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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는 설날에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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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1월 1일은 카이사르가 정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이사르 시절 이집트의 선진 태양력(시리우스를 기준으로 삼음)을 들여와 고도의 계산을 해서 율리우스력을 제정할 때 새해 첫날을 당시 로마의 관습에 맞춰 정했고, 이게 이후 그레고리력으로 개정될 때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춘분으로부터 몇십일 전이라거나 하는 대강의 기준이 있었다고는 하는데 그게 정확히 어떻게 정해진 건지에 대해서는 남은 전승이 없는고로, 다소 불분명하고 비과학적인 기준이라 하겠습니다.


음력은 당연히 기준이 있습니다. 그야 달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달이 한 해에 열두 번 이지러지고 차기를 반복해서 열세 번째 주기에 들어서는 바로 그 때를 다음해 1월 1일로 정했습니다. 참으로 알기 쉽죠.

세종대왕 시절 칠정산을 통해 역법을 정리한 뒤부터 매해 1월 1일-즉 음력 설날-부터 해의 간지가 바뀌는 걸로 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은 현대에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에 정면으로 엿을 날리는 곳이 있습니다.

.........역술학계, 즉 사주팔자 보는 사람들입니다.

솔직히............'띠'를 따지는 건 운세 볼 때밖에 쓸모가 없잖아요?




음력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태음태양력'입니다. 달력의 기준이 달과 태양의 두 개라는 거죠. 사실 당연한 겁니다. 달과 태앙의 주기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거든요.

달의 지구 공전주기는 27.3일입니다. 여기에 지구가 그 기간 동안 태양을 따라 공전한 약간의 거리 때문에 덤이 붙어서 29.5일이 나오는 겁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걸 한 달은 29일이고 다음달은 30일로 만들면서 오차를 조절했습니다.

그런데 이 29.5일을 12번 반복하면...............이럴 수가, 354일이 나옵니다. 그리고 지구의 태양 공전주기는 365일+@죠. 순수 태음력과 순수 태양력 사이에는 11일의 차이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슬람의 상남자들은 여기서 주저없이 "태양 ㅈ까!"를 시전하며 태음력으로 햇수를 매겼습니다. 그 결과 매년 라마단은 11일씩 앞당겨지고 있죠.........세계관 자체가 다른 겁니다. 1년 365일의 세계관과 1년 354일의 세계관. 말 그대로 이세계입니다.


물론 어디나 절충주의자들은 있습니다.

양력에서도 4년에 한 번씩 2월에 29일을 만들어넣는 '윤년'을 쓰듯 음력에서도 2~3년에 한 달씩 '윤달'을 만듭니다. 1년에 11일씩 남으니까 3년 돌리면 33일 나오잖아요. 그걸로 달 하나 만들고 넘어가는 겁니다. 13번째 달이죠. 하.....레이펜테나.........

이게 매년 설날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앞뒤로 움직이는 바로 그 원인입니다. 그리고 역술학계에서 주저없이 '설날 ㅈ까'를 외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1년은 태양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달을 기준으로 1월 1일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거다 이거죠.

그러면 님들은 뭘 기준으로 하세요? 라고 물어보면.........24절기가 나옵니다.



24절기는 하지, 동지, 춘분, 추분이 포함된 걸 보면 알 수 있듯 철저하게 태양력 기준입니다. 달력 보면 거의 매년의 24절기가 양력으로 같은 날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동지를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고 쳤습니다. 요즘은 그건 좀 설날과 안 맞으니 살짝 바꿔서(...) 입춘이 기준입니다. 즉 2월 4일 부근에 있는 입춘점이 지나야 새해라는 거죠.

다만, 이게 24절기 중 그나마 설날에 가장 가까운 지점을 고른 것 뿐이라 당연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설날 며칠 뒤가 입춘일 때도 있고, 설날 며칠 전이 입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년에는 설날이 2월 10일이니까 2월 4일~2월 10일에 태어난 애들은 계묘년생으로 음력 설 이전에 태어났는데도 갑진 용띠입니다. 내후년에는 설날이 1월 29일이니까 1월 29일~2월 4일에 태어난 애들은 을사년생으로 설 지나고 태어났는데도 갑진 용띠입니다.

좀 웃긴 상황이죠?


웃긴 건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현대 천문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각 24절기의 정확한 지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야 지구 공전궤도의 특정한 지점을 구하는 문제니까 타원의 작도 문제거든요.

당장 동지를 인터넷에 쳐보면 올해 동지가 12월 22일이라고 나오지 않습니다. 12월 22일 오후 12시 27분이라고 나오죠. 네, 분 단위로까지 파악이 가능한 겁니다. 다른 24절기도 마찬가지. 하지점, 동지점, 춘분점, 추분점만 구하면 나머지는 그 사이를 정확히 6등분씩하면 나오는 점이라......

그리고 이건.......불행하게도.......단순 수학 문제라.......분 단위까지는 아니라도, 시간 단위까지로는 옛날 사람들도 가능했어요.......애초에 사주팔자가 시간까지만 따지는 거라 그걸로도 충분했습니다.

네, 입춘점도 시간 단위로 파악됩니다. 같은 날에 태어났는데도 얘까지는 토끼띠, 얘부터는 용띠라고 구분됩니다! ..........진짜임.......

....'일'은 지구 자전 주기라서.........공전 주기랑은 상관이 없거든.........! 태음태양력이지 태음태양지구력이 아니야.......!


비직관적인 기준.......머리를 혹사하는 계산.........해리포터 시리즈의 산술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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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키바Empero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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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이리 복잡하고 애매해!

쟌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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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봐주는 것도 공부 많이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군요.

가시가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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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리 복잡하답니까;

콘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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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서 말하면 굳이 사주팔자 볼 게 아니라면 그냥 적당히 설날 쯤 지나서 띠가 바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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