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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RPG 마스터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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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의 묘미가 자유도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한 번은 PC들과 괴물이 서로 상처 입으면서 괴물을 밀어 붙이고 있는데, 한 마법사가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전투를 끝낸 적이 있습니다.



다른 한 번은 서로 사이 안 좋은 PC A와 B가 있는데, A가 도망쳐 B의 차에 타려고 하자 B가 거부하고 뒤처진 동료를 데려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A는 빡쳐서 B의 차를 고장냈고요.



이러한 것은 컴퓨터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죠. 



(첫 번째 경우는 제가 그 장본인인 마법사였습니다. 그 후로 "인벤토리에서 도망친 아이템" 소리를 들었죠.

두 번째 경우는 마스터였습니다. 저는 그 둘이 설정에 충실한 RP를 했다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TRPG에서 완전한 자유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자유, 룰에서 벗어난 이야기 속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릴레이 소설 속에서나 존재합니다.

왜냐? TRPG는 맨 처음, 할 룰을 정할 때부터 자유도가 사라집니다.

던전월드를 구한 사람이 현대 이능력자 배틀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를 구한 사람이 SF 우주전쟁을 할 수는 없습니다.

공용룰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GURPS는 지나치게 세밀하고, 사실적이어서 초인적인 활극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페이트는 세세한 무기와 방어구의 데이터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새비지 월드는 화끈한 전투에 초점을 맞추었죠.



그리고 그 자유도는 팀을 모은 순간 더 떨어집니다.

A는 던전월드라면 당연히 용을 쓰러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이 얼마나 강할까, 그걸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생각합니다.

B는 자신의 PC는 "멸망한 왕국의 왕자"고, 용을 쓰러트려 아바마마의 복수를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C는 던전월드라고 꼭 던전에만 싸워야 하냐고 생각합니다. 험준한 산맥, 깎아지른 절벽, 투명한 옹달샘에서 놀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서로 상충되는 욕구를 맞추기 위해서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모험의 꺼리들이 나오는 거죠. 

용의 동굴을 찾아가는 거 자체가 모험이 된다거나, 멸망한 왕국의 신하가 NPC로 나오거나, 짱센 중간보스가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니고 나타난다거나.



그런데 이렇게 하다가 C가 "나 용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 나 용의 부하 할래."라고 판을 깬다면?

여태까지의 합의는 박살난 거죠.

시원하게 용과 싸우고 싶어하는 A. 용에게 원한을 품은 PC를 연기하는 B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거죠.





룰은 룰북에 써 있는 것만이 룰이 아닙니다. 마스터의 말이 곧 룰이란느 건 유명하죠. 사실 플레이어들 사이의 합의도 룰입니다.





이런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는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거"를 하고 싶다면, 릴레이 소설이 하기 더 편합니다. 

룰북을 살 필요도 없고, 주사위 굴리며 골몰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런 릴레이 소설 형식으로 TPRG를 하면 그건 그냥 한 무리의 사람이 모여서 즉흥적인 연극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RPG 이론가 바바 히데카즈는 그것 때문에 일본 TRPG가 망했다고 비평하기도 했습니다.

(바바 히데카즈는 98년 시절에 나온 거고, 현재와는 약간 맞지 않는다는 비평을 받지만.)





덧. 파티는 TRPG의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파티 플레이를 하면서, 각 PC는 이 이야기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됩니다. 

D&D의 파티란 전투 담당, 함정 담당, 마법 담당, 치료 담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초의 RP란 이 자기 역할에 맞는 플레이였죠. 전투 담당이라면 앞장서서 괴물과 싸운다. 치료 담당은 자신보다 더 위험한 상대를 치료한다.



D&D가 아니라 다른 TPRG 시스템이 나왔지만, 이 파티 시스템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단지 명시적이지 않을 뿐이지요. 그런 파티가 잘 안 이루어진 경우에는,

전투 위주의 시나리오에서 "전투 담당 C가 무능한 다른 PC A, B, D를 끌고 다니는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모든 빛나는 역할은 C가 알아서 처리하고, A, B, D는 붙잡힌 히로인 신세가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요 근래 가장 실패한 마스터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파티하고 몰려다녀야 하는 DD식"을 싫어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요즘 TRPG치고 파티로 몰려다니지 않는 게 있었나요?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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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Lusiya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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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 얼마나 중재를 잘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냐가 중요해지는 이유죠...<br />

모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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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 초짜라서 "TRPG는 무한한 자유야!" 이것만 알고 있으면 망합니다. 진짜.

Lusiyan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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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border="0" src="/cheditor5/icons/em/em10.gif"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alt="" /><br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br />

dk키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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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세션을 하는 초보 마스터로 배우고 갑니다 <img style="height: 50px; width: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border="0" alt="" src="/cheditor5/icons/em/em12.gif" />&nbsp;첫 플레이가 자칫 이상해질뻔 했군요

모튼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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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격 마법서점은 옛날 전연령 애니메이션처럼 행동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점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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