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빨라도 너무 빠른 전함, 길어도 너무 긴 사거리, 넓어도 너무 넓은 진형, 좁아도 너무 좁은 우주.
2016.12.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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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밑에서 은영전 가지고 이런 저런 논의를 나누다가 문득 계산을 몇 개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 경우가 좀 거창해서 얘기 안 할수가 없더군요.
일단 전함의 크기를 어느 정도로 할까 했는데 어텐보로의 기함 트리그라프가 1km가 안 되는데 일반적인 전함들보다는 조금 짧다고 하는군요. 그럼 전함보다 작은 순양함, 구축함들은 훨씬 많을테니 평균으로 좀 길게 잡아 1km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함들의 사거리는 10광초에서 수광초 사이인 것 같은데 일단 논의 중에 자주 언급된 10광초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작중에서 자주 나오는 성계 하나가 비좁다던지 하는 묘사로 일반적인 진형의 크기를 감을 잡아볼까 합니다. 함의 속도는 도대체 묘사가 안되는데 아스타테 전 직전에 키르히아이스가 2200광초의 거리면 6시간 후에 접촉한다는 말에서 양 쪽모두 비슷한 속도로 오고있다고 가정해서 2200광초를 그냥 가는데 12시간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면 43200초에 2200광초로 1광초을 20초에 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봐야겠죠. 초속 0.05광초인 셈이네요.
성계 안의 공간이 얼마냐가 좀 애매한데 일단 무지 좁게 잡아서 태양-수성 거리라면 190광초, 태양-지구 거리라면 500광초, 태양-해왕성 거리라면 1만 5천 광초, 일반적으로 잡는 태양계 외곽까지라면 8만(!) 광초입니다.
그런데 광초라는 거리가 잘 안쓰다보니 다소 모호하고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잡히죠. 그래서 한 번 인간과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인간과 전함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키가 2m의 거인이라고 한 다음 저 수치들과 비교했습니다.
1km : 2m
500 : 1
10광초 = 300만 km : 6000km
초속 0.05광초 = 초속 1만 5천km : 초속 30km = 초속 3만m = 약 마하 100
190광초 = 5700만km : 11.4만 km
500광초 = 1억 5000만 km : 30만 km=1광초
1만 5천 광초 : 30 광초 = 90만 km
8만 광초 : 160광초
예, 예. 즉 이걸 단순 대입하면 은영전에서 성계 하나가 비좁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나오는게 얼마나 황당한지는 아실 수 있죠. 성계라는 공간은 우리가 상상한 것에 비하면 놀랄만큼 넒어서 고작(!) 1km쯤 되는 배 수만 척이 우글거리단고 비좁을 수는 없습니다. 뭐, 은영전에서 비좁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제르론 뿐이니 이제르론만 특수 경우라고 넘기도록 하죠.
하지만 속도를 보면 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거리가 자신들의 300만배(!) 인데 그걸 이론상 200초면 돌파할 수 있죠. 사람 정도 크기의 물체가 마하 100으로 움직이는 셈이고 길이 20m의 F-15의 경우라면 비교해도 F-15가 마하 1000으로 움직이는 정도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M1에이브럼스와 비교하면 포신길이까지 10m이니 마하 500으로 움직이는 셈이네요.
간단히 말해 함의 크기에 비해 사거리는 터무니없이 긴데 사거리와 비교하면 속도는 너무나도 빠릅니다. 더구나 애니/소설에 묘사되는 엄청난 함열 길이를 생각하면 면 대형도 겹겹이 쌓인 전열도 다 포기한 완벽한 한줄로 가정하고 10만 척의 함대가 태양-수성간 거리에 들어가도 1km짜리 전함들이 570km의 거리를 둔 셈으로 사람으로 치면 1km 씩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만약 십만 척이 위 아래로 10줄, 앞 뒤로 10줄이라면 거리가 100배 벌어지는데 사람들로 비교하면 100km씩 떨어져서 거리를 차지한 다음 기동도 못할 만큼 비좁다고 말하는 셈이고요.
이런 결과를 보면 은영전의 전투 방식은 적어도 작중에 나온 설정을 대입하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서로가 점으로도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사격을 할 수 있는데(지구에서는 별들이 보이지만 그건 별과 행성들이 전함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라서 가능한 일이죠) 그 거리를 좁히는데 한 쪽이 완벽히 가만히 있어도 4분도 안 걸립니다. 보병과 비교하면 탄도 미사일, 아니 우주선을 타고 달려드는 것보다 바르죠. 저기 계산에 따르면 보병으로 치면 초속 30km로 움직이는 셈인데 우주선이 지구 중력에 필요한 속력은 초속 11km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전함들에서 레이저도 10초 걸리는 거리에서 싸우니 그렇게 정신없지는 않겠지만 라인배틀처럼 느릿느릿 있기에는 정말 숨가쁠 새 지나치는 겁니다.
혹시 라인배틀 시의 사거리도 그리 길지 않은데 그 거리 정도는 4분도 안 걸려서 도달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시겠지만 여기서 문제는 라인배틀은 커녕 탄도미사일과 비교해야할 사거리입니다. 10광초의 사거리는 1km짜리 전함에 비하면 정말 끝없이 길어서 전함은 그 거리에 비하면 먼지만큼도 안됩니다. 그런데 그 거리가 200초 만에 좁혀지고, 혹시 상대방도 같은 속도라면 100초 밖에 안 걸리니 뭔가 황당하죠.
사거리는 터무니없이 긴데, 어이없게도 속도에 비하면 사거리가 오히려 너무 짧아요. 앞에도 말했듯 전투기가 마하 1천으로 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전함들이 진형을 바꾸는데 시간이 엄청 걸리거나 위나 아래로 파고들기가 불가능하다는게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진형은 넓어도 너무 넓어요. 성계 하나를 두고 싸우는데 움직이는게 좁다 어쩐다하지만 성계 하나가 비좁다는 얘기는 각각의 배들이 자기 길이의 최소 수백배에서 수만, 수십만배의 공간을 두고서 좁다고 징징거리는 겁니다. 특별히 좁다고 하는 건 이제르론 정도고 이제르론 성계가 특이한 장소라서 그런거라 치고 싶지만 여기서 아까 속도의 문제가 생깁니다. 문제는 여기 각 함선들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서 이 정도 거리도 그야말로 눈 한번 깜빡하면 충돌사고날 거리입니다. 초속 1만 5천 km라는 건 자신의 길이의 1만 5천 배 거리를 1초(!) 만에 지나간다는 건데 수만 배여도 몇 초면 지나치니까요. 물론 공간이 수 만 배나 차이가 나니 어지간하면 부딪히지는 않겠지만요.
그런데 애니의 묘사처럼 각각 함선의 거리가 함선 길의 10배 정도 라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이 정도 거리는 1만척의 함선들이 모조리 일렬로 늘어섰다고 해도 각각의 함이 10초(!)면 통과할 거리거든요. 따라서 이 정도로 과격하게 밀집하면 재빨리 넓게 퍼지지 않으면 함대 하나가 1분안에 완전 포위되고 맙니다. 그걸 막으려고 적에게 대응해 벌어진다면 이미 밀집 대형이 아니죠. 각개 전투 양상이 될겁니다.
즉, 이런 수치상의 계산을 통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일단 각각의 배가 너무 빨라서 배들이 감히 밀집했다가는 몇 분 안에 포위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속도에 맞춰 넉넉하게 공간을 잡으면 서로 간의 거리가 각자 길이의 수천, 수만배가 넘게 되고 그런 것도 1초(!)만에 거리를 좁힐 수 있으므로 필요한 거리는 정말 성계 하나가 비좁을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정도가 되면 사격의 집중으로 화망을 구성한다는게 거의 무의미해집니다. 아무리 10광초 밖에서 쏴봤자 1km(이나마도 측면 길이고 전면은 더 좁을 것입니다.) 짜리 전함들이 1만 km 차이나는 거리를 두고 있으니 함포가 100분의 1도만 어긋나도 무조건 빗나가죠. 제대로 겨냥하고 쏴도 레이저도 10초 걸리는 거리니 불규칙 기동 한 번으로도 회피할 수 있겠네요. 1만척이 한 척에 집중해도 한 척을 못 맞출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라인배틀처럼 거리를 두고 진형을 유지한다는 개념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는 극도로 빠른 속도와 사거리를 가지는 전투기나 엄청난 사거리를 가지는 전차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엄청난 속도와 사거리, 파괴력을 무기삼아 수십차례 스쳐지나가며 타격을 입히는 거죠. 사거리만 보면 자주포와 비교하고 싶지만 이 엄청난 속도와 비교할 수 가 없더군요.
따라서 여기 설정에 가장 어울리는 상황은 레이저 병기를 단 전투기 수만 대가 충돌하는 전투를 상상하면 그나마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서울에서 부산까지 1초만에 도착하는 전투기입니다.
종합 : 우리가 생각하는 것, 애니가 보여주는 것,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에 비해 설정상의 전함들은 상상도 못하게 빠르며, 멀리까지 쏘며, 우주는 넓습니다.
그래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다나카 요시키 선생이 이런 숫자에 약했고 우주의 넓이에 대해 다소 모호한 인상만 있었던 게 원인 같습니다.
그냥 사거리를 길게하려고 10광초로 하고, 2200광초에 여섯 시간이라는 문장을 처음 쓸 때 SF분위기 살리려고 넣었으며, 성계가 얼마나 넓은지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수만 척의 배가 우글거리니까 좁겠지?'라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을 넣고 그러면서 전투는 포위망 구축에만 몇 시간이 걸리고 그런 전투 중에도 함 하나하나를 확인할 여유가 있는걸 넘어 함선끼리 부딪히며 유폭을 일으키거나 길을 막는 수송선을 날려버리는 묘사가 나오죠.(만약 여기 계산대로라면 리텐하임은 수송선을 날리지 말고 그냥 위로 지나치면 될 겁니다. 아니면 그냥 수송선 사이를 통과하거나)
사실 이 문제의 반은 2200광초가 여섯시간이라는 말에 기인하는게 많아서, 즉 배의 속도가 황당할만큼 빠르다는 점이 한 몫 하는지라 이걸 배제하면 그나마 많이 낫습니다. 그걸 빼더라도 배사이의 거리가 황당할 정도로 벌어지지 않으면 성계가 비좁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해결이 안 되지만요.
물론 은영전에서 이런 거 따지는 것도 좀 우습다고 볼 수 있지만 요즘 은영전의 이러저러한 설정을 보면 저런 전투 방식과 전개도 말이 된다는 의견이 많아서 정말 그런가? 하는 마음에서 계산해봤습니다. 결국 소설내 묘사는 소설의 묘사로 보고 현실적이라고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굳이 이족보행로봇의 현실성을 따지지는 않잖아요?
P.S 1. 이제르론 요새가 고작(?) 직경 60km 인 것도 이와 비교하면 좀 생각해 볼만 합니다. 전함 60척만으로도 요새의 끝부터 끝까지 닿는데 1~2만척이 싸울, 적어도 그들이 움직일 공간이 있다면 정말 이제르론은 점에 불과하다는 점에 불과한데 직경 60km짜리 빔을 쏘더라도 그건 전함 두 척도 집어삼키기 힘듭니다. 설령 한 줄로 늘어섰다면 모르지만 그러면 저 위에서 계산한 속도와 비교하면 부딪히다 부서지기 딱 좋겠죠.
또다른건 직경 60km 즉 반지름 30km라면 부피는 고작 11만 세제곱 km에 불과한데 길이 수백 미터에서 1km의 군함 1만 5천척을 과연 주둔시킬 수 있는가....하는 문제도 있지만 이건 넘어가죠.
P. S 2. 만약 제가 계산에 실수한 게 있다면 지적해 주셨으면 합니다. 즉흥적으로 써서 오류가 있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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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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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1
River님의 댓글
psyche님의 댓글의 댓글
<div>윗대가리들 수준은 김돼지3인방과 자웅을 겨룰 것 같은 놈들이 널려있는데 장비를 이고깽급으로 무장한 동네죠<img src="/cheditor5/icons/em/em11.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뷰너맨님의 댓글
<div><br /></div>
<div>사실... 은영전의 과학기술력은 뭔가 좀 묘하죠. 기술이 무슨 성게 마냥 대단한 건 대단하고 현대와 별 다를바 없는 것들은 다르지 않으니.<img src="/cheditor5/icons/em/em5.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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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br /></div>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작가가 진지하게 설정을 짠 게 아니라서 뜬금없는게 많죠. 더구나 작품이 나오고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div>
영원의여행자님의 댓글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그래도 행성계라면 확실히 좁다는 말 자체는 맞을 겁니다. '어느' 행성계냐가 문제지만요.</div>
바이발할님의 댓글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이시유님의 댓글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폐륜아님의 댓글
<div><span style="font-size: 9pt">그리고 애니상 묘사 보면 전투할때 각 함선들 간 거리는 몇km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더군요.</span></div>
<div><br /></div>
<div>아스타테에서 2200 광초를 여섯시간에 돌파 한다는건 중간 중간 워프를 한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공식적인 얘기가 없으니 우리는 추측 말고는 할것이 없습니다. 팝콘이나 먹죠.<br />
<div><br /></div></div>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폐륜아님의 댓글의 댓글
<div>워프중인 함선들은 시커먼 공간에서 흰 원을 향해 달려가고, 출구 지점에는 우주공간 상에 새하얀 원이 생기고 거기서 함선이 튀어 나오더군요.</div>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으와하르님의 댓글의 댓글
<div>"만약 제국군이 새로운 초광속도약 항법을 개발해서 이제르론 회랑을 군사적으로 돌파할 필요 없이 통과할 수 있게 되면 동맹의 위정자들은 심각하게 전면 항복을 논의하게 되리라."</div>
<div><br /></div>
<div>즉 제국이건 동맹이건 이제르론 회랑 넓이의 영역을 한번에 워프로 통과할 수 없다는 거죠. 물론 이제르론 회랑의 길이가 길어봐야 1광년 이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 은영전 세계관에서의 워프 최대 거리는 1광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역이라고 볼수도 있을 겁니다.</div>
<div><br /></div>
<div>아 물론, 작중에서 보면 <span style="font-size: 9pt">오딘으로부터 이제르론 요새까지의 거리가 4200광년 정도라고 묘사가 되어있는 걸로 알고 오딘에서 출정한 원정군이 이제르론까지 닿는데 1개월 가량이 소요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4200광년을 30일에 주파한다면 일당 최소 140광년을 진행해야 하는데 저 위의 설정과 합치면 함대가 매일같이 최소 150번의 워프를 하는 미친듯한 혹사를 해야 이제르론에 정상적으로 도착할 수 있다는 훌륭한 설정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img src="/cheditor5/icons/em/em78.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span></div>
<div><br /></div>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div>그러고보니 4200광년 돌파에 30일이면 일당 140광년 시간 당 5.8광년을 넘겨야 하는데 대충 6광년이라 하면 최소 10분마다 워프....이 정도면 전투 때도 좀 만 불리하면 바로 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div>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븅이님의 댓글
검은불길님의 댓글의 댓글
suzan40님의 댓글
후미히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