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의 푸념.
본문
대체 몇 달만에 돌아오는 타입문넷인지 모르겠군요. InconpletE입니다.
최근 근황을 전하자면, 현역으로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로서, 여러모로 빡센 생활을 보내느라 몸이 그다지 성하지 않습니다. 물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버텨주는 것 같습니다만, 요새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는 일이 꽤나 있어서 말이지요. 그래도 오늘같이 좀 여유 있는 날에는 이런 글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두 권의 책을 내일까지 읽어야하고, 팀플을 모레까지 마감해야합니다만 그 부분은 미래의 저를 믿도록 하지요.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잡설을 접어두고, 오늘은 대학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다름 아닌 공부. 현재 1학년 1학기에 제가 배우는 과목은 미적분학, 일반물리, 일반화학, 교양으로 배우는 국어 및 영어, 그리고 철학과 전공 선택과목입니다. 허나 수학과인 제가 이 중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미적분학, 일반물리, 일반화학을 공부하는 것에 있어 회의감이 들고 있습니다. 공부하기 싫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이것을 굳이 강의를 들으면서 배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미입니다.
물론 미적분학 같은 경우, 제가 수학과다보니 다른 과들과는 다르게 더 심화된 내용,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을 배웁니다만 실질적으로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학이란 이름의 산수를 반복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일반물리나 일반화학은 더 심합니다. 그저 우리는 문제를 푸는 기술을 배울 뿐입니다. 심지어 일반물리를 가르치는 교수님께서는 강의 오리엔테이션부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이 강의에서 문제를 푸는 Skill만을 배울 것입니다.”
그래서 교수님께는 미안합니다만, 저는 그 말씀에 상당한 실망감을 느끼고 강의 시간에 출석만 하며 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필수과목이라 어쩔 수 없이 들어야하고, 학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현실에 굴복하여 수강은 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곧장 때려치웠을 겁니다. 물론 문제풀이기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대학에서 배우길 원했던 것은 그 기술의 원천이 되는 부분들이었으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공부에 회의를 느낍니다. 오히려, 교양 국어에 훨씬 더 관심이 갑니다. 다른 반들과는 다르게, 저희 반은 철학과 교수님께서 직접 강의를 하시기 때문에 글을 어떻게 잘 쓰는가? 보다는 인문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철학과 전공 선택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여깁니다. 물론 그 난이도는 상당합니다. 저는 교양과목인 기호논리도, 그 무엇도 없이 맨몸으로 돌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흥미가 있어서 그런지 진리대응론을 배울 때는 프레게, 러셀, 비트겐슈타인을 진심으로 척살하고 싶어지더군요(…).
하지만 공부는 그저 작은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였습니다.
대학에 와서 제일 놀란 것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진심을 부딪히지 않고 간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속칭 ‘간잽이’라고 한 선배께서 일컬으시더군요. 그리고 저는 그것을 직접 맞닥뜨렸습니다.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혐오스러웠습니다. 요새 꽤나 제 성질이 진정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스스로 감정조절을 하지 못할 때(술이나 잠에 취했을 때와 같은 경우)였다면 곧장 그 사람과의 관계를 파탄시켰을 일이 발생했겠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현재 다니는 대학은 누구나 들으면 아는 대학으로, 상당히 입결이 높습니다. 즉,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물론 인성과 머리가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저는 이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스스로의 본성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고 다닙니다. 정말로 웃긴 것이, 진정으로 과를 위해서 희생하는 아이들은 무시하면서 자신들은 마치 제대로 대학을 즐기는 것마냥 다니는 꼴을 보고 있자면 가당치도 않더군요.
예시를 들어보자면, 제가 저번에 갔던 엠티가 있겠네요. 네, 거기서 먹고 마시고 놀았습니다. 그렇게 똥을 싸질렀으면 자신들 스스로가 치워야 정상이 아닌가요. 총 4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갔는데, 자신들이 한 것은 하나도 치우지 않은 채 30명이 넘는 사람이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뒤처리를 하느라 피곤에 절어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본 건, 저를 포함해 세 명만이 쓰레기장에 쳐박힌 꼴이었죠. 주인아주머니께 미안해서, 부끄러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후… 하여튼 모르겠습니다. 물론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온다고 해서 곧장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습니다만, 주위에 보이는 모습들을 보자면 무섭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정말로 피곤하다는 것을 드디어 느끼고 있어요. 그 와중에도 정말 좋으신 분들이 계시지만, 그분들만으로는 도저히 제 주변의 사람들이 주는 피로를 잊을 수가 없군요.
그럼 이만 여기서 줄입니다. 이 이상 글을 이었다가는 엉망이 더욱 심해질 거 같군요. 이상, Inconplet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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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7
나타데코코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나타데코코님의 댓글의 댓글
그런사람들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고 자신의 깊이를 더해가는게 최선이겠죠.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div>아직까지 새내기라서 그런 게 어눌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구역질나덥니다.</div>
매우힘듬이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블루시즌님의 댓글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아스트랄로피테큿스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고도워드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노히트런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raisondetre님의 댓글
<div><br /></div>
<div>헬게이트는 졸업반이 시작되면 느껴지니까요. 정말이지 대학은 취업을 위한 취업학원이 된 것 같습니다.</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엘리미나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철학과 학부에 대학원까지 왔으나 절망하고 다른 대학원에서 썩어가고 있습니다만..
복전으로 철학은... 힘들어집니다....!
dk키드님의 댓글
단적인 예로 미적분학에서 잠깐 언급하는 입실론ᆞ델타를 이용한 극한의 정의는 2학년에서 그거와 그에 파셍한 정리만을 갖고노는 해석학도 있기에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dk키드님의 댓글의 댓글
<div>1학기는 고교심화복습이니 대학에 흥미를 잃으시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들은바 교수님이 말하길 1학기부터 전공을 본격적으로 배우면 못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답니다.</div>
낭독자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hodupopo님의 댓글
HeiN님의 댓글
<div>(2) 수학과의 경우 얘기를 접해듣다보면 본격적으로 '산수가 아니라 수학을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은 선형대수학/실해석을 수강할 때부터라고 하더군요. 너무 염려하시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div>
<div>(3) 정XX 교수님 수업이 맘에 드신다니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몇 안되는 수학철학 연구자이시니만큼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후에도 수업을 수강해보시길 권합니다(이번 학기에도 대학원 과정에서 직관주의 논리학도 아니고 직관주의 집합론..이라는 매니악한 주제로 세미나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div>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Wimps님의 댓글
strandivary님의 댓글
InconpletE님의 댓글의 댓글
룽쉬어님의 댓글
달밤의춤사위님의 댓글
인간관계쪽은 반면에 간단하네요. 내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과 어울리면 되죠. 저는 그렇게 과생활을 포기하고 동아리에만 갑니다...
레몬소다님의 댓글
<div>교수의 입장에서는 진도를 제대로 빼기 힘들뿐더러, 진도를 뺀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모두 안다고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고통받기 마련입니다.</div>
<div>특히 현재 고등학교 과정 수학과 과학 교육이 대학 교육과의 간극이 더 멀어지고 있으니 더욱 심각하지요.</div>
<div>특히 물리의 경우에는 가장 간단한 역학도 기초적인 벡터미적분학이 선수되어야하는데, 이걸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웠을리는 없고(...) 대학 미적분학에서도 후반에 배우는 내용이니, 교수 입장에서는 어렵게 가르칠 수가 없죠.</div>
<div>미적분학도 저는 기초필수과목은 산수와 약간의 논리적 사고 이상은 필수적으로 가르쳐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div>
클샤님의 댓글
<div>1. 남의 인성문제는 내버려두세요. 이미 대학까지 온 인간들의 인성을 바꾸는 일은, 가족 중의 누군가가 죽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div>
<div>결국에 자기 뒤처리도 못하는 인간이 버텨낼지, 아니면 자기 뒤처리는 할 수 있는 인간이 살아남을지는 지켜보시길. </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2. </span><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내가 대학에서 이딴 걸 배우러 왔어라고 느낀다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3,4학년때 배울 전공서적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span></div>
<div>물론 다른 전공이 뭔가 더 새롭고 재미있어보입니다. 모든 학문이 처음엔 얇고 넓게 알게 되는게 당연하죠.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span></div>
<div>그런데 맥스웰 얘기 좀 들어봤다고 LTE의 작동구조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 물론 이건 전기공돌이의 예시입니다. </div>
<div>다른 학문도 처음엔 뭔가 넓게 여러가지를 아는 것 같아서 뿌듯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가면 끊임없이 파고 또 파야죠. </div>
<div>...과학고졸업하고 샤대공대들어갔다가, 천재도 아닌주제에 철학심리경제역사에 딴눈팔다가 제전공도 제대로 못챙긴 아웃사이더의 얘깁니다. </div>
카사키님의 댓글
<div>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학년때 문제푸는법 빼고, 전체과정만 가르쳐서 수강생 학점을 폭파시킨 교수님이 계셨는데, 20분짜리 풀이방법만 가르치고, 시험시간에 1시간 동안 문제당 5분만에 풀어야 다 풀수 있는 문제량을 주셨으니...(심지어 객관식이라 파드마크도 안주셨던...)<br />
<div>사실 1학년이면, 까놓고 말해서 그냥 고등학교 과정 복습이라고 말하시는 교수님들도 있는편입니다. </div>
<div>그나마 2학년으로 올라가며 전공을 고정하면 그나마 전공을 배우는에 기본적인 요소를 배우고, 3학년쯤 되면 전공과목도 좀 늘어나는 편입니다만</div>
<div>전공으로 멀 선택하실지는 모르겠지만,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넓게 배우시길 원하시면 제어공학 추천합니다. 아마 한국에서도 메카트로닉스라고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들으시면</span></div></div>
<div>전기/수학/컴퓨터/소프트/임베디드를 함께 다같이 들으시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그나마 요즘은 수학이라도 적게 나와서 다행이지만...)<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span></div>
물색의별님의 댓글
Akina님의 댓글
저걸 안 가르치고 다음 학년으로 올려보내면 대참사가...
설탕과소금0님의 댓글
나노땅님의 댓글
<div>도대체 왜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영강으로 들어야 하는지 이해도 못하겠고 하고싶지도 않아서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혼자 공부하고 있습니다.</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