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_네타] [롤링걸즈] 7080의 로망과 8090의 음악, 과거의 우리들을 위한 헌정여행기.
2016.03.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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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재생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8화 ED, STONES-
여기에 4명의 소녀가 있습니다.
모리토모 노조미, 너무도 평범하지만 커다란 영웅의 뒷모습을 동경하는 작은 영웅이자 누구보다 올곧은 소녀. 상징하는 것은 평화와 정의.
코사나 유키나, 심약하고 유유부단하지만 길을 잃어도 언제나 꿈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소녀. 상징하는 것은 미래와 꿈.
히비키 아이, 욕심도 많고 실수투성이지만 강해지고자하는 의지를 불태우며 다시 일어서는 소녀. 상징하는 것은 의지와 희망.
미소노 치아야, 외계인라는 절대적인 이방인이지만 그렇기에 관계를 맺고 지켜나간다는 기적을 믿으며 실천하는 소녀. 상징하는 것은 믿음과 신뢰.
슈퍼 비버는 바라카몬의 오프닝, 다움에서 "어른이 되면 될수록 후회하는 생물이 돼." 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추억하며 후회하는 생물이 되어갑니다.
만화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정의와 평화의 사도가 되고 싶었던 나는.
나중에 커서 대통령이나 과학자같은 위인이 되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거라는 꿈을 품었던 당신은.
받아쓰기, 산수에서 처참한 점수를 받아 집에 돌아와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거야!" 라고 웃으며 교과서를 펼쳐들었던 우리는.
아침엔 생판 모르는 동갑내기들이었지만 놀면서, 싸우면서, 화해하면서. 저녁놀이 지고 헤어질 쯤엔 세상에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내일보자!" 라고 말했던 우리 모두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잃어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영혼에 커다랗게 파여버린 구멍. 차가운 세파에 상처의 가장자리가 시려워서 눈물짓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창작물의 세계에서 그 공허험을, 허무함을 따뜻한 온기로 잠깐이나마 채울 방법을 찾았기에 오늘도 모니터 너머에 펼쳐진 이세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롤링걸즈의 소녀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나누어 가진, 우리들의 분신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사이드카가 달린 클래식 바이크와 동글동글한 빅 스쿠터 같은, 로망이 가득한 바이크를 타고 막연하기 짝이 없는 의뢰서를 지도로 삼아 끝없이 펼쳐진 아스팔트 도로를 달립니다.
도달한 곳은 거대 로봇들이 혈투를 펼치다가 그대로 정지한 전장. 죽음과 파괴가 남긴 흉터를 감싸안는 꿈과 열정이 여름날의 적란운처럼 뭉게뭉게 떠다니는 서브컬쳐의 나라.
곱게 치장한 마이코들이 걸어다니는 고색창연한 옛 일본의 길. 그 옆에서는 8090 스타일의 락이 우퍼를 찢고 폭발하는 사운드를 뿜어내며 벚꽃과 함께 흐드러지는 나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덜덜거리는 낡은 바이크. 언제까지나 펼쳐진 아스팔트 도로. 스쳐가는 이정표. 불확실한 지도. 생전 처음보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 기다리는 모험들. 지극히 서구적이고 진취적인 모험을 꿈꾸던 7080의 로망입니다.
작품에서 끝없이 흐르고 흐르는 락 OST, 일본 펑크락의 전설인 블루하츠의 음악을 커버한 OP, ED. 8화의 도쿄에서 폭발하는 STONES.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같은 선대의 뜨거운 심장을 그대로 물려받은 8090의 음악입니다.
분명 이 작품은 난해합니다. 과거의 정서나 음악, 일본의 지역들에 대해서 그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 뭐가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보는 상태가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이 작품, 롤링걸즈에 완벽히 들어맞는 명언입니다.
그렇습니다. 롤링걸즈는 로망과 음악을 터질 것처럼 가득 담아낸 작품입니다.
그 시대를 기억하는 우리의 부모님들이 흥얼거리는 팝송.
바쁜 일상 속 무심히 흘려듣던 라디오의 오래된 음악.
어느 골목에 지친 듯 기대어 서있는 클래식 바이크와 그 핸들에 걸려있는 고글. 뒷좌석에는 흠집이 잔뜩 난 헬멧.
책장의 한구석에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누군가의 루트 66여행기.
테이프가 늘어진 VCR에 담긴 울트라맨과 형형색색의 전대물 히어로와 거대로봇.
또한 그렇습니다. 롤링 걸즈는 우리가 단편적으로 밖에 접하지 못한 그때 그 시절에게 바쳐진 헌사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나서는 여행기입니다.
ET가 자전거가 만월을 가로지르는 그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그 장면을 캡쳐한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한 현재의 10대와 20대들도 겨우 그 1프레임에 감동합니다.
그 감동을 기억하는 분들이 이 작품의 마지막, 치아야를 태운 우주선이 만월을 가로지르며 날아가고 그 옆의 모래사장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달리고 또 달리며 치아야를 향해서 손을 흔들는 장면을 보신다면 분명 제가 느낀 감동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오래된 히어로 물에 등장하는 영웅이 불합리할 정도로 강한 악당을 쓰러트리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그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새롭게 창작된 작품들을 접하는 현재의 세대들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 카타르시스에 전율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의 마지막 전투, 궁극적인 갈등이 해결되기 직전.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 모사는 모사의 필사적인 노력을. 모브는 모브의 처절한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분명 제가 느낀 카타르시스를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벚꽃사중주가 그러했던 것 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작품이 안겨준 감동은 아마 오래오래 기억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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