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_네타] [그래비티] 우주라는 이름의 고독, 중력이라는 이름의 삶
2013.10.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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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첫날 CGV 4DX로 관람을 완료했습니다.
CGV에서 제공하는 이영화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화를 대충보고 썼는지 좀 허술합니다. 그래도 한문장은 옳았군요. 혼자 남겨지게 된다는 것 말이죠.
영화는 허블 망원경 수리씬에서 시작합니다.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호는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임무를 위해 망원경과 도킹해있습니다. 수리를 위해 파견된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우주왕복선의 매니퓰레이팅 암에 고정되어 망원경을 수리하려 하지만 영 잘 되지가 않습니다. 그녀의 주변에선 다른 우주비행사들이 까불거리고 있습니다. 이번 임무가 마지막인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선장은 슬로베예프의 우주유영기록을 깨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면서 스톤박사와 잡담을 나눕니다.
맷 "그래, 이곳(우주)는 지낼만해?"
라이언 "우주는 좋아요, 이곳은 조용하니까요."
그러나 임무를 계속하던중 러쒸안 놈들이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했다는 휴스턴의 연락이 들어오고, 별 문제없을 거라는 말과는 반대로 조금후 급박한 임무취소 명령이 전달됩니다. 앞서 격추된 인공위성의 파편들이 연쇄적으로 다른 위성들을 박살내는 케슬러 효과에 의해서 우주파편들이 그들에게 날아오기 시작한 것. 그들은 황급히 미션을 취소하고 왕복선으로 돌아가려하지만 안타깝게도 데브리가 도착하는 시간이 더 빨랐습니다. 초속 8km, 제1 우주속도로 움직이는 데브리의 비가 우주왕복선과 그들을 강타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라이언 박사는 매니퓰레이팅 암이 박살나며 함께 우주로 내던져지게 됩니다.
매니퓰레이팅 암에 고정된 상태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우주유영장비를 착용하지 못한 라이언 박사는 관성에 의해서 날아갑니다. 멈추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며 우주를 표류하게 된 라이언 박사는 필사적으로 통신을 시도하지만 데브리에 의해서 근처 통신위성들이 함께 박살나며 휴스턴과의 연결이 끊긴 상태. 그녀의 애타는 호출에도 무전은 침묵을 고수합니다. 침묵의 우주, 고요의 우주. 그녀가 우주를 좋아한다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그녀를 압도하는 원인으로 다가오게 된 것입니다.
이대로였다면 영화 끝났을테지만 다행히 무전으로 맷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는 무사했고 그의 지시를 통해서 라이언 박사는 침착을 되찾고 맷선장은 우주유영장비를 통해서 그녀를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생명줄로 연결된 상태에서 익스플로러 호로 돌아가보지만 데브리에 의해 왕복선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었고, 다른 크루는 모두 사망한 상황. 여전히 휴스턴과의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맷선장은 ISS(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곳에 있는 비상탈출용 소유즈 우주선을 통해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곳까지 가기위해 믿을 수 있는 것은 선장의 빈약한 우주유영장비 뿐입니다.
관성을 이용해서 ISS로 이동하는 맷과 라이언, 라이언의 산소가 점점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맷은 라이언을 진정시키기위해 계속 이야기를 겁니다. 어디 사느냐, 일이 끝나면 뭘 하면서 노는가, 지구로 돌아가면 그걸 해야하지 않겠는가 등등... 여기서 라이언의 과거가 조금 밝혀지는데 실은 그녀에겐 딸이 있었지만 4살때 불의의 사고로 그만 죽고맙니다. 일이 끝나면 그저 딸이 죽은 그녀의 고향 레이크 주어릭을 차를 타고 끝없이 방황할 뿐. 앞서 그녀가 우주를 좋아한다고 한 이유는 이것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지구는, 그녀에게 있어서 고통의 기억이었던 것이고 우주는 잠시나마 그러한 기억을 잊고 홀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죠.
마침내 그들은 ISS에 도착하지만, 라이언의 산소는 모두 떨어졌고 유영장비의 추진제가 떨어져 단 한번의 궤도수정만이 가능한 절박한 상황. 게다가 ISS의 소유즈 탈출선은 데브리에 의해 낙하산이 펼쳐져 지구돌입이 불가능한 상황. 맷은 이 소유즈선을 이용해 100km가량 덜어진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일단 ISS에 타야합니다.
감속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정거장을 붙잡는 모습을 영화는 긴박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정거장을 붙잡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마는가 하는 순간 정거장에 펼쳐져있던 낙하산줄이 라이언의 발에 걸리고 라이언은 튕겨 나가던 맷을 잡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낙하산 줄은 두사람의 관성을 버티지 못하고 계속 풀려나가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두사람 모두 죽을 거라 판단한 맷은 스스로 줄을 놓게 됩니다. 홀로 남았던 그녀를 구해준 맷을 포기하라는 말에 라이언은 필사적으로 거부하지만 , 라이언에게 그녀가 해야할 일들을 당부하며 반드시 지구로 돌아갈 것을 약속받고는 줄을 놓습니다. 우주로 사라져가는 와중에서도 산소가 떨어진 라이언이 정신을 차리도록 계속 말을 걸어주며 유쾌하게 슬로베예프의 최장시간 우주유영기록을 깼다고 말하는 맷.
산소가 떨어져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와중에서도 맷의 독려를 받아가며 라이언은 우주정거장 외벽을 더듬어가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우주복을 벗고는 산소를 호흡하며 몸을 웅크리는 라이언의 모습을 카메라는 정거장의 창문을 배경으로 잡는데 이부분이 노골적으로 태아와 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집니다. 이후 정신을 차린 라이언은 정거장의 설비로 맷에게 통신을 시도하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결국 다시 혼자 남게 된 라이언...그러나 슬퍼할 새가 없이 우주정거장에 비상경보가 울립니다. 아까 들어올때 보았던 전자기기의 작은 화재가 결국 정거장 전체로 번지고 있던 것.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려 시도해보지만 택도없었고 그녀는 급히 소유즈 탈출선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탈출선을 분리해서 빠져나가려하지만 아까 그녀를 구했던 낙하산 줄이 이번에는 우주정거장에 얽혀서 탈출선을 구속합니다. 가까스로 요동치는 탈출선을 멈추고 낙하산줄을 제거하러 나오지만 이번에는 데브리들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그녀를 덮칩니다. 우주공간의 침묵속에서 그녀의 숨소리만을 배경으로 삼아 데브리들이 ISS를 파괴하는 장면은 관객마저 목소리를 잃게 합니다.
간신히 낙하산 줄을 분리하고 빠져나왔지만 소유즈 우주선의 엔진은 고장난 상태였고 텐궁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절망한 라이언은 휴스턴과의 통신을 시도해보지만 여전히 통신은 복구되지 않고 왠 아마추어 통신사랑 연결된데다 이사람은 영어도 못하는 상황. 통신을 통해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개의 짖는 소리,그리고 아기의 우는소리를 들으며 그와 통하지 않는 대화를 이어가던 라이언은 이윽고 절망속에서 우주선의 시스템을 끄고 산소를 낮춰 스스로 질식합니다.
그렇게 어둠속에 빠져있던 찰나에 갑자기 탈출선의 창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들려오고, 미처 라이언이 헬멧을 챙겨입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옵니다. 놀랍게도 그는 맷이었습니다. 어떻게 된거냐는 라이언의 물음에 "박사가 없으니까 생각이 더 잘 돌아가더군"따위의 농담을 하면서 좌석사이에서 보드카를 꺼내마시는 맷. 추진용 연료가 없다는 라이언의 말에, 발사와 착륙은 같은 거야, 착륙장치를 사용하면 된다고 맷은 가르쳐줍니다. 라이언은 자신이 시뮬레이션에서 항상 착륙에 실패했다고 중얼거리자 갑자기 맷 선장은 분위기를 잡고 다시 시스템을 꺼버리면서 라이언에게 말합니다.
"그럼 계속 이곳에 있으라고, 이 곳(우주)은 좋지. 아무것도 없어. 항상 혼자 있을 수 있지. 하지만말이야 이럴 거라면 왜 이제까지 그렇게 바둥댄거지?"
그리고 암전하는 화면과 함께 사라지는 맷선장. 그는 질식해가는 그녀의 뇌가 보여준 환상이자 깨달음이였던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부분에서 직설적인 암시를 드러냅니다. 딸을 잃고 밤만되면 현실(지구)에서 도피해 황야(우주)를 방황하는 그녀였지만. 막상 우주에서 정말로 홀로 남게 된 순간에 그녀는 끊임없이 타인과의 소통을 갈구하고,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지대를 붙잡아온 것입니다. 우주라는 고독속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되고 알게 된 것은 그녀는 사실 살고 싶다는 것이었죠. 고대로부터 우주는 천상, 저세상이었고 우주미아라는 임사체험속에서 그녀는 삶을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영화가 보여준 자궁의 메타포도 동일하죠. 자궁 속이란 기본적으로 저세상과 같은 것입니다. 저승과 이승을 가르는 강은 양수이고 뱃속이라는 낙원에서 추방되어 삶에 내던져진 인간은 항상 그곳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욕구, 타나토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타나토스를 넘어, 우주와 죽음이라는 역설적 안락함보다, 고통스러웠던 삶을 택하고자 하는게 그녀의 본심이었던 것입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환상속에서 얻은 깨달음대로 착륙장치를 이용해서 텐궁으로 향합니다. 맷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으며 말이죠. 그러나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역시 데브리에 의해 손상을 입고 궤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대기중으로 추락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아까와 달리 삶의 의욕으로 가득한 그녀는 ISS에서 챙겨왔던 소화기를 이용해서 탈출선에서 텐궁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합니다. 대기권에 재돌입하면서 점점 부서져가는 텐궁의 탈출선에 들어가는데 성공하고, 중국어로 쓰여있어 읽을 수가 없는 장비들도 소유즈의 경험을 이용해서 작동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재돌입으로 인해서 붉게 달아오르는 탈출선이 마침내 작동에 성공하고 자세를 잡아 지구로 낙하해갑니다. 우주(죽음)에서 지구(삶)으로의 재탄생이죠.
마침내 탈출선은 호수에 무사히 착수하고, 라이언박사는 침수하는 우주선에서 빠져나와(이부분이 좀 웃긴게 잘 떠있는데 문을 여니까 거기로 물이 줄줄 들어와서 가라앉음) 우주복을 벗고 호수를 헤엄쳐나가 육지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두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 걸어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그라비티라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영화는 무중력의 공포에 집중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는 살고자하는 노력을 대단히 긴박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견 정적일 것 같은 롱테이크씬은 데브리에 의한 파괴씬들과 맞물려서 대단히 급박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한 끗차이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갈 위험속에서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정거장을 잡으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이 영화의 제목이 어째서 표류나 공간이 아닌, 중력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살고자 하는 욕구, 삶이 존재하는 그 곳인 지구로 잡아당기는 인력. 그 것이 중력이기 때문이죠. 우주라는 상징적인 배경을 이용하여 수많은 비유를 통해 직설적이라고 할만큼 솔직하게 주제가 표현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적인 의미와 별개로 우주를 표현하는 영화의 영상은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 광활한 우주 공간. 낮과 밤이 갈린 지구의 풍광에서 밤의 영역에 피어오르는 오로라, 데브리에 의해 파괴되는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지구로 돌입하며 타들어가는 정거장의 파편. 영화는 시각적인 만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롱테이크에 의한 연출은 이러한 영상미를 더욱 극대화해줍니다. 화려한 곳에서 화려하며, 적막한 곳에서 적막하고, 급박한 곳에서 급박합니다. 영상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영화가 일반/3D/아이맥스3D/4DX로 개봉한 걸로 아는데, 영상적인 의미에선 아이맥스가 좋을 것 같고 몰입이라는 의미에선 4DX를 추천할 만합니다. 둘다 가격이 18000원인가 그럴텐데 일반 가격보다 비싼 값을 합니다. 다만 4D가 정거장 박살나는 순간이라던가 몰입감이 좀 더 오긴하는데 솔직히 18000원어치 하냐고 묻는다면 좀 애매하므로, 이 영화의 죽여주는 영상을 감상하기 위해선 아이맥스 쪽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평점
스토리/플롯 : ★★★★☆ 91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필요한 내용은 다 담겨 있다. 할리우드영화답게 초반에 쓸데없는 잡담이 후반에 복선으로 회수하는 구조도 충실. 굳이 단점으로 꼽자면 정석적인 구조로 인해서 의외성은 적다는 것.
연출/영상 : ★★★★★ 말이 필요없는 영상미, 내셔널지오그래픽 우주판. 우주이기때문에 폭발음따위도 없고 배경음악대신 라디오 잡음따위만 들려오는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인물/연기 : ★★★★★ 목소리만 나오는 일부 인물과, 그나마 중요 조연인 조지 클루니 빼면 사실상 산드라 블록의 1인극인데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당당히 1줄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은근히 우주복 벗고 런닝입은 모습이 섹시. 그러나 단연컨대 이 영화에서 가장 섹시한건 조지 클루니일 것이다. 진짜 상남자.
설정/고증 : ★★★★☆ 나사의 우주비행사들도 인정한 고증. 다만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일부 왜곡된 점이 있긴 하다. 허블 망원경과 ISS, 텐궁의 궤도라던가 데브리라던가, 우주유영장비라던가. 그러나 우주공간, 우주정거장의 모습은 대단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종합 ★★★★★ 필견하지 않으면 후회함. 그러나 멜로같은 걸 보러 간 다음에 안나온다고 불평하진 마시라.
p.s. 작성하는데 저장누를때마다 어디선가 줄바꿈이 생성되서 계속 수정하게 만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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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행인69님의 댓글
Grim그림님의 댓글의 댓글
다레하늘님의 댓글
텐궁이 추가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덕분에 중국시장에서 대박 치려나하는 빗나간 상상도 하지만-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