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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_네타] [이벤트]빙결결계의 에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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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결결계의 에덴 리뷰

일단 받아서 재미있게 봤으니 쓰는 게 도리겠지요.

‘좋은 라이트노벨’ 이 뭔지 묻는다면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겠지만 일단 저는 ‘잘 읽힐 것’, ‘독자의 흥미를 끌 것’, ‘참신한 요소를 가지고 있을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군요.

이 리뷰는 그러한 기준에 맞춰서 진행하겠습니다. 아니 뭐, 이렇게 이야기해도 대단찮은 건 아니고요. (...)

아무튼 시작해보겠습니다.



전개


무난하게 잘 읽힌다는 건 어떤 글이든 대체로 미덕이지요. 이 글 역시 그렇습니다.


주인공과 여주인공은 강하고 아름다우며 서로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믿었지만,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로 더 이상 여주인공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되고, 미련은 남아있지만 여주인공과 떨어진 곳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그리고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뭐, 단권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예정된 해피엔딩입니다만은, 여러 의미에서 평균적인 한 권이라는 생각이 드는 전개였습니다. 주위 상황의 설명, 캐릭터 소개, 세계가 굴러가는 원리,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마무리된 상황까지. 깔끔하다면 깔끔하다고 할 수 있지요.


문제는 이런 평균적인 전개가 무난할 수는 있어도, 그 자신의 특이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크게 실점하는 부분은 없지만 크게 득점하는 부분도 없다고 하면 좋을까요. 일단 스포일러를 제하고 쓰려니 좀 두루뭉실하긴 한데, 크게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다음 권을 위한 충실한 발판이라는 느낌. 일단 전개 쪽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슴다.




캐릭터



이야기가 굉장히 고전적이라고 느낀 건, 고전적인 캐릭터라인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은’ 강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 어디선가 본 듯한 주인공의 라이벌과 주인공을 기다리는 여주인공. 개성을 드러낼만했던 건 주인공의 일상에 있던 캐릭터-유토와 엘리라고 생각합니다만은, 이쪽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만한 묘사는 많이 없었지요. 어디까지나 배경+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정도니까요.


글쎄요. 한 권이라는 제한된 이야기 내에서 부드러운 구성을 위해 인물의 디테일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않더라도 인물의 특이함, 적어도 뭔가 악센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개입된 이야기입니다만, 여주인공(일단은 그런 포지션인)인 유미가 좀 더 능동적이었다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드네요. 그 권력을 써서 셸티스의 행방을 찾는다던가, 후반부 엘리베이터씬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도와준다거나. ‘구원받는 히로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이 행동했다면 좀 더 다채로워지지 않았을까. 일단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


뭐라고 해야 하나, 이야기가 잘 읽히는 것과 별개로, 구성은 꽤나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먼저 서술자가 개입해 세계에 대한 설정을 너무나 많이 말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분위기를 구축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글 전체의 속도감이나 완급을 조절하는데는 그리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지요.


그리고 이것 역시 개인적인 취향에서 나오는 말입니다만, ‘왜 부유대륙을 썼는가’라는 의문과, 부유 ‘대륙’이라고 하면서도 작중 보이는 건 부유‘도시’라는 이미지가 계속 느껴지더군요.


한편 이야기를 다루는데 팽팽하게, 느슨하게 하는 포인트가 조금 미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완급 조절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이 글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어땠냐 하면, 막히는 것 없이 넘어가는 특별한 맛이 없는 그냥 물이라는 느낌이었거든요. 어떤 장면을 살짝살짝 다루고 넘어가거나 집중해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게 덜 느껴지고, 퀘스트 a 해결 퀘스트 b 해결 퀘스트 c 해결, 이런 식으로 술렁술렁 넘어가는 걸로 보였어요.


계속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천년사라는 건 어떤 무력 집단의 장인데, 누군가를 1:1로 가드하는 무력과 다른 예하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층위의 것이지요. 이 부분이 주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줬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군요.


우연에 의지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보인 것도 조금 걸리네요. ‘왜 이리스가 해킹을 도와줬나’라던가 ‘2년 동안 화물 운반용 엘리베이터의 비밀번호가 바뀌지 않았다’ 같은 건 너무 안이한 전개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떡밥. 설정을 풀어놓는 건 좋지만 처음과 끝에 나온 여성도 그렇고 유환종들의 정체나 그들의 노랫소리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나 많지요. 다음 권이 나오면 해결될 문제겠지요.



문장


……아니 뭐, 사실 라이트노벨에서 문장을 찾는 건 과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그래도 읽기 좋은 건 확실히 읽기 좋은 티가 나니까요.


다만 이 책에서 아쉬웠던 것은 쉽게 읽히긴 하되 ‘읽는 맛’이 느껴지는 구석은 그다지 없었다는 것일려나요. 번역에서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한 건지, 대사에 굳이 필요 없는 설명이 많이 들어갔더군요. 묘사의 경우도 그렇고.


물론 라노베는 엄밀히 말해 문학으로의 가치보다 엔터테인먼트로의 가치에 더 무게가 실리고, 문학에서 요구하는 빡빡한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그렇게 많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그럼에도 대화가 조금이나마 더 세련되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총평


좋지 않은 부분만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만은, 반대로 말하면 위에 말한 것 외의 부분은 무난하게 잘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장점이었습니다. 일러스트도 괜찮은 편이었고요.

아무튼 한 권의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여러 사람의 공이 들어간 것이고, 그래서 책을 만드시는데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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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01:09:53 (7077일째)
아름다움이란 어쩌면 파괴당하기를 거부하는 그 저항감의 강도일 것이다. 아베 코보, 타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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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Ellyusio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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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분의 전작인 명영사도 그랬지요.

그나마 스토리도, 설정도 막나가는 책들보단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라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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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명영사 작가분이었군요.</DIV>

<DIV>명영사도 확실히 잘 읽히긴 하는데 강렬한 개성은 없었죠.</DIV>

카타르시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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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개성이라면 개성이겠죠 이건안봐서 모르겠지만

전작인 명영사도 명영특유의 노래소리때문인지 잔잔하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뭐&#160;명영사도 재밌게 봤으니 사볼까요....

카르나스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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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고 잔잔한 전개라는 측면은 사자네 씨의 특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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