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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5 이전 게시물

한국은 의외로 기근저항성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나름 장문)

본문

요약
우리에게는 통일벼 계통 이라는 치트키가 있습니다.



한국의 식량 자급율을 45% 대 이고 곡물 자급율을 20%가 될락말락한 수준을 오가고 있는지라, 최근의 기상이변이나 기타 여러가지 위험상황을 만나면 우리나라에서도 기근을 걱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국민여러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셔도 됩니다(읍읍)

멘트는 반쯤 농담이지만, 실제로 어지간히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쳐도 한국에 '기근' 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근' 이라고 하면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공급하지 못할 상황을 이야기 하는데, 원인이야 대단히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습니다.
농촌에는 식량이 남아도는데 수송할 방법이 없다던가,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다 던가, 각종 천재지변으로 농사를 망쳤다던가, 국가지도자가 제정신이 아닌 명령을 내려서 망한다던가
세부를 따지자면 더 많지만, 크게 나누자면 4개 정도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데, 오늘은 농업 생산량을 위주로 이야기를 해 보죠.

조선초기에 농지 면적은 대충 160만 헥타르 정도 되었고, 정확한 기록이 없는 (도량형이 죄다 갈리는 등의 문제로) 추정치 입니다만, 300평당 쌀 생산량이 30~60kg 정도 되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300평에서 50kg 수확했다고 치면 대충 80만톤 정도 됩니다.
(기록과 계산 방법에 에 따라서 당시 추정 수확량은 60만톤~320만톤 까지 오락가락 합니다만 일단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다.)
(저놈의 농지 라는게 논 면적만인지 논밭과수원텃밭 면적까지 합계인지 연구자에 따라 제맘대로라...)

저걸로 대충 500만 인구를 먹여살렸습니다. 두당 160kg/year 정도 됩니다.



그럼 현대는 어떤가?

2020년 기준으로 '논' 면적이 대략 78만 헥타르 정도 됩니다.
300평 기준으로 생산량은 평균 700kg 정도 됩니다. 연간 560만톤 정도 뽑아서 5천만명 먹이고 있습니다. 두당 110kg 정도 됩니다.

....300평 기준으로 생산량이 뭔가 이상하게 점프한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15세기와 비교해서 21세기 의 동일면적 대비 쌀 생산량은 14배 가량입니다.


이건 다 우리나라 농학자 분들의 업적 덕분입니다.

근현대사 에서 독재자로 집권하셨던 어느분은 통일을 원하셨고, 그분이 당시 우리나라 농학자 분들에게 요청하기를 [현재 남한 쌀 자급율이 70%대를 찍고 있지만 남한쌀 만으로 남북한 인구 다 먹이게 해주세요] 라고 하셨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장님이 직원에게 [매출 두배 찍어주세요] 라고 하면 사표 던지는게 정상이지만, 이게 민족주의를 만나면 [그건 제가 목숨을 걸고 해도 안될것 같습니다. 그러니 영혼을 불사르겠습니다]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그런이유로.
당시 저 미션을 받은 분들은 정말로 영혼을 불태워가며 연구를 계속해서 130kg 언저리에 있던 300평당 쌀 생산량을 몇년만에 500kg 까지 찍어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리고 저 시점에서 진짜로 남한에서만 쌀을 뽑아도 남북한 인구를 다 먹일수 있는 미션이 달성되었습니다.

근데 저 당시에 500kg 찍은 쌀은 통일벼 계통이었는데, 이게 맛이 없다고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연구를 시작했고, 몇년 더 걸려서 300평당 150kg 찍던 밥맛좋은쌀 생산량을 또 500kg 찍어냅니다.

한번 해본거 두번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그게 1980년대초 였습니다.
대충 40년 전이죠.

1980년대 이후로 쌀 품종개발은 일종의 [고인물 전용 퀘스트]가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쌀 100% 자급 달성한 이후로 식습관도 변하고 쌀에 대한 열망도 줄어들어서 한때 1인당 136kg 에 달했던 연간 쌀 소비량이 2010년대 들어서는 60kg 까지 줄었거든요.

그래서 쌀 연구는 인기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1960년대 한국 연구자 분들이 쌀 연구에 혼을 불태웠던 동력은 '황금' 이 아니라 민족주의 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죠.
그결과.


게임에서도 해볼거 다 해본 고인물들이 괴랄한 자체퀘스트를 만들어 도전하는 것처럼, 한국의 쌀 품종개량은 해괴한 성과를 달성하기 시작합니다.

논에서 70일만 키우면 수확할 수 있는 쌀 이라던가 (보통은 130일 가량 걸립니다.)
물 소비량이 보통의 1/3인 쌀 이라던가
시베리아 에서 키울수 있는 쌀 이라던가
제주도 기준으로 한해 3번 농사 지을수 있는 쌀 이라던가
300평당 생산량이 1700kg 을 찍는 쌀 이라던가.
농약비료 없이 300평당 500kg 찍는 쌀이라던가
소금물이 섞여도 자라는 쌀 이라던가


이렇게까지 해서 쌀 기르고 싶은건가? 싶을정도로 극악한 조건에서 자라는 쌀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개발 하는 쌀 보면 대체로 '비료 없고 저수지 없고 날도 추운 동네에서도 나름 잘 자라는 쌀' 내지는 '뒤를 생각안하고 지르면 생산량이 3배가 되는쌀' 같은겁니다.

....노리는건 그겁니다.
음. 그거요.


여하튼.
어디까지나 '비상상황 준비용' 이라서 밥맛을 내다 버리고 생산량에 올인한 품종들이 많은지라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긴 힘든 쌀 입니다만, 진짜로 비상상황이 닥치면, 현재 남한 논 면적의 1/3 면적만 가지고 남북한 인구를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먹일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게 대한민국 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전히 내려오는 '통일'벼의 자손들이 큰 지분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이유로.
대한민국의 경우 모든 종류의 곡물수입이 막히는 동시에 석유파동이 터진다고 해도 정부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 같은짓만 하지 않으면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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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요놈!

댓글목록 45

크로이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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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죠. 언제 이 세상이 폴아웃이 된거죠.

소머리가 부족하면 한우를 브라민으로 만들면 된다도 아니고 이 무슨....

비겁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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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아스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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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국민들은 대체 쌀에 무슨 원수를 졌길래 곧 죽어도 쌀 아니면 안 먹고, 어떤 환경에서도 죽지 못하게 만들려고 별 짓을 다 하는 건가.....

아스트랄로피테큿스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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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쌀 말고 다른 곡식은 맛이 없는걸요!

오죽하면 조선시대때 기근이 들어도 쌓여있는 잡곡에 손 안대고 흰쌀밥만 먹다가 굶어죽는다고 한탄하던 기록이(...)

아틀락나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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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어가는데 쌀밥만 먹다가 죽는다고? 잡곡이 그렇게 맛이 없지는 않을텐데...? 개량 전이라서 맛이 너무 없었나?

비겁한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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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쌀없이 잡곡으로만 먹어봤는데 무미라는 의미에서 맛이 없어요

쌀이 단맛이 난다는걸 그렇게 알았습니다

프레이즈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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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쌂이니까 (끄덕)  이런게 아닐까요?

tidl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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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막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던 거였군요..

아틀락나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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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처음 듣는 성질의 벼들이 많아...? 이것이 농업계 고인문들의 자체 퀘스트...?

최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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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쌀에 미친 민족같으니

미라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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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벼에 뭔 짓을 한 거야...

글라이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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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에게 허허벌판으로 밀려난 고려인들이 땅파고 움막친후 제일 먼저 한게 벼농사하고 김치 담근거였다지요.

 현지인들이 두손 든 땅에서 벼농사를 지어서 2차대전때 스탈린에게 식량증산 공로로 영웅칭호 받은 고려인도 나왔다지요.

 김치는 배추는 못 구하고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당근김치가 느끼한 러시아음식에 찰떡 궁합이라 널리 퍼졌다지요.

 한러수교후 입국한 러시아인들이 막상 한국에는 당근김치가 없는걸 보고 놀랐다던가요.

 쌀과 김치에 영혼을 불사르는게 한국인종특인거 같더군요.

떠돌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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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터 벼가 아니라 벼목식물의 이야기가 들어가있는데요?

아니 시베리아에서 자란다니 그게 벼일리가. 뭐 조피수수밀같은 벼목식물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벼라고요? 적어도 전 저런걸 벼라고 인정할 생각 없습니다. 제 상식을 위해서.

비겁한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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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상식이라고할것까지의 문제을까요? 그냥 벼과에 그런 종자를 만들었다로 생각하면될거 같네요

게다가 학계에서 벼로 인정해버리면 그게 상식으로 바뀌는 세상이니

세이지즈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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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있습니다. 섭씨4도에서 발아하면서도 안 얼어죽는...

마법사는힘법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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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가도 될려나요...이모티콘

메가날백수님의 댓글의 댓글

마법사는힘법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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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아님의 댓글

나일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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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주기적으로 쌀과 김치, 마늘을 먹어줘야 곰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hodupopo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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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만들어놓은거지 도대체…

가시가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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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 와....... 여러분!! 민족주의가 이렇게 무섭습니다!!이모티콘

뷰너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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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능력은 정말 우습게 볼 수 없지만,...



사막 어디였나... 물 하나 제대로 구하기가 힘든 곳에서 벼 농사를 기어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예전에 나왔던 거 떠오르네요. 벼 농사가 물을 좀 많이 퍼먹이고 해야 하는 거 생각하면(...)

우아우악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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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봤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비싸고 아무래도 쌀이다보니 물이 많이 들어가서 상업화는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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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거 자체가 놀랍죠; 가성비라는 걸 무시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데 잘도 해냈구나 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 보기엔 사막에서 무슨 수로 쌀농사를 지어? 라는 인식을 부순 소식이었으니.

이모티콘



헌데 진짜 각 잡고 연구를 더욱 해내 시행착오를 거쳐서 사막에서도 충분한 가성비 재배가 된다면 그 땐 모두에게 쌀 재배의 고인물 인증을 하는 셈이군요.

글라이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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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물사용량을 줄이는 걸 연구중이라더군요.

울리쿰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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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농사 지을 땅이 아닌 것 같은 반도에서 농사에 집착하다 보니 진짜 별 이상한 게 다 나왔죠.

보통 만주는 농사 짓기 좋은 땅이 아닌데 거기가 농사 짓기 좋다고 했을 정도니...

언젠가 벼의 북방한계선에 대해 들은 뒤 머리에 갈고리만 가득했습니다. 현대야 품종개량해서 그렇다지만 만주에서 대체 어떻게 키운거?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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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자포니카 품종 자체가 한반도 인근의 북중국 지역 즈음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원래 쌀은 인디카 계열이 원종이에요.

........자포니카 품종 자체가, 품종개량의 희생물이란 겁니다.......태생부터가 쌀에 미친 민족의 작품......

대체 그 시절 조상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수천 년 동안 이어지는 이 집단광기가 시작된 걸까....?

마법사는힘법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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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0년전쯤에 한반도 소로리에서 볍씨가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를 보유한 국가 ㄷㄷ

류카이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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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품종은 또 언제 만들었데요???

萬染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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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벼는 어디로 갔는가(먼산)

에레니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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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술이 없었던 과거에도 온실까지 만들어서 벼 모종을 키우던 대체 너넨 왜 그렇게까지 쌀을 고집하냐 싶은 수준의 인간들이 수렴진화한 결과(...)

알카시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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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벼는 장점은 거의 없고 단점은 많은, 엄청난 거품이었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면이 있었네요.

프레이즈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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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밥굶는 시대에서 양이라는 장점이 있으면 웬만한 단점은 다 커버되니까요

비겁한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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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과잉의 시대라 다른걸 보는 여유가 있었지만

전근대에만해도 식량의 최대 효율은 생산량이였습니다

맛은 둘째치고 양이 충분하지 못하면 죽어서 양이 많이 나오는걸로 죽어라 만들었어요

영원의여행자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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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벼라는 품종 자체는 이런저런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는 그냥 품종 하나인데 양적 성과만 보고 전국에 억지로 밀어붙여서 탈이 난거니까요. 저것들도 전국에 퍼트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통일벼도 그렇고 필요한 곳에서는 효과를 보겠죠.

페이퍼타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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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던 시대에 생산량 하나로 장점은 충분합니다.

문제는 강제로 통일벼를 쓰게해서 안그래도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일본산 쌀 종자 정책으로 라이프가 간당간당했던 지역 고유 쌀들에 막타를 쳤다는거죠

발랄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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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개인 텃밭에서 벼를 기르고 미래엔 사막의 노란색이 익은 쌀의 노란색이 되어도 놀랍지 않겠습니다

우아우악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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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텃밭에서는 벼는 아니지만 집안에서 각종 채소를 수경재배로 지금도 기르고, 미래가 아니라 사막 한 가운데에서 쌀은 재배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단지 가치가 안맞아서 안기르는거지 현실에서 해냈죠.

항상여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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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 조금 다르지만 요즘 이상기후를 보면 정부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를 안해도 기상이변이 와서 비슷한 꼴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깊은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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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vole님의 댓글

cvbn546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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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잘된다해도 그걸 나라 먼곳까지 나눠줄수는 있으랴나 그게문제일것같은데

Éirean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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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안 해도 될 것...같기도 하고?

곰맛스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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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없다는 게 '밥'으로 지을 때 맛이 없다는 거라서 쌀국수, 쌀빵 등 가공품을 만들면 충분히 소비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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