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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쓴소리를 해주는게 나을까요 안하는게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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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20년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를 X라고 치겠습니다. 초, 중, 고를 같은 학교를 나왔습니다. 얜 그래도(저보다는) 공부를 제법 하는 편이었어요. 단국대였나 아니면 건국대였나, 하여튼 서울의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갔습니다. 학과는 경제학과였어요.



경제학과는 그렇게 비전이 좋다고는 볼 수 없는 학과라고 생각했어요. 성적도 썩 나쁘지 않은데 뭔가 자격증 같은걸 주는 학과나 아니면 조금 낮춰서 경기권의 교육학과를 쓰면 어떨까 하고 얘기도 많이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때부터 공무원을 노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4년동안 공부를 해서 5급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썩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획대로 된다면 우왕 조으다 수준이죠. 그거 참 좋다고, 너 공무원 되면 나 운전수로 써줘 그때까지 운전 배워놓을게 깔깔 같은 얘기를 하면서 놀았었습니다.



그 친구가 먼저 현역으로 군대를 갔습니다. 1년 뒤에 저는 공익으로 군대를 갔지요. 그리고 둘 다 제대했을 무렵에 그 친구의 목표가 7급이 됐어요. 영어성적이 도통 오르질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쯤에 저는 L모 백화점에 입사를 했고요. 업무시간이 길긴 하지만 피곤한건 바쁠때만이고, 여유로울때는 또 한없이 여유로운 것이 근무조건이 좋은 것 같아서 그 친구에게 너도 한번 지원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 친구는 거절했어요. 백화점쪽 일을 할 생각이 없기도 했고, 공무원 시험을 보는 친구들은 또 그런 징크스가 있다면서요? 시험 준비하면서 알바나 일을 하면 절대로 안된다고요. 그런게 있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대신에 제가 먼저 입사를 했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뷔페에서 밥을 쏘고 다음엔 니가 공무원 시험 합격해서 밥을 쏘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또 2, 3년이 지났습니다. 그 친구의 목표는 9급 공무원이 됐어요. 주기적으로 시험이 있을때마다 지원은 계속 하고있고요. 하지만 좋은 소식이 들려오질 않네요. 그래. 그럴때도 있는거지. 나중에 합격하겠지. 대기만성이라는 좋은 말도 있고. 예전에 허생은 한참 공부만 하다가 마누라 등쌀에 바깥으로 나갔다가 대박터졌잖아? 오예 X허생! X허생! 최대한 응원해주려고 부정적인 말은 아예 꺼내지 않고 좋은 말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친구는 30대가 되었어요. 얼마전에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이번년도에 한번 더 시험이 남아있는데, 집안에선 그것도 떨어지면 그냥 취직을 하라고 하는 압박이 심한 모양입니다. 10년 넘게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려왔으니까요. 뭐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얼마전에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고기를 흡입! 하는데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이게 한 사오년 하다가 포기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와선 너무 시간을 쏟아부어서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고요. 도가 되든 뭐가 되던간에 계속해서, 부모님이 지원을 끊으시면 스스로 벌어서라도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에 지원을 하겠다고요.



음, 저는 경험삼아서라도 취직활동을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꼭 취직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공부만 하면 질릴 것이고. 일종의 기분전환으로 그동안 하지 않은 일을 해보는게 어떨까 하고 생각한거죠. 그러는 김에 취직이 되면 그것도 좋은거고요. 그래서 그 생각을 얘기를 할까 하는데 갑자기 목이 탁 막힌 기분이랄까, 말을 꺼낼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얘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겠죠. 애가 머리도 산발이 됐고 얼굴이 삐쩍 말라서 고기를 굽는데 뭔가 귀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한마디를 해줄까 생각하다가 일단 그날은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집에 와서 어머니랑 대화를 하다가 이 얘기가 나왔어요. 어머니는 절대로 그런 말은 꺼내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런 사소한게 사람한테 한을 쌓이게 한다고, 어차피 네가 말한다고 해서 그 애가 들을 것 같냐고 애초에 그런 말을 아예 안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그 얘길 듣고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말을 꺼내는거지만 듣는 애 입장에선 쓸데없는 간섭이겠죠. 그런데 또 친구고 오래 사귄 관계다 보니까 도와주고 싶기도 하네요.



며칠 후에 다시 그 친구를 만나게 될것같아요. 그 친구한테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경험일 것 같은데 한번 해보지 그래? 하고 말을 하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잘될테니까 걱정하지마. 화이팅 하고 응원을 해주는 게 나을까요? 참 인간관계라는게 쉬운게 아니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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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저하고」「TRPG!」「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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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7

1억년지난어헛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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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집에서 추우우웅분히 듣고 있을테니 더 이상의 쓴소리는 필요없겠네요.<br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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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가족한테 들어도 화나는게 그런 얘기인데 아무리 친구래도 괴로울 것 같네요. 맘을 정해야겠어요.

po갱년기w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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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face="궁서">취직 얘긴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관계 망쳐요. 그냥 본인이 포기할 때까지 가만히, 아무 말도 않는 게 상책입니다.</font>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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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제가 그 친구 가족이라면 모를까 일단 친구입장이고 하니까... 저한테 한마디 해달라고 하면 모를까 그전에는 그냥 입 다물고 세상 얘기나 해야겠어요. 라라펠이 최고라던지!

po갱년기wer님의 댓글의 댓글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Verme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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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돕고자 생각하는거면 말 하지 마세요.&nbsp;</div>

<div>윗분도 말했지만 그정도 상황이면 그런소리 안들 수가 없는 입장이라&nbsp;</div>

<div>친구까지 그런소릴 하면 정줄끊어질 수도 있습니다.&nbsp;</div>

<div><br /></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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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친척들한테까지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입장이라고 하긴 하던데, 역시 입을 다무는게 최고일 것 같군요. 그냥 맛집정보나 서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공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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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얼굴에 귀기가 느껴질 정도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몰려있다는걸로 추측됩니다만. 그 상태면 볼 것도 못 보는 그런지라 공부에도 안 좋아보입니다. 긴장을 풀기 위해 흔히 말하는 자아찾기 여행이라던지 마음 속까지 풀어지게 논다던지 등등의 활동이 필요해보입니다. 시야가 좁아지면 안 좋은 기분에서 나오기 어렵더라구요.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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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히려 그런 말을 해줄걸 그랬나봐요. 영 분위기가 안좋아서 저도 시야가 많이 좁아진 모양이네요. 같이 기분전환이나 하자고 해야겠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요즘 몇년동안 외식말고는 그 친구랑 놀아본 기억이 없네요

Letici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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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친구랑 신나게 미친듯이 놀아서 스트레스한번 풀어줘요&nbsp;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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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제주도 정도나 놀러가자고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그냥 고기나 먹는 걸로 해야겠어요. 비프 님으로 정했습니다

Leticia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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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만 해당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div><br /></div>

<div>정말 저정도로 몰아졌을땐 괜히 신경써주는거보단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아주는게 기분편해짐..<img src="/cheditor5/icons/em/em39.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palatin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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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보아서 친구분 심정이 공감이 되네요. 뭐 십인십색이니 다 저같지야 않겠지만, 일단 취직도 한번 도전해보라던가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사실 기분전환 삼아 여행을 하자는 말 조차 부담이 될 수도 있을 정도에요. 시험 끝나고 한가한 시기에 전적으로 치질경님이 책임지는 형태의 여행이라면 고마워하겠지만요.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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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어렵네요 ㅠ 그냥 밥이나 한번 사는걸로 해야겠어요. 그정도 정신상태라고 할것같으면 간단하게 어디서 놀자고 하는것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네요

StandardO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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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놀아주세요. 어차피 본인도 다 알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말하면 역효과 납니다.&nbsp;치질경님이 직접 일자리 소개 해 줄 게 아니라면 고깝게 들릴 겁니다. 걱정 해서 한다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요.&nbs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본인이 말하기 전까지는 취직에 관한 어떠한 말도 꺼내지 마세요.&nbsp;</span>

<div><div>놀아주신다 해도 여행같은 건 부담이 될 겁니다. 자기가 지금 여행 갈 때가 아닌데 하고 말이죠.</div>

<div>여행을 가시려거든 그 분 가족에게 얘가 상태가 이런데 부담을 풀어주고자 여행이라도 같이 다녀오고 싶다고 상담을 해서 가족들이 먼저 권하게 하세요. 그런 식이 아니면 가려고도 하지 않을 겁니다. 간다 해도 제대로 기분 전환도 안되고요. 그 부분은 친구가 아닌 가족이 떠밀어 줘야 합니다.</div>

<div>그리고 갈거면 국내보다는 해외가 낫습니다. 기분 전환이라면 말이죠.</div></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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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이니까 게임같은걸 하자고 하기에도 그렇고... 뭔가 취미가 있었다면 모를까 걔 취미는 가끔 조아라에서 소설을 읽는 정도? 전체적으로 인도어파고 취미는 그 외에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공부해야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즐기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기분 전환시켜주는 것도 쉬운게 아니네요. 일단 배나 채워줄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혼백요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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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옆에서 조용히 있어주면 충분합니다(<strike>저처럼</strike>)<img src="/cheditor5/icons/em/em88.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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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치 연애... 히이익

Croit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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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라면 이야기하는거는 그냥 놀리는 것으로 밖에 안들릴 것 같네요..<br />걍 놀자라고하면 열심히 놀아주는 것만 해줘도 충분하고 더 좋을듯...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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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마음이 흔들렸었는데 이제 결심했습니다. 싫은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것으로!

질풍백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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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무원 오래 준비하다 늦게 취직한 입장인데..

어떤 결정을 하든 들인 시간 아까워서 계속한다는 마음가짐만 버리면 좋겠네요...

그래도 계속한다면 어쩔수 없지만...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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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나름 생각하고 정한 일일테니까 거기까지 간섭을 하기에는 좀 그렇지요 역시...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만 잘되기를 바랄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유운풍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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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취준생도 취직 소리에 힘든법인데 친구분의 경유는 더할듯... 이럴때는 그냥 취직 관련 쓴소리 안하고 편히 대해주는 친구로 남는게 좋을듯 합니다



아니면 요즘 일 혹은 공무원 시험때문에 힘들지? 라는 정도로만 대해주거나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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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본래 성격이 활발했으면 모를까, 상태가 좋을때에도 얌전하고 취미는 조아라에서 소설을 읽는 정도였거든요. 달래주려니까 참 어렵구만요 ㅠ

리테넌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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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건 친구로서 어느정도의 쓴소리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br /><br />음... 이럴 경우 아직 인생 경험이 미천한&nbsp;저는&nbsp;뭐라해야할지 모르겠지만.<br /><br />법륜 스님의 말을 잠시 빌려오겠습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라.' 라고.(방황해도 괜찮아&nbsp;참조.)&nbsp;<br />오랜 시간 동안 끌어왔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이고, 그런 식이라면 질질 끌려다니기만 할 뿐입니다. 차라리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시험에 임하시고,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되면 놓아버리세요. 친구 분이 정말로 절실히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고, 또 꿈도 그거라면야 그건 생각해봐야겠지만, 그것도 아닌 듯하네요. 그냥 과감히 놓아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br /><br />투자해온 시간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시겠다고 말하시면, 그 시간을 '잃어버렸다.'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그것도 하나의 경험입니다. <br />그 과정에서 해왔던 일들이 앞으로 있을 일에서 도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br />30살이면&nbsp;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nbsp;시작하기에는 불안감을 느끼는 나이기는 합니다만,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30살이라고는 해도 얼마든지 새로운 목표를 잡고 노력할 수는 있어요. <br /><br /></p>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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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애를 충고를 받아들일만한 상태로 만들어놔야겠습니다. 뭔가 뿅갈 수 있는 신작이 필요해... 신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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