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_네타] 최악의 남성혐오 소설, 마이클 코디의 《크라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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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남성혐오 소설, 마이클 코디의 《크라임 제로》(서현정 옮김, 노블마인, 2006 정발)
4년쯤 전이었던가 군대에 있을 때 도서관에서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두 권짜리였는데 그곳에서는 1권밖에 없어서 결말을 모르는 채로 넘기고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소설이 눈에 띄어 빌려서 읽었습니다.
미리 이야기를 해두지만 이 소설을 쓴 마이클 코디는 남성 작가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심각한 수준의 남성혐오 사상을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최근에 문제가 된 바 있는 남성혐오 문제와도 연관을 지어서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유전적 요소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꾸준히 제기되어 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기본 설정은 유전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줍니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교정하고 범죄를 없애는 크라임 제로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그저 범죄자를 교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계획을 주도하는 두 여성, 앨리스와 매들린은 남성을 증오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어린 시절에 남성이 휘두르는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동정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증오를 바탕으로 세운 그들의 계획은 참으로 무시무시하기 그지없습니다. 조심스럽게 해야 할 말이지만 이 계획에 비하면 그 나치조차 귀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들은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여성한테는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남성에게는 유전적인 변화가 옵니다. 그것은 유전적인 공격성의 소멸로 나타납니다. 작품 안에서 이것은 ‘진화’라고 표현됩니다. 그리고 2차 성징을 거친 남성들은 공격성의 상실을 겪으면서 죽어버립니다. 그들의 계획은 자신들이 증오하는 남성을 모조리 제거하고 그나마 어린아이들만 진화시켜서 남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계획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악역이며, 이 이야기는 그들의 음모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므로 짙게 배어 있는 남성혐오의 성향이 견제되고 있다고도 여겨질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야기를 읽어보면 남성혐오는 제대로 견제되지 않고 이야기는 “남성은 유전적으로 폭력적이고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데 쓰이고 맙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빈번히 남성은 폭력적 성향이 있다는 대사나 서술이 나오며 남성주인공인 루크는 그것을 인정합니다. 강력범죄의 절대다수는 남성이 저지른다. 남성에게는 공격성이 있다. 그런 언급이 반복됩니다.
루크와 여주인공인 캐시는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지 못합니다.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백신은 없습니다. 이대로 전 지구의 남성이 절멸하는 것일까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백신을 얻게 됩니다. 그 백신은 남성의 목숨을 살리는 대신 유전적인 변화만을 일으키고 공격성만 상실시키는 효과를 지닙니다. 결국 학살을 막기 위해 이 백신을 쓰고 인류는 ‘진화’합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인류에 전쟁은 없어졌습니다. 오로지 남성이 달라진 것만으로 인류는 더 나아졌다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작품의 상황은 극단적입니다. 다 죽든지 변화하든지 하는 두 가지 선택지. 주인공들은 어쩔 수 없이 후자를 선택합니다. 에필로그에서 그것은 인류에게 100년이 넘는 평화를 가져왔다고 언급이 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류 가운데 큰 변화를 겪은 것은 남성뿐입니다. 여성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남성이 바뀌자 인류는 유토피아에 가까운 상황이 됩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인류의 모든 죄악이 남성에게 있다는 견해를 담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남성혐오 바깥에서 남성혐오에 맞서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성혐오의 과격파와 온건파가 맞서 온건파가 승리하는 내용입니다(여기서의 과격이니 온건이니 하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라 미리 말해둡니다). 이야기는 온건한 남성혐오를 정당화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악역을 맡은 여자들은 여성중심적 관점에서 남성을 평가합니다. 원시시대에 남성은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로서 필요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문명화된 세상에서 남성은 쓸모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에게 남성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될지언정 남성이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습니다. 여성은 그저 여성이기에 존재의 정당성이 있고, 남성은 여성에게 필요 없기에 사라져도 되는가? 억지일 뿐입니다. 그러나 작품의 서사는 이에 대해 정당한 반박을 하지 못합니다.
남성의 공격성을 그렇게나 비난하지만 여성 또한 절대적으로 선량한 존재는 아닙니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없는 여성이었던 매들린이 이 세상 모든 남자를 죽여야 한다는 과격한 사상을 지니게 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일이라든가 남성만이 질병에 걸려 죽어가자 일부 여성이 여성만이 진짜 인류라고 주장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미 이 이야기 안에서조차 여성에게도 공격성이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게 간과된 채 남성의 공격성만이 부각되고 종국에 소멸합니다.
“남성이 없어지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라는 생각에 타협하여 얻은, “남성을 개조하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라는 생각이 작품에서는 제대로 견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극단적인 남성혐오를 보인 악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당화가 이루어지고 맙니다. 가끔씩은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인류가 지녔던 공격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빈말에 가까운 문장은 그저 지나가고 잊어질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몇몇 서술을 통해 그것을 감추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남성혐오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하는 이 작품에 나오는 남성혐오적 표현들입니다. 악역이 한 대사나 악역의 심리 서술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그 모든 문장을 긍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거기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을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 인간은 남자들이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멸하고 말 거야.”
“현재 지구상에 있는 남자들은 유전적으로, 환경적으로 오염된 상태예요. 남자들은 암적인 존재라고요.”
가족이나 애인에 대한 사소한 애정을 접어둔다면 여자들 모두 마음속으로는 남성의 멸종을 반겼다. 그들 모두 겉으로 말은 못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세상의 모든 악이 남자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성인 남자를 다 박멸해야 한다.
별안간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많은 남자를 죽여서가 아니라 너무 적게 죽였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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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5
치르코님의 댓글
<div><br /></div>
<div>이것도 그런작품일 뿐인가보네요.</div>
<div><br /></div>
<div>뭐 글쟁이가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중2병이라도 가지고있나보죠 뭐.<img src="/cheditor5/icons/em/em1.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누렁이백작님의 댓글
<div>"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div>
걍자자님의 댓글의 댓글
psyche님의 댓글
vksxkwlvPdls님의 댓글
뭐라 더 할 말은 없는 내용입니다
어우러진다님의 댓글의 댓글
담배맛치즈님의 댓글
별의내공님의 댓글
<div>솔직히 어이없는 소설이군요.</div>
어우러진다님의 댓글의 댓글
sameway님의 댓글
어우러진다님의 댓글의 댓글
-역자의 후기 중에서-
사실 소설만 따지면 아주 좋게 봐서 그렇게 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역자의 저 발언은 진짜 어이가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오만한 발언이라서 말이죠.
니힐리안님의 댓글의 댓글
<div>그냥 그럴거면 너도 정도군요</div>
빈약한상상력님의 댓글
이시유님의 댓글
River님의 댓글
<div><br /></div>
레트라님의 댓글
떠돌이개님의 댓글
난누님의 댓글
뭐? 강력범 대부분이 남자니 남자가 폭력적이라고? 그건 정신병자같은 범인놈이 남자였던거지 성별이 문제라고 보는건 뭔 논리의 비약이랍니까?
그리고 유전자 단위로 폭력적? 나치 독일하고 같이 관짝들어간 우생학까지 쓰네요? 야.. 뭐이런 모자란 인간이 글쓴다고 난리라니 진짜 종이한테 미안해지네요
dadaf님의 댓글
약자는 폭력을 휘두를 수 없는 위치에 있기에 약자이지 선량하기때문에 약자인게 아닙니다.
지구생물님의 댓글
항상여름님의 댓글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2. 남자의 공격성은 모든 폭력의 근원이다.</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3. 남자, 혹은 남자의 공격성을 제거하면 이 세계는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세계가 될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아니, 절대로 그럴 리가.</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일단 애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뭐,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작중에서 인류 절반 몰살이라는 폭력적 행위를 저지르는 괴물이 여성이라는 아이러니함에 대해서도 넘어가죠.</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일단 남성의 공격성을 제거하면 인류가 러브 앤 피스가 되어 삼육구나 할 거라는 생각에 대해서는...</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사실 남성의 공격성 제거를 위한 수술은 현실에도 존재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거세요. 예. 거시기 자르기.</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인간은 가축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 수컷을 거세하죠. 공격성도 줄어 다루기 쉬워지거든요. 좀 성급한 일반화지만 인간 남성도 거세하면...공격성을 줄일 수 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죠.<strike>나에게 그짓을 하려면 결사적으로 저항하겠지만.</strike></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그런데 근대까지 가축이 아니라 인간인데도 거세를 당하는 특정직업군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예. 내시요. 그런데 그 내시들이라고 하면...</span></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서브컬처에서는 왠지 모를 음모의 달인이라던가, 간신이라던가, 권력욕의 화신...</span></div>
<div>왠지 저 세계의 미래가 떠오르는 것이 여성과 내시들이 벌이는 궁정암투의 세계가 될 것 같고 무것보다 <span style="font-size: 9pt; 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직접적으로 치고박고 싸우는 대신 음습한 이지메가 일어날 것 같다는 것이 참...</span></div></div>
<div><br /><span style="background-color: rgba(255, 255, 255, 0)"></span></div>
<div><br /></div>사실 엔딩에서 작중 사건을 포함하여 여성이 일으킨 모든 사건들을 예시로 들면서 여성의 폭력성을 언급하며 여성의 폭력성에 희생된 남자들이 모종의 바이러스를 만드는데...라고 했으면 희대의 괴작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골빈아이님의 댓글
인트군님의 댓글
<div><br /></div>
<div>번역을 왜곡해서 저딴 쓰레기로 만들었을지도...는 없겠죠? <img src="/cheditor5/icons/em/em64.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배드애플님의 댓글
steelord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