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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미야베 미유키의 흑백, 히틀러가 바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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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에 인상적인 것을 몇 개.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SF 작가 테드 창의 신작입니다. 정말 기이하리만치 적은 작품만 내는 이 사람은, 그래도 그만큼의 퀄리티를 보장합니다. 사실 신작을 너무 안내니 좀 꽁기한 것도 있지만 아무튼(..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SF란 '상상하고, 상상을 그럴듯하게 만들고, 그럴듯한 상상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루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요. 소설이란 근본적으로 이야기고, 보는 사람이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테드 창은 훌륭하게 그걸 다루고 있죠.

 

  소설의 배경은 아마도 근미래의, 가상 세계가 활성화된 곳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6년간 동물원에서 일하다 동물원이 망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애니라는 아가씨지요. 애니는 어느 날 친구에게 어떤 제안을 받습니다. 널 스카웃하고 싶어하는 회사가 있다고. 알고 보니 그 회사는 가상 공간의 애완동물-디지언트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디지언트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디지언트를 위해 뭘 해야하는지 알기 위해 애니를 고용하려는 것이었지요. 애니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좋아했고, 그건 디지언트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애니는 그 회사, 블루 감마에 들어가고. 거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깔끔하고, 차분한 글입니다. 인간과 인간 아닌 자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인간이 무엇을 만들고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의 애정과 관심은 어떤 대상을 향하고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건 많아요. 생각할 게 많은 글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유. 때때로 머리를 비우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아무튼 무척 좋은 글이에요. 북스피어 에스프레소 노벨라 먹여살릴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흑백



  미야베 미유키는 다작하는 작가지요. 다루는 소재도 인물도 다양하고, 아무튼 좋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에도 시대에 애정이 많아서, 미야베 월드 2막이란 이름으로 에도 시대물을 많이 썼지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진상, 외딴 집이나 말하는 검 미인 등등.. 주워섬기니 끝도 없네요.

  아무튼 이 흑백도, 그런 에도 시대 배경인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뭐랄까, 좀 애매한 부분도 있고 너무 상냥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라는 느낌도 들지만, 역시 이것도 괜찮은 글이에요. 단편 몇 개가 모여 큰 이야기를 이루는 솜씨도 능숙하고요.





 

  히틀러가 바꾼 세계



  히틀러와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책이야 많고 많지만, 당시 독일 생활사를 다룬 건 그다지 읽지 않아서 뽑아든 책. 1930년대의 나치와 독일의 변천사였나, 그것도 괜찮았는데...



  아무튼 각설하고, 이건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증언을 듣고 기록을 성실하게 조사한 책이에요. 논픽션의 미덕은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얼마나 맛깔나게 드러내느냐에 있다고 보고, 이건 충분히 그런 매력을 가진 책이에요. 보고 인상깊었던 구절 하나 옮기겠슴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게자 하흐만 gesa hachmann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있다.
“한번은 내가 어머니께 ‘평화가 뭐에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사람들이 다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란다’라고 답했다. 내가 다시 ‘그런 날이 오면 식료품 가게에서 달걀 두 개만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자, 어머니는 ‘평시에는 일곱 개나 여덟 개가 아니라 가게에 있는 달걀을 다 살수도 있단다’라고 답했다. 내가 ‘그럼 버터 반 파운드도 살 수 있나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당연하지. 달라는 대로 다 준단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럼 평화는 빵 양쪽에 버터를 발라 먹을 수 있는 시기네요’라고 말했다.”

매튜 휴즈 히틀러가 바꾼 세계. 288p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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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01:09:53 (7082일째)
아름다움이란 어쩌면 파괴당하기를 거부하는 그 저항감의 강도일 것이다. 아베 코보, 타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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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행인69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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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미야베 작가의 담백한 문체가 땡기네요.

후시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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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히틀러가 바꾼 세계는 봐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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