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이장 사건 + 냥줍의 결말입니다.
2017.08.0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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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먼저 산소 이장사건의 결말입니다. 결국 직접적으로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광주까지 정-말로 꽤 멀더군요. 저는 처음에 작은 아버지가 광주에 오면 알아서 데리러 간다길래, 그런줄로만 알고 자비를 들여 먼 광주까지 직접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광주터미널에 도착한 후 광주에서 이장하는거 도와주고 있다던 큰 아버지에게 전화하니,
아 어디까지 버스로 타고 와!
이 때부터 뭔가 느낌이 쎄-했습니다. 어쨌건 광주 도착해서 다시 버스로 1시간 가량이동. 이후 내려서 다시 전화를 거니,
택시 불러줄테니 타고 오랍니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택시 타고 다시 30분 가량 이동.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내리려고 하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 : 6000원입니다.
?????????
결국 또 제가 돈을 내고 선산 입구에 도착. 그동안 종중에서 관리를 해왔다고 하는데, 그말대로 선산 근처에 종중 명의로 된 빌라가 몇 채 있더군요. 종중원들의 명의로 준다고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 동안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중간부터 큰아버지를 만나 등산 시작. 올라가는 내내 말을 거시긴 하는데 그동안 관심이 없었다는게 팍팍 느껴지는 말들만 하십니다.
몇 살이니? -> 당신 아들보다 한 살 많은데요.
어디 사니? -> 한 20년동안 서울에서 살았는데요.
대학교는 갔니? -> 예?
군대는 다녀왔니? -> 전역한지 1년도 넘었습니다.
어머니는 잘 계시고? -> 잘 지내겠음?
속으로 꾹꾹 올라오는걸 참고 공사 현장으로 가보니, 납골당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분묘 하나에 가족 단위로 모시는 중이더군요. 뭐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비하고 있는 것 같고, 올라오기 편하게 길까지 내고 주차장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봐선 헛돈쓰고 있는건 아니라는걸 확인. 그리고 몇 십년만에 만난 조카에게 점심이라고 내민게 일하시던 분들 드시고 남은 도시락 하나. 아침도 굶고 갔는데 입맛이 뚝 떨어져서 먹었다고 거짓말하고 한 숟가락정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산소로 이동했는데, 산길을 수 십여분정도 타서 도착해보니 관리는 그럭저럭 되어있는게 보였습니다. 길은 다 풀투성이라 다리에 온통 풀독이 오르긴 했지만요.
결국 술 대신으로 가져갔던 녹차를 뿌려드리고 절한다음 다시 내려왔습니다. 역시 갈 때 차비도 제 돈으로. 15년만에 만나서 혼자 먼 광주까지 찾아온 조카에게 주는 차비나 용돈? 그런거 없다. 올라가는 길, 내려오는 길 내내 산소를 옮기는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설득을 하셨는데, 이딴식이어서야 설득이 될리가 있나. 결국 어머니에게 말씀만 드려보겠다 하고 작별. 다시는 안 만나길 희망합니다.
2. 뜬금포로 냥줍해온 고양이 소식. 처음 주워왔을때에는 이상한 각질같은게 온몸을 뒤덮은 끔찍한 모습이어서 부랴부랴 씻기고 빗질해줬는데 눈도 제대로 못뜨고 걷지고 못해서 아 이거 어떻게하나...그러던 와중,
엄마 : 고양이에게 절대로 돈은 쓰지 않겠다. 기르지도 않겠다.
죽어가던 고양이 씻기고 밥먹였으니, 다시 바깥에 데려다두면 엄마 고양이가 데려갈 것이다!
저와 누나가 기겁을 해서 사람 손을 탄 새끼는 엄마가 절대로 안 데려간다. 애초에 다시 바깥에 가져다 둘거면 데려오지 마셨어야 한다, 지금 바깥에 내놔봤자 죽을 뿐이다라고 설득을 해도 철벽같은 태도로 방어막을 치신 어머니는 기어코 고양이를 데리고 내려가셨습니다.
그리고 30분쯤 후, "애가 날 졸졸 따라다녀!"하면서 다시 데려오신 어머니(...)
결국 누나가 돈을 내서 병원에 데려가서 진료보고 기생충약, 안약, 각종 검사후 고양이 사료와 영양제, 모래까지 공수해서 대략 이 시점에서 지출이 벌써 10만원. 집에서 기를수가 없으니, 결국 입양을 보내겠다고 여기저기 올리긴 했는데, 너무 꼬질꼬질하고 못생긴데다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허약해서 과연 이 녀석이 입양이 될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지금...
그럭저럭 아기고양이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토끼마냥 잘 뛰어다니고 노네요. 애교도 많고 잠도 잘 자고 잘 놉니다. 다행히 입양처도 정해져서 이번주 일요일이면 보내게 되었는데, 정 들만 하니까 가서 섭섭하긴 하지만 기르던 11살 강아지가 고양이때문에 기죽어서 맨날 우울한걸 보니 기르기도 애매...하네요.
p.s : 여담으로 저희 집에서 고양이를 제일 좋아하는건 누님인데, 집에만 오면 뽀뽀하고 껴안고 난리도 아닙니다만, 문제는 이 분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한 30분 놀면 얼굴이 퉁퉁...
p.s 2: 한 1주일 정도 고양이 버리신다고 하시던 저희 어머니는 오늘도 고양이 장난감을 사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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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2
nothing님의 댓글
<div><br /></div>
<div>욕보셨네요. <img src="/cheditor5/icons/em/em11.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소년님의 댓글
데이워치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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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타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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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kaCola님의 댓글
<div><br /></div>
<div>저희 어머니도 동물이라면 질색팔색하셨던 분인데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에 의해 강아지를 키우게 된 이후로는 강아지를 너무 예뻐라 하십니다.<img src="/cheditor5/icons/em/em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잘가시게님의 댓글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지렁이님의 댓글
베이우스님의 댓글의 댓글
너무 팔팔하고 힘이 넘치는 종특으로 아직까지도 산책 잘만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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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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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uge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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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빵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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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Tread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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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너맨님의 댓글
<div><br /></div>에...보통 길에 있을 아기 고양이의 귀가 저렇게 크던가....??? (웬지 애가 고양이가 아닌...에이. 설마)
<div><span style="font-size: 9pt">그나마 목숨을 건지게 되었군요.</span></div>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새누님의 댓글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Xiss君님의 댓글
<div>옛날 농경사회처럼 끈끈하던 시절에도 친척끼리의 다툼은 흔했는데 하물며 현대인걸요.</div>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이상해꽃님의 댓글
힘내세요!
엔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