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언젠가 봄날에 외]4월연극제 감상 계속. 이번에는 5.18?(추가)
2018.06.02 13:28
1,508
4
0
본문
감상글, 이어서 계속 갑니다! 원래는 한 글에 한꺼번에 다 쓰려고 했는데 첫 번째 감상이 너무 길어져버려서 말이죠;;
2.<언젠가 봄날에>(1은 바로 전에 올린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지난 글( http://www.typemoon.net/review/401250)에서 넘버링을 이어서 갑니다)
4월 7일 관람.
초행길이 아니었다보니 좀더 여유있게 갈 수 있었습니다. 길도 이미 아는 길로 가고 말이죠. 며칠 전에 꽃망울을 맺었던 벚꽃은 그 며칠새에 꽤 예쁘게 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오가는 길에 보니 사진 찍는 사람들도 여럿 보이고요. 저녁에 갔던 <이웃에 살고...>와는 달리 낮 시간대에 하는 공연을 찾아가서 좀 느낌이 달랐어요~
이 작품은 장르를 정확히 말하자면 연극이 아니라 마당극인데, 그래서 그런지 좀더 형식이 자유롭더군요. 주연배우(이분 연기력 짱짱!) 아주머니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한다든가.
이때 시의성이 뛰어난 공연이라는 매체 특성상(아무래도 보는이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대사를 바꾸는 부분이 보이더군요. 주인공이 무당이라는 설정이고 처음 장면이 굿인데, 날짜를 그날인 ‘2018년 4월 7일’로 언급한다든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창작극은 아니고, 2010년부터 공연되었던 작품으로 보입니다. 5.18 당시 행방불명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아주 뜬금없는 주제는 아니더군요.
이런 것도 있었으니.ㅠㅠ 실제로 5.18 피해자가 <5.18엄마가 4.16아들에게>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고ㅠㅠ
무덤에 안장되지 못하고 묻혀진 채로 행방불명된 채로 저승에 가지 않고 구천을 떠도는 5.18행방불명자 세 명과, 그들을 보내려고 쫓고 쫓기는 저승사자(시종일관 가면-하회탈, 각시탈 같은 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을 쓰고 나오거군요)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5.18 당시 회상도 나오고요.
[여학생:(싹싹 빌며)살려주세요, 저 데모 안했어요! (결국 계엄군의 총 개머리판에 맞아 죽는다.)
백구두 노인:아니, 저, 저, 저런!!(분노해 신발 한 짝을 벗어서 던졌다가 본인도 죽는다.)]
이런 거ㅜㅜ 가족을 찾아간 여학생 정옥(의 영혼)이 아저씨가 은근히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영혼이라 방백이나 다름없어 안 들리거든요..
결국 영혼들이 저승사자에게 따라잡히지만, 벌써 38년이나 지났고 세상이 바뀌지 않았겠느냐는 설득에 이승구경을 갔다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시위대가 경찰에 쫓겨 도망가는 장면을 본 영혼들이 이게 뭐냐고 따지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호는 이때 등장하는 겁니다...(아마 매번 공연할 때마다 그때의 시의성에 맞춰 바꾸는 장면일 듯)그런데 2015~6년이었다면 모를까 2018년에 공연하기에는 조금 시의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된 거 아닌지?? 뭐 이제 이런 걸 상상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요.
꽤 코믹한 분위기의 작품이지만(특히 "이런 불법체류 귀신들!" "우리는 살아서는 일심동체, 죽어서는 일심동뼉다구여!" 같은 대사들이;;;) 소재가 소재다보니 슬픔도 주는 작품이었죠. 결말은 결국 주인공이 아들(의 혼)과 다시 만나고 그녀의 굿으로 위로를 얻은 세 영혼이 성불하는 결말이지요. 깨끗한 수의로 갈아입히는 장면이 참...동시에 흐르는, '언젠가 봄날에'라는 제목과 같은 가사가 들어간 주제곡도 참...
----------------------------------------------------------------------------------------------------------------------------------------------------------------
3. < 비온새 라이브>
4월 14일 관람. 사실 중간에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라는 공연예술이 상연됐지만, 1번처럼 이미 작년 혜화동1번지 공연에서 했던 작품이고 그때 보러갔던지라 가지 않았습니다. 소극장이고 그 특성상 관객석 위치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관객 참여형식이던 그때에 비해 중형급에 관객석이 고정되어 있는 별무리극장에선 어떻게 공연했을지 좀 궁금하긴 했지만, 솔직히 다시 보러갈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상당히 추상적인 방식의 공연이라.
이 비온새 라이브도 역시 혜화동1번지에서 이미 했던 거지만(그렇습니다. 이 4월연극제는 6개 중 절반이 재상연이고 나머지 중 2개인 언젠가 봄날에와 앤도 기존 작품인 겁니다! ...아니 나쁘다는 건 아니구요;;), 마지막 주에 했던 작품인데 그 직전에 갑자기 다리를 다쳐서 못 보러 갔었죠.ㅠㅠ 그래서 이번에 보러 간 겁니다. 아우, 그때 티켓까지 예매했는데 급거 취소해서 돈을 날렸죠. 아까운 내 돈!
기사를 찾아보니, 작가는 세월호 참사이후 사람들이 노래방을 찾질 않는다는 기사를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극중에서 진아의 엄마 온새(언급으로만 나올 뿐 등장하지 않음)와 친구 경애가 운영하는 가게 '비온새 라이브'(제목이죠)는 수해 때문에 한번 폐업했다가 다시 열었다는 설정이지요.
홍수가 난 마을에 사는 여고생과 그녀의 엄마 친구, 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등장인물들이 수해현장에 도우러 와준 사람들을 위해 아카펠라 공연을준비한다는 줄거리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명이 모두 꺼지고 무대가 암전된 가운데 배우들이 직접 아카펠라로 노래를 한 곡 하던데 참 좋더라구요~
어린아이들이 공연을 보러와서는 하필 제 앞자리에서 딴짓을 해대는 바람에 집중에 방해됐고(주말 저녁에 보러오는게 아니었어... 실은 낮 공연에 지각하는 바람에 저녁 공연으로 계획을 바꾼 거지만요.ㅠㅠ 그래도 그 사이 여유시간에 근처에서 하던 전시회에 가서 여러가지를 봤으니 후회는 안 합니다) 좀 지루해서 중간에 살짝 졸았지만ㅠㅠ 나쁜 작품은 아니었어요! 새소리와 벌레소리 등을 생생하게 와닿게 하는 음향도 좋았구요.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의 작품이었습니다. 작중에선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은유라는 게 확실히 보이는 대사들이 압권이었죠. 근데 역시 작년 여름에 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드는 게, 시의성이 상당한 대사들이 많았거든요8ㅁ8 언급으로만 나오는, '석 달 전에 보궐선거로 당선된 도지사님(이거 아무리 봐도;;;)'이라든가. "왔다가 금방 가는 거 아냐?" "아니에요. 이분은 아예 1박2일 자고 간다는데요?" 같은...그 외에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때뿐이고 고치지는 않아서 또 수해가 나'라든가. 4년 전(초연 당시에는 3년 전)의 수해를 언급하는 대사가 참 여러 번 나와요. 특히 온새가 부모님의 산소가 홍수로 쓸려내려간 곳에서 유해를 찾는다고 하면서 나오는"거기서 찾아봤자 뭐하려구..." "뼈 몇조각이라도 건져보자는 거지."라는 대화라든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인물들=배우들이 '사람들이 몰려 있다'며 관객석 쪽을 바라보며
"저기...뭐죠?"
"혹시ㅡ아이들인가?"
"아, 잊고 있었어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
하는 장면은 참으로...아아..
한 기사는 이 작품을 이렇게 해설하더군요.
'비온새라이브는 물속에 잠긴 수해지역을 바라보는 곳으로 묘사되지만, 어쩌면 그곳은 전기까지 끊겨서 잘 보이지도 않는, 어딘가에 갇힌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세월호가 바닷속에서 기울어져 반은 물속에 잠기고, 반은 물밖에 솟아 있는 것처럼, 물에 잠긴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 비온새라이브가 있는 것이다. 만약 세월호의 물에 잠긴 부분과 물 밖에 떠있는 사이 틈새에, 산소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그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비온새라이브의 사람들처럼 지내지 않았을까? 비온새라이브의 진아가 아랫마을에 수습하러 간 엄마 온새를 계속 기다리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도지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기로 한 사람, 그러나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중략)마지막 장면, 모든 전기가 끊기고 암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카펠라는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물에 가라앉는 배 안에서 연주를 하던 악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지 않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영혼을 나눈다.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공간은 결국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혔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몸과 영혼은 노래가 된다.'
------------------------------------------------------------------------------------------------------------------------------------------------------------
4. < 스프링 어드벤처 온라인>
4월 18일 관람. 원래는 <다시, 봄>이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연극제의 유일한 신작, 오리지널 창작극이지요. 위 작품을 공연하고 이 작품이 공연되기까지의 사이에 영결식이 치러졌습니다. 저도 참석하러 갔죠...이 얘기는 여기서 쓸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생존학생들이 주인공. 그 일 이후 오랜만에 만난 동창, 남자(재경)와 여자(수진). 예전과는 성격이 많이 바뀐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결말은 결국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한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제 해석). 직접적으로 세월호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4년 전 겪었던 큰 일'식의 언급이나 학교생활의 추억을 독백하는 주인공을 보면 뭐...
주인공 재경이 한 온라인 게임 '스프링 어드벤처 온라인'에 빠져 있다는 설정으로 게임의 모습을 무대에서 재현하는데, 그 아이디어가 참 좋더군요ㅋㅋㅋㅋ 처음에 동료들을 선택할 때라든가. 몬스터로 분장한 배우라든가(심지어 딱 한명ㅋㅋㅋ무대 뒤로 갈 때마다 가면을 바꿔들고 나와ㅋㅋㅋ) 몬스터가 주인공 파티에 의해 쫓겨가면 (아마도 스태프가 무대 뒤에서 던진 것 같은) 거대 동전이 굴러와 떨어진다든가, 낄낄. 아마 연극제 작품 전체 중에서 제일 대상연령층이 낮은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실제로 어린 관객도 많이 왔구요. 주말에 보러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에 게임으로 시작되나 싶더니 갑자기 현실과 겹쳐지는 장면이(연극 특유의 '무대적 허용'이랄까요?) 가슴 아프더군요. 주인공 파티에게 가르침을 주는 '전설의 성 기사'가 수학선생님으로 바뀌고, 동료들이 문제를 푸는 친구들로 바뀌는 장면이라든가, 편의점에서 진상고객을 만난 주인공이 골치를 썩다가 갑자기 진상고객이 몬스터로 바뀌고 주인공이 '드래곤 소드!'하고 공격하는 장면은 이게 진짜 게임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환상인지 분간이 안 가기도. 뭐 그 장면은 사실 망상이었습니다만;; 갑자기 동료들이 무대 뒤로 퇴장하고 '다들 어디로 갔어?'하는 장면이나 최종보스만 깨면 되는 상황에서 다른 곳들을 나열하며 '우리 다른 곳에 좀 들렀다 가는 건 어떨까? 이런 곳도 있고, 저런 곳도 있고...'하는 대사는 친구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다룬 것 같이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수진이 힐러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최종보스몹에게 달려드는데, 그 장면을 직접 보여주진 않고 대신 세 명의 동료가 퇴장하고 재경과 수진이 남아 서로에게 이별의 의미로 손을 흔드는 장면은...아아....
아무튼 이 작품도 감동적이고 재밌었습니다.ㅠㅠ 그건 그렇고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하느라 주연배우가 많이 고생했을 듯;; 나중엔 머리카락이 땀으로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게 보이더만요;
------------------------------------------------------------------------------------------------------------------------------------------------------------
5. <앤-ANNE>
4월 22일 관람. 사실 위 작품과의 사이에 <벡사시옹+제10층>과 <친구들:숨어있는 슬픔>이라는 작품을 봤지만 그건 다음 감상문을 통해 감상을 풀어놓도록 할게요.(사실 이렇게치면 언젠가봄날에와 비온새라이브 사이에도 다큐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와 연극 <내 아이에게> <그녀의 그네>등을 보긴 했죠. 이것들 역시 다음에 올릴게요)
이건 뮤지컬이었습니다. 형식이 달라서 그런지, 예매도 따로 받더라구요?;;
기존 작품이기도 했구요. 그 유명한 <빨간 머리 앤>을 뮤지컬로 만들되, 어느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공연을 한다는 식의 액자식 구성, 극중극 형식이지요. 그래서 처음엔 공연을 한다더니 흔한 앤이 뭐냐며 실망하던 걸판여고(극단 이름이 '극단 걸판'입니다;;) 학생들이 남자 배역을 맡으러 찾아온 멋있는 걸판남고 학생들을 보고 마음을 바꿔 하겠다고 말하는 개그씬도 있음(...)
극중극 형식이라서 나올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앤 역할을 세 명이 돌아가며 한다든가, 길버트 역 배우의 "선생님, 대체 길버트 브라이스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길버트 브라이스!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대본이 59페이지짜리인데, 36페이지가 되어서야 등장을 하다니...." "전 길버트 브라이스, 남자 주인공이니까요" 같은 대사들을 한다든가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작품 역시, 공연 특유의...뭐랄까요? 무대적 허용? 그런 게 있었어요. 배우가 총 10명이 안 되어서 조연들은 여러 역할을 돌아가며 맡는데 남자가 여자 연기를 하면서 "나는 스펜서~♪ 나는 여자배역~♬"하고 한 마디 흥얼거린 뒤 연기를 시작한다든가ㅋㅋㅋ(사실 이건 메인테마인 노래의 가사 중 "앤이 누구야? 앤이 누구야~ 내가 앤이야♬" 부분을 바꾼 거;;) 마차 타는 장면에서 사람이 말 연기를 하는데 앤이 "이 말들은 참 귀엽게 생겼네~꼭 사람처럼 생겼잖아?"라고 한다든갘ㅋㅋㅋ 똑같은 물건이 상황에 따라 다른 설정이 되는 것도 재미있었죠. 초록색 칠판이 초록지붕집의 지붕이 되었다가 학교 칠판이 되었다가 비석이 되기도 하고ㅎㅎ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할 것이 없습니다. <빨간 머리 앤>의 내용, 그대로예요. 원작 소설의 내용을 엑기스만 뽑아 잘 재현했던데요? 원작을 미리 알고 가기도 했지만(어릴 때 지겹도록 읽었었죠!;;)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쉬운 내용의 작품이어서인지 관객들이 꽉꽉 들어찼더군요. 어린이 관객, 가족단위 관객도 여럿 보였고;;
그런데 이게 세월호와 무슨 상관이냐? 하면...팜플렛에 있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사 이전까지 너무나 평범한 꿈을 꾸었던 소녀들의 꿈을 조명한다고요... 만약 이 소녀들이 그 소녀들이라면...아하. 그래서 고교 연극부의 극중극 형식인 이 작품을 들고왔나 봅니다ㅠㅠ 그러고보니 무대 구성도 벽 쪽에 가늘고 긴 노란 천들이 잔뜩 매달려 장식되어 있었네요. 그것 말고는 4월연극제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는 없었지만,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인 만큼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그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어요.
암튼 재미있었습니다!ㅠㅠ
무덤에 안장되지 못하고 묻혀진 채로 행방불명된 채로 저승에 가지 않고 구천을 떠도는 5.18행방불명자 세 명과, 그들을 보내려고 쫓고 쫓기는 저승사자(시종일관 가면-하회탈, 각시탈 같은 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을 쓰고 나오거군요)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5.18 당시 회상도 나오고요.
[여학생:(싹싹 빌며)살려주세요, 저 데모 안했어요! (결국 계엄군의 총 개머리판에 맞아 죽는다.)
백구두 노인:아니, 저, 저, 저런!!(분노해 신발 한 짝을 벗어서 던졌다가 본인도 죽는다.)]
이런 거ㅜㅜ 가족을 찾아간 여학생 정옥(의 영혼)이 아저씨가 은근히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영혼이라 방백이나 다름없어 안 들리거든요..
결국 영혼들이 저승사자에게 따라잡히지만, 벌써 38년이나 지났고 세상이 바뀌지 않았겠느냐는 설득에 이승구경을 갔다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시위대가 경찰에 쫓겨 도망가는 장면을 본 영혼들이 이게 뭐냐고 따지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호는 이때 등장하는 겁니다...(아마 매번 공연할 때마다 그때의 시의성에 맞춰 바꾸는 장면일 듯)그런데 2015~6년이었다면 모를까 2018년에 공연하기에는 조금 시의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된 거 아닌지?? 뭐 이제 이런 걸 상상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요.
꽤 코믹한 분위기의 작품이지만(특히 "이런 불법체류 귀신들!" "우리는 살아서는 일심동체, 죽어서는 일심동뼉다구여!" 같은 대사들이;;;) 소재가 소재다보니 슬픔도 주는 작품이었죠. 결말은 결국 주인공이 아들(의 혼)과 다시 만나고 그녀의 굿으로 위로를 얻은 세 영혼이 성불하는 결말이지요. 깨끗한 수의로 갈아입히는 장면이 참...동시에 흐르는, '언젠가 봄날에'라는 제목과 같은 가사가 들어간 주제곡도 참...
----------------------------------------------------------------------------------------------------------------------------------------------------------------
3. < 비온새 라이브>
4월 14일 관람. 사실 중간에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라는 공연예술이 상연됐지만, 1번처럼 이미 작년 혜화동1번지 공연에서 했던 작품이고 그때 보러갔던지라 가지 않았습니다. 소극장이고 그 특성상 관객석 위치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관객 참여형식이던 그때에 비해 중형급에 관객석이 고정되어 있는 별무리극장에선 어떻게 공연했을지 좀 궁금하긴 했지만, 솔직히 다시 보러갈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상당히 추상적인 방식의 공연이라.
이 비온새 라이브도 역시 혜화동1번지에서 이미 했던 거지만(그렇습니다. 이 4월연극제는 6개 중 절반이 재상연이고 나머지 중 2개인 언젠가 봄날에와 앤도 기존 작품인 겁니다! ...아니 나쁘다는 건 아니구요;;), 마지막 주에 했던 작품인데 그 직전에 갑자기 다리를 다쳐서 못 보러 갔었죠.ㅠㅠ 그래서 이번에 보러 간 겁니다. 아우, 그때 티켓까지 예매했는데 급거 취소해서 돈을 날렸죠. 아까운 내 돈!
기사를 찾아보니, 작가는 세월호 참사이후 사람들이 노래방을 찾질 않는다는 기사를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극중에서 진아의 엄마 온새(언급으로만 나올 뿐 등장하지 않음)와 친구 경애가 운영하는 가게 '비온새 라이브'(제목이죠)는 수해 때문에 한번 폐업했다가 다시 열었다는 설정이지요.
홍수가 난 마을에 사는 여고생과 그녀의 엄마 친구, 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등장인물들이 수해현장에 도우러 와준 사람들을 위해 아카펠라 공연을준비한다는 줄거리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명이 모두 꺼지고 무대가 암전된 가운데 배우들이 직접 아카펠라로 노래를 한 곡 하던데 참 좋더라구요~
어린아이들이 공연을 보러와서는 하필 제 앞자리에서 딴짓을 해대는 바람에 집중에 방해됐고(주말 저녁에 보러오는게 아니었어... 실은 낮 공연에 지각하는 바람에 저녁 공연으로 계획을 바꾼 거지만요.ㅠㅠ 그래도 그 사이 여유시간에 근처에서 하던 전시회에 가서 여러가지를 봤으니 후회는 안 합니다) 좀 지루해서 중간에 살짝 졸았지만ㅠㅠ 나쁜 작품은 아니었어요! 새소리와 벌레소리 등을 생생하게 와닿게 하는 음향도 좋았구요.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의 작품이었습니다. 작중에선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은유라는 게 확실히 보이는 대사들이 압권이었죠. 근데 역시 작년 여름에 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드는 게, 시의성이 상당한 대사들이 많았거든요8ㅁ8 언급으로만 나오는, '석 달 전에 보궐선거로 당선된 도지사님(이거 아무리 봐도;;;)'이라든가. "왔다가 금방 가는 거 아냐?" "아니에요. 이분은 아예 1박2일 자고 간다는데요?" 같은...그 외에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때뿐이고 고치지는 않아서 또 수해가 나'라든가. 4년 전(초연 당시에는 3년 전)의 수해를 언급하는 대사가 참 여러 번 나와요. 특히 온새가 부모님의 산소가 홍수로 쓸려내려간 곳에서 유해를 찾는다고 하면서 나오는"거기서 찾아봤자 뭐하려구..." "뼈 몇조각이라도 건져보자는 거지."라는 대화라든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인물들=배우들이 '사람들이 몰려 있다'며 관객석 쪽을 바라보며
"저기...뭐죠?"
"혹시ㅡ아이들인가?"
"아, 잊고 있었어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
하는 장면은 참으로...아아..
한 기사는 이 작품을 이렇게 해설하더군요.
'비온새라이브는 물속에 잠긴 수해지역을 바라보는 곳으로 묘사되지만, 어쩌면 그곳은 전기까지 끊겨서 잘 보이지도 않는, 어딘가에 갇힌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세월호가 바닷속에서 기울어져 반은 물속에 잠기고, 반은 물밖에 솟아 있는 것처럼, 물에 잠긴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 비온새라이브가 있는 것이다. 만약 세월호의 물에 잠긴 부분과 물 밖에 떠있는 사이 틈새에, 산소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그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비온새라이브의 사람들처럼 지내지 않았을까? 비온새라이브의 진아가 아랫마을에 수습하러 간 엄마 온새를 계속 기다리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도지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기로 한 사람, 그러나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중략)마지막 장면, 모든 전기가 끊기고 암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카펠라는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물에 가라앉는 배 안에서 연주를 하던 악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지 않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영혼을 나눈다.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공간은 결국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혔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몸과 영혼은 노래가 된다.'
------------------------------------------------------------------------------------------------------------------------------------------------------------
4. < 스프링 어드벤처 온라인>
4월 18일 관람. 원래는 <다시, 봄>이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연극제의 유일한 신작, 오리지널 창작극이지요. 위 작품을 공연하고 이 작품이 공연되기까지의 사이에 영결식이 치러졌습니다. 저도 참석하러 갔죠...이 얘기는 여기서 쓸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생존학생들이 주인공. 그 일 이후 오랜만에 만난 동창, 남자(재경)와 여자(수진). 예전과는 성격이 많이 바뀐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결말은 결국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한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제 해석). 직접적으로 세월호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4년 전 겪었던 큰 일'식의 언급이나 학교생활의 추억을 독백하는 주인공을 보면 뭐...
주인공 재경이 한 온라인 게임 '스프링 어드벤처 온라인'에 빠져 있다는 설정으로 게임의 모습을 무대에서 재현하는데, 그 아이디어가 참 좋더군요ㅋㅋㅋㅋ 처음에 동료들을 선택할 때라든가. 몬스터로 분장한 배우라든가(심지어 딱 한명ㅋㅋㅋ무대 뒤로 갈 때마다 가면을 바꿔들고 나와ㅋㅋㅋ) 몬스터가 주인공 파티에 의해 쫓겨가면 (아마도 스태프가 무대 뒤에서 던진 것 같은) 거대 동전이 굴러와 떨어진다든가, 낄낄. 아마 연극제 작품 전체 중에서 제일 대상연령층이 낮은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실제로 어린 관객도 많이 왔구요. 주말에 보러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에 게임으로 시작되나 싶더니 갑자기 현실과 겹쳐지는 장면이(연극 특유의 '무대적 허용'이랄까요?) 가슴 아프더군요. 주인공 파티에게 가르침을 주는 '전설의 성 기사'가 수학선생님으로 바뀌고, 동료들이 문제를 푸는 친구들로 바뀌는 장면이라든가, 편의점에서 진상고객을 만난 주인공이 골치를 썩다가 갑자기 진상고객이 몬스터로 바뀌고 주인공이 '드래곤 소드!'하고 공격하는 장면은 이게 진짜 게임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환상인지 분간이 안 가기도. 뭐 그 장면은 사실 망상이었습니다만;; 갑자기 동료들이 무대 뒤로 퇴장하고 '다들 어디로 갔어?'하는 장면이나 최종보스만 깨면 되는 상황에서 다른 곳들을 나열하며 '우리 다른 곳에 좀 들렀다 가는 건 어떨까? 이런 곳도 있고, 저런 곳도 있고...'하는 대사는 친구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다룬 것 같이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수진이 힐러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최종보스몹에게 달려드는데, 그 장면을 직접 보여주진 않고 대신 세 명의 동료가 퇴장하고 재경과 수진이 남아 서로에게 이별의 의미로 손을 흔드는 장면은...아아....
아무튼 이 작품도 감동적이고 재밌었습니다.ㅠㅠ 그건 그렇고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하느라 주연배우가 많이 고생했을 듯;; 나중엔 머리카락이 땀으로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게 보이더만요;
------------------------------------------------------------------------------------------------------------------------------------------------------------
5. <앤-ANNE>
4월 22일 관람. 사실 위 작품과의 사이에 <벡사시옹+제10층>과 <친구들:숨어있는 슬픔>이라는 작품을 봤지만 그건 다음 감상문을 통해 감상을 풀어놓도록 할게요.(사실 이렇게치면 언젠가봄날에와 비온새라이브 사이에도 다큐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와 연극 <내 아이에게> <그녀의 그네>등을 보긴 했죠. 이것들 역시 다음에 올릴게요)
이건 뮤지컬이었습니다. 형식이 달라서 그런지, 예매도 따로 받더라구요?;;
기존 작품이기도 했구요. 그 유명한 <빨간 머리 앤>을 뮤지컬로 만들되, 어느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공연을 한다는 식의 액자식 구성, 극중극 형식이지요. 그래서 처음엔 공연을 한다더니 흔한 앤이 뭐냐며 실망하던 걸판여고(극단 이름이 '극단 걸판'입니다;;) 학생들이 남자 배역을 맡으러 찾아온 멋있는 걸판남고 학생들을 보고 마음을 바꿔 하겠다고 말하는 개그씬도 있음(...)
극중극 형식이라서 나올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앤 역할을 세 명이 돌아가며 한다든가, 길버트 역 배우의 "선생님, 대체 길버트 브라이스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길버트 브라이스!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대본이 59페이지짜리인데, 36페이지가 되어서야 등장을 하다니...." "전 길버트 브라이스, 남자 주인공이니까요" 같은 대사들을 한다든가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작품 역시, 공연 특유의...뭐랄까요? 무대적 허용? 그런 게 있었어요. 배우가 총 10명이 안 되어서 조연들은 여러 역할을 돌아가며 맡는데 남자가 여자 연기를 하면서 "나는 스펜서~♪ 나는 여자배역~♬"하고 한 마디 흥얼거린 뒤 연기를 시작한다든가ㅋㅋㅋ(사실 이건 메인테마인 노래의 가사 중 "앤이 누구야? 앤이 누구야~ 내가 앤이야♬" 부분을 바꾼 거;;) 마차 타는 장면에서 사람이 말 연기를 하는데 앤이 "이 말들은 참 귀엽게 생겼네~꼭 사람처럼 생겼잖아?"라고 한다든갘ㅋㅋㅋ 똑같은 물건이 상황에 따라 다른 설정이 되는 것도 재미있었죠. 초록색 칠판이 초록지붕집의 지붕이 되었다가 학교 칠판이 되었다가 비석이 되기도 하고ㅎㅎ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할 것이 없습니다. <빨간 머리 앤>의 내용, 그대로예요. 원작 소설의 내용을 엑기스만 뽑아 잘 재현했던데요? 원작을 미리 알고 가기도 했지만(어릴 때 지겹도록 읽었었죠!;;)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쉬운 내용의 작품이어서인지 관객들이 꽉꽉 들어찼더군요. 어린이 관객, 가족단위 관객도 여럿 보였고;;
그런데 이게 세월호와 무슨 상관이냐? 하면...팜플렛에 있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사 이전까지 너무나 평범한 꿈을 꾸었던 소녀들의 꿈을 조명한다고요... 만약 이 소녀들이 그 소녀들이라면...아하. 그래서 고교 연극부의 극중극 형식인 이 작품을 들고왔나 봅니다ㅠㅠ 그러고보니 무대 구성도 벽 쪽에 가늘고 긴 노란 천들이 잔뜩 매달려 장식되어 있었네요. 그것 말고는 4월연극제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는 없었지만,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인 만큼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그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어요.
암튼 재미있었습니다!ㅠㅠ
- 17.44Kbytes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
- 회원등급 : 정회원(징계중) / Level 1
포인트 0
경험치 0
[레벨 1] - 진행률
0%
가입일 :
2018-04-18 11:42:43 (2410일째)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전체 692 건 - 9 페이지
제목 | 글쓴이 | 날짜 | 뷰 | 추천 | ||
---|---|---|---|---|---|---|
미라쥬 2,845 0 2018.06.06 | ||||||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 1,537 0 2018.06.03 | ||||||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 2,243 0 2018.06.03 | ||||||
제트버스터 2,335 0 2018.06.02 | ||||||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 1,509 0 2018.06.02 | ||||||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 1,868 0 2018.06.02 | ||||||
웃으며살리라 1,932 0 2018.05.21 | ||||||
샤이넬 3,275 0 2018.05.14 | ||||||
cpripedium 3,753 0 2018.05.05 | ||||||
UtsuhoP 2,845 0 2018.04.30 | ||||||
골뱅C 2,871 0 2018.04.29 | ||||||
blaky 2,346 0 2018.04.28 | ||||||
골뱅C 3,592 0 2018.04.28 | ||||||
제트버스터 2,647 0 2018.04.22 | ||||||
에닐 2,077 0 2018.04.20 |
댓글목록 4
pasta님의 댓글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님의 댓글의 댓글
holhorse님의 댓글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