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_네타] [라 라 랜드]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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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보고 왔습니다.
아직 문넷에는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없는 걸 보니 제가 처음으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는 거네요.
스포일러를 뺀 감상을 적자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멜로
영화, 로맨틱 영화는 별로다, 자극적인 영화가 좋다, 영화 줄거리는 논리적으로 딱딱 들어맞아야 된다... 이런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멜로 영화는 별로라 초중반에는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또한 영화 내용을 빼고도 영화 음악이 꽤 훌륭합니다. 《비긴 어게인》
OST가 지금도 거리에 심심찮게 울려 퍼지고 있듯이, 이
영화의 OST도 거리에서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OST가 좋은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전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4년 전 이맘때쯤 개봉했던 보급형 뮤지컬(?) 《레 미제라블》 영화판을 보고 감동을 받은 이후로(처음엔 영화
내내 노래만 부른다고 해서 '집중이 되겠나?' 싶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세상에, 진짜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이야!' 라고 외칠 정도였죠. 결국 두 번 봤습니다) 뮤지컬에 관심이 생겼고, 이후 실제 뮤지컬 공연도 몇 번씩 보았습니다. 요즘은 돈이 없어서 못 보고 있지만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 리뷰할
영화 《라 라 랜드》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뮤지컬 영화' 이기
때문이었죠. 뮤지컬이 아니었다면 로맨스 영화 취향도 아닌지라 망설임 없이 《라 라 랜드》는 건너 뛰고
다음 주에 개봉할 《로그 원》을 골랐을 겁니다.
그런데 《라 라 랜드》는 지금까지 제가 뮤지컬 및 뮤지컬 영화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감동을 보여주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봤던 뮤지컬들은 특정 넘버(뮤지컬에서 나오는 곡을
넘버라고 합니다)를 통해 감동을 이끌었다면, 이 영화는 넘버보다는
영화 자체의 내용과 영상미를 통해 감동을 이끌어 내더라고요.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재즈 클럽을 차리고 싶어하는 남자 주인공(라이언 고슬링 분)과 배우 지망생인 여자 주인공(엠마 스톤)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죠.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과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옛날 영화마냥 별이 가득한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 두 사람의 만남은 어찌 보면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비현실적인 로맨스인 것 같은 예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예감대로,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인 재즈 클럽과 배우 데뷔라는 꿈을 이루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뤄지지
못하고, 5년 후 유명 배우가 된 여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 딸까지 두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이 나온 이후, 여주인공은 남편과 함께 공연을 보러 나갔다가
길이 막혀서 공연은 다음에 보고 근처에서 밥이나 먹고 돌아오기로 합니다. 차에서 내려 근처를 배회하던
여주인공은 한 카페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그 카페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그 카페는 남주인공이 연 카페였습니다(카페 로고도 예전에 여주인공이
디자인했던 그대로였죠). 마침 무대에서 사회를 맡고 있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눈이 마주치게 되고, 그 순간 영화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5년
전 한 식당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던 남주인공을 본 여주인공이 연주가 멋졌다고 할 때 5년 전처럼 그냥
어깨를 툭 치고 넘어가는 대신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 뒤, 이 영화의 본편과도 같은 장면이 이어집니다.
‘만약 두 사람이 잘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주인공의 생각인지 여주인공의 생각인지 아니면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들의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루어졌던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아름다운 환상이 한참동안 스크린을 가득 메웁니다. 그 환상 속에서 여주인공의
연극은 혹평을 받았던 현실과 다르게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고, 남주인공은 여주인공과 헤어지지 않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갖게 됩니다. 이후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방금 전의 장면처럼 공연을 보러 가다가 길이 막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한 식당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 식당에는 여주인공이 디자인했던 로고가 없습니다. 즉, 두 사람은 로맨스와 꿈 중에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던 운명이었던
겁니다.
남주인공의 피아노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환상은 끝나고, 여주인공은
더 있다 갈까 하는 남편의 말에 여기서 나가야 하겠다면서 카페를 뜹니다. 하지만 떠나기 직전,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서로 눈이 마주칩니다. 둘 다 나쁘진 않은
듯한 표정이었는데,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는 마지막에 ‘그래도
우리 서로 잘 해냈지?’ 라는 듯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표현했더군요.
정말이지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또 그
꿈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얼마나 안타깝게 느껴지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이루지 못한
것이 있음에도 후회하지 않고 꿈을 이룬 서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는 두 주인공의 모습도 정말 보기 좋았고요. 《라
라 랜드》를 보고 나니 훌륭한 뮤지컬 넘버를 들을 때와 같은 전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안타까움과 감동이
뒤섞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이 곳에서 모든 감정이 폭발한다’ 라는 말이 이런 뜻인가 싶더군요.
누구나 원하는 것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 왔을 것이고, 그것을 안타까워하고
있겠죠. 저는 이 영화 덕분에 간만에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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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풍 렌코.
※ 인장에는 長梨 mur(https://twitter.com/cruiser_sendai)님, 서명에는 KiTA(https://twitter.com/KitaIroha)님의 일러스트가 쓰였으며, 두 작품 모두 작가의 허락 하에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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