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길고 길었던 1년 7개월간의 근무 끝에 첫 직장 퇴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실 출근 막날인 오늘까지 땅끝마을쪽에 출장 하나 잡혀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다친 덕에 출장 취소되고 그대로 퇴사까지 하게 되었네요.

솔직히 다른 직원들하고는 다 친하게 지냈던 지라 저만 나온 게 좀 아쉽긴 한데, 건강도 건강이고 사람 부리는 꼬라지가 너무 개같아서 잘 탈출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1년 7개월 다니면서 몸무게만 10kg 넘게 찌고,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당뇨+고혈압+통풍 트리플 크라운에, 불면증까지 얻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왜 내 몸 버려가면서까지 이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제가 만든 로봇이 움직인다 한들 결국 그게 제건 아닌데말이죠ㅋㅋ...

전 제가 불합리하면 들이받고 보는 성격이 불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장 다녀 보니 제 할 말도 못하는 그저 평범한 범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단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가스라이팅 진짜 무섭더군요.

맨날 야단만 맞다보니까 어느샌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리니ㅋㅋ...

탈출은 했지만,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서 이게 복구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돈은 벌어야 하니 취직을 하긴 해야 한다는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 주질 않습니다.

부모님이 정한 기한은 올해까지니 그 안에는 회복이 되야 할텐데말이죠.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