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_네타] [더 로드] 개인적인 감상
2011.08.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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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판타지 소설 더 로드를 봤습니다. 게임 판타지는 진짜 잡을 생각 없었는데, 이 작품은 사촌 동생이 워낙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보고 말았습죠.
확실히 제 인생 최악의 겜판소 황혼의 문X보다는 나았습니다.(김원호 씨 시리즈요? 그건 감히 볼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소설에서 레알 무리수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역시 그 놈의 '숫자'.
어지간하면 이런 걸로 태클 걸 생각 없었는데, 진짜 이건 말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일단 도입부에서 클로즈 베타에만 딸 수 있는, S급 타이틀(SS급이 가장 높은 등급인데, 이건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지라 사실상 최강의 타이틀인 셈입니다.) '더 로드'를 따기 위해 주인공은 노가다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노가다의 내용이란 게…….
게임 시간 1년 3개월 안에 몬스터 백만 마리 잡기.
네, 백만입니다. 백 마리 잘 못 쓴 거 아닙니다. 만 마리 잘못 쓴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타이틀 노가다라는 게 몬스터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각기 다른 천 명의 플레이어에게 승리, PVP 승리는 총 4천번.
참고로 이거 가상현실입니다. 메이플같은 횡스크롤 무한 버튼 누르기 게임 아닙니다.(...)
아, 네……. 그니까 저걸 인간이 할 수 있다고? 시간 제한까지 있는데?
밥 안 먹고 잠 안 자고 게임만 해도 불가능한 수치 아닙니까?
아, 그리고 이 미친 개삽질 노가다 끝에 얻는 타이틀 더 로드도 말도 안 나오게 사기입니다. 스킬 숙련도가 세 배로 빨리 찬다……. 패널티 그런 거 없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설정상 레벨 올리기보다 숙련도 올리는 게 더 어려운 게임입니다.
……예, 이건 넘어갑시다. 사실 이 무리수만 넘어서면 초반부는 그럭저럭 잘 읽힙니다.
물론 '게임 이렇게 운영해도 안 망하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여럿 있지만 일단 넘어갑시다(..).
진짜 무리수의 시작은 8권부터입니다.
바로 주인공이 2만 vs 1의 대결을 하는 부분. 참고로 저 2만이란 거 몬스터 아닙니다, 유저입니다. 그것도 게임 내 최고 거대 길드의 정예병들(..) 아니 뭔 정예병이 2만명이나 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 길드 길드장이 골드 언리미티드 빠와!로 끌어모았다니 그렇다고 칩시다.
여기서 주인공은 대략 만 5천명 이상은 때려죽이고 적 길드장까지 때려잡고 죽습니다. 아…….
만 명 이상 쓰러뜨리고나서 '가상현실이라고 해서 현실과 별로 다를 게 없다.'라고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 이 부분에서 어이가 없고 할 말이 없어 탄식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현실이라면 아무리 먼치킨이라도 만 명이 아니라 100명 정도 쓰러뜨리는 시점에서 쓰러져 골골거렸을 겁니다. 뭐, 그래도 게임이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놀랄 부분은 아직도 많으니까요!
아, 참고로 이 미친 짓거리를 하고나서 얻는 타이틀이 '최강의 학살자'인데요.
능력치가 PvP시 모든 공격력 30% 증가, 방어력 50% 증가, 모든 스킬 속도 30% 증가. 레벨 50 이상 차이 날 경우 공속/스킬시전 속도 10% 하락, 100 이상은 20, 200 이상은 30…… 이런 식으로 400까지 50%까지 떨굽니다. 참고로 이상이나 이하가 아니라 그냥 차이가 나면 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 만렙은 1000.
이런 타이틀 들고 PvP에서 진다는 건 불가능하죠? 네, 정신 나간 게임이에요, 이건.
수치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건 전투만이 아닙니다.
중간에 자그마치 천만권의 책이 있다는 도서관이 나오면서, 주인공은 거기서 원하는 책들을 얻기 위해 하루에 몇만권씩(!) 책을 살펴보며 천만권의 책을 정복(!)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야, 무한서고에 취직해도 되겠어요.
이 수치 안드로메다의 정점은 몬스터 군대 vs 유저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주인공이 이 한 군데에 모여있는 6500만의 몬스터 군대 사이를 30분 안에 10km 이상 돌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 6500만…….
지금 장난하는 거겠죠?
6500만이 한 군데에 모일 수 있느냐는 둘째치고 그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을 10km 넘게 뚫고간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 6500만이라는 군세에 토끼나 다람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찌끄래기부터 준보스급까지 다양하게 널려있습니다.
기가 막히는 점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몇 십만의 몬스터를 소멸시켰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 단 두 방…….
…핵이라도 날렸니?
뭐, 이런 어이없다 못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스펙 덕분이지 뒷부분엔 '죽을 고생을 다해 900만의 몬스터를 쓰러뜨렸다.'는 대목이 나올 때는,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
뭐 숫자 얘기는 저리 던져두더라도 이 소설이 얼마나 막장인지는 각종 타이틀과 아이템들, 스킬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워낙 그런 막장 아이템, 스킬, 타이틀들이 많으니 딱 두개만 꼽겠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얻게되는 무적자라는 타이틀.
달려있는 스킬은 무적의 포효(한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 70% 상승), 능력은 앱솔루트 오라(캐스팅 속도 30% 생명,마력 40%, 공/방 30% 증가, 모든 능력치와 속성 친화력 20% 증가.) 특수 효과는 위엄의 증표(레벨이 낮거나 같은 상대에게 치명타 확률 두★배! 도전의 증표[레벨이 높은 상대에겐 공 30% 증가!) 자비의 증표(치료 계열 사용 시 효과 30% 증가) 환상의 증표(마력 소모 30% 감소)
달려있는 스킬은 무적의 포효(한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 70% 상승), 능력은 앱솔루트 오라(캐스팅 속도 30% 생명,마력 40%, 공/방 30% 증가, 모든 능력치와 속성 친화력 20% 증가.) 특수 효과는 위엄의 증표(레벨이 낮거나 같은 상대에게 치명타 확률 두★배! 도전의 증표[레벨이 높은 상대에겐 공 30% 증가!) 자비의 증표(치료 계열 사용 시 효과 30% 증가) 환상의 증표(마력 소모 30% 감소)
그리고 엘리멘탈 블레이드라는 칼.
내구도 무한 공격력 +70% 마력 40% 생명 20% 모든 속성친화력 +5 모든 속성 공격력, 저항력, 친화력 5% 증가.
AH…….
이런 점이 좀 무리라는 걸 알았는지 작가도 소설 속 설정상 주인공이 갖추게 되는 거의 모든 아이템은 미리 안배되어있던 것이라는 설정을 넣게 되는데… 그리 되면 사라져가는 신들이 만들어놓은 최종병기들을 모두 처묵처묵한 게 주인공인 셈인데…… 저렇게 만들어놓은 아이템이나 스킬, 타이틀, 게다가 후반부에 얻게되는 자이언트나 마갑을 보면 이 신들이 최후의 발악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때려잡은 신의 하수인이 만들어낸 게임 속에 이딴 거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놈들이 뭐하러 그 하수인이 걸어놓은 보안등급에 일일이 다 걸려 말도 제대로 못하고, 개입할 힘조차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뿐.
마지막으로 캐릭터들과 스토리.
몇백만 골드의 손해를 보게 만든 생면부지의 도둑놈들에게 조금의 분노도 느끼지 않고 바로 하하호호 하며 떠들 수 있는 주인공이지만, 지나가다 자기를 조금 깔봤다고 몇백명의 유저들을 끔살시키기도 합니다. ……얘 뭐야?
주인공의 직업도 가관입니다. 온갖 개사기 직업이 판을 치는 겜판소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강력한 직업.
1차 전직부터 사기인 것이, 기본 능력이 모든 스킬에서 상성이 사라진다는 점인데,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검을 올리면 마법이 떨어지고, 마법을 올리면 검이 떨어지는 시소 게임 속에서, 몇 개의 스킬만 정해 아득바득 성장해간다면 주인공은 그냥 막 배우고 막 올릴 수 있습니다. 특수 능력 스킬은 융합. 스킬 세 개 합쳐서 더 강려칸 스킬 만들기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용마수라는 특수 기술이 있는데, 하루 두 시간동안 방어력 200% 근력/민첩 100% 증가(..), 용마섬이란 특수스킬 사용 가능.
다만 캐릭이 4번 죽으면 아예 캐삭이 된다는 막장 패널티가 달려있는데, 이런 걸 달아줄 생각이 있으면 처음부터 직업을 제대로 너프시켜서 만들던가.(..)
최종적인 직업 능력치요?
융합이 4가지로 늘어나고, 용마수에서 용마안(100% 은신 감지(..)), 특수 스킬 용마흔, 용마혈(생명력 1분에 1% 마력 2분에 1% 회복), 용마인 변신 스킬(하루에 한 시간. 모든 능력치 +30% 공격력 40% 증가, 방어력 두 배. 용마수~용마혈의 모든 능력치 기본적으로 소유.)
참고로 주인공이 싸우게 되는 최종보스가 용입니다. 근데 얘는 왜 용의 힘을 쓰는거지(..)
그리고 주인공이 2만 vs 1 배틀을 할때 그 동영상이 유출되는데, 그걸 본 다른 유저들은 당연히 미쳐날뜁니다. 저게 무슨 말도 안되는 캐릭터냐, 라고 말이죠. 그 심정 십분 이해합니다. 그런데 게임회사가 내놓는 답변이 가관. '주인공은 저 능력에
걸맞는 시련을 거쳤음. 그니까 이상무.
…이 녀석, 초반에 직업 얻는 노가다랑 타이틀 따는 노가다 외엔 메인 퀘스트 몇 번 했을 뿐입니다. 결코 저렇게 강해질 정도의 시련을 겪은 적은 없어요.
더군다나 이와 비슷한 내용이 게임판타지 '반'에서 나오는데 말입니다. 그 '반'조차도 저런 안드로메다로 달려가는 먼치킨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실제로 '반'은 주인공처럼 메인 퀘스트만 쭉쭉 빨아먹으며 성장한 게 아닐 뿐더러, 카오스 시스템인지 뭐시긴지 하는, 반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유저 전체에게 적용되는 시스템 덕분에 무지막지하게 강해질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유저들은 게임사의 설명을 납득하고 다시 게임에 몰두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시기하긴 커녕 '무적자'라고 부르며 게임내 지존으로 인정하지요.
.............아.
작가도 이게 무리수라는 것을 느꼈는지 '사실 이 게임은 세상의 모든 마약을 합친 것보다 중독성이 쩐다!'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제가 뭔가 덧붙인 게 아니라 정말 모든 마약을 합친 것보다 중독성이 심하다고 나옵니다. 이건 뭐 초등학생이 붙여놓은 설명도 아니고. 그리고 정말 중독성이 그따위면 국가에서 과연 가만히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것말고도 주인공이 그 유명한 게임 캐릭터로 경복궁을 때려부수는데도 아무도 못 알아본다거나, 각각 단 한 챕터씩 등장하고 사라지는 주인공의 두 게임 친구, 초반엔 '남들 정도의 끈기밖에 없다.'고 말하다가 '사실 끈기로 날 따라올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는 주인공 등등 이상한 부분이 여럿 있지만, 그런 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애기하죠.
스토리에 따르면, 사실 주인공은 빛의 신이었고, 어떤 인간여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를 신의 위치로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얀데레 밤의 신이 눈치까고 그 인간여캐에게서 신성을 뺏고 끝없이 고생만 하는 인생을 살도록 해버립니다. 풀죽은 빛의 신은 빡친다거나 욕한다거나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신성을 버리고 윤회 사이클로 뛰어들어버립니다. 신조차 찾을 수 없게요.
그리고 밤의 신은 그 주인공을 찾기 위해 모든 차원을 하나라 합치기 시작하고, 그 합쳐진 세계가 바로 더 로드 안에 나오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지구에서 서비스한 이유도 지구마저 먹어치우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차원이면 우주 아닌가. 뭐 여기까진 그럭저럭 스토리가 잘 풀려나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게임판타지계에서 이정도면 준수한 셈입니다.
보스인 용까지 때려잡고 모든 일의 원흉인 밤의 여신과 별로 특별할 건 없는(....) 문답 끝에 합쳐지는 차원을 구해내죠.
그런데 제가 까고싶은 건 이런 식의 결말이 아니라, 주인공이 대체 왜 살아났냐는 점입니다.(..)
자폭을 하고나서 소멸되는 것을 느끼고, 여신과 이야기를 한 뒤에 주인공은 다시 잠에 빠집니다. 말이 잠에 빠지는 거지, 몸이 소멸됬으면 죽는 게 당연합니다.
자폭을 하고나서 소멸되는 것을 느끼고, 여신과 이야기를 한 뒤에 주인공은 다시 잠에 빠집니다. 말이 잠에 빠지는 거지, 몸이 소멸됬으면 죽는 게 당연합니다.
헌데 10년이 흐른 에필로그에서 갑툭튀.
그리고는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그 인간 여캐의 환생도 아닌, 그 여자의 동생과 이어집니다.
암만 봐도 해피 엔딩을 만들기 위한 무리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작가가 좀만 더 게임 내 밸런스에 신경써 줬으면 좋았을텐데. 시작부터가 '일인군단'을 만들겠다며 설레발을 치니 어느 정도 먼치킨은 납득할 수 있는데, 저건 너무 심하잖아요. 최종보스인 용과의 싸움도 레벨업한 것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끝나고, 굳이 저렇게까지 강해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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