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의외로 기근저항성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나름 장문)

본문
요약
우리에게는 통일벼 계통 이라는 치트키가 있습니다.
한국의 식량 자급율을 45% 대 이고 곡물 자급율을 20%가 될락말락한 수준을 오가고 있는지라, 최근의 기상이변이나 기타 여러가지 위험상황을 만나면 우리나라에서도 기근을 걱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국민여러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셔도 됩니다(읍읍)
멘트는 반쯤 농담이지만, 실제로 어지간히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쳐도 한국에 '기근' 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근' 이라고 하면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공급하지 못할 상황을 이야기 하는데, 원인이야 대단히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습니다.
농촌에는 식량이 남아도는데 수송할 방법이 없다던가,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다 던가, 각종 천재지변으로 농사를 망쳤다던가, 국가지도자가 제정신이 아닌 명령을 내려서 망한다던가
세부를 따지자면 더 많지만, 크게 나누자면 4개 정도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데, 오늘은 농업 생산량을 위주로 이야기를 해 보죠.
조선초기에 농지 면적은 대충 160만 헥타르 정도 되었고, 정확한 기록이 없는 (도량형이 죄다 갈리는 등의 문제로) 추정치 입니다만, 300평당 쌀 생산량이 30~60kg 정도 되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300평에서 50kg 수확했다고 치면 대충 80만톤 정도 됩니다.
(기록과 계산 방법에 에 따라서 당시 추정 수확량은 60만톤~320만톤 까지 오락가락 합니다만 일단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다.)
(저놈의 농지 라는게 논 면적만인지 논밭과수원텃밭 면적까지 합계인지 연구자에 따라 제맘대로라...)
저걸로 대충 500만 인구를 먹여살렸습니다. 두당 160kg/year 정도 됩니다.
그럼 현대는 어떤가?
2020년 기준으로 '논' 면적이 대략 78만 헥타르 정도 됩니다.
300평 기준으로 생산량은 평균 700kg 정도 됩니다. 연간 560만톤 정도 뽑아서 5천만명 먹이고 있습니다. 두당 110kg 정도 됩니다.
....300평 기준으로 생산량이 뭔가 이상하게 점프한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15세기와 비교해서 21세기 의 동일면적 대비 쌀 생산량은 14배 가량입니다.
이건 다 우리나라 농학자 분들의 업적 덕분입니다.
근현대사 에서 독재자로 집권하셨던 어느분은 통일을 원하셨고, 그분이 당시 우리나라 농학자 분들에게 요청하기를 [현재 남한 쌀 자급율이 70%대를 찍고 있지만 남한쌀 만으로 남북한 인구 다 먹이게 해주세요] 라고 하셨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장님이 직원에게 [매출 두배 찍어주세요] 라고 하면 사표 던지는게 정상이지만, 이게 민족주의를 만나면 [그건 제가 목숨을 걸고 해도 안될것 같습니다. 그러니 영혼을 불사르겠습니다]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그런이유로.
당시 저 미션을 받은 분들은 정말로 영혼을 불태워가며 연구를 계속해서 130kg 언저리에 있던 300평당 쌀 생산량을 몇년만에 500kg 까지 찍어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리고 저 시점에서 진짜로 남한에서만 쌀을 뽑아도 남북한 인구를 다 먹일수 있는 미션이 달성되었습니다.
근데 저 당시에 500kg 찍은 쌀은 통일벼 계통이었는데, 이게 맛이 없다고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연구를 시작했고, 몇년 더 걸려서 300평당 150kg 찍던 밥맛좋은쌀 생산량을 또 500kg 찍어냅니다.
한번 해본거 두번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그게 1980년대초 였습니다.
대충 40년 전이죠.
1980년대 이후로 쌀 품종개발은 일종의 [고인물 전용 퀘스트]가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쌀 100% 자급 달성한 이후로 식습관도 변하고 쌀에 대한 열망도 줄어들어서 한때 1인당 136kg 에 달했던 연간 쌀 소비량이 2010년대 들어서는 60kg 까지 줄었거든요.
그래서 쌀 연구는 인기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1960년대 한국 연구자 분들이 쌀 연구에 혼을 불태웠던 동력은 '황금' 이 아니라 민족주의 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죠.
그결과.
게임에서도 해볼거 다 해본 고인물들이 괴랄한 자체퀘스트를 만들어 도전하는 것처럼, 한국의 쌀 품종개량은 해괴한 성과를 달성하기 시작합니다.
논에서 70일만 키우면 수확할 수 있는 쌀 이라던가 (보통은 130일 가량 걸립니다.)
물 소비량이 보통의 1/3인 쌀 이라던가
시베리아 에서 키울수 있는 쌀 이라던가
제주도 기준으로 한해 3번 농사 지을수 있는 쌀 이라던가
300평당 생산량이 1700kg 을 찍는 쌀 이라던가.
농약비료 없이 300평당 500kg 찍는 쌀이라던가
소금물이 섞여도 자라는 쌀 이라던가
이렇게까지 해서 쌀 기르고 싶은건가? 싶을정도로 극악한 조건에서 자라는 쌀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개발 하는 쌀 보면 대체로 '비료 없고 저수지 없고 날도 추운 동네에서도 나름 잘 자라는 쌀' 내지는 '뒤를 생각안하고 지르면 생산량이 3배가 되는쌀' 같은겁니다.
....노리는건 그겁니다.
음. 그거요.
여하튼.
어디까지나 '비상상황 준비용' 이라서 밥맛을 내다 버리고 생산량에 올인한 품종들이 많은지라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긴 힘든 쌀 입니다만, 진짜로 비상상황이 닥치면, 현재 남한 논 면적의 1/3 면적만 가지고 남북한 인구를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먹일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게 대한민국 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전히 내려오는 '통일'벼의 자손들이 큰 지분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이유로.
대한민국의 경우 모든 종류의 곡물수입이 막히는 동시에 석유파동이 터진다고 해도 정부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 같은짓만 하지 않으면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 6.67Kbytes


잡았다 요놈!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45
크로이테님의 댓글
소머리가 부족하면 한우를 브라민으로 만들면 된다도 아니고 이 무슨....
비겁한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
아스트랄로피테큿스님의 댓글의 댓글
오죽하면 조선시대때 기근이 들어도 쌓여있는 잡곡에 손 안대고 흰쌀밥만 먹다가 굶어죽는다고 한탄하던 기록이(...)
아틀락나차님의 댓글의 댓글
비겁한님의 댓글의 댓글
쌀이 단맛이 난다는걸 그렇게 알았습니다
프레이즈님의 댓글의 댓글
tidl님의 댓글
아틀락나차님의 댓글
최군님의 댓글
미라쥬님의 댓글
글라이더님의 댓글
현지인들이 두손 든 땅에서 벼농사를 지어서 2차대전때 스탈린에게 식량증산 공로로 영웅칭호 받은 고려인도 나왔다지요.
김치는 배추는 못 구하고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당근김치가 느끼한 러시아음식에 찰떡 궁합이라 널리 퍼졌다지요.
한러수교후 입국한 러시아인들이 막상 한국에는 당근김치가 없는걸 보고 놀랐다던가요.
쌀과 김치에 영혼을 불사르는게 한국인종특인거 같더군요.
떠돌이님의 댓글
아니 시베리아에서 자란다니 그게 벼일리가. 뭐 조피수수밀같은 벼목식물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벼라고요? 적어도 전 저런걸 벼라고 인정할 생각 없습니다. 제 상식을 위해서.
비겁한님의 댓글의 댓글
게다가 학계에서 벼로 인정해버리면 그게 상식으로 바뀌는 세상이니
세이지즈님의 댓글의 댓글
마법사는힘법님의 댓글
메가날백수님의 댓글의 댓글
마법사는힘법님의 댓글의 댓글
반응이 괜찮더군요.
https://m.dcinside.com/board/alternative_history/747140
코페아님의 댓글
나일세님의 댓글
hodupopo님의 댓글
가시가시님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
사막 어디였나... 물 하나 제대로 구하기가 힘든 곳에서 벼 농사를 기어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예전에 나왔던 거 떠오르네요. 벼 농사가 물을 좀 많이 퍼먹이고 해야 하는 거 생각하면(...)
우아우악님의 댓글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헌데 진짜 각 잡고 연구를 더욱 해내 시행착오를 거쳐서 사막에서도 충분한 가성비 재배가 된다면 그 땐 모두에게 쌀 재배의 고인물 인증을 하는 셈이군요.
글라이더님의 댓글의 댓글
울리쿰미님의 댓글
보통 만주는 농사 짓기 좋은 땅이 아닌데 거기가 농사 짓기 좋다고 했을 정도니...
언젠가 벼의 북방한계선에 대해 들은 뒤 머리에 갈고리만 가득했습니다. 현대야 품종개량해서 그렇다지만 만주에서 대체 어떻게 키운거?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자포니카 품종 자체가, 품종개량의 희생물이란 겁니다.......태생부터가 쌀에 미친 민족의 작품......
대체 그 시절 조상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수천 년 동안 이어지는 이 집단광기가 시작된 걸까....?
마법사는힘법님의 댓글의 댓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를 보유한 국가 ㄷㄷ
류카이엘님의 댓글
萬染님의 댓글
에레니아님의 댓글
알카시르님의 댓글
프레이즈님의 댓글의 댓글
비겁한님의 댓글의 댓글
전근대에만해도 식량의 최대 효율은 생산량이였습니다
맛은 둘째치고 양이 충분하지 못하면 죽어서 양이 많이 나오는걸로 죽어라 만들었어요
영원의여행자님의 댓글의 댓글
페이퍼타월님의 댓글의 댓글
문제는 강제로 통일벼를 쓰게해서 안그래도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일본산 쌀 종자 정책으로 라이프가 간당간당했던 지역 고유 쌀들에 막타를 쳤다는거죠
발랄라님의 댓글
우아우악님의 댓글의 댓글
단지 가치가 안맞아서 안기르는거지 현실에서 해냈죠.
항상여름님의 댓글
깊은산님의 댓글
사막에서 벼농사를...
Volvole님의 댓글
cvbn546님의 댓글
Éireann님의 댓글
곰맛스타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