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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창작_네타] [덴마]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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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론들을 죽이고 수감된 이델을 면회와서 발락이 지은 안쓰러워 하는 표정



소각로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넬을 안아들고 서서 눈을 감고 있는 이델



메이가 테라로 떠난 후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애잔한 분위기를 내다가 바로 다음 컷에서 실컷 즐기고 있던 게 드러나며 유쾌한 반전을 보여줬던 고드스 러버의 마지막화



평면구속한 점돌이의 양팔을 씹어먹으면서 지은, 위의 부성애 넘치는 표정과는 전혀 다른 발락의 섬뜩한 표정



초전사체가 되어 버린 라미가 제이가 파묻힌 돌무더기를 파헤치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끝내 죽어버린 제이를 껴안고 오열하는 장면



연재 중 처음으로 한 화에 4개 이상의 퀑 기술을 사용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 롯



빵봉투를 꺼내 쓰고 백경대를 소집하는 마빈



백경대가 된 후 관념체 안에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껴안고 위로와 감사의 말을 건네는 지로







이 만화를 보면서 정말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던 장면들입니다.





아마 피기어 편이 끝나고 고드스 러버 편이 시작할 무렵부터 보기 시작했으니 이래저래 8년 가까이 봐 왔네요.

입대하면서 6주간 핸드폰 못 쓰다가 수료하고 나서 아버지께 맛폰을 받아들자마자 가장 먼저 6주간 밀린 덴마를 몰아봤을 만큼 좋아했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후반부 전개와 엔딩에 대해서는 저도 다른 분들과 거의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만, 이런 우리들도, 그리고 그 밖에도 이 날림엔딩을 욕하는 많은 사람들도 처음에는 이런 많은 명장면들에 감탄하고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10년 동안 너무 재밌었으니까, 그랬던 만큼 이렇게 마무리가 허술한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거겠죠.



사실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이상해진 후에도 인상깊은 장면은 있었습니다.
엉클의 시신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다이크,
가이린을 위로하기 위해 우라노 전체를 낮으로 만들어버린 광자 치환,

토막나버린 이델의 시체를 가지고 와서 쌍둥이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울면서 비는 발락의 표정 등.





그래서 저는 화가 나는 대신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듭니다. 작화력, 스토리 구성력 같은 역량은 충분한데, 작가 본인이
그걸 발휘하려고 하질 않았어요. 본인 작품에 애정이 있었다면 다시 욕을 먹더라도 장기휴재를 한 번 더 했었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매 화마다 그때그때 생각하면서 어거지로 이어갔던 건 본인이 이 작품의 연재에 질려버렸다는 거겠죠.



예로 하이퍼 퀑에 대한 설정이 있습니다.

하이퍼 퀑이란 단어는 1화에서 나왔을 만큼 기본적으로 짜 놨던 설정이겠죠, 그게 정확하게 '둘 또는 그 이상의 갯수의 기술을 가진 퀑'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설명되는 장면에서 제트는 중력 조종으로 깨진 컵을 공중에 띄우고 동시에 접합 능력으로 조각들을 원래대로 붙여 놓습니다.

나중에 나온 지로도 신체 이동으로 손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놓고 그 손으로 동시에 기억 읽기를 사용하는 등, 두 개의 능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컴비네이션 기술이라는 설정이 등장하죠. 이때만 해도 이게 위에서 말한 제트나 지로처럼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둘이 한 건 '동시에 사용'한 거고, 컴비네이션 기술은 '섞어서 사용'하는 거라고요. 실제로 작중에서도 퀑 딜러가 컴비네이션 기술을 가리키며 '기술을 섞어 쓰는 퀑이라면 열 수 있습니다'고 했죠.



근데 한참 후의 다이크 편에서 오돔 공작의 경호원이 뜬금없이 '하이퍼는 두 개 이상의 기술을 가진 거지 동시에 여러 개를 쓰는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도 하죠. 근데 위에서 말했듯이 훈련도 안 받은 약쟁이 지로가 아무렇지도 않게 동시에 썼습니다.



다이크를 저 상황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일부러 설정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까먹고 있었던 거겠죠.







8년간 웹툰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었는데, 완결이 나도 아무럼 감흥이 들지 않네요.

봐 왔던 세월이 아까워서 관성적으로 챙겨보긴 했지만 이제 양 작가의 신작에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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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7

무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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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상한 물 어디서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니, 원래 그랬을까요?

LycanWolf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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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크 영웅전도 얼척없이 끝났었지요. 다음에서 연재했던 만화도 그나마 단편이라 어렵사리 완결을 정리했던걸 기억해보면 애초에 장편연재시 떡밥회수가 안 되는 역량의 작가였습니다.

으컁컁캬아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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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콴냉 챕터, 하즈 기차신에서 영원히 연중되는게 더 나앗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

가시가시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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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준에서는 개판을 쳐도 완결하는게 최고더군요. 

<div><br /></div>

<div>하다못해 작가본인이 연중선언을 해서 더이상 못끌어나가겠다고 하는것도 좋습니다.</div>

<div><br /></div>

<div>걍 아무말없이 연중때리면 기다리는 사람은 피말립니다....</div>

<div><br /></div>

<div>그런의미에서 욕을 할지언정 억지로 끌고나가는게 대놓고 보였던지라 완결이라쓰고 포기라고 읽는 덴마가 차라리 낫기는 합니다.</div>

<div><br /></div>

<div>깔끔한 엔딩을 못본건 아쉬운거지만 이거 못하는사람도 많은지라 그러려니...</div>

새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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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tyle="height: 50px; width: 50px; vertical-align: middle; margin: 1px 4px" border="0" alt="" src="/cheditor5/icons/em/em89.gif" />

GhostWalking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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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엘이 죽고 고산가의 백경대가 갈릴때 까지만 해도 수습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루시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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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에 너무 맛을 들였고 스케일이 너무 커진게 문제로 보입니다



이건 시즌 끝나고 한 한두달 정도 쉬어 재충전을 하고 주 3회를 주 2회 혹은 1회로 줄였어야 퀄리티가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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