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와 조정대신들이 원균을 쓸만하다고 평가한 이유?
2016.11.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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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실 선조는 생각보다 무능한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선조 때 인재풀은 세종 시절 정도를 제외하면 비견할 이가 없을만큼 화려했고 이순신을 초고속 승진시키기도 했죠. 전체적으로 유능한 인물들을 못 믿고 쉽게 갈아치웠지만 바꿀 때도 능력을 나름 보고 그럴싸한 인물을 대체품으로 삼았습니다. 덕분에 왕권을 유지하면서 국가 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았죠. 물론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크지만 이건 좀 다른 얘기고....
다만 전설로 남은 최악의 인사실패인 원균이 문제였는데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신립과 이일도 나름 실패였지만 선조 입장에서 이런저런 변명할 여지가 없지는 않은데 원균은 최악이었죠. 그런데 원균을 임명할 때 보면 선조만이 아니고 당시 조정대신들, 심지어 원균과 업무상 관계까지 있던 이원익까지 원균을 평시에는 못쓰지만 전시에는 쓸 장수로 취급했습니다. 삼도수군 내에서는 일개 병졸들까지 혐오할 정도로 평판이 땅에 떨어졌지만 중앙 정부에서는 꽤 고평가를 받고 있던 셈이죠.
왜 그랬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논의 되었지만 문득 든 생각.
보고서만 보면 어떨까?
예, 이순신과 원균 모두 전투를 치르고 보고서를 보냈겠지요. 원균은 연명상소로 묻어가려다 실패했으니 더더욱 자기 PR에 열심이었을겁니다.
그리고 나라 꼴인 개판 오분 전, 아니 개판인 상황에서 아무래도 지방의 장수를 파악하는 건 보고서 밖에 없겠죠. 직접 만나려고 해도 너무 멀고 장수가 함부로 비우기도 그렇고요.
그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중앙정부에서 보고서를 받았을때 상황을 한 번 생각해보면
장수 A : 제가 장수 B랑 함께 싸웠는데 적의 3~4할 정도를 제가 섬멸하고 적군의 목을 많이 벴습니다! 이건 그 증거품입니다.+증거품인 수급 첨부.
장수 B : 장수 A랑 함께 싸웠는데 제가 9할 넘게 혼자 다 잡았고, 장수 A는 하나도 도움 안됐고 방해만 했어요. 싸우다 바빠서 증거품은 없습니다. 이상.
네, 미래를 아는 입장에서야 이순신이 전부 옳은 말 한게 보이죠. 하지만 이게 이순신과 원균이 아닌 장수 A, B의 보고서라면? 과연 받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신뢰가 갈까요?
아마, 조정 대신들과 선조 눈에 이순신은 좀 잘 싸우지만 질투심 심하고 허풍 떠는 녀석이라는 이미지였을지도.....
물론 그 결과는.....(이래서 현장의 상황을 아는게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왠지 그럴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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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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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5
사나에님의 댓글
아키하모에님의 댓글
어두운달님의 댓글의 댓글
<div>온전히 외교와 국방에 힘을 쓸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div>
Tachicoma님의 댓글의 댓글
나이트해머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인터넷상에서 떠드는 기축옥사는 솔직히 과장된 경향이 크며, 정작 중요한 사회 시스템의 복원이란 측면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전형적인 '인터넷 역사관' 입니다. 이도의 용사일기를 보면 기축옥사로 인해 피해가 컸다는 지역에서도 조선이란 국가 자체에 대해 부정하고 이것의 존속은 자신과는 별개라 여기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이 고을에서 누구누구가 죽었고 누구누구가 그때문에 낙향했고...' 하는 게 언급되는 지역에서도 말이죠. </div>
어두운달님의 댓글의 댓글
으와하르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최순실이 아무리 x라고 해도 사람들 굶어죽는 거 무시하고 밥 지어 물고기 먹이며 부처님께 공덕 쌓는 미친짓은 안했고... </div>
<div><br /></div>
<div>그거 회복시켜 역대급 대전란을 7년 겪고도 견딜 국가 체력을 만들어 낸 게 선조의 업적인건 맞습니다. </div>
<div><br /></div>
어두운달님의 댓글
<div>보급과 행정도 재정비하고 민심까지 이순신 편인지라 정부 입장에선 반역을 생각 안할 수 없지요. (왜냐하면 그렇게 반역해서 세워진게 조선이라...)</div>
사나에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아무리 똑똑한 군인이 싫어도 당장 수군이 무너지면 자기 왕좌가 날아가는데 자충수를 둘 정도로 선조가 머리가 안 돌아가는 군주는 아니라고 봤거든요.</div>
어두운달님의 댓글의 댓글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그런데 제가 계속 말하는건 선조와 조정대신들이 원균의 무능함에 대해서 치명적인 오판을 한 이유입니다.</div>
<div><br /></div>
<div>나라가 말아먹히며 중앙정부고 인맥이고 뭐고 안 남는데 선조가 자충수를 뒀다면 최소한 원균을 중간 쯤은 되는 장수로 오인했다는 거죠.</div>
<div><br /></div>
<div>그런데 당시 시점에서 원균의 전과는 이순신과 이억기가 쓸어 버린 후의 떡고물 주워먹은 거에 불과했거든요.</div>
<div><br /></div>
<div>그래서 희대의 졸장이자 머저리를 쓸만한, 혹은 범용한 장수로 생각하고 정치적 판단으로 지지한 이유가 뭔지 고민한게 본문인겁니다.</div>
i양산형i님의 댓글의 댓글
<div>이순신에 대놓고 대항하던 놈이 원균뿐....</div>
호에~님의 댓글의 댓글
으와하르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문제는 글쓴 분 말씀대로 '쓸만한 장수'라는 평가가 무척이나 심각하게 잘못된 것인데, 사실 그거 밀어준 윤두수가 무능한 인사 혹은 간신이냐 하면 그게 또 아니어서 말이죠. </div>
독화선연님의 댓글
기설님의 댓글
티이거님의 댓글
그냥 선조가 왜 수군을 얕잡아본 등신이었던 거고 원균은 더 무능력한 것이었습니다
schwart님의 댓글
으와하르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설마하니 수첩공주님이 그 수준일지 몰랐다</div>
<div>설마하니 브렉시트가 통과될 줄은 몰랐다</div>
<div>설마하니 트럼프가 뽑힐 줄은 몰랐다 </div>
<div><br /></div>
<div>...이거 2016년에도 비슷한 일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네요? </div>
Tachicoma님의 댓글
Luthien님의 댓글
에레니아님의 댓글
으와하르님의 댓글의 댓글
<div>임진년 초에 선조가 의주까지 도망가지만 이미 계사년 초에 왜군은 남쪽으로 밀려 내려갔고 당해에 선조 역시 한양에 환도했습니다. 그 임란 초기 시기에는 선조에게도 이순신은 가끔씩 승수 챙겨주는 이뻐죽는 신하였지, 원균과의 교체 같은 것은 염두에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원균이 오히려 잘려 충청병사로 밀려나는 결과로 나왔고요.</div>
<div><br /></div>
<div>그리고 정유재란 당시 또 왜군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그 이순신 자르고 원균이 다 말아먹은 결과이므로 말씀하신 가정과는 크게 관계가 없어보입니다 </div>
에레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나이트해머님의 댓글의 댓글
에레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Tachicoma님의 댓글
네잎님의 댓글
Lyudmila님의 댓글
<div><br /></div>
<div>총체적 국난 -> 왕실과 조정이 민심을 잃음 -> 민심과 화려한 전공을 두루 갖추고 인품도 훌륭한 장수의 출현 -> 사실상 국가를 강제캐리하는 수준으로 칭송되다가 간판을 바꾸고 왕이 됨.</div>
<div><br /></div>
<div>이 테크 탄게 다름아닌 태조인데다가, 그 태조가 왕을 시해했다고 쓰여있던 명나라 기록들을 수정하려고 미친듯이 노력한 끝에 이뤄낸 것이 종계변무고 그게 선조의 자랑거리기도 했으니 오죽했을까요.</div>
나코님의 댓글
<div><br /></div>
<div>선조는 전쟁만 본게 아니라 전쟁 이후의 자신의 왕권까지도 생각했다는거죠.</div>
<div><br /></div>
<div>유성룡이나 이순신을 견제하기 위한 원균이였으니까요.</div>
<div><br /></div>
<div><br /></div>
아우린님의 댓글
<div><br /></div>
<div>아무 공훈도 없는 자들에게 공신책봉을 남발한거====특히 수군을 말아먹고 탈영해서 행방불명인 된 원균을 다 반대하는데 자기 고집으로</div>
<div><br /></div>
<div>충무공과 같은 반열에 올린거는 진짜 이해가 안가죠.</div>
<div><br /></div>
<div>그 탓에 현재에도 원균명장론으로 설치는 원균 후손들...</div>
MrCan님의 댓글
<div><br /></div>
<div>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임금 이연은 참 자기 중심적인 작자였다고만 봅니다.</div>
<div>왕권에만 집착해서, 이순신은 필요하지만 그와 반대급부로 아주 무능한 놈으로 집어들었던게 원균이었고 말이죠.</div>
<div>(명량해전 이후 김억추의 행보를 감안하면, 옵저버같은 사람들을 띄운것 같단 말이죠...)</div>
지어인님의 댓글
에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