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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_네타] [납골당] 별이 보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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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한 소녀가 죽었습니다.



이미 별처럼 수많은 이들이 죽은 세계이지만, 어쩌면 그들보다도 번민했을 한 소녀가 죽었습니다.



받은 이름은 에스더.



작중에서 겨울은 실제 행위와 홍보가 어우러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쟁영웅입니다. 사람 대 사람이라는 불유쾌한 대립이 아니라 먼 옛날 모든 인류에게 공평했던 야생의 짐승들같은, 인류 전체의 적-역병 모겔런스와의 전쟁에서의 영웅이요.



이 모든 게 시련이라면 겨울은 그 시련을 헤쳐가는 무리의 선두자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좋은 표현이 안떠오르네요. 선구자? 선각자? 선지자? 구도자?)



어쨌거나 겨울의 행보는 비범한 면이 있었으니까요. 역병과의 전투는 물론 그의 군인으로서의 일들도요.



그런 덕일까요, 종말을 더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이의 손에서 벗어나 그를 죽이고자 한 소녀에게 겨울은 유일하게 방해되더라도 죽이고 싶지 않은 대상이었습니다.



이후 에스더는 미군에 협력하여 역병을 몰아내는 데에 일조합니다. 그녀의 도움은 겨울을 비롯한 전쟁영웅들은 물론, 크레이머같은 유능한 정치가도 해내지 못할 그녀만의 도움이었습니다.



소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이라면 분명 더 큰 구원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겨울과의 죽기 전 면담에서 겨울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욥과 같은 실수이리라고, 감히 인간의 잣대로 신의 저울을 재는 거라고 말하죠.



겨울은 사람을 사람의 기준으로 사랑해주는 신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소녀 에스더의 마지막 말은 '별이 보이네요'  입니다.



별 볼일 없는 감상을 여기까지 끈 이유가 그겁니다. 에스더는 신실한 소녀입니다. 그런데도 다른 게 아니라 그런 말을 했다면 거기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했어요.



별빛 아이. 모든 인간의 행복을 위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며. 그 일을 위해 겨울을 곁에서 보고 싶다며 대가로 자신이 내어줄 수 있는 모든 것인 별 하나를 내민 아이.



겨울은 이따금씩 자신을 보고있을 별빛아이를 떠올렸습니다. 삭막한 어둠에서 별 하나만을 약속의 증거로 남겨둔 채요.



별빛아이는 봄이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줄곧 겨울을 봐왔을 아이에게 머리에서 반짝인 별 하나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사람을 사람의 기준으로 사랑해주는 신, 겨울의 사후세계에서 봄이보다 그 자격에 적합한 존재는 없다는 게 문득 떠올라서 감상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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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9:17:50 (4260일째)
애착과 집착 사이에는 적어도 백지장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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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Blasphemy00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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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의 기준으로 사람을 사랑해주는 신이기에 봄은 개인을 사랑한 태양과 같은 위험성을 지니게 되었죠. 

아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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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결국 갔군요...<br />

AntiChrist님의 댓글

태양나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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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과 같을 수가 없고, 또 같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div>신적인 능력과 인간의 마음을 지닌 초월적 존재.</div>

<div>봄이에게 애정이 가면서도 너무도 위태롭게 느껴지네요.</div>

거꾸로말해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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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겨울이가 봄이에게 충고한게, '사람의 마음을 가지게 되더라도, 사람의 한계까지는 가지지마렴'이었죠.&nbsp;

<div>겨울이의 충고대로 사람의 마음을 알지만 사람의 한계가 없는 신적존재가 된면, 정말로 선신이라 부를 존재가 될 텐데, 과연 봄이는 한계를 가졌는지 궁금하군요</div>

무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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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준은 인간을 감싸기에는 튼튼하더라도 너무나 성기거나 촘촘하더라도 지나치게 잘 찢어지죠...

<div>인간의 기준의 신. 참 와닿는 말입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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