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내 아이에게]-다시 봐도 가슴아프고 화나는...세월호 연극
2018.06.0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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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자: 2018년 4월 13일
-평점: ★★★★
딱 1년 전에도 봤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슴아파지는 작품이었습니다. 1년이 지나서 세세한 부분은 좀 잊어버린 탓도 있겠지만,두번째로 보는데도 새로운 느낌,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왠지 여기엔 지겹다는 말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ㅠ) 시의성에 맞추어 일부 대사가 바뀌기는 했지만(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5명으로 줄어든다거나, 주연배우가 인물이 아닌 배우로서 하는 말이 바뀌었다든지, 조연배우들이 역대 참사의 유가족이 되어 사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참사, 성수대교 등-2017년에 일어난 스텔라데이지호가 추가되었다든지) 기본 내용은 동일하더군요. 작년에는 극의 시작과 함께 촛불 하나를 켜면서 시작했고 끄면서 공연이 끝났는데 이 연출도 올해에는 없어졌더라구요. 그땐 촛불 시즌 직후여서 그랬나?
2015년에 처음 상연된 작품인데 아직도 이게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니, 참. 그래도 약간이나마 희망이 보인다는 점은 다르지만, 조금만 상세히 알아보면 아직도 답답하고 꽉 막힌 것들이 많긴 합니다. 전참시 사건으로 대표되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은 언론. 황전원으로 대표되는, 그때 그 방해세력들이 아직도 완전히 물갈이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 등. 휴...
기본적으로 딸을 잃은 미수습자 어머니라는 설정의 여주인공 1명의 독백-정확히 말하면 잃은 아이에게 건네는 말(첫 대사가 "얘야. 내 아이야"입니다)을 중심으로, 검은 옷을 입은 주연배우들이 상황에 따라 아이들도 되었다가 다른 부모들도 되었다가 주인공의 가족도 되었다가 추상적인 다른 참사의 피해자들도 되었다가 나레이션('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암송하더군요)도 되었다가 등등, 여러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의 연극입니다. 실제로 연출가가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분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끝에 각본을 쓴 작품으로, 그들이 참사 당일과 이후 겪은 일들을 독백체로 담담히 풀어내고 있지요. 가슴아픈 대사와 장면이 많습니다.
(첫날 안산에서 팽목항으로 달려가는 장면)"(슬로우 모션으로 달리는 동작을 취하며)시속 200킬로 맞아? 속도가 왜 이리 느려!"(실화. 결국 범칙금 60만원 나왔다고...)
(배 타고 나가봤더니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니까 한 아버지가 항의하다가)"계속 그럴 거야? 나도 그렇게 보고만 있어 봐, 이 xx들아!"(확 배 밖으로 뛰어내리려다가 다른 사람들이 겨우 말린다. 이 역시 실화ㅠㅠ)
"어쩌면 내가 마지막이 되면 어떡하지?"
"이해해 주겠니? 엄마가 좀 웃어도 내 아이야.용서해 주겠니? 밥을 먹고 물을 마셔도 엄마가."
"500일이 지났다. 넌 아직 안 나왔다."
"500일이 지났다. 넌 아직 안 나왔다."
...ㅠㅠ
얇은 플라스틱 막대 끝에 매단 노란 나비 장식을 흔들며 나비의 날갯짓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든가, 의자를 소품으로 써서 두세 사람은 의자 위에 서고 두세 사람은 의자 앞에 앉고 맨 앞사람은 노란 종이배를 조금씩 움직이면서 참사 당일날 배를 빌려 현장을 보러 바다로 나간 실종자 가족들을 표현하는 장면이라든가, 최대한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준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주연배우분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의 회상을 읊는 장면에선 정말 행복한 어조로 미소 띤 표정을 지으며 말하다가, 검찰이 의문투성이 결과를 침몰원인이라고 결론냈다고 발표하는 장면에선 정말 한서린 얼굴로 "개새끼들...!한다든가. 으으. 잘 표현이 안 되네요ㅠ 그런데 작년에는 머리가 좀 길었는데, 올해는 완전 커트 머리시더군요? 그새 헤어스타일을 바꾸셨나?
아, 극이 끝나고 나서 특별한 게스트분이 나오셨더군요. 바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분으로,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쓰셨다고 하더라구요. 아직도 싸우고 계시다고... 참 국가폭력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일종의 국가폭력이었잖아요?
[세월호참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고 참사 피해자들에게는 화인처럼 새겨졌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만히 있으라'라는 명령의 부당함은 어른들의 말만 믿고 기다린 '착한 바보', 착한 학생의 이미지와 함께 유통되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은 어린 희생자의 이미지. 같은 지시에 따랐던 일반인 희생자를 우리는 '착한 바보'라 부르진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학생들은 가만히 있었던가. 누군가는 의심했고, 누군가는 가만히 있지 않았으며, 누군가는 가만이 있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까봐 그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세월호참사는 피해자들이 가만히 있었기에 당한 사고가 아니라, 저마다 살아내려는 삶의 의지와 도전을 짓밟은 선장과 선원, 나아가 정부가 만들어낸 사건이었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닫는글 2중에서]
네? 동의하지 않는다구요? ...최소한 그 후에 유가족들에게 가해진 것들은 국가폭력이 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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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라넴님의 댓글
<div>이어서는 허위보도에 진실은폐까지 하려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