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근래 읽었던 책 이야기.
2013.11.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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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은 아니고 요 몇 달 읽었던 책 단평.
시모츠마 이야기
국내엔 '불량 공주 모모코'란 제목으로 개봉했던 영화의 원작 소설입니다.
어.. 이 책 때문에 일본에선 새로운 종류의 로리타 패션을 착용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의 강렬한 힘을 가진 책이다 싶어요. 1인칭 서술인데 개성있고 재미있고.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180일의 엘 불리
요리가 무엇이냐, 고 한다면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현대에 정립된 새로운 요리의 개념 중에 '분자 요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탐구를 거듭하다가, 음식을 이루는 물질이 화학적으로 어떻게 반응할까, 그러면 이 요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어떻게 놀라움을 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걸 먹는 사람은 이걸로 어떻게 감동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엘 불리라는 레스토랑과 그곳의 오너 페란 아드리아는 분자 요리의 최첨단에 서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업했거든요.
하지만 그곳이 열려 있을 때 나온 이 책은, 그곳에서 배우고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드느냐에 대해 아주 매력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나도 저곳에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엘 불리는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어차피 우리는 전설이 된 것과 전설이 될 것 사이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 전설이 되어버린 것은 그걸로 즐기는 것도 좋겠지요.
히틀러가 바꾼 세계
제 2차 세계대전에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와 많은 책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책이 그 시대의 전쟁과 죽어간 자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 와중에 이 책, '히틀러가 바꾼 세계'는 히틀러 치하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증언과 기억이 담긴 책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미시사라고 할 수 있고,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어느 쪽이든 매력적인 책이에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 이 책을 기억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데, 그건 이대로 옮겨볼게요.
당시 어린아이였던 게자 하흐만 gesa hachmann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있다.
“한번은 내가 어머니께 ‘평화가 뭐에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사람들이 다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란다’라고 답했다.
내가 다시 ‘그런 날이 오면 식료품 가게에서 달걀 두 개만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자, 어머니는 ‘평시에는 일곱 개나 여덟 개가 아니라 가게에 있는 달걀을 다 살수도 있단다’라고 답했다.
내가 ‘그럼 버터 반 파운드도 살 수 있나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당연하지. 달라는 대로 다 준단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럼 평화는 빵 양쪽에 버터를 발라 먹을 수 있는 시기네요’라고 말했다.”
매튜 휴즈, 히틀러가 바꾼 세계. 288p
흑백, 진상
미야베 미유키는 좋은 작가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있으며 그런 책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더더욱요.
흑백과 진상은 그런 미야베 미유키가 쓴 에도물 시리즈입니다. 미미 여사는 현대물도 많이 쓰지만 전 묘하게 에도 시대물이 더 취향이더군요.
자세한 건 트릭이나 내용에 대한 거니 넘어가지만,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참 맛깔나요. 추리 비스무리함+읽는 맛이 좋은+북스피어 출판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어볼만한 책들.
관을 떨어트리지 마라
영국의 장의사가 쓴 회고록이에요. 영국사람스럽게 자기 자랑(..) 구석구석 들어가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라도 꽤 괜찮은 책이에요. 장례 치르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좁아터진 방에 우르르 몰려있는 곳에서 장례를 치렀다던가 부패 가스 때문에 커진 시신을 어떻게 관에 집어넣느냐라던가 등등. 평소엔 신경쓸 일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 퍽 재미있었어요.
일상을 지나가다 - 미식의 품격
미국에서 건축 일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 칼럼니스트로 살고 있는 이용재 씨가 쓴 책입니다. 앞의 건 에세이, 뒤쪽은 한국에 들어온 '양식'이란 카테고리에 있는 전반적인 음식에 대해서.
자기 돈들여 비싼 거 먹으러 다니고, 그걸 토대로 일정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위에서 엄정하게 말하는 태도가 괜찮게 느껴졌어요. 물론 말투가 꽤 뾰족한 편이라 호불호도 갈리긴 하지만요.
하지만 책의 근본적인 효용 중에 하나는 지식의 습득이고, 그 지식의 습득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책을 막론하고 큰 장점이지요. 이용재는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고, 그래서 읽을 때 즐거워요.
휴먼 디비전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쓴 존 스칼지의 신작입니다.
확실히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세계관은 무척 매력적이고 버리기 아깝지요. 그래서인지 그 후속편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주인공 존 페리의 친구고요.
존 스칼지는 뭐랄까, 배운 사람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참 즐겁더군요. 그런 걸 능숙하게 다루는 건 부럽기도 하고요.
이쪽 역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그 외에도 읽은 게 이거저거 있지만 안알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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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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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어쩌면 파괴당하기를 거부하는 그 저항감의 강도일 것이다.
아베 코보, 타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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