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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업은 예로부터 대중성과 작품성의 쌈박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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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구축을 하며 미술사 관련 지식을 쌓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피카소가 입체주의로 유명했고 그런 그림이 다수 있지만서도 대중성으로 보아 말 못할 정도의 퀄리티의 그림을 다수 그린 바 있습니다.



인상파 낭만파 이런 부류를 보면 대개 그림이 고만고만합니다.



지나치게 전위적이어서 그 때 당시의 화풍과 다르면 아예 먹고 살기도 불가능한 지경이고,



반대로 유행을 너무 따라도 그냥 밥만 먹고 살지 죽은 것과 별 다른 게 없는 삶을 살기도 합니다.



최근 서브컬쳐를 보면,



90년대에서 00년대에 넘어오면서 모에/ 이세계/ 단순 먼치킨 같은 게 늘어나다가,



이제 그에 질렸는지 식도락 같은 비틀기가 나오기 시작하죠.



예전보다 변화의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른 시기지만, 그러는 중에도 꿋꿋이 자기 세계를 확립해 좋은 작품을 낼 사람은 냅니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 평도 갈리긴 하고 작가 인성 문제도 있지만,



제법 잘 팔리면서도 복선의 설치와 회수, 다양한 인물 간의 다양한 호응을 보여준 오버로드와 무직전생 같은 예가 있죠.



(잘 나가다 중간중간 삼천포로 빠지는 점은 두 작품 다 같아 보입니다만, 아직 출판 소설 버전 엔딩이 안 났으니 속단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왜 대중적인 게 대중적일까요, 작품성 있는 건 놔두고!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지만



돈을 벌기 위한 작품으로서 대중적인 걸 조금 다듬어 퀄리티 가성비 좋게 뽑는 게 먹고 살기엔 제격인 탓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다른 직업을 가진 채로 소설을 쓰긴 어려운 시기입니다.



200쪽짜리 한 권이 그렇게 쉬이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건만, 1년에 한 권이 나와도 독자는 느리다고 하죠.


한 권 내서 입에 풀칠하려면 수만 권은 팔려야 합니다. 하지만 온갖 작품이 쏟아지는속에서 그만큼 팔기가 어렵죠.


전업 작가가 되어 1년에 내던 걸 양을 늘리면 어찌 저찌 합쳐서 그 수만 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위험 부담이 큽니다.



가족까지 생기면 더더욱 난이도가 올라가죠. 가뜩이나 서브 컬쳐라 십만 권 단위는 그야말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작가나 가능한 일인데.......



그 결과 대중적인 것만 손에 잡히고 대중적인 걸 위주로 쓰게 되는 것입니다.



마션 같이 공돌이가 회사 다니다 소설 쓴 거 중에 끝내주는 거 있지 않느냐,



맞습니다. 그거 하나로 평생 먹고 살 만큼 벌었지만, 그게 가능한 인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마션도 그 공돌이가 블로그에 짬날 때마다 연재하던 소설로 시작됐죠.



위에서 예로 든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도 수학과 교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홈즈의 작가는 역사 덕후였고, 그쪽으로 밥벌이 정도는 하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요즘 시기의 쏟아지는 작품이 대중성만 너무 노리는 것은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인 것이며



작품성은 어쨌든 입에 풀칠은 끝낸 상황에서 나오게 되니 그리 흔치 않은 게 정상이란 겁니다.



아니 뭐.... 길게 썼지만서도 단적으로 생각해서 말인데



역사적으로 길이 길이 남은 소설이 몇 가지나 될까요?



10년 단위로 소설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기 이후로 벌써 수십 주기가 지나갔지만,



계속 회자될 정도의 작품은 손에 꼽히는 정도일 겁니다.



그 때 그 시절에도 뽕빨물, 즉 외설적 물건 내지 야설 같은 건 있었습니다만, 야설이 야설이라 팔린 것은 춘향전 같은 경우에 불과하지요.



단순히 기록이 얼마 안 남아서 없다기엔, 전설급 작품은 두고 두고 전해지기 마련이죠......



지금 당장에 작품성 없는 게 돈 벌어먹고 사는 건 매우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우리 글쟁이는 그런 꼴로 이 바닥이 끝나지 않게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며 작품성 있는 걸 어떻게든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작품이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 이르러,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넌 이건 읽어봐라' 하면서 건넬 만한 무언가를 뽑아보고 싶은 글쟁이가 넋두리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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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Eid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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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작품성의 쌈박질(X)



(자칭)눈 높은 자들의 상습 선빵질(O)

슈투름티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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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대중성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생각하면...

에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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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까...아니, 난 안 해도 글쓰는 게 좋지만.

exnoy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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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인이 생각하는 작품성이 진짜 작품성인지도 조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div><br /></div>

<div>주인공 괴롭히면 작품성이 되는 줄 아는 사람을 종종 봐왔죠.</div>

Eida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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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하면 다 되는 줄 아는 부류도....

스이게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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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좀 있죠.

굴리고 괜히 배경 어둡게 하고 등장인물 죽이면 명작인 줄 아는 그런 거...

Azathot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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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이 높다고 작품성이 없는 거냐 하는 질문도 있고 말이죠

Jeff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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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개인적으론 독립된 작품이 있을 뿐, 장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br /><br />이러이러하면 팔린다,<br />이러이러하면 왕도다.<br />이러이러하면 명작이다.<br /><br />호사가들의 말놀이일 뿐이고... 실제로 속에 들어가 보면 그런 한두 줄의 감상, 한두 페이지의 평론으론 갈리지 않거든요.<br />작품들이 데이터적으로 완전히 같을 수 없는 이상 그 결과값의 다양성은 무한히 발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br /><br />그 중에서 작가의 감성과 메시지, 독자들의 감성이 맞부딛치는 지점. (이 또한 시대적으로 늘 변하는 것이라 봅니다.)<br />여기 걸친 게 결과적으로 '먹히는' 결과물이 되고--&gt; 거기 대해 '대중적이다', '작품성이 높다'는 식으로 환원적 해석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Praisethesun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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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작품성도, 대중성도 결국 다수 독자들이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니까요.

Mark23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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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거장으로 칭송받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작품도 (적어도 본인 왈)"프로답게 스폰서 주문대로 만든" 작품들이고, 스폰서의 간섭에 반발하여 스튜디오 카라를 차린 안노 히데아키도 그렇게 스스로 출자하는 형편이 되자 "야하게, 피규어 팔리게"를 외치고 다니게 됐단 말이죠. '상식적으로 출자해선 안 됐던 작품'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어떻고요.</div>

미칼리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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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그러니까 작품성? 이 정확히 뭐죠??? 재미가 대중성이면 재미와 반대되는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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