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창작_네타] 소설의 재미와 던전 디펜스
2017.01.1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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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주의) 이하의 내용은 8할 이상이 주관적인, 근거도 뭣도 없는 내용입니다. 거기다 내용까지 깁니다.
그러니 태클과 수정은 마음껏 댓글로 적어주시되, 저는 그에 대한 답변은 달지 않겠습니당.책임방폐
1.
소설이 팔리기 위해서는 재밌어야 합니다.
재밌으려면 일단 잘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설을 "잘 쓴다"는 것은 뭘까요.
소설을 쓰는데 있어 작가가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다면 이것을 좋은 소설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책을 쓰며 자기 자신이 단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헌데 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애매모호합니다. 주관일 수도 있고, 사상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책의 등장인물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어보면 확실히 작가의 모습을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표지를 제외하고....헤헤
하지만 이런 "잘 쓴" 소설이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또 애매한 것이, 대중은 분명 "명작이군요"라고 대답하면서도 개꿀잼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문학소설을 재미있게 잘 쓴다는 것은 천재에게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2.
그렇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라노벨(양판소 포함)은 어떨까요. 라노벨이 재미있는 이유는 둘째치고서라도, 보편적인 재미를 잡기에는 분명 쉬울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고 있는 문장의 앞이나 그 다음 앞의 문장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건 재미가 없는 소설입니다.
이런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분명 자신이 읽기에는 흔하디 흔한 양판소나 애니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갓띵작이니 뭐니 하며 찬양하는 경우를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 말합니다. "진짜 명작을 읽고/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봐라!"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우리가 추천한) 진짜 명작을 접하고 "네 말이 맞다!"라고 말하는 경우 또한 반반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이미 예측하셨겠지요. 그 사람은 그런 종류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어서, 즉 경험이 부족하여 우리가 그런 것처럼 앞이나 그 앞의 내용을 예측하지 못한 겁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고 새로울 리가 없지요. 새롭지 않으니 재미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유사 이래 이야기란 신화에서 왔으며, 서사시로 쓰여지고, 극으로 바뀌며 소설로 인쇄된 것 처럼 "새로운" 이야기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바리에이션이 극도로 많아진 것 뿐입니다.
그렇다면 라노벨 작가에게 주어진 숙제는, 옛날의 각본가나 배우와 같이 "어떻게 하면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섞고 꼬아서 마치 새 것인양 속일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즉 작가가 속이느냐, 독자가 눈치채느냐의 지능 싸움입니다.
3.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작가는 한두 문장 앞의 내용을 독자에게 들켜서는 안됩니다.
시작부터 완결까지 독자에게 재밌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작가는 언제나 독자의 머리 위에 존재하며 한 두수를 앞서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당최 쉬운 일입니까!
조금만 마음이 느슨해져도 비판이 날아오고 노잼소리를 듣습니다.
또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필요하고, 인기를 끌기 위한 조연들과 이야기의 줄기를 이끌어야 하는 악역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캐릭터 각각의 배경과 행동원리에 대한 이유까지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합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작가는 좀 더 쉬운 방법, 즉 필승법을 찾게 되며, 이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장 흥하는 소설을 벤치마킹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장르의 유행"을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건 일단 치우고...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작가가 독자보다 최소한 똑똑한 "척"을 하기 그나마 쉬운 소설의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서사시입니다. 물론 시일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epic이어야 합니다.
서사(epic)는 자연이나 사물의 창조, 신의 업적, 영웅의 전기 등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 형식입니다. 즉 스포트 라이트는 위대한 영웅인 주인공에 몰빵되니, 자연히 작가는 주인공의 묘사나 행동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던전 디펜스가 재미있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4.
첫째, 주인공이 악역입니다. 스스로 스토리를 이끄는 존재입니다. 이것만으로 독자는 작품 안에서 다른 캐릭터보다 우위에 서게 됩니다.
둘째, 뒤로 갈수록 서사시 형식입니다. 안그래도 주인공이 악역이라 없어지면 이야기 진행이 안되는데, 모든 묘사가 주인공 시점입니다. 심지어 엔딩까지 가면 단탈리안과 함께 인생을 걸은 느낌이 듭니다.
셋째, 위에 구구절절 쓴 것처럼 작가가 독자 머리 꼭대기에 존재합니다! 내용의 방향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 졸이며 읽게 됩니다.....
거기다 단탈리안의 인생은 모두가 연극입니다. 세계를 속이고 있다는 의미만이 아닌,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배우입니다. 배우는 관객의 주목을 받아야 하며, 그들을 현실에서 끌어내야 합니다.
관객이 연극 도중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면, 연극은 재미가 없어집니다.
마치 책을 읽으며 앞의 문장이 예측되면 재미가 없게 되는 것 처럼요.
연극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중학교때 처음 봤습니다. 학교 전체가 수행평가로 극을 하나씩 봐야 했습니다.
그때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와 극에 완전히 몰입해서, 현실을 100% 완벽히 잊었습니다.
중간에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눈치 챈 그 순간의 소름을 아직까지 기억합니다.
핸드폰이 울려서, 옆사람이 건드려서, 관객의 누군가가 자신의 시선을 끌어버려서........
관객이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 연극은 실패한 겁니다. 배우 실격입니다.
단탈리안은 데이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들켰습니다. 배우 실격입니다.
그러나 단탈리안은 이 낮선 세계에서 이방인이며, 따라서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정의해야 했습니다.
자신이 정의한 악인이라는 가면을 관객에게 들켰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렇습니다. 자신을 정의하는 것조차 실패한 단탈리안은 모든것을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던전 디펜스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엔딩이 나옵니다. 바르바토스 만만세입니다. 파이몬이 제일 불쌍합니다.....
이상, 작년 초부터 생각해온 내용을 드디어 쓴 게으름뱅이의 헛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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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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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1 11:45:19 (664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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