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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5 이전 게시물

누나랑 생활하는게 상당히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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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에 앞서 오랫동안 어떻게야 할지 고민했던 이 주제를 꺼낸 이유에 대해선, 이번 달에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누나랑 같이 가보려고 한게 그 연유 였습니다(한집에서 삼) 


오랜만에 가는 결혼식이라 입고 갈 만한 옷이 부족해서 새로 한번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누나가 꼭 정장을 입고 가라는 겁니다.


저도 와이셔츠랑 바지 까지는 생각했지만 굳이 자켓까지 걸치고 가라면서, 원래 가족행사가 가장 격식차려야 되는 거라면서 그러더라고요.


찾아보니 정장 한 벌이 있긴 있어서 입고 가려고 하는데, 누나가 그때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옷에 냄새 안나게 하고, 주름 생기지 않게 해라고 하더군요.


식은 월말에 하는데 그럴거면 왜 굳이 지금 주는 건지...


누나랑은 의견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래도 기싸움 하기 싫어서 제가 대충 맞춰주는 편인데 오늘 처음으로 고민을 올려봅니다.


솔직히 별로 좋은 사이는 아닙니다. 누나가 결벽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깐깐해서 저는 하루에도 잔소리를 피하려고 몇 번이고 일들을 다시 확인하는 등, 대학에 다니는 누나를 대신해 집에 오래 있는 저는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하는 저는 상당히 불안한 감정으로 생활합니다.


방은 두 개가 있어서 서로 나눠서 생활하고 있긴 하지만, 누나는 제 방 일에도 깐깐하게 방청소해라, 환기 시켜라라고 합니다. 환기는 몇 시간식 하는 편이고, 방 청소 같은 경우에는 제가 쌓아뒀다 버리는 성향이 있어서 누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나봅니다.


대화라도 나누어볼까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말로 꺼내자면, 누가 한 명이 물러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의 결론을 말해도 자기 식으로 생각하는 걸 밀어붙일 것 같았어요. 쭉 지켜보면서 누나가 너무 독선적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만큼, 누나는 제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원칙주의자라고 해야할지, 보수적인 느낌이 있다고 해야할지... 소위 말하는 꼰대같은 느낌이 강한 사람으로 느껴집니다.(참고로 둘 다 20대 초반)


동거 초기엔 집을 나가면 어디 나가는지 꼬박꼬박 보고를 해야했고(지금은 안합니다), 밥을 다 먹은 뒤 다시 밥을 해놓지 않았다고(해놓으란 말도 없었음) 뭐라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초기에는 제 사생활에 관여하는 것, 말하지도 않은 걸 당연하게 하라고 하는게 싫어서 얼마 못가 누나에게는 일구일언도 없이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등 저항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몇 번이고 이러다가 크게 말싸움을 하고 소리를 질렀던 적도 있고,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누나 특유의 그 꼰대 기질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부분은 여전합니다.


제가 이어폰 꼽고 있어서 누나 말을 잘 듣지 못하자, 지금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 이런 식으로 주의를 줘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해도 또 대답 좀 하라면서 그러는데, 이게 누나가 대화를 끝낼 수도 있는 부분에서 자꾸 저한테 대답을 강요하는 겁니다. 이어폰 듣고있어서 누나 말을 제대로 못 들은 저한테도 책임이 있긴 하지만, 지금에 와선 너무 대답을 강요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압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설거지 등도 '이렇게 하는게 좋다면서' 제가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냥 익숙한 방법을 쓰고 싶은데 굳이 그걸로 바꾸라고 말하는 거죠. 물로 효율적은 측면에서 그게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습니다만, 느긋하게 설거지하는 제 입장에선 굳이 그렇게 해야 할까하고 생각합니다. 일단 앞으론 그렇게 하겠다곤 했습니다만, 역시 그냥 평소에 하는대로 하는게 마음에 편합니다. 그렇게 해도 설거지는 깨끗하게 한다고 장담하거든요.


이렇다 보니 제가 누나 말에 따라서 해주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싫어집니다. 다른 사람들, 일할 때 상사한테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이야기는 듣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았거든요. 근데 누나 입에서 나오는 얘기라면 일단 싫어지는 겁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따로따로 사는 거고, 군대를 갔다오고 나면 따로 독립할지도 모릅니다만, 누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누나가 바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바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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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8

레포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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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입장을 모르는상황에

한쪽이야기만 듣고 뭐라 할수없지만



기본적으로



가족간 불화는 꼬우면 독립해서 안보는게 답입니다



성향이 안맞는데 한집에서 계속살면 서로스트레스만 받음

가족이라고 계속같이보고 친하게 지낼필요는없습니다

질풍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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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눈 가족 이라도 안맞으면 안보는게 답이죠 쉽게 이야기 드리는게 아니고 저도 친족하고 사이가 너무 안좋아서 이를 갈 정도인대 집 나와서 안보니 지나가다 아는척할 정도로 사이가 그나마 무난해

지더군요 안맞으면 안보는게 답임니다

저녁빛노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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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 편하기는합니다



마음이 안맞고 불펀해도 일단 안보이면 싸울일이 없으니까요

지루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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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라는게 원래 그래요

서로 다른 생활패턴을 맞춰주던가 받아들이던가 해야 하거든요

절친이나 신혼부부가 그걸 못해서 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물며 남매끼리면 본가에서 있던 서열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럴테고요

서열은 밑으로 보이시니 독립하던가 맞춰주는게 답이라고 봅니다

프리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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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말만 듣고 누가 옳다 틀리다 정할수도 없고

그리고 굳이 어느 한쪽의 문제다 라고 이야기를 한들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검은너구리가족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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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사람보다 누나가더 꼽게느껴지는건 편하게 있어야할 자기의 영역에 그 누나란 분이 행패(자신의 기준으로)를 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윗분들 말처럼 빠르게 분리되던가, 극단적으로 말해서 하극상을 벌여서 상대 머리를 깨던가(물리적의미가 아닙니다.) , 아예서로 간섭안하고 살던가 해야죠 뭐......

키리시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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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랑 술먹고 다 불어버리시던지요 ㅋㅋ

아스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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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가 맞을지도........



어느 소설에서 읽은 글귄데, '자본주의자 여자와 공산주의자 여자는 같이 살 수 있어도, 부엌 취향이 맞지 않는 여자끼리는 같이 살 수 없다'라는 게 있습니다. 생활습관이란 게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거죠.



기본적으로는 누나 분께 '나의 영역'을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나 분은 그게 안 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내 방은 내 소관이다', '설거지의 방식에 크게 하자가 없다면 중요한 건 결과 아니냐' 하는 점은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건 타협을 할 수 없어요. 님이 전적으로 누나 분께 복종하든지, 아니면 누나 분이 확실하게 님의 주장을 인정하든지 둘 중 하나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분은 서로 대화로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장 같은 경우, 월말에 결혼식에 가기는 하지만 그 때 잊어버렸다가 부랴부랴 당일에야 찾아서 부산을 떠는 것보다는 미리 꺼내놓는 게 낫긴 합니다. 굳이 정장까지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정장이 있다면 입는 것이 더 나으니 이건 누나 분의 의견이 합당합니다. 또 정장의 특성상 꺼내놓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옷이 더러워지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옷에 냄새가 배거나 주름이 잡힌다 해도 하루이틀 전에만 확인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계속 관리하라는 누나 분의 지시는 부당합니다. 이 점은 명확히 짚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대화도 비슷합니다. 자기는 말을 했는데 상대가 말을 듣지 못했다면 참 짜증나죠. 그러나 모든 대화가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해서 꼭 상대가 들어야만 하는 말이 있고, 딱히 그렇지는 않은 말이 있지요. 누나 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말 전부를 님이 들어야만 한다고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말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런 것까지 들어야만 한다고 여긴다면 그건 누나 분의 감정과 기분 문제이며, 감정과 기분을 동생이 일방적으로 맞춰줘야 한다는 태도는 연장자에게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지적하고 중요한 말일 경우에만 확인을 하면 좋겠다고 요청해 보세요.

이 두 가지 경우는 결국 누나 분이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닐 수 있는 부분에서 '자신이 편한' 대로만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결코 원칙주의자라 할 수 없죠. 누나 분이 자기 편한 대로 일을 처리하고 싶다면 님도 자기 편한 대로 일을 처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거야말로 가장 중요한 '원칙'이죠. 누나 분이 원칙적으로는 맞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서로 지킬 것을 약속하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님도 누나 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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