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_네타]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해커즈 메모리] 뒤늦은 클리어 후 감상.
2018.11.1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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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체는 예약 받을 때 사 놨었고, 플포를 말출 나와서 샀었는데... 전역하고 4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야 클리어를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엔딩을 봤을 뿐 아직 파고들 컨텐츠는 많이 남아있지만 말이죠.
두서없이 감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듬뿍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새로 추가된 디지몬.
후속작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흥분했던 요소입니다.
메기드라몬, 도루고라몬, 갓드라몬, 넵튠몬, 메르크리몬, 오류우몬, 아포카리몬, 스사노오몬!!
해커즈 메모리 플레이 전에 사이버 슬루스를 다시 한번(총합 3회차) 플레이했습니다. 새로 추가된 디지몬을 위주로 육성했는데 다들 필살기 모션에 기합이 들어가 있더군요.
놀랐던 점은 새로 추가된 디지몬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디지몬도 필살기 모션이 바뀐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에어로브이드라몬의 드래곤 임펄스와 임페리얼드라몬PM의 오메가 블레이드.
드래곤 임펄스는 기존의 에네르기파(...)같은 모션에서 V테이머에서 묘사된 것과 동일한 '전신에 에너지를 두른 상태로 돌격'으로 바뀌었습니다. 반동 대미지를 입는 것도 추가되었죠. 오메가 블레이드는 평범한 세로 베기에서 마치 디아블로몬의 역습 때를 연상시키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상태에서 급강하하며 휘두르는 것으로 변경. 어느 쪽이든 원작 재현에 더욱 충실해졌습니다.
2. 해킹 스킬.
전작 주인공은 '탐정'이었지만 신작 주인공은 '해커' 입니다. 물론 전작 주인공도 해커의 부류에 속하긴 하지만 본업은 어디까지나 탐정이고, 해킹 스킬은 탐정 일을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신작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해커... 라곤 하지만, 사실 하는 일은 전작 주인공과 별 차이가 없네요. 의뢰 받아서 사건 해결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순수 해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인지 신작에서는 해킹 스킬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망가진 내빗군을 수리하고, 필드의 전원을 차단하고, 끊어졌던 길을 생성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동 속도 상승.
이 끝내주는 기능이 왜 사이버슬루스에는 이식되지 않았는지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3. 캐릭터 음성.
새 등장인물들 말고, 전작에서도 출연했던 등장인물들 중 몇몇은 신작에서의 목소리 톤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쿄코 씨랑 마타요시 형사, 다테 누님과 노키아는 별 차이 없었지만, 아라타, 유우코, 오메가몬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아라타는 전작에서는 흑화한 후에도 그다지 심하게 변하지 않았지만, 신작에서는 훨씬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도저히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그 우엉남과 같은 성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반대로 유우코는 전작에서는 슬프고 고민을 품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는데(후반에서 갈등이 좀 해소된 후에는 슬픈 듯한 느낌은 옅어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낮고 가라앉은 톤입니다) 신작에서는 무기력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나긋나긋한 느낌이 들더군요. 낮은 목소리인 건 변함없지만. 전작이 차분한 느낌이라면 본작은 느긋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오메가몬... 일반 대사는 물론이고, 특히 필살기를 사용할 때 외치는 대사가 완전히...
전작에선 조금 어조가 어긋나긴 해도 동시에 말하고 있었는데, 신작에선 두 성우분이 한 자리에서 동시에 말한 게 아니라 두 분이 각자 따로 녹음한 걸 합쳐놓은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듣기 힘들었어요. 두 목소리가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으니. 필살기 대사는 전작 걸 그대로 써도 상관없었을 텐데, 이렇게 할 거면 왜 굳이 새로 녹음한 건지.
4. 스토리.
...설마 했던 새드 엔딩.
사실 전조는 있었습니다. 전작의 마지막에 과거 개변이 일어나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이 전부 디지몬과 무관계한 것으로 고쳐졌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작의 엔딩 자체는 훌륭한 해피 엔딩이었기에 조금은 기대했습니다. 여기서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추추몬이 후디에몬으로 진화, 주인공과 후디에몬이 이터 레기온을 쓰러뜨리고 팀 멤버 4명 전원의 재회, 그 후 최종보스와의 라스트 배틀, 승리!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디지털 월드에서 마더 이터가 쓰러지고, 스에도가 과거 개변을 일으키면서 디지몬 및 이터와 관련됐던 사건들은 전부 그들과 관련 없이 발생했던 것으로 고쳐지게 됩니다. 에리카가 이터에게 잡혀 육체를 완전히 빼앗겼던 것도 없던 일이 되었으니 육체도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죠.
.다만 에리카가 겪었던 교통 사고는 디지몬과 무관계하기 때문에 고쳐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뇌를 에덴과 연결해서 생활해야 하는 시한부 인생인건 변함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군요. 스에도가 과거를 고쳐 쓰면서 자기 자신을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에리카의 뇌를 에덴과 연결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사람도 없어지게 됩니다. 어쩌면 본편 시작 시점 이전에 에리카의 몸이 한계를 맞았을 수도 있었겠죠.
스에도가 개변을 하면서 에리카 쪽도 신경을 써 줬다면 어떻게든 됐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차원의 틈새에서 에리카와 작별하면서 주인공이 반드시 기억해내고 말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정신이 들었을 때, 에리카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해커 팀 후디에의 멤버가 되었다는 인과는 변하지 않았는지 아지트로 돌아가자 류지와 치토세, 그리고 어째서인지 에리카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유우가 맞아줍니다.
여기서 좀 이상한게, 에리카의 존재가 없어져서 류지가 외아들이 된 거야 그렇다 쳐도, 왜 류지의 부모님이 살아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교통사고를 당해서 부모님은 사망하고, 에리카는 뇌에 장애가 생겨 시한부 인생이 된 걸 텐데... 교통사고 자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디지몬과는 관계가 없으니 개변되지도 않았을 테고...
주인공이 뭔가를 느끼고 에리카가 쓰던 VIP실(개변 후에는 VIP 명패가 달려 있지 않습니다)을 열고 들어가 보지만, 에리카의 방이었던 그 곳은 단순한 창고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있는 것인지 눈물을 흘리는 주인공. 하지만 결국 에리카에 대해서 떠올리지는 못한 채 엔딩을 맞이합니다.
이건 후속작이 나와야 하는 엔딩이로군요. 아니 제발 좀 나와라. 디지털 월드에서 감동의 재회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5. 기타.
새로 추가된 시스템 중에 특정 의뢰에 동료를 데려가는 기능이 추가되었죠. 해커 동료들은 물론 의뢰에서 알게 된 디지몬을 데려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능한 디지몬은 아구몬&가부몬, 릴리몬, 레오몬, 레나몬, 베르제브몬.
이 중 베르제브몬 말인데... 설정에 맞게 냉혹하면서도 강자로서의 자존심을 가진 쿨한 디지몬입니다. 호감도를 올리면 주인공에게 이것저것 아이템을 주기도 하죠.
...그런데 분명히 전작 의뢰 중에 7대마왕 토벌이 있단 말이죠. 즉 이 베르제브몬도 결국에는 전작 주인공에게 쓰러지는 운명이란 것이 됩니다.
다른 개체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베르제브몬을 동료로 삼을 수 있게 되는 의뢰 중에서 다른 디지몬의 입으로 이 베르제브몬이 7대마왕 소속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언급되었기에 그 가능성은 없습니다. 애당초 이 세계관의 7대마왕은 모든 평행세계에 각각 1체씩 존재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라는 설정이기에 베르제브몬이 2체 이상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마왕임에도 신작 주인공과 제법 친해질 수 있는 디지몬인데, 결국에는 전작 주인공에게 토벌되는 운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진짜 이상하네요.
당장 생각나는 것만 적었습니다. 아마 며칠 이내로 떠오르는 내용을 조금 더 적을 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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