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쪽 집안에 경사가 있었습니다
본문
제 외가집은 외할아버지 대부터 독실한 기독교 집안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제가 어려서 돌아가셔서 기억은 안 나지만 교회 집사셨다고 하고, 외할머니는 물론, 큰이모와 저희 어머니, 그 아래 두 이모들과 두 외삼촌들 6남매 모두 교회에 다니고, 며느리랑 사위도 (제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큰이모네 사촌 누나들도 어려서 교회에 다녔고, 저하고 나이 차가 있는 외사촌 동생들도 아마 비슷할 겁니다. 저는 지독한 반기독교입니다만 여기선 넘어가고.
좋은 직장과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삼십대가 끝나도록 장가를 못 가고 있다가 2년 전 마흔이 되어 겨우 사내 결혼했던 막내 외삼촌.
그저께, 삼촌네에서 건강한 남녀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경사를 들었습니다. 듣기론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여자애가 누나, 남자애가 동생이랍니다. ...자연분만도 아니고 제왕절개인데 누가 손윗형제이고 누가 손아랫형제인지 어떻게 정하는 거죠?
어쨌든, 지금까지는 태명으로 불렀지만 이제 태어났으니 이름을 지어줘야 하겠고, 오늘 아기들의 사진과 이름(사주와 한자의 획순 첨부로)이 카톡으로 보내져 왔습니다.
이름을 지은 건 외할머니의 동서, 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의 아우의 아내, 제 어머니와 이모 삼촌들에게는 숙모가 되시는 친척 할머니시라고 하더군요.
이 친척 할머니는 현재 동국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시고, 듣기론 사주 등 동양철학에 깊은 내공을 가지고 계시다고 합니다.
기독교 집안에 어떻게 이런 분이 며느리로 들어왔나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인 외할아버지의 아우분은 사실 젊어서부터 스님이셨고, 할머니와 만나서 환속하고 결혼하셨다는 스펙타클한 삶을 사신 분이셨다고 합니다. 종교가 달라도 형제 사이는 무척 돈독했다고 하더군요. 제 이름도 그 분이 제 사주를 보고 친가 쪽 항렬자에 맞춰서 지어주셨다고 합니다. 형님인 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얼마 안 있어 뒤따라가듯 돌아가셨다고 하니 저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결국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제 이름도 그렇고, 이번에 태어난 쌍둥이도 그렇고, 독실한 기독교 집안임에도 작명할 때는 사주랑 이름 획수를 따져가면서 짓는 거 보고 참 한국적인 집안이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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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9
쟌리님의 댓글
TrueCentipede님의 댓글
푸우님의 댓글
aranged님의 댓글
떠돌이개님의 댓글
뭐, 아이를 축복하는건 종교 문화 불문이잖아요.
콘도님의 댓글
gawr님의 댓글
곰맛스타님의 댓글
제왕절개로 분만하는 쌍둥이는 보통 '먼저 꺼낸 쪽'이 손위 형재/자매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달팽이마요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