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_네타] [던전 디펜스 라이트노벨 1권] (스포일러 다량 함유, 스압)
2016.02.0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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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캐릭터성의 변화
단탈리안의 캐릭터성이 연재본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연재본에서 단탈리안은 대단한 업적과는 별개로 처음부터 능력적으로 완성된 캐릭터도 아니었고, 가치관 역시 마찬가지였죠. 연재본 내내 이루어진 단탈리안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역량이나 기만, 연기, 통찰력 등은 꾸준히 성장해온 것이었으며, 세계에 던져져버린 상황에서 생존만을 목적으로 하다 많은 죄를 짓고, 그 죄를 통해 책임에 대해 점점 집착하게 되는 가치관의 변화는 더욱 확실했죠. 하지만 라노벨 버전의 단탈리안은 처음부터 오만한 완벽초인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최소한 4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자타가 공인하는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천재고, 맥베스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 외우고 혼자 즉흥적으로 연기해 관객들을 울릴 정도의 배우에, 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괴물이죠. 심지어 일러스트를 보면 절대로 잘생긴 건 아니라고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연재본의 단탈리안과는 달리 미남이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어린 시절 남자에게 고백받기까지 했다고 하니 일러만 그런게 아닌 듯. 취소선 그었지만 진짭니다...
연재본에서 단탈리안의 행동과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일부 독자들의 불만은 확실히 해결될 캐릭터의 변화입니다만, 지금까지는 좋게 평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연재본에서의 단탈리안의 캐릭터에 애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만, 그래도 제법 입체적이고 이입할만한 캐릭터였던 연재본의 단탈리안의 자리를 메리 수에 가까운 먼치킨이 차지한 기분이라서요. 소설 주인공 자리까지 금수저가 흙수저 자리를 뺐는 더러운 세상... 물론 연재본과 달리 오만이라는 약점이 확연해진게 라노베에서의 단탈리안인 이상, 이 약점이 그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은 상당해졌으니 메리 수나 먼치킨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똑같이 치밀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언제나 자신이 약자라고 여기며 신중하게 움직인 연재본의 단탈리안과 대조적으로, 라노베의 단탈리안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첫 시점부터 자신이 강자라고 확언하며 언제나 오만한 태도를 취합니다.) 지금까지는 만족하기 어려운 캐릭터성의 변화지만, 앞으로의 전개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여지는 충분하다는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라피스 라줄리의 캐릭터성도 급변했네요. 연재본에서의 라피스는 분명 야망이 없는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만, 그에 앞서서 성실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야망은 단탈리안에 의해 꽤 빨리 충족될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단탈리안에게 헌신하며 주인공을 지탱하고 지원하는 역할로만 마지막까지 행동한 캐릭터였죠. 하지만 라노벨 버전에서는 다릅니다. 라피스는 여전히 유능하고 성실하지만, 그런 유능함과 성실성은 그녀의 야망인 출세욕, 권력욕의 확고한 수단입니다. 그리고 잡종이라는 그녀를 제약하는 세상의 모순은 연재본보다도 더욱 강하게 그녀의 야망을 방해하고 있구요. 이후의 전개에서도 라노베의 라피스는 연재본처럼 한 발자국 뒤에서 단탈리안을 따르는 수동적인 그림자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바르바토스 등의 다른 고위 마왕 히로인들처럼 서로가 공유하는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능동적인 캐릭터로 움직이겠지요.
라피스의 캐릭터성 변화는 단탈리안의 변화와는 달리 1권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재본에서의 라피스는 내정 전담이라는 역할에 더해 수동적인 캐릭터이기까지 해서, 비중에 심하게 손해를 보고 등장하는 장면들에서도 개성이 충분히 발휘될 기회를 많이 놓쳤죠. 공기가 된게 아니냐는 우려도 계속 있었구요. 하지만 라노베에서의 라피스는 연재본에 비해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성과 존재감을 보였고, 연재본과 마찬가지로 내정을 전담한다고 할지라도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피스의 난관인 혼혈이라는 출생이 종족과 계급이 강하게 드러나는 라노베 버전의 마계에서 더 제대로 갈등 요인이 되고 스토리의 추진력이 될 거라는 점도 고무적이구요.
서문과 프롤로그
연재본에 비해 던전 디펜스의 라노벨 버전에 불만을 가진다면, 이 부분이 가장 큰 불만거리가 될 듯 싶습니다. 2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서문은 무난합니다. 단탈리안이 제국을 침공하고, 마왕군에 맞선 반란이 일어나고, 그걸 주동한 게임에서의 히로인을 처형하는 부분이죠. 단탈리안이 앞으로 걸어갈 길과 태도를 보여주는 무난한 도입부입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대마왕을 죽이는 용사와 자신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잘 묘사한 연재본이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만, 서문에 대한 호오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구에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롤로그는 상당히 실망스럽고 불안했습니다. 연재본처럼 어떻게든 그 역량을 쌓아올라가는게 아니라 시작부터 흔들리지 않는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이자 연기의 귀재인 배우라고 설정되버린 꽤 작위적인 라이트노벨 버전의 단탈리안의 캐릭터성 변경을 원래부터 그랬고 성격은 그냥 괴상한 가족관계 탓에 그렇다고 변명하는 부분이거든요.
이세계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변화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쌓아올린 바탕을 통해 언제나 냉철하고 천재적인 관찰력과 발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천재라는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설명하는 건 물론 힘든 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작위적인 캐릭터를 정당화해야만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건 좋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구도인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과 비교해보자면, 어사일럼의 경우 이걸 도입부에서 모조리 설명하려고 들지 않았지요. 작위적일 수준의 냉철함, 통찰력, 천재성을 가진 주인공임은 마찬가지지만, 이런 역량은 한꺼번에 서술되는게 아닌 위기의 시점에 정확히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만큼만 보여주어 작위성이 보여지는 걸 최소화하고, 1권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스토리 밖에 있고 억지로 서술하려면 1권의 구성을 망가뜨릴 여지가 큰 주인공의 과거사 역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보여 주며 난점을 최소화했지요. 하지만 던전 디펜스 라노벨의 경우는 정 반대로, 짧은 분량이지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작위적인 주인공의 특징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1권의 전개에서는 중요한 역할도 없었던 지구에서의 과거사를 도입부에 집중했지요. 주인공에게 과거사나 가족사가 끼치는 영향은 전개 도중에서도 반복적으로 서술했음에도 말입니다.
물론 이후 전개에서 지구에서의 주인공의 가족이나 과거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럴 경우 연재본의 결말부를 망쳐버리게 만든 최악의 플롯도구인 비너스빤스를 떠올릴수밖에 없어 불안해집니다. 주인공이 이계진입했건 게임이 현실화된 세계에 갔건, 지구에서의 가족이나 과거사가 이 세계의 다른 등장인물들과 개연성 있게 상호작용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제대로 캐릭터로 등장한다는것도 개연성이 있게 만들기 거의 불가능하죠. 주인공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등장할수도 않는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지는건 바람직한 일일 수 없습니다. 억지로, 비너스빤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세계가 게임이라는 점을 이용해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만 이건 그때까지의 그 세계에서 있었던 던전 디펜스의 스토리와 주인공과 비너스빤스 외 다른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의 의의를 모조리 없애버려 결말을 망쳐버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해버린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었지요. 본래는 게임이었던 세계임에도 등장인물들은 모두 지구와 다름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그에 기반하여 주인공이 활약한다는 연재본의 특징을 공유하는 이상, 지구의 가족이나 과거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비너스빤스와 같이 소설을 망쳐버릴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물론 짧고 간략한 서술에 관심받을만 한 캐릭터도 없는 부분이므로, 이 모든 건 자라보고 놀란 제가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노파심이라고 넘긴다면,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건 목표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겠네요. 마왕이 모두 죽으면 마족들의 구심점이 사라져 대륙으로 갈 수 없어질 뿐이었던 연재본과는 달리,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마왕이 모두 죽으면 마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세계가 붕괴한다는 식으로 서술됩니다. 그렇기에 목표는 세계의 구원으로, 곧, 마족과 인류 사이에 평화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주인공의 세계 정복을 통해 이뤄질 듯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연재본에서 '게임 클리어'의 조건이 세계정복이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가 있죠. 연재본에서는 결국 '게임 클리어'를 부정하고 단탈리안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한다면 세계정복이라는 목적 자체가 의미가 사라지지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그럴 여지를 봉쇄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연재본의 결말에서의 혼란은 실존주의적이던 주인공이 '게임 클리어'가 가까워지며 오히려 세계정복의 목표인 세계에 대한 통찰은 사라져 버리고 클리어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단탈리안은 누구고 주인공은 누군지에나 집착하는 유아론唯我論으로 전락해버린데서 비롯된 면도 상당했으므로, 이는 확실한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튜토리얼-무대에 오른 악마
이 부분의 전개는 연재본과 거의 동일합니다. 상황도 차이가 없고, 단탈리안이 생각해 낸 책략과 그 실행도 연재본과 차이가 미미하지요. 핵심적인 차이점은 연재본의 단탈리안과 라이트노벨 버전의 단탈리안의 캐릭터성의 차이에 거의 집중되어 있습니다. 연재본에서 졸지에 마왕이 되고 모험가에게 포로로 잡히기까지 한 단탈리안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감정적으로 심하게 동요합니다. 전혀 침착하지 않고 진심으로 겁먹고 울고 아파하며, 어떻게 머리를 쥐어짜내서 상황을 겨우겨우 파악해내고 위기를 타개할 책략도 만들어내지만, 행운이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라이트노벨 버전의 단탈리안은 동일한 상황인데도 별 위기도 아니라는 듯 대처합니다. 예를 들자면 단탈리안에게 모험가들이 동정하게 된 것이 연재본에서는 정말로 단탈리안이 겁먹고 아파하며 어머니를 찾아 울부짖은 것이 행운이 되어 돌아와서인데 반해,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그냥 단탈리안이 처음부터 연기의 귀재에 천재적 지략가고 어떤 상황에서든 냉철할 수 있는 초인이므로 보통 사람들인 모험가들을 속여넘기는게 매우 손쉬운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연재본에서의 스토리는 힘겹고 고통스럽게 튜토리얼을 통과하는 이야기라면, 라이트노벨 버전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처음으로 날뛸 기회를 얻어 즐겁기까지 한 무대에 오른 악마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스토리의 재미는 연재본보다 못합니다. 단탈리안이 던전 어택의 세계에 떨어졌다는 것에 놀라고, 던전 어택에서는 아무런 값어치도 없었을 최하급 모험가들의 빠른 두뇌회전에 놀라고, 생사의 위기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고, 첫 살인에 괴로워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정당화하려 애쓰는 연재본에서의 이야기와 정 반대로, 초인적인 주인공이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약한 모험가들을 학살할 뿐인 이야기니까요. 스토리 자체의 긴장감과 재미를 희생시키는 대신 얻은 건 라이트노벨 버전의 단탈리안의 강렬한 개성을 드러낼 기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가볍고 얄팍해보이는 위장 속에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을 속일 수 있고, 어떤 생각도 읽어낼 수 있고, 어떤 상황도 지략으로 타개할 수 있으며, 어떤 결과에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지요.
이런 단탈리안의 변화로 인해 연재본에서 초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 모험가 리프가 간단하게 죽었습니다. 연재본에서 리프는 생존하는데 급급한 단탈리안이 여력이 없어 죽이지 못하고 탈출해냈고, 단탈리안이 아직 세력을 키우지 못했을 때 후원자를 얻어 다시 더 큰 모험대를 만들어 복수를 위해 돌아와 라우라가 자신의 지휘력을 처음으로 빛내며 격파했고, 리프의 공격에 대해 고찰하고 리프의 후원자를 우려한 단탈리안이 세상을 뒤엎어버릴 계획을 세우게 만든 엄청난 역할을 한 인물이고, 소설 전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단탈리안을 위기로 몰아넣은 인물이며, 잭 올란드와 함께 던전 어택에서의 네임드가 아닌 개인들도 모두 나름대로의 생각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단탈리안을 위협하거나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까지 한 캐릭터였습니다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초인 단탈리안을 알아보지 못하고 덤벼들었다가 가볍게 죽어버린 하룻강아지가 되었네요. 던전 어택에서의 네임드가 아닌 캐릭터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면에서는 아깝기는 한데, 나중에 던전 어택 네임드가 아닌 히로인인 라피스가 대폭 상향받은 걸로 리프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네임드가 아닌 토르켈이 상향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튜토리얼 클리어 특전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이건 상당히 좋은 판단이라고 봅니다. 단탈리안이 힘을 얻고 세력을 확장해나가며 작품의 중심이 지략으로 갈수록 게임 시스템 지원은 너무 단탈리안에게 힘을 실어주어 균형을 깨뜨리고, 제대로 사용되기도 힘들며 사용되지도 않는 소재가 되버렸으니까요. 예를 들어 연재본의 단탈리안은 중반부 이후에는 돈이 너무 많아서 가성비가 너무 엉망이라는 게임식 소환이 무한정 군대 소환이 가능한 사기가 되버렸죠. 안그래도 사기인 단탈리안에게 개인 능력치까지 대폭 상승시키게 만드는 업적이나 퀘스트 브레이크 설정 같은 것도 균형을 심하게 깨뜨릴 여지가 많아 사용하지 않게 되었구요.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튜토리얼 클리어의 다양한 특전 중 하나만 챙겨갈 수 있다는 식이 되었고, 연재본에서도 마지막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심리와 호감도 읽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와 중복되는 면이 있던 마왕의 감정 공유능력 설정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난잡하던 게임 시스템을 깔끔하게 정리한 훌륭한 변경이었네요. 덤으로 던전 관련 게임 시스템 지원도 사라졌으므로 던전 디펜스 독자들의 민속놀이인 '던전 지키는 일도 없는데 왜 제목이 던전 디펜스냐고 딴지 걸기'를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야 신난다!
얼굴 없는 질병
라피스와 만나 흑사병에 관련된 책략을 사용하는 챕터입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연재본과는 전개가 많이 달라지게 되지요. 게임 시스템을 확인하다 거래창을 통해 단탈리안이 라피스를 불러낸 연재본과는 달리, 게임 시스템 자체가 대폭 축소된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라피스가 단탈리안을 찾아옵니다. 주인공이 되기 전의 단탈리안이 빌린 돈을 갚으라면서요. 별볼일없는 고객과 돈 안갚는 빚쟁이의 차이 탓인지 라피스의 태도도 상당히 다르지요. 연재본에서는 아무리 바보짓을 해 짜증스러워도 포커페이스로 친절하게 대해주기는 하는 라피스였지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인정사정없죠. 단탈리안이 곡괭이질을 한다거나 흑사병을 예측하고 돈을 빌리려는 사건은 그대로 일어납니다만, 실상은 많이 다릅니다. 곡괭이질은 연재본에서는 정말 그것밖에 할 만한 일이 없어서 하게 된 일이라면, 라이트노벨에서는 약올리기에 가깝죠.
이런 관계의 변화 탓에 쿤쿠스카 상회에서 돈을 빌리는 사건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연재본에서 라피스는 자신의 입장과는 별개로 순전한 선의에서 쿤쿠스카 상회에서 돈을 빌리는 것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단탈리안을 만류합니다. 라이트노벨에서 라피스는 비슷한 말을 하지만, 이는 그저 영업상의 약관 설명 같은 행동입니다. 라이트노벨에서 라피스는 오히려 단탈리안이 쿤쿠스카 상회에서 갚을 수 없이 큰 돈을 빌리는 쪽을 원합니다. 그래야만 단탈리안이 쿤쿠스카 상회의 꼭두각시가 되고, 이렇게 마왕을 꼭두각시로 삼게 만든 성과를 통해 상회에서 출세하는 것이 목적이죠. 최하위급 마왕일지라도 마왕의 정치적 가치는 높고, 쿤쿠스카 상회의 수장 이바르 로드브로크의 마왕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 정치적 야망은 연재본보다 더 노골적이니 라피스가 이걸 성공한다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수밖에 없지요. 출세욕은 있을지라도 어디까지나 정도를 걷는 상인이었던 연재본과는 달리, 라이트노벨의 라피스는 위험한 야심가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라이트노벨의 단탈리안은 훨씬 적극적으로 책략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단탈리안은 라피스의 목적을 꿰뚫어보고 오히려 자진해서 라피스의 목적-막대한 돈을 빌리는 것-대로 움직여 주는 척 미끼를 던집니다. 라피스는 단탈리안의 의도를 의심하지만 본래의 목적이 있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죠. 단탈리안의 제안대로 라피스는 쿤쿠스카 상회에서 자신의 미인계로 단탈리안이 막대한 부채를 지게 했다고 발표하여 계획이 성공할 경우 간부직을 약속받습니다. 진짜 이유인 단탈리안의 흑사병에 대한 예측은 연재본과 마찬가지로 일소에 부처지지만, 돈을 빌리지 못하는 대신 자신이 예언자인양 쿤쿠스카 상회에 인상을 남기려는 것이 목적이던 연재본과는 달리 단탈리안은 막대한 자금을 빌릴수 있었지요. 어차피 마왕이 돈을 갚지 못해 꼭두각시가 되는 게 목표라면 말이 안 되는 사업제안일수록 좋았으니까요.
단탈리안은 연재본과 마찬가지로 라피스에게 흑사병의 치료제 블랙 허브를 구매하는 실무자의 역할을 맡깁니다. 이는 연재본에서는 상업과 이 세계에 대해 단탈리안이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적합한 인물에게 전담시킨 일일 뿐이었지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그런 이유보다도 더 치명적인 목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라피스를 자신을 대신할 경계의 대상으로 만들어 단탈리안의 위험성을 숨기고, 동시에 라피스의 퇴로를 끊어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라피스를 시켜 일을 처리하게 하는 동안 단탈리안은 침대에서만 빈둥거리며 노는 척 하며 이 세계의 책들을 읽으며 게임에 편중된 자신의 지식을 다시 가다듬었습니다. 이에 속아 단탈리안에게 실망하게 된 라피스는, 별 경계심 없이 단탈리안이 유도한 대로 흑사병의 발병 시점에 현장에 도착해버리죠. 연재본에서는 철두철미한 확인을 위해 현장에 있었지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정 반대로 단탈리안의 함정이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단탈리안의 행동대로 대규모 전염병이 실제로 벌어지자, 전염병을 예언한다는 황당한 가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그 동안 아무런 외부 행동도 없던 단탈리안 대신 활발하게 활동하고 흑사병이 발발한 현장에 있기까지 한 라피스를 흑사병을 유포한 범인으로 확신할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라피스는 흑사병 발발로 인한 쿤쿠스카 상회의 긴급 소환령을 무시하고 단탈리안을 찾아갑니다. 상황을 파악한 라피스는 상회의 간부들이 자신을 흑막으로 여길 것을 바로 눈치챘고, 상회를 속이고 흑사병을 유포시켜 막대한 피해를 끼친 흑막이 되었다면 소환령에 응하는 즉시 처단당할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 상황에서 단탈리안은 흑사병 치료제에 대한 권한을 모두 라피스에게 맡기는 것을 조건으로 영입을 시도합니다. 패배감에 잠긴 라피스는 이 제안에 흔들리는것처럼 보이고, 단탈리안은 그렇게 라피스를 유혹하며 성희롱하는 척 하며 라피스가 품 속에 숨겨놓았던 기억재생 아티팩트를 찾아내 부숩니다. 라피스는 처음부터 패배감을 연기해 단탈리안이 자백한 증거를 만들어 내 궁지에서 빠져나오려고 했고, 단탈리안도 처음부터 그걸 파악해놓고 영입제안을 한 거죠(...) 외통수에 몰린 라피스는 단탈리안의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단탈리안의 가신으로 들어갑니다.
그 동안 쿤쿠스카 상회의 수뇌부인 이바르와 토르켈은 흑사병의 동향을 파악해 대륙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을 예측합니다. 그리고 이바르는 흑사병을 예언해 치료제를 매점매석했다는 비합리적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라피스는 흑사병을 퍼뜨릴 능력이 있는 누군가와 협력했을수밖에 없다고 가정하지요. 그리고 전 대륙적 규모의 전염병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건 세계제일의 흑마법사인 마왕 바르바토스만이 가능하다고 결론내립니다. 흑사병은 의료기술과 흑마법에 익숙한 마족보다 인간에게 더 심대한 타격을 줄수밖에 없으니, 인간에 적대적인 바르바토스의 입장에도 부합한다고 본 거죠. 하지만 강력한 마왕 바르바토스를 심증만으로 공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바르바토스의 숙적인 파이몬을 끌어들여 바르바토스의 수하로 추측한 단탈리안과 라피스를 사로잡아 증거를 찾아내려고 하죠. 그리고 흑사병에 대응하기 위해 소집된 마왕들의 회합인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정합니다.
이 부분은 연재분에서의 흑사병 예측과 라피스 영입에 비해 라이트노벨에서 훨씬 긴장감과 재미를 잘 살려냈습니다. 연재본에서 단탈리안은 게임 플레이어로의 이점을 잘 활용하긴 했지만 별 대단한 책략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예언이 얼토당토않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고려해 흑사병만으로 돈을 많이 벌 생각을 포기하고 쿤쿠스카 상회에 자신을 예언자로 보이게 선전하는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죠. 라피스를 영입한 것은 피차 아무것도 없다는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서였고, 서로 성실하게 대할 뿐 계략과 음모가 부딪힐 일은 전혀 없었죠. 하지만 라이트노벨에서는 계략과 음모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긴장감과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연재본의 라피스와 단탈리안의 관계를 희생했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함께 낮은 곳에서 높은곳으로 함께하자고 제안하기엔 단탈리안의 캐릭터성이 너무 바뀌었는지라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단탈리안의 캐릭터성 변경을 까면 됩니다. 그리고 흑사병에서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곧바로 이어지게 스토리라인을 변경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연성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파이몬이 움직인 개연성은 연재본보다 훨씬 더 나아진 부분이구요. 덤으로, 연재본에서 그나마 이 기간동안 있었던 모험자들의 던전 침공이 다 사라져서 던전 디펜스에서는 역시 던전따윈 지키지 않는다는 걸 더 잘 보여줬습니다.
안드로말리우스 살해와 발푸르기스의 밤
연재본에서는 라우라를 영입하고 잭 올란드와의 사건이 일어나고 라우라를 영입한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이지만 라이트노벨에서는 많이 앞당겨졌습니다. 깔끔한 복선활용과 개연성 강화를 통해 깔끔하게 이 변화를 다룬 게 훌륭합니다. 그 외에는 큰 변화는 없고 소소한 변화들이 있네요. 단탈리안은 쿤쿠스카 상회의 수행원이 호위하는 대신 라피스와 고용한 마녀들을 동행합니다. 따라서 안드로말리우스 살해를 통해 단탈리안이 쿤쿠스카 상회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쿤쿠스카 상회와 단탈리안이 원래 긴장상태였으니 이는 필요하지 않았죠. 이바르의 인형은 마녀 중에 있어서 단탈리안을 관찰했구요. 안드로말리우스 살해의 목적 중 쿤쿠스카 상회에 대한 압박이 사라진 대신 라피스를 통한 위장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측면이 추가됐습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신분을 들어 라피스를 모욕했고, 단탈리안은 안드로말리우스를 죽이고 라피스와의 금지된 사랑을 이유인것처럼 굴며 사랑에 빠진 바보로 자신을 위장하지요. 덤으로 단탈리안의 독백에서 용사남매가 언급되는데, 이는 연재본에서 데이지 등장까지는 용사가 남자만 있을것처럼 여기게 한 것과는 다른 언급이네요.
발푸르기스의 밤에서의 충돌에서도 사건의 전개는 연재본과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묘사 상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연재본의 단탈리안과 달리 완벽초인이 된 라이트노벨의 단탈리안은 일절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라피스를 움직여 자신의 잠재된 적이 누군지를 손쉽게 파악해냈죠. 그리고 마왕군의 파벌이 마르바스, 파이몬, 바르바토스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묘사가 좀 더 늘었습니다. 파이몬과 단탈리안의 논쟁의 내용도 상당히 바뀌었는데, 연재본과는 달리 라이트노벨 버전의 파이몬은 안드로말리우스를 변호하는데에는 열성을 보이지 않고-마르바스도 파이몬이 안드로말리우스를 진심으로 옹호할 리가 없다는 걸 지적할 정도죠- 이에 단탈리안은 마왕의 대의를 통해 자신을 변호했던 연재본과는 달리 안드로말리우스의 악행에 대한 비난으로 이 공격을 흘러넘깁니다. 흑사병 유포 의혹에 대해 단탈리안이 이바르의 비밀을 협박해 타개하는 건 동일합니다만, 연재본과는 달리 협박의 강도가 아주 강해져서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완전히 복종하라는 식으로 이바르를 윽박지릅니다.
그 이후 파이몬이 일방적으로 당했던 연재본과는 달리 이바르가 심하게 무리해서 파이몬을 엿먹이고 있다는게 강하게 드러나죠. 토르켈의 자살을 통해 상황이 타개되는건 마찬가지입니다만, 토르켈이 꽤 상향되었습니다. 독백을 통해 불가촉천민과 자신이 동등한 목숨이기에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마땅하다는 동시에 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파이몬의 이상의 복선이겠죠- 자신들의 판단과 반대로 단탈리안이 강적이라는 점을 깨닫거든요. 연재본과 마찬가지로 단탈리안이 파이몬을 용서하고 싸움이 끝납니다. 별 차이는 없지만 단탈리안이 독백으로 파이몬을 마구 비난했던 연재본과는 달리 파이몬이 자신이 패배했을 때 입을 타격조차 각오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경의를 표하고, 파이몬에 대한 용서는 순전히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였던 연재본과 반대로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더라도 토르켈과 파이몬의 각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설명되지요.
이후 연재본과는 달리 파이몬과의 싸움을 마친 단탈리안은 연회를 즐기고 고주망태가 됩니다. 기다리고 있던 라피스에게 주정을 부리는 단탈리안은 무슨 안배를 했길레 마계 최대의 세력을 가진 마왕을 적으로 돌렸냐는 라피스의 힐문에 자신은 아주 정교하고 대단한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취해서 영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하지요. 거의 확실하게 단탈리안이 미네르바 작전-8차 월맹군과 뒤이은 던전 디펜스의 최고의 명장면인 그 연설-을 언급하고 있는 복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제대로 계획을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단탈리안에게 라피스는 단탈리안이 치밀한 계획이 있을거라 믿는다 말합니다. 단탈리안은 거미와 같은 포식자로, 게으르게 위장하지만 이는 모든것을 파악하고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리길 기다릴 뿐이라면서요. 이에 단탈리안이 그렇다면 왜 자신을 구박하고 잔소리를 하냐 물으며, 이제 와서 어머니를 새로 들일 이유가 없다고 하자, 라피스는 자신도 단탈리안의 어머니가 될 생각은 없다며 단탈리안에게 키스합니다. 그리고 연재본에서는 마지막까지 빼지 못한 진도를 끝까지 빼버리죠.
연재본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 담긴 부분입니다만, 사건의 순서를 바꾸어 1권에서의 긴장감을 크게 살리고, 미세한 수정들을 통해 앞으로의 개연성을 대폭 보강했다는 점에서 훌륭했습니다. 흑사병 예언을 위한 돈벌이와 발푸르기스의 밤에서의 이바르-파이몬과의 충돌을 결합해 더욱 강한 위기로 만들어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단권완결성을 가진 라이트노벨 1권이 되기 어려운 던전 디펜스의 초반부를 깔끔하게 단권완결성을 지닌 1권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더욱 감탄할만합니다. 더군다나 평원파, 산악파, 중립파의 대립과 갈등, 마왕으로 대표되는 지배-피지배 관계의 모순과 계급제도의 부조리에 대한 불만, 던전 디펜스 최고의 전개와 명장면인 8차 월맹군에서 연설장면까지의 모든 복선을 1권에 깔끔하게 넣기까지 했으니 더욱 훌륭하네요. 연재본과 비교하자면 잭 올란드의 죽음과 대비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죽음의 강렬한 인상이 사라진 건 아깝지만, 애당초 라이트노벨 단탈리안은 잭 올란드 사건 일어난다고 자기 행동에 대해 죄의식 느끼기엔 너무 완벽초인이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죠. 진격의 라피스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막간-숨겨진, 뒤바뀐 이야기
연재본 내내 뺴지 못한 진도를 단숨에 빼버리며 캐릭터성 변화를 과시한 라피스 라줄리였습니다만, 진정한 캐릭터성의 변화는 에필로그격인 이 챕터에서 보여줍니다. 애초에 왜 주인공이 빙의한 원래의 단탈리안은 완전히 망해버린 상태였는가를 설명해주는 챕터죠. 라피스는 연재본과는 달리 1년 전부터 단탈리안의 전담 상인으로 배속되었습니다. 라피스의 신분 탓에 답이 없는 보직에 부임했던 상황인 연재본과는 정 반대로 라피스가 너무 하위라서 전속상인이 배속될 리도 없는 단탈리안의 전속상인 자리를 억지로 만들어냈지요. 처음부터 마왕을 꼭두각시로 삼게 만들고 그 성과를 통해 상회에서 출세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단탈리안을 라피스가 만났을 때, 그는 안드로말리우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물이었고, 불가촉천민을 자신의 전속으로 배속한 데 격노해 라피스를 쫒아냈습니다. 라피스를 전혀 신뢰하지 않으니 처음부터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정상입니다만... 라피스는 오히려 역발상을 해놓고 계획을 진행한 거였지요.
라피스를 전혀 신뢰하지 않아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대라면, 상대가 라피스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됩니다. 라피스는 1년동안 준비하고 직접 마왕성을 방문하여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단탈리안 마왕성의 온갖 기밀이 있는 지도를 만들어 인간 모험자들에게 팔았습니다. 수차례의 인간 모험가의 공격으로 단탈리안 마왕성은 초토화되었고, 쿤쿠스카 상회, 곧 라피스에게 기대지 않으면 마왕 단탈리안이 살아남을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거죠. 덤으로 일류 암살자를 고용해 단탈리안 마왕성을 공격했던 모험가들을 모두 살인멸구해 자신의 음모를 숨겼죠. 라피스는 단탈리안이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모험자들이 쳐들어가 포로로 잡힐수밖에 없을 때 단탈리안을 구해 꼭두각시로 만들고자 한 듯 싶습니다만, 오히려 모험자들이 몰살당하자 단탈리안을 찾아갑니다. 라피스가 천민이라며 고용기간 내내 시비를 걸던, 그리고 실은 처음부터 임무달성 후 죽는 조건하에 암살조직에서 고용했던 암살자는 덤으로 처리하구요. 단탈리안을 찾아가며 모험자들과 암살자 부린다고 돈이 이만저만 든 게 아니라며 빨리 돈을 회수해야겠다고 독백하는 걸 보면, 실은 단탈리안이 빌렸다는 금화 백장은 이 비용을 떠넘긴 듯 싶습니다.
연재본에서는 단탈리안이 마음껏 악랄한 책략을 휘두를 수 있게 한 발짝 뒤에서 성실하게 운영하고 건실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라피스였지만,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단탈리안에 충분히 비견할만한 음모의 귀재가 된 셈이죠. 어떤 점에서는 닮았지만 많은 면에서 대비되던 연재본의 단탈리안-라피스 관계와 달리, 라이트노벨 버전에선 그야말로 유유상종이네요. 이런 점을 생각하면 히로인으로의 라피스의 성공조차도 라피스의 야망을 달성하는 방향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결국 라이트노벨의 라피스는 본래의 음모가 몽땅 어그러진 상황에서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면서도 동시에 최대한의 이득을 찾아냈거든요. 단탈리안이 자신의 진가를 숨기기 위해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만들어낸 위장일 뿐이었던 라피스와의 열렬한 사랑은 그게 완전히 거짓말이라면 라피스에게 일방적으로 손해인 계략이지만, 그 소문에 일말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단탈리안과의 관계가 공개적으로 확고해진다는 면에서 라피스에게도 엄청난 이득입니다. 단탈리안에 버금가며 그를 대신할 수 있을 수준의 모략가가 단탈리안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확신할 수 있는 단탈리안의 심복이기까지하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의미가 있으니까요. 당장에라도 라피스의 원래 목표였던 쿤쿠스카 상회의 일개 간부를 넘어 단탈리안을 대리해 회주 이바르를 감시하고 복종시키는 실세가 될 수 있기까지 한 상황이죠.
앞으로의 전개는?
연재본의 방향성을 따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2권부터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바뀔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권은 라우라 중심으로 진행되리라고 봅니다만, 단탈리안이 1권에서 돈을 너무 많이 벌고 권력도 너무 강해져서 연재본의 라우라 영입과 초반 활약에 관련된 사건들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당장 라우라를 영입하면서 일어난 잭 올란드 사건은 단탈리안이 라우라를 경매에서 살수도 없고 노예상의 호위병들을 일거에 제압할 병력도 없어서 일어난 건데, 흑사병만으로 대박을 내는데 성공한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는 이미 1권에서 돈이 남아돕니다. 돈이 남아도니 병력이야 용병 사서 쓰면 그만이죠. 이렇다보니 초반부터 부족한 전력으로 라우라가 모험대를 격파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라이트노벨 버전에서 변경된 단탈리안의 캐릭터성의 측면에서도 연재본의 스토리와는 어울리기 어렵구요. 라우라를 영입하는 과정과 라우라의 능력이 발휘되는 장면이 거의 모두 새로 쓰일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측할 재료가 있습니다. 우선 마왕군의 파벌 갈등과 미네르바 작전의 떡밥이 1권에서 이미 뚜렷하게 뿌려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탈리안의 행보가 연재본보다 초반부터 더 굵직할 거라고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단탈리안의 전쟁을 안배하기 위한 행보가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엘리자베트나 용사에 관련된 스토리가 더 빨리 등판해 2권부터 뚜렷해질 여지도 상당합니다. 연재본에서도 엘리자베트는 초반부터 배드 엔딩 파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연재본에서 용사 관련 떡밥이 처음으로 나온 것도 실은 라우라를 영입하러 갈 때였으니까요. 연재본은 용사 떡밥을 훨씬 빨리 준비했는데 나올 기회가 꼬여서 너무 나중에 등장하게 된 감이 있죠. 단탈리안의 숙적이 되어야 할 엘리자베트지만 임팩트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많았고, 스토리 후반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용사 떡밥은 너무 나중에 등장하기까지 했으니 양쪽 다 강화할 필요성은 상당하지요.
너무 길고 장황한 글이라 3줄 요약합니다
1. 흙수저 잉여 단탈리안이 내쫒긴 자리를 금수저 천재 단탈리안이 차지했다고? 이게 무슨소리요! 이보시오, 이보시오, 작가양반!
2. 라피스... 무서운 아이...!
3. 역시 던전 디펜스는 라이트노벨 버전에서도 던전 같은건 안 지키며(?) 안 지키는게(?) 안 지켜도(?) 재밌습니다
ps. 일러스트에 대해서는 최고라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감히 몇마디 덧붙이자면 일러만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값이었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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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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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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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5
chuck님의 댓글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chuck님의 댓글의 댓글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아슈라스님의 댓글
사실 게임만 파던 폐인이 미래좀 안다고 천재들을 농락하고 온 세상을 뒤집는게 말이 안돼기도 했고...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다만 저는 연재본의 단탈리안이 천재가 아니더라도 처음 주어진 기회와 정보를 잘 살려 기회를 얻고 유리한 판을 만들고 자신의 재능을 키워 성장해 천재를 압도했다고 보아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여겼고, 그걸 매력으로 봤기 때문에, 저 변화는 그 매력을 버릴만큼의 가치를 보여줄때까지는 회의적일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뿌찢님의 댓글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Bacardi님의 댓글
1.0의 단탈도 좋긴하지만 그런 주인공의 대중적인 인기가 있을거라 생각하긴 힘드니까요
전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글은 좋은데 책 상태가... 찍힘도 있고 중간 페이지 중에 조금 구겨진 부분도 있고 잉크도 아니고 갈색의 무안가가... 잉크인지 번짐도 좀 있군요 읽는데야 아무 문제 없지만
오탈자도 2 3개 보였던거 같고요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미네르님의 댓글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류사나레님의 댓글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BlackMore님의 댓글
<div><br /></div>
<div>감상 감사합니다 :)</div>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희망황코코로님의 댓글
<div>연재본도 보고 싶지만... 결재할 돈이 없어!<img src="/cheditor5/icons/em/em11.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공기지망생님의 댓글
<div>덤으로 좀 기다렸다가 살 생각도 드네요, 최소한 판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div>
<div>뭐랄까 글자 많이 쓰는 동지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쁘네요! 저도 요즘 올리는 글은 길이가 얼마 안됩니다만. 예전에 비해서.</div>
<div><br /></div>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파릇초님의 댓글
행인42님의 댓글의 댓글
KayRin님의 댓글
FateTestarossa님의 댓글의 댓글
萬染님의 댓글
아주 악랄이뻐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