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셀'이란 말을 접하면, 아무래도 외국어라 그런지 뭔가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로 보입니다. 의미는 같더라도 '도태남'이란 말보다는 우호적이고 온건한 것 같죠.

그러나 신념을 의미하는 '~주의자'라는 말 앞에 '비자발적'이란 수식어가 붙는 데서 알 수 있듯, 이건 엄밀하게 성립된 학술 용어가 아닙니다

'인셀'은 무슨 논문 같은 데서 나온 학술용어가 아니라 본래 한 인터넷 사이트의 이름이었습니다. 이 사이트의 취지는 연애나 결혼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연애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여 만남을 가지자는, 요컨대 소개팅 앱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히 이 때 '인셀'이 가리키는 바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죠.

다만 아무래도 연애시장의 성별격차 문제로 인셀 사이트의 회원은 남자 쪽이 많았고, 이후 사이트 창립자가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맡기고 사라진 뒤로는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일베처럼요.

네, 쟤들 영미권 일베입니다.

사실 일베도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이름을 썼던 걸 생각해 보세요. 이상할 거 없습니다.

결국 인셀의 이미지는 우리가 일베를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전락합니다. 현재는 딱히 해당 사이트를 하지 않아도 여친 없다/백인 남자다/사상이 그쪽이다 싶으면 인셀이라 부르는 거죠.

즉 누군가를 인셀이라 부르는 건, 일베충이라 부르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르고 쓰는 걸까? 글쎄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사실 부르는 사람 입장에서도 '도태남'보다야 '인셀'이 천박하지 않은 표현이고 어딘가 전문적인 권위가 느껴져서 좋지 않겠습니까.

다만, 웬만하면 자기가 쓰는 말의 뜻은 알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 정도 정보는 5분도 안 걸려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그 정도 먼저 찾아보는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따라서 이 '인셀'이란 말은 알게 되면 쓰지 않는 게 맞고, 알고도 쓴다면.......더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익숙하든 생경하든, 나쁜 말은 되도록 쓰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