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발표]눈 잘 뜨고 살아야겠습니다
2016.10.1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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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서 하소연하다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여기에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강의는 영어 강의였습니다.
발표를 위해서 발표자는 어떤 스킬을 가져야하고 내용은 어떤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고 뭐 이런 것들을 배우고 실습하죠
조는 2인 1조로 저와 A가 묶이게 되었습니다. 둘이서 함께 발표를 하는게 과제였죠.
주제 선정과정에서 제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었고 또 영어로 번역하는 게 귀찮게 느껴져서 제가 발표 스크립트를 구성하고 A가 번역을 맡기로 했습니다.
헌데 스크립트를 쓰다보니 느낀 점이 생각해보니까 제가 각종 논문을 뒤져서 정의를 찾아야 하고 일일이 발표 채점 기준에 맞춰서 작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적상 공헌도가 높았던 작업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오래 걸린 끝에 스크립트를 전부 작성한 다음 강의 시간에 A에게 너가 PPT를 작성해야겠다고 말을 꺼냈고, A는 수긍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새벽 A가 저한테 스크립트 상 내용을 가지고 톡을 걸었고, 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대답을 해줬는데...
A :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사실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은 미끼였습니다.
A : 룽쉬어야, 스크립트 상에 전문 용어 너무 많고 문장이 길어서 번역이 오래 걸리는 거 같아. 너가 PPT 좀 짜줄 수 있어? 양식은 내가 보낼게
이걸 허용하면 제가 PPT에 넣을 단어들을 또 고심해서 선정해야 할 판이니 거절해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공헌도 상으로도 별로 맞지 않고요. 심지어 전문 용어도 별로 없는 내용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수요일 시험이 있다는 걸 핑계로 삼기로 했습니다.
저 : 나 수욜에 시험인데;
A : 나 다음 주에 시험 3개야 ㅎㅎ, 내용만 작성해 줘
아니 이 사람이... 갑자기 철면피 스킬을 사용해버립니다. 별거 없는 듯이 말하지만 저게 핵심인걸요!
뭐 딱하긴 했지만 선을 그을 필요는 있어서
저 : 그럼 서로 바쁜 모양이니 서로 맡은 부분만 각자 만들자
A : 아니 어차피 통일성있게 다시 손 봐야하잖아. 그냥 내용만 넣어주면 내가 고칠게
저 : 그게 무슨 얘기야?
A : 그니까 글씨체 같은 거 꾸미지 말고 내용만 넣는 거
이쯤에서 화가 팍 치솟기 시작했죠. 아니... 진짜...
내가 실질적인 부분 다하고 글씨체 수정만 해서 숟가락 얹겠다는 건데...
그래서 이야기를 돌려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 기점인 번역이 어렵다는 얘기로 돌아갔죠
저 : 그럼 지금 파트를 나눠서 서로 번역을 하자. 나중에 서로한테 확인받고 PPT도 각자 작성하고 세세한 부분은 너가 조정하면 되잖아
A : 그래 나 지금 3/4를 끝냈어, 너가 그 뒷부분을 해주면 될 거 같아.
사실 스크립트 상에는 발표상 내용이 적은 역할이 있었고 그걸 노린 역할분배 얘기였지만 이미 3/4를 다 했다는군요.
그러면 이야기가 이상해지기 때문에 해명을 했습니다.
저 : .......아니 내 말은 어차피 맡을 역할은 정해져있고 거기에 따라서 알아서 할 거 하자는 거였어. 그럼 남은 부분 내가 하고 PPT는 서로 나눠서 만들자. 개인적으로 내가 분량이 적은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네.
A : 그럼 너 지금부터 할 수 있지?(새벽 1시)
저 : 아니 당연히 무리지. 나 내일 일정있는데;
A : 우리 화요일에 일단 예비연습이 있는데 그때까지는 다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니 내가 번역을 다 할테니 너가 PPT를 만들고 있으렴
그러니까 제가 거진 70% 가까이 해둔 내용을 A가 바쁘다는 이유로 나머지 30% 중에서 25%도 제가 하기를 원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앞에서 그냥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주기로 했습니다.
저 : 아니, 내가 내용이랑 인용 다 찾았잖아. 스크립트도 내가 평가 기준에 맞춰서 다 짰잖아. 이 상황에서 내가 PPT까지 만들라는 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니?
A : 너가 다 하라는 게 아니라 큰틀만 넣어주면 내가 세부적인 거 넣겠다는 거였어. 템플릿 맞춰서
저 : 아니 내가 개요 같은 것만 넣을 수는 없잖아. 목차만 만들라는 것도 아니고.
A : 아니, 진짜 개요만 만들라는 거였는데? 너 내가 번역한 거 보내주면 그대로 슬라이드에 복붙해서 만들어주면 돼.
저한테 덤태기 씌우려다가 공헌도 운운하니 급기야 말을 바꾸네요.
저 말 내용대로라면 진짜 10분도 안걸리는 작업인데, 설마 그런 걸 가지고 저한테 PPT를 만들라고 이야기를 했겠어요.
아무튼 점수가 아까웠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만. 분노는 계속해서 남아서 이 글을 쓰게 만드네요.
이 강의에서는 되돌려줄 수 없겠지만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손해 안보는 선에서 되돌려줘야겠어요.
P.S. 다시 한 번 보니 어째 대학생활하면서 느는 것은 레토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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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9
유희마스터R님의 댓글
궁상해탈교님의 댓글
반면교사님의 댓글
등짝좀봅시다님의 댓글
조별과제는 원래 혼자서 다 짜놓고 애들한테 들이민 다음 수정할걸 수정하는게 제일 빠른 방법
도형님의 댓글
룽쉬어님의 댓글의 댓글
물길랩소디님의 댓글
<div><br /></div>
<div> 정말이지 조별과제를 하는 이상 누군가가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최소한 상대가 그만큼 할당량을 떠맡았으면 고분고분좀 들어주면 안 되나 싶습니다 정말로(;0;)</div>
<div> 뭐라고할지. 전부는 아니지만 꼭 한 명은 누가봐도 최소최저 분량만 받았음에도 나중에 시간이 안 맞다거나 일정이 있다는 핑계로 뻐팅기다가 나중에 촉박해질 틈에 "나 못함 배째" 이러니까 진짜 답이 없어요. 더 질이 나쁜 건 일부러 말 안하고 있다가 언급했던대로 배째기(...) 결국 점수가 필요한 사람들은 "에라이 더럽다 퉷"이러면서 혼자 다하던지 "그래 같이 죽자 뻑"하면서 같이 함몰되죠. 정말 인생의 최초의 치킨게임이에요 조별과제......<img src="/cheditor5/icons/em/em3.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배드애플님의 댓글
지나가는선비B님의 댓글
근데 노력안하는 사람은 잘하든 못하든 용서가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조별과제가 헬이 되는 이유는 노력안하는 사람이 꼭 있기에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