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_네타] [베놈] 무난하다기엔 아쉽고, 안좋다기엔 나름 좋은 부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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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개천절 베놈이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습니다.
스포 없는 감상평, 리뷰들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의외로 무난했다.’입니다.
저는 마블 코믹스 만화책은 종종 한두 권씩 사지만 베놈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은 구매한 적이 없고 베놈에 대해선 스파이더맨3의 베놈이나 가끔 인터넷에서 설정을 본 수준이었습니다.
톰 하디(에디 브록 역)와 리즈 아메드(칼슨 드레이크 역)이 영화 내용 중 30~40분이 편집된 걸 아쉬워 했다던데 저도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편집된 장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의 순서는
1. 심비오트 채취(라이엇은 탈출)
2. 오프닝
3. 열혈 기자의 만용을 부렸다가 여친도 잃고 인생도 몰락한 에디 브록, 인간성을 버리고 심비오트 연구에 몰입하는 칼슨 드레이크의 모습 (이 부분이 꽤 깁니다.)
4. 베놈과 융합한 에디의 적응기
5. 베놈 등장부터 경찰과의 싸움
6. 잠깐 베놈과 떨어졌다가 위기에 빠진 에디를 구출해주는 베놈(+여주)
7. 베놈(=에디)와 라이엇(=칼슨)의 최종결전
8. 엔딩
입니다.
전 초반 에디가 인생 망하고 베놈에 적응하느라 고생하는 장면이 현실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특히 톰 하디가 레스토랑에서 온갖 기괴한 짓거리를 하는 장면은 관객인 저도 약간 쑥스러울 정도였지만 베놈의 숙주가 된 에디가 제정상이 아니란 걸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경우 이 초반부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히어로물의 기원 영화다 보니 기본을 다져야 했던 부분이지만 초반부를 조금만 빠르게 편집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에 비해 후반부는 지나치게 빠릅니다. 에디와 베놈이 떨어지는 부분부터 스토리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개연성이 실종됩니다.
나쁜 마음이 있어보였던 베놈이 갑자기 본인도 찐따라고 하면서 착해지고 악당에게서 지구를 지키려고 하거든요.
오히려 이 부분 사이사이에 에디와 베놈이 서로와 교감하고 베놈이 점차 에디쪽으로 넘어오는 장면들이 있었을텐데 대거 삭제된 것 같았습니다.
초반부를 조금 자르는 대신 에디와 베놈이 친해지는 과정에 15분 정도만 넣었어도 이렇게 개연성이 부족하진 않았을텐데 아쉽더군요.
또 영화가 연령가를 낮추기 위해 베놈을 착한 놈으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R등급은 노리지 않았다고 하는 아비 아라드의 말이 참작이 가는게, 영화 내에서 나오는 액션 연출을 보면 그리 잔인한 장면이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존 마블 스튜디오 영화와 비슷한 수위였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베놈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충분했습니다.
액션씬은 사람에 따라 무난 ~ 좋음에 속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좋게 봤습니다.
액션씬은 크게 에디의 탈출씬(오토바이 액션씬), 경찰과의 싸움, 라이엇과의 결전으로 나뉘는데, 오토바이 액션씬이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드론들이 날아가는 장면과 오토바이 운전 중 베놈이 적절하게 능력을 써주는 모습 등 예고편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뭣보다 고생하면서 달아나던 에디의 모습과 대조되도록, 씬 마지막에 처음으로 베놈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포스가 있었습니다.
경찰과의 싸움의 경우 PG-13 이용가를 준수하느라 베놈이 이상할 정도로 덜 찢고 부수면서 싸웠지만 경찰이 섬광탄을 던질 때마다 베놈의 촉수가 튀는 연출은 좋았고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괴물과 싸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라이엇과의 싸움이 아쉬었는데, 베놈과 라이엇 둘 다 거무튀튀한데다 배경도 어두운 밤이라 둘이 치고박고 싸우는데 모습이 잘 안보였습니다. 아무래도 CG비용을 아끼려고 꼼수를 쓴 것 같은데 과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싸움 끝의 베놈 대사와 막타는 좋았습니다. 속 시원하게 끝장내버리더군요.
사람에 따라 초반부가 지루할 수 있고, 후반부는 누가봐도 개연성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영화는 무난하게 볼만합니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혹평한 게 이해는 됩니다. 원작 고증과 개연성, 독창성이나 영화의 완성도를 따지는 평론가들 입장에선 이 영화를 도저히 좋게 볼 수 없게더라고요.
아, 하지만 그래도 캣우먼, 고스트라이더같은 비교는 심한 것 같긴 합니다.
로튼토마토 지수는 더 낮을지언정 자살특공대나 반지닦이보단 볼만합니다.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질지언정 재미가 없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린랜턴은 보는 도중에도 얼마나 꺼버리고 싶었던지...ㅠㅠ
가장 아쉬운 부분을 꽂아본다면 당연 에디와 베놈의 관계를 말하고 싶습니다.
마블 만화란 게 그때그때마다 설정이 뒤죽박죽이 되지만 심비오트 관련해서 분명히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면 ‘강한 숙주를 원한다.’, ‘본능에 충실해진다.’, ‘심비오트도 숙주의 영향을 받는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3에서 피터가 MJ를 모욕하고, 시청자도 쪽팔릴 행동을 하고, 피터 더 라이트닝 댄서가 되는... 흠흠 그렇게 만드는 게 심비오트입니다.
대신 심비오트 역시 숙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때때로 선역이 되는 심비오트 캐릭터도 있고요.
영화상에서 에디가 베놈에게 받는 영향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몸이 아팠다가 좋아지고, 식성이 왕성해지다 못해 깽판을 부릴 정도로 바꿔버립니다.
에디가 점점 비정상이 되면서 베놈에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줘요. 저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에디와 베놈이 교감하는 장면이나, 베놈이 숙주 에디에게 영향받는 모습은 거의 없습니다.
중간에 베놈이 빌딩에 올라가서 “네 세계도 그리 추하진 않군.”하는 장면에서 선역화될 낌새가 보이긴 했는데 그것말곤 너무 빈약합니다.
생각해볼수록 삭제장면들이 아쉬웠습니다.
그동안 베놈이 숙주로 삼았던 실험체들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최하층 노숙자였기에 인간세계를 단지 약육강식의 폭력적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베놈이 정의감과 용기, 고집이 있던 에디 몸에 머물면서 인간세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에디와 교감을 나누며 그를 동료로 생각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괜찮았을 겁니다.
베놈이 야망이 강하고 이기적인 성격이라는 걸 눈치 챈 에디가 이 지구를 다른 동족들하고 공유하지 말고 베놈 혼자서 독점하면 어떻겠냐고, 자기가 그걸 도와주겠으니 협력해달라고 설득하고, 베놈이 에디와 애니(여주)의 마음을 읽거나 나쁜 짓(식인, 폭력 등)을 하려는 자신에게 극렬하게 저항하는 그들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조금은 온건해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개연성에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악당역인 칼슨 드레이크와 라이엇도 관련 묘사를 조금 넣어줬으면 에디, 베놈 측과 대립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고요.
전체적으로 보아 결코 좋은 영화, 훌륭한 영화라고 하기는 무리지만 괜찮은 영화, 킬링타임 영화라곤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필요 이상의 편집이 영화를 망친 것 같습니다.
예산도 겨우 1억 달러였던 점이 액션을 빈약하게 만들었는데 액션씬을 좀 더 길고 화끈하게 만들면 좋았을 겁니다.
쿠키 영상에선 카니지가 잠깐 나오는데 이 카니지란 녀석은 하필 연쇄살인마가 숙주라서 베놈도 질색할 정도로 폭력적이고 싸움도 잘하는 녀석입니다. 사실 라이엇이 자기 신체를 무기로 바꿔서 싸우는 전투법은 원작에선 카니지의 전투방법이라더군요.
후속작에선 영화가 폭력적이어야 할 부분에선 더 화끈하게, 심비오트와 숙주 간의 교감을 보여주는 장면은 좀 더 심도있게 다뤄줬으면 좋겠네요.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치고 워낙 예산을 짜게 잡은지라 현재 반응을 보면 흥행은 문제없이 할 것 같으니 후속작이나 예산 늘려서 잘 만들었으면 합니다.
지금 영화관에서 친구나 커플이 영화를 봐야 한다면 무난하게 베놈이나 곰돌이 푸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근데 아비 아라드는 제발 좀 꺼져줬으면 합니다. 베놈 손대는 꼴을 보니 또 어스파처럼 만들어버릴까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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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2
구려님의 댓글
회색실패작님의 댓글의 댓글
<div>사람에 따라 초반을 질질 끄는 느낌이 들거에요.</div>
<div><br /></div>
<div>후반부 시나리오가 워낙 빈약하기도 하고.</div>
디아몬드님의 댓글
…그렇다고 훌륭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말도 못해주지만.
회색실패작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자살특공대와 그린랜턴은 워낙 재미가 없어서..;;</div>
검황흑태자님의 댓글
회색실패작님의 댓글의 댓글
<div>그 부분은 각오(?)하시고 보시면 마음 편하실 것 같습니다.</div>
디아몬드님의 댓글의 댓글
그 외에는 괜찮아요. 배우들 연기력 좋고, 베놈은 대형맹수처럼 달려들고, 집어던지고.
회색실패작님의 댓글의 댓글
후반부 개연성 실종하는 장면은 호불호 안갈립니다. 관객 모두가 어이없어하거든요.;;;
하.. 대사만 좀 바꿨어도. ..
나베네님의 댓글
회색실패작님의 댓글의 댓글
<div>아마 미사일 공격의 경우 빼도박도 못하는 전투 행위지만 드론 자살 공격의 경우 '도시 상공에서 드론 실험을 하다가 통신 오류 등으로 지면에 낙하해서 폭발한, 의도치 못한 사고였다.' 식으로 둘러댈 수 있으니까요?</div>
<div><span style="font-size: 9pt">백퍼센트 뇌피셜입니다만 허허.;; </span></div>
팔켈님의 댓글
회색실패작님의 댓글의 댓글
준수한 영화(마블스튜디오 제작 영화들, 원더우먼 등)과 개노답 영화(수스쿼, 뱃대슈 극장판, 캣우먼 등) 사이의 애매한 영화들(고라1, 데어데블) 중에선 좋은편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