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기어스 R2가 끝났습니다.

R2 내내 시청자 놀래키는 데에만 온 정신을 쏟아서 "이거 이러다 끝이나 나겠나"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지만, 이 정도면 준수한 엔딩이지 싶습니다.

비록 지나치게 를르슈의 계획대로 딱딱 들어맞는 세계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은 듭니다만... 그 정도는 그렇게 정신없던 전개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애교로 넘어가죠 뭐;


한 가지 궁금한 점이라면 지금 를르슈가 이루어낸 결말은 R2 들어 정신적으로 성장한 를르슈가 원한 결말입니다. 그저 맹목적으로 "두고봐라 샤를르" 정신만 가지고 덤볐던 1기 시절의 를르슈는 어떤 결말을 바라고 있었던 걸까요.


뭐 어쨌든, 자신에게 일부러 모든 악의를 집중시킨 뒤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사람들이 보다 나은 길을 선택할 기회를 준 건 괜찮았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 사람들이 정말로 보다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일단 엔딩만 보자면 그 세계 사람들이 갑자기 합리적인 선택만 하도록 진화했는지 나름 괜찮게 사는 듯하군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죄를 계속 쌓아온 두 주인공도 나름 합당한 벌을 받았습니다. 를르슈는 죽음을, 스자쿠 또한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개인을 없애고 "제로"로서 살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로는 죽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물론 벌 받아도 싼 몇몇 캐릭터들이 염치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 떼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담. 많은 분들이 를르슈가 살아있기를 바라시는데, 전 살아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축입니다-_-;
를르슈가 마음에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만약 이 상황에서 를르슈가 살아있다면 결국 속죄는커녕 또 다른 사기극을 벌인 셈이니 진짜 쪼잔한 놈이 됩니다; 이용해먹기 좋은 스자쿠한테 모든 짐을 다 떠넘기고 "에헤라디야 난 C.C랑 잘 먹고 잘 살겠다" 하고 도망가는 놈팽이를 바라시는 건 아닐텐데요...

를르슈는 죽었기에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서 속죄와 더불어 세계를 바꾸려 한 (어쨌거나 마지막에는)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살아있다면 선라이즈는 자기들 손으로 기껏 (우여곡절이 있었지만)잘 완성된 작품의 값을 떨어뜨리는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