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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내와 조금 전까지 서로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는데도 내 감정은 여전히 고요했다.

이 영원한 저녁놀의 세계에 왔을때 분노나 증오를 놓고 와버린 것일까.

나는 카야바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거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저건 어떻게 된 거지?

- 비유적인 표현... 이라고 해야 할까.

카야바의 목소리도 조용했다.

- 현재 아가스 본사 지하 5층에 설치된 소아온 메인프레임의 전기억장치에서

데이터의 완전 소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네. 앞으로 10분이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소멸되겠지.

- 저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아스나가 문득 물었다.

-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 전...

카야바는 오른손을 움직여 나타난 윈도우를 흘끔보고 말을 이었다.

- 살아남은 전 플레이어 6,147명의 로그아웃이 완료되었다.

- 죽은 사람들은? 한 번 죽은 우리가 여기 이렇게 있는 걸 보면,

여태까지 죽은 4천 명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줄 수 있었던 것 아냐?

카야바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윈도우를 닫더니, 

두 손을 백의의 주머니에 집어넣고 말했다.

- 목숨이란 그리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는 걸세. 그들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아.

죽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어느 세계에서나 마찬가지라네. 자네들과는... 마지막으로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시간을 만든 것뿐일세.

그것이 4천 명을 죽인 인간이 할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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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X신이라 불린 사나이, 카야바!

우리가 못하는 나사빠진 소리를 저렇게 태연하게 말할 수 있다니!

그 점이 멍청해! 동경이 생기지 않아!

아무튼 인류 과학을 초월한 희대의 걸작이 드디어 전세계에 퍼지게 됩니다!

이제 모두가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을 거에요~~!

조금만 기다리면 무료혜자갓게임 GGO도 플레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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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 현실 지구는 디아블로4 같은 구닥다리 게임이나 하고 있군요...

일해라, 과학자들! 일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