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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ORPG 후기]드디어 게임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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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마지막 후기를 써야 하는데 내용에 관해서는 붕대풀고 오는 사이에 다른 분들이 박살나게 쓰신게 있으니 뭐...개인적인 감상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반성할 것.



이라고 해도 지각한 거나 후기 안 올린 외부적인 사항을 빼고 게임 내부적인 반성점을 말하자면 결국 하나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캐릭터를 잘못 짠 거.



저번에도 한 번 후기로 적은 적이 있는데 저는 이 OR을 흔한 판타지 풍으로 생각하고 참가를 했습니다만,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는 여길 읽어 보시면 될 거고요. http://www.typemoon.net/review/267926



결과적으로 말해 도적은 이 플레이에서 가장 붕 뜬 존재가 되었습니다.



모험심? 이미 전기가 도입된 시대에 무슨. 호승심? 폭력쓰다 걸리면 잡혀갑니다. 동료애? 애초에 왜 일행인지도 모르는데요.



현실보정이 붙은 평범한 일개 도적에게 저런 건 다 사치에 불과하죠.



괴물과 싸워야 해? 내가 왜요? 난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데. 직장도 있겠다 밥벌어먹기 나쁘지 않은데 그냥 내버려 두세요.



마을 전체가 위험해? 어차피 자고 나란 마을도 아니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데 남아 있을 이유도 도울 이유도 없어요. 처음 꿈 속에 들어가서 위기를 느낀 시점에서 도망치는 게 맞죠.



스토리에서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판타지 세력인 마법사나, 드루이드, 성기사, 마법검 가진 검사, 스토리 캐릭터와 연관이 있는 사냥꾼, 음유시인 등과 달리 스토리에 관련될 요소가 전무했고요. 성격상 자기랑 상관없는 일에 나서서 뭔가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도 아니었고요.



소매치기로 몇 번 중요해보이는 아이템을 얻은 적이 있는데 열쇠는 결국 끝날 때까지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었고 수첩은 아무 쓸모도 없었고요.



전투면에선 말할 것도 없죠. 원래 레이드 전투를 상정하고 낸 캐도 아니었고. 기습, 암습 이런 걸 노리고 낸 캐인데 사실 적들이 그런 걸 쉽게 당해줄 것도 아니었습니다.



몬스터는 처음부터 앞길을 당당하게 가리고 서있고, 스토리에 관련된 적들은 칼로 한 번 그었다고 신경쓸 녀석들도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진짜 아무나 베고 다니면 그 즉시 철컹철컹했겠죠.



사실 캐릭터에 맞는 가장 완벽한 플레이는 위험할 것 같으면 다른 캐릭터들 뒤에 숨어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진행이 안 되니까 이것저것 참가하긴 했지만 그 조절이 안되서 미묘하게 소극적인 플레이가 된 것 같네요.



중반의 현실 세계에서 도주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아마 그 때가 도적이 가장 빛난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만약 다음 플레이에 참가하게 된면 이 부분을 보완해서 캐릭터를 짜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론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풍부한 복선과 회수를 통해 탄탄한 스토리를 짜는 점은 정말 놀랄 정도였습니다. 분위기도 완급을 줘서 적절히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시는 것도 느꼈고요.



예를 들어 도적이 훔친 물건 때문에 새로운 몬스터가 생겨난다던지 하는 등 플레이어의 행동이 반영된다는 것도 서로 소통이 된다는 느낌이 있어 좋았습니다..



캐릭터들도 다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몬스터도 다양한 전투패턴을 통해 긴장감이 있고 재밌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어딜 가서 다른 OR을 한다고 해도 치질경 님과 비교를 하게 될 정도로 매우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였습니다.



만.



역시 엔딩은 몇마디 남기고 가고 싶네요.(여기서부터는 주관적인 해석과 푸념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무시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저희가 맞은 엔딩은 세 가지 준비된 엔딩 중 히든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수녀 루트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마법사로 몰려 포박, 감금될 위기에 처하지만 수녀가 현실과 꿈을 합쳐 괴물들이 흘러 넘치는 파괴의 세계를 만듦과 동시에 신으로 모시는 일행을 자기 것으로 삼기 위해 잡아가는? 그런 느낌의 엔딩이었습니다.



사실 엔딩 자체는 일단 장르가 COC인 걸 감안하면 이게 꼭 이상한 건 아닙니다.



애초에 나오는 애들 하나하나가 원래대로라면 인간 나부랭이가 상대할 수가 없는 상대인데 엔딩에서 박살이 나든 말든 어쩔 수 없는거죠.



하지만 일단 눈에 확 들어나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엔딩의 볼륨이 약하다는 겁니다.



세가지 중 하나, 라고는 했는데 치질경 님이 밝히신 나머지 엔딩 두개의 내용을 들어보니 히든 엔딩이 제 3의 엔딩이라기보단 1엔딩+2엔딩이란 느낌이었습니다.



1엔딩이 현실과 꿈이 융합해서 괴물들이 날뛰는 동네가 되는 것, 2엔딩이 현실로 돌아왔지만 마법사로 몰려 평생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것. 셋 중 뭘 선택해도 인생 조지는 건 달라지는 게 없는 걸 감안하면 사실 거기서 거기란 느낌이죠.



현시창 엔딩이라고 하더라도 더 다양한 패턴으로 뒷통수를 쳤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스스로 선택했다는 느낌이 있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게 OR인 게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급모한, 초면인 분들을 모으고 하긴 좀 아니었다고 할까요.



치질경 님과 잘 아는, 오래한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와서 열심히, 그것도 주말 저녁 시간대를 써가면서 플레이한 결과가 이거라면 실망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죠. 원래 이정도 시간을 사용한다고 해도 낮과 저녁시간대는 엄연히 질이 다릅니다.



원래 COC가 이런 분위기라고 해도, 치질경 님이 특유의 "아니예요~, 더 희망적이예요~. 열심히 해주세요~."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해온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일 겁니다. 좀 더럽게 말하면 똥을 쌌는데 휴지가 없는 느낌.



특히 COC란 장르에 자세하지 않거나, 이런 현시창 엔딩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충격이 더 심했겠죠. 스토리 자체가 마을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동료와 힘을 모아 싸우는 정통파인데 최종 보스를 잡았으니 이제 좀 쉬자~하고 있는데 그 마을을 깨부수는 엔딩이랑 마을 사람들에게 감금당하는 엔딩 밖에 없으면....



이게 뭐가 문제냐면 플레이어들에게 불신을 심어주기에 딱 좋은 상황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플레이 중에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걸 들켜서 일행이 전부 붙잡히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이대로는 계속 범죄자로 쫓기게 되기 때문에 진행이 힘들 수도 있다, 해서 결국 패널티를 지불하고 롤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엔딩이 뭔지 미리 안 상태였다면 과연 롤백을 했을까요? 그나마 멀쩡한 엔딩이 이미 평생 수감이 결정되어 있는데? 게다가 사실 그 뒤에 플레이에서도 이미 누명을 쓰고 범죄자가 되는 스토리가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다시 그 상황에 놓인다면 절대 되돌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동을 틈타 판을 더 키우면 키웠지.



마스터가 뭐라고 하던 간에 판단할 다른 요소가 없는 이상 플레이한 경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그걸 가지고 플레이어가 엔딩에서 만족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결국 플레이어는 엔딩이 아닌 플레이에서 카타르시스를 얻으려고 하겠죠.



이걸 감안하고 다음 플레이를 시작했다고 해볼게요. 당연한 얘기지만 플레이어가 뭔가 스토리에서 벗어나게 되면 마스터는 그걸 막으려 하겠죠. 하지만 이미 한 번 데인 적이 있는 플레이어가 그걸 믿을까요?



수상한 NPC는 잠정적인 적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도 있고, 아예 함정에 빠진다는 전제로 카오스 플레이를 할 수도 있고, 마스터의 속내를 파악하겠다고 과도하게 플레이가 늦어질 수도 있어요.



최악의 경우는 중간에 플레이를 포기할 수도 있겠죠. 기본적으로 앤딩을 보기 위해 하는 게 게임인데 막상 그 엔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간이라도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선 계속할 이유가 없거든요.



다음 플레이를 하신다면 장난식으로 넘기는 것보단 차라리 처음부터 COC가 뭔지, 어떤 분위기인지를 명확하게 짚고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뭔가 좀 길어지고 두서도 없긴 한데 이런 식으로 플레이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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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치질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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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사람을 모아 즉흥적으로 오알을 하는 분들하고는 이런식으로 결말을 내면 안돼겠어요. 오래된 분들은 그게 스타일이라고 받아들이시니까 별 문제가 없었는데, 꿈과 희망도 없는 스타일이 생각보다 거부감이 강했던 모양이에요. 이것 참, 결과적으로 플레이어 여러분들께 적성에 맞지 않는 엔딩을 강요한 것 같아서 신경쓰입니다. 미안합니다. 다음부턴 정말로 안할테니까! 농담 아니고 정말로 자제할테니까!



<div><br /></div>

<div>말씀하신대로 좀 더 자세히 공지를 하던지(생각중이지만 이건 안할거같아요), 아니면 엔딩에 좀 더 보상성을 주고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엔딩 이후에도 열린 결말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할게요(아마 이쪽으로 갈거같아요). 사실 전 본래 엔딩에 보상성을 주는 스타일인데 괜히 본격 COC로 간다고 강제성을 넣었다가 익숙하지 못해서 마무리가 완전 망했단 느낌입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div>

루덴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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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엄청 재미있으셨던 같네요. 마지막만 빼면...

<div>이거 어딘가에서 다같이 모여서하셨던 건가요? 아니면 인터넷으로?</div>

치질경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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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알이었습니다. 매주 토 일요일날 하고 있고요. 다음 캠페인을 구상중이고 수요일쯤에 모집광고를 올리려고 합니다.

<div><br /></div>

<div>그러니까 제발 돌아와요! 자제할테니까! 반성했으니까!</div>

종자나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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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들 감상글 보면 우린 xxx본 처럼 해피,배드,xx 엔딩 이렇게 세가지가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어



GM님이 생각하고 결정한건 배드,광기,얀진이었거든!



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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