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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네타/캐산 Sins] 멸망해 가는 세상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본문

멸망하는 세계가 있다.
한 때, 찬란한 문명을 일구었던 인간들을 정복했던 로봇들이 지배하던 세계가.

멸망은 잔혹하지만 평등하게 모든 로봇들에게 퍼지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기억을 잃고서 방황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캐산.

루나 - 달을 죽이고 세상에 멸망을 가져왔다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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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산, 이 바닥에 오래 지내다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일 겁니다.
독수리 오형제라든가 얏타맨이라든가 어린 시절 우리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타츠노코 프로덕션에서 만든 오래된 히어로 애니의 두 번째 리메이크 판입니다. 원작은 한국에서도 옛날에 들어온 적이 있으니 나이 좀 있으신(...)이상의 분들은 본 기억이 있을 지도 모를 그런 작품입니다. 어딘가의 왜곡으로 데리고 다니는 로봇개보다도 약한 히어로(....원작 애니를 다시 보니 확실히 개가 활약을 많이 하더군요)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원작 자체가 로봇들이 세상의 지배자인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로봇 군단을 조직해 세상을 정복해 가고, 그런 암울한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을 버려 불사의 육체를 얻은 남자가 홀로 저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암울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밝은 면이 있던(....역시 옛날 애니라서 지금 보니 개그로 보이는 게 있더군요^^;;;) 원작과 달리 이번 신 애니판은 개그는 기대도 말라는 듯이 시작부터 초 암울한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그에 맞춰서 화면도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탈색된 듯이 무채색적인 색상이 깔려있습니다.


옛날의 것을 충실히 재현해내고 요즘 시대의 감각을 더한 재해석을 불어 넣는 게 아니고, 시작부터 뒤틀고 크게 변화시켜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어떤 이유 때문에 배드엔딩 루트를 타서 로봇의 멸망과 함께 세상 전체가 망해가는 상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랄까요.

그걸 단적으로 보이는 게, 원작의 최종보스이자 사건의 원흉이던 브라이킹 보스입니다.
인간을 핍박하고 강력한 로봇군단을 휘둘러 세상을 지배하려던 로봇은, 먼 옛날의 영광을 뒤로하고 쓸쓸히 홀로 세상을 떠돌고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골치 아픈 방해거리 캐산에 대한 증오나 격렬한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없죠. 되려 해탈해버린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습니다.

캐산도 그로 인해 캐릭터가 크게 변화 했는데, (투명하고 커다란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으로 대변신. 거기다 원작에서 적당히 현실적인 몸매가 요즘 트랜드에 맞는, 중성적이고 가느다랗다는 느낌마저 주는 날씬한 라인으로 변했죠.) 불의를 싫어하고 의지가 강한 열혈 히어로였다면, 여기선 모든 기억을 싹 잃어버리고 그에게 증오와 살의를 품고 달려드는 로봇들을 그저 본능적으로 반응해서 압도적인 능력으로 잔혹하게 때려 부수고 있는 -인간이라면 몰살극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다크 히어로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로봇사이에서 유언비어처럼 떠돌고 있는 -브라이킹 보스는 비웃어 넘겼던 - 캐산을 죽이고 그를 먹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믿고서 그를 죽이기 위해서 온 로봇들이 그를 ‘캐산’이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 인간들을 핍박하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로봇들에 맞서 싸우던 히어로가 졸지에 세상을 멸망시켰다는 남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세계부터 뭘 하든 절대적인 멸망을 피할 수가 없어 ‘꿈도 희망도’ 없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든 로봇들에게 두려움과 증오에 찬 이름으로 불리는 신세. 원작에서도 인간들에게서도 로봇으로 오인받거나 배신당하곤 했고, 힘겹게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동료가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리메이크 판에서는 훨씬 더 심화되고 완전히 덜렁 혼자인데가 ‘세상을 멸망시켰다’는 무거운 원죄까지 진 박복한 신세가 됐습니다.(....원작에서 여친이었던 루나는 이미 죽은 고인. 로봇들의 말에 의하면 범인은 캐산.)
그야말로 원작과 비교해서 충격과 공포의 상황.
그런 세상에서 홀로 외롭게 방황하는 캐산이 겪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는 애니입니다. 허나, 그의 방황이 편안할 리가 없다는 건 당연한 사실. 2화에서 등장한, 충실한 파트너였던 로봇개 프렌다 마저 이젠 그에게 그렇게 충성스럽지 않습니다.(원작에서 나온 프렌다 제트라든가 프렌다 카같은 프렌다의 변신모드는 없어진 듯. 진중한 분위기가 된 Sins에선 그런게 나오면 분위기를 되려 망칠 것 같으니..)

원래 캐산에서 나온 로봇들은 반 불사적 존재였지요. 망가지면 수리하면 되고 크게 파손 되어도 그 부분을 새로 만들면 되었으니까요. 물론 중요한 회로가 부서지거나 산산조각 나면 손쓸 수 없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튼튼하고 강했죠.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해나가야 할 필요도 그다지 없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멸망’에 의해서 녹슬어 부스러지고 있습니다. 수리를 하려고 해도 부품 역시 녹슬어 부스러지기에 불가능한 상황. 그러니...그 멸망을 가져왔다는 캐산에게 곱게 대해주지 않습니다. 되려 그를 죽이기 위해서 혈안이 된 상황.

이렇게 슬픔과 절망, 광기로 가득 찬 세상에서 싸우는 캐산은 그 싸움에 더 이상 어떠한 정당성과 명분도 없습니다.
그저 그들이 자신을 죽이러 오기에 그 살의와 증오를 그대로 되돌려 주듯이 파괴를 거듭할 뿐. 그리고 자신이 저질러 놓은 참상에 몸서리치죠. 그가 ‘캐산’이라는 존재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비극에 자신의 죄를 깨달아 가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죽는 것 마저 불가능합니다. 어떠한 심각한 상처를 입어도 재생이 되고, 자신의 의지는 싸우길 거부해도,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을 섬멸하도록 움직이고 마니까요. 그야말로 파괴를 위해서 만들어진 병기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원작에 비하면 엄청난 파워업. 싸우다가 픽하면 에너지가 다 되어 빌빌 거리는 일도 없지요.)
그런 존재가 된 캐산이 정처 없는 방황을 하며 조금씩 깨달음을 얻고 달라지는 내용입니다. 원작처럼 진정한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9화밖에 안 된 애니라 계속 지켜봐야 할 일이지요.


덕분에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가 되어서 가볍고 밝은 애니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확실히 마이너하고 매니아적인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는 점에서도 원작과도 많이 달라져서 원작 팬에게도 외면 받을 수 있습니다. 작화가 근사하고 액션도 화려하지만, 때리고 부수는 카타르시스는 억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1화만 봐서는 주어진 단서나 설명한 내용이 적어서 무슨 내용인지 아리송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한화 한화 보다보면, 무언가 다음이 기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블오 보다도 더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가 지어진다면, 분명 좋은 수작으로 남을 작품일 것 같기도 하구요. 조심스레 추천해보는 작품입니다. (사실 시리즈 구성이 덴오의 메인 각본가인 코바야시 야스코라서 믿고 보는 면도 있습니다.^^ 덴오의 가벼우면서도 시리어스가 적절히 어우러진 멋진 이야기는 멋졌으니까요.)  



덧, 감독이 세인트 세이야 감독이고, 캐산 성우가 안문호씨로 유명한 후루야 토오루 씨. 리본즈도 그렇고 캐산에서 보여주는 미소년 연기도 상당히 멋집니다. 그런데 세이야 성우를 담당했었고, 캐산 생긴 게 세이야를 닮아서 볼 때마다 은근히 세이야 생각이 나더군요.(..좀비 같은 체력도 닮긴 닮았지;)

덧2, 저는 새롭게 나타난 캐산이 참으로 모에해서....7화에서 캐산의 몸을 성추행한 만진 아줌마가 부러웠습니다.ㅜㅜ(나도 좀 만져 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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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AC226Repuls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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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sins에서 후루야 토오루씨 목소리를 듣는데 왜이렇게 감회가 새로울까요...



그건그렇고 이번 캐산은 엄청 미형이군요. 라인도 가늘고... 이건 왠지 좀 적응이 안된달까...

Behemot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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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감상하고 있는 애니입니다. 최근 메드하우스가 분발하는듯한 느낌이군요. 내년 1월 라이드벡도 이정도로만 뽑아주면 좋겠습니다.

효우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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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산 원작이 꽤나 명작이라는 말을 듣고 봤는데, 너무 옛날 애니라서 스토리가 단순해보여서 2화 까지만 보다 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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