpg" /></div>

<div>&nbsp;</div>

<div>사실 회사에서의 이미지는 이런 느낌이지만요</div>

<div><br /></div>

palatin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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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img style="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width: 50px" border="0" alt="" src="/cheditor5/icons/em/em16.gif"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kutug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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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공포를 같고있는건 당연한것이라고 생각하고 빨간불에다 차까지 있는곳에서 길을 건너는건 비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다 나이가 많으면 더욱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nbsp;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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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밤늦게 다닐때마다 좀비가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까 빨리 들어오라고 걱정해주는 차칸 오빠입니다

FallingSta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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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의 명언이 있죠

5분 빨리가려다가 50년 빨리간다고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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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달인이 되어 무림고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물빛화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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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보가 졸보의 오타가 아니라 겁쟁이라는 의미였나요?<br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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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걸로 알고 있습니다. 뭔가 쫄이 쫄았다? 보는... 조무래기 뒤에 보를 붙여서 쫄보가 겁쟁이란 뜻이 아닌가 싶은데 자세한 뜻은 모르겠군요;

물빛화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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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등재된 졸보라는 욕설이 있고 제가 아는 의미도 이것이었는데, 꽤 심한 욕인데도 불구하고 쓰시는거 보고 놀랐네요.<br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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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졸보란 말도, 그걸 욕설로 사용한단 것도 전혀 몰랐는데 심한욕을 썼다고 하시니까 제가 더 놀랐네요. 애초에 졸보란 말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은 아니니까 잘못 알았어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배드애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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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부터 겁쟁이(치킨)

줄여서 먼치킨이군요.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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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left"><img src="/data/cheditor5/1509/150903_95e9c6976d3d0baee6497aab98ed36ea_L7SXklkrtNCE5jBcC5wJU.jpg" width="269" height="233" alt="1248586359_img_3_11_7.jpg" /></div>

<div>&nbsp;</div>

혼백요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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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씨는 잡아먹어야 제맛?<img src="/cheditor5/icons/em/em27.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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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left"><img src="/data/cheditor5/1509/150903_95e9c6976d3d0baee6497aab98ed36ea_G1jQHrS48BB1BWmsG.JPG" width="108" height="106" alt="asdfe.JPG" /></div>

<div>&nbs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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