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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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해보면 저는 군생활 무용담이 없습니다.
일단 4급 공익이었습니다. 거기다 근무지도 집에서 대단히 가까운 공공기관에, 지점이 아니라 지역본부라서 민원업무도 없었습니다. 있어봤자 전화 업무지만 그것도 전문지식과 계정이 필요한 관계로 제가 할 일은 없었습니다.
창고 정리라든지 기타 잡무도 얼마 없었고, 애초에 '너네한테 공익이 필요함? 인턴 써'라는 정책전환기의 막차를 탔기 때문에(제가 막내고 후임이 없었음) 정말.....그 부분만은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공익 기준으로도 완전히 꿀빤 거죠. 그렇달까 그 꿀빠는 시기에 뭐라도 했어야 했지 않을까..........
직원분들이 거의 대부분 친절하셨달까 거의 '얘한테 시키느니 내가 하고 만다'에 가까운 분위기였는데, 그러다보니 별로 많은 분과 대화가 오갈 일이 없었습니다.
본론은 여기서부턴데, 점심시간에 어쩌다가 옆 부서의 직원분과 토론이 붙었습니다. 대충 기독교 교리 문제였습니다.
토론의 양상은 전도를 생활화한 독실한 개신교인과 종교철학에 관심많은 찐따의 토론 그 자체였습니다. '찐따'라고 한 이유는 제 기억으로 저는 그야말로 '맞는 말을 한다고 전부가 아니란다 이 자식아'라는 말을 들을 법한 태도였기 때문입니다.
논리로는 아마 제가 앞섰겠지만, 애초에 한참 손위의 어른에게 그다지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딱 규칙 정해서 토론하는 토론대회도 아니고 일상회화에서 어쩌다가 하게 된 토론이라면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데 그 때의 저는 그런 걸 무시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로 거의 10년 정도, 저는 그걸 정당화했습니다. 왜 그랬는고 하니, 이 한 마디 때문이었죠.
"신을 알게 되는 것을 '야다'라고 하거든? 아스펠씨도 신을 '야다'하면 이해가 될 텐데-"
응, 사이비네.
저는 그렇게 생각했고, 사이비의 요사스러운 잡설은 무시가 답이라 생각했으며, 다만 그 직원분은 인간적으로 나쁜 분이 아니기에 사이비의 마수에서 벗어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는 내게서 거리를 유지했으면 좋겠군.
그리고 거의 10년 정도 뒤.......그제서야 저는 '근데 그래서 그 때 그 분은 어느 사이비를 믿었던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검색.
1초만에 답이 나왔죠.
Yada, 진짜 그런 의미를 담은 히브리어.
한국 사이비 종교가 만든 신조어가 아니라, 진짜배기 성경 용어.
...........10년 동안의 의심이, 편견이 1초만에 해결된 거죠.
그냥 무턱대고 믿을 것까지는 없지만, 강퍅한 의심을 품지 말고 단순히 검색이라도 한 번 해봤더라면 그런 무례한 편견을 품지 않았을 텐데......
정말이지, 사람은 함부로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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