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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_네타] [변호사 쉬헐크] '1화만 봤는데 벌써 불안한'이란 말을 언제쯤 안 쓸 수 있을까?

본문

불안불안한 시작을 하고 있는 쉬헐크입니다.
........왜 스타워즈 시퀄에서 하던 짓거리를 또 하고 있는 걸까. 각본가 같은 놈이냐?


슈퍼히어로 무비는 사실 치트키가 기본입니다. 기연으로 갑자기 힘을 얻어서, 수련이나 그딴 거 안 해도 되는 그런 '도약'의 이미지, 폭발적인 성장은 매우 중요하죠.
문제는 프랜차이즈를 계승하는 2세대 히어로의 경우입니다. 1대 히어로라는 견본이랄까 스승이 있으면 아무래도 좀 차근차근 힘을 얻어가는 과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이건 상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나름대로 히어로로 완성된 1대 히어로가 무책임하게 '응 그냥 너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고 힘만 던져주고 갈 수는 없잖아요.
그 점에서 저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물론 아이언맨이 자기 힘을 스파이더맨에게 그대로 물려준 건 아니지만, 제대로 고찰된 2세대 히어로 성장기라고 봅니다. 이런 식으로 쌓은 노하우로 연출만 잘 하면 2세대의 계승을 관객들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겠다 싶었죠.

노하우 어디갔냐.


물론 수련은 지루합니다. 그러니 숏컷, 스킵을 원하는 건 자연스러워요. 근데 그럼 그만한 부작용이 있어야죠.
1세대 히어로들이 좌충우돌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히어로인 자신을 완성해가는 시행착오입니다. 헐크 같은 폭발적인 능력은 더더욱 그렇죠.
수련 없는 기연은 그런 부작용을 겪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또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처음부터 잘 다듬어지고 완성된 히어로이고 싶다면, 기연을 소화하는 수련도 필요한 게 당연한 겁니다.
물론 쉬헐크는 법률가라는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관객이 캐릭터의 형성을 함께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소위 '1세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건 사실 정말 존중하라는 게 아닙니다. 까놓고 말해 캣콜링에 헐크 모드가 될 정도로 분노하면서 정작 자기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 엉덩이로 죽을 때까지 동정이었는지 하는 성희롱을 하는 이중적 면모는 그냥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캣콜링은 정말 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만 캡아에 대해선......뭐 셀럽이라면 그런 뒷담 익숙해져야지. 그런 것까지 캡아를 존중하라는 게 아닙니다.
팬들이 말하는 '존중'이란 그게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가 기존의 이야기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팬과 내적 친숙함을 형성할 완급 조절을 말하는 겁니다.

아직까지는 쉬헐크가 존중을 하네 안 하네 말할 건덕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브루스 배너가 틀렸다고 당당히 말하지만 사실 나중에 스토리 전개를 통해 결국 그가 옳았음을 인정하고 사과나 화해를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요. 그럴 일이 별로 없어보이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어요.
왜 헐크가 그렇게 살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자기의 삶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며 드라마의 엔딩을 맞이할 수도 있겠죠. 헤겔의 정반합 원리는 사실 픽션에 적용될 때 황금률이 되는 개념이니까, 브루스의 헐크에 대한 젠의 반발이 나중에 어떻게 제3의 길을 찾게 되는가 하는 과정만 그려도 이 드라마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 '브루스의 헐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불안입니다.

젠의 유전자는 브루스와는 약간 달리 헐크 상태에서도 어려움 없이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헐크 인격도 따로 없고. 운이 좋네요. 아마 사고 당시 브루스의 혈액이 소량만 들어갔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설정상 개연성 있게 헐크의 15년을 스킵할 수 있다고 주장할 근거는 만든 셈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헐크에게 필수죠. "나에게는 군대가 있다"/"그래? 우리에겐 헐크가 있어"라고 말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헐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이라면 당연히 감정조절은 필수입니다.
여기가 중요한데, 젠은 그 분노 조절에 대해 사회생활을 하며, 또 여자로서 받아온 여러 가지 '짜증나는'(솔직히 이걸 '분노'라고 부르기도 뭣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잘 대처하며 자기 마음을 다스려왔으니 괜찮다고 말합니다. 요컨대 난 여자라서 이미 특별하다 이거죠.
................뭐, 그거야 시청자 중 여자들이 자신이 젠이 된 것 같게 느끼게 하려는 얄팍한 동일시 전략 같지만, 그건 넘어갑시다. 제가 말하려는 건 이 다음입니다.
젠은 그 분노 조절을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안 그러면 내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어쩌면 배에 칼이 박힐 수도 있으니까."

..........저는 여기서 브루스가 그걸 수긍했다는 게 캐붕이라 봅니다.
제 생각에 브루스는 이렇게 말했어야 합니다.

"그래,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화를 내도 절대 배에 칼이 박히지 않아! 그런데도 참을 수 있겠어?"

약자라서, 보복이 두려워서 참아야만 하는 분노조절과..........주변을 망가트릴 수 없어서 참아야만 하는 분노조절은 정반대죠.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는데도 참아야만 하는 건 여태껏 젠이 참아왔던 알량한 인내와는 전혀 다릅니다. 헐크의 인내예요.
이게 헐크가 영화 버전에서 쌓아온 인내이고, 헐크가 겪어온 15년입니다. 젠은 이걸 전혀 몰라요. 그저 '사람들과 떨어져서, 가족하고도 연락을 끊고 혼자 사는 게 사람 사는 거냐'고 묻죠. 이런 천박한 힐문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것은 브루스가 그렇게 살게 된 개연성 자체를 해치고 브루스 배너를 그냥 상등신으로 만드는 캐붕 그 자체입니다.
결국 이 지점에서 쉬헐크 제작진은 헐크에 대한 고찰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얘기고, 이 부분이 드라마의 맹점으로 존재하는 한 이 드라마는 망하는 길로 가게 될 겁니다.

똑같이 괴력을 지닌 초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제시카 존스 시리즈는 오히려 여성의(혹은 개인의) 상처와 피해에 대해 제대로 다루고 있다 하죠. 그쪽이야말로 진짜 억압에 맞서싸우며 상처투성이가 되어서까지 승리하는 진정한 여성승리가 아닐까요.
그냥 보기에 멋진 여성 히어로를 원하면 헐크가 아니라 슈퍼솔저 혈청을 맞았어야죠. 스스로도 제어 못하는 위험성이야말로 헐크라는 캐릭터의 근본이고 매력인데 그걸 그렇게 깎아내면 이게 그냥 여자 캡틴 아메리카밖에 더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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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11:59:16 (6303일째)
팀 통조림 게으름뱅이 편집자 아스펠입니다

댓글목록 20

쟌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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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벤저스 잘 만들던 마블은 어디 간 것입니까...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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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죽였나 봅니다.....

다라라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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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사가가 정말로 마블의 끝이었군요....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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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군요........

물길랩소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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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보면 후속작에 등장하는 계승자들이 전작 존중을 밥 말아먹는건 슬슬 패시브인 모양이더군요.



 글쓴 분 말마따나 존중이라는게 무조건 선배마냥 모셔라-는게 아니라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요즘 돌아가는꼴은 그냥 이미 주연이 아니고 한물간 퇴물취급이고 비중을 개연성 버리고 후계자들에게 넘겨버리는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이기도 하네요. 그놈의 여성 어쩌구는 일단 둘째치고.



 본문에 나온대로 헐크의 인내라는게 주위에서 쏟아지던 불만을 참는거랑, 그걸 다 부술 수 있는 분노조절장애의 인내는 아예 급이 다른 개념인데 저렇게 말했다고하니 참 어이가 털리긴하네요.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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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공한 제작자니까 뭐든지 내 맘대로 만들 수 있어!"라는 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성공할 수 있었어!'라는 말이 항상 포함되어 있는데......

디아몬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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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여자는 무조건 남자한테 바락바락 대드는 존재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도 느끼고 있는 것 같더군요.

여자가 남자한테 무조건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게 성차별이라면, 저건 저것대로 또다른 형태의 성차별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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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자니까 뭐든 해도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리가 없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언더도그마라든지 자신이 정의라는 독선적 태도보다도, '내가 저지르는 일은 더 크고 강한 시스템적인 누군가가 알아서 수습해주니까 문제없음'이라는 안일함이 있습니다. 그 수습해야 하는 것 자체가 해가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헐크'라는 힘은 자제에 또 자제를 거듭해야 하는 무지막지한 강자인데? 그 포지션에서도 그 정신머리라고?

DawnTread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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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디즈니의 MCU도 이젠 소위 '추억 보정'이라는 미련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봅니다.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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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로 통합된 세계관'이라는 유산에 너무 신경을 쓰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어차피 통합된 이야기는 다른 데서 할 테니까!'라며 완성도가 엉성해도 대충 넘기는 느낌?

DawnTreader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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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갠적으론 이제 좀 봐줄 만한 것이 우리의 눈물나는 '친절한 이웃' 서사이지만요. 이 이야기마저도 작품 외적으론 툭하면 터졌던 판권 문제 때문에, 작품 내적으론 이젠 허술하고 안일해지고 나태해진 제작진들 때문에 불안합니다. 솔직히 최근에 나온 [갈 집 없음]조차도 '추억 보정' 땜에 성공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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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추억 보정 빨이지, 작품 외적 이유로 두 번이나 리부트를 했던 걸 그나마 제대로 매듭지어준 것만으로도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 전체에 대한 노웨이홈의 기여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 부분만은 폄하해서는 안 되죠. 적어도 챙겨간 만큼은 기여했어요. 노웨이홈에 대한 혹평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챙겨간 것에만 주목하더군요.

물론 그 뒤를 어떻게 이어나갈 건지는 남겨진 과제입니다만, 지난 시리즈에서 얻은 것을 전부 손에서 놓고 새로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2세대 히어로들과 발을 맞추면서도 또 그들의 중심이 될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노히트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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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눈치를 하도 많이 보고 빡돌만한 일도 많이 참아서 헐크의 분노도 괜찮다 라는 변명은 그냥 정신이 맛이 갔다고 밖에는 ㅇㅅㅇ;;



그런걸로 따지면 호르몬이라는 화학의 마술은 왜 무시를 하는건지. 왔다갔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라고 스스로 말하지않습니까.

키바Empero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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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즈니의 행보를 보면 그게 마블에게까지 그대로 옮겨지고 있다는거죠.

남자는 무조건 깔아보고 무시해도 되고 여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올려치는게 '당연'한 거니까요.

알리바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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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드라마 본거 맞나요?

내가 본거랑 전혀 다른거 같은데...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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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다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영원의여행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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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기는 저거 컨트롤 안하고 뭐하나 싶습니다.

Dolc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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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캡틴이랑 토니가 은퇴한 건 배우의 개런티가 감당안될만큼 커져서라는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초기멤버를 저렇게까지 홀대하는 게 말이 되냐 싶기도 하고.

디즈니가 맛탱이 간 건 디즈니 프린세스 영화가 막나갈때부터 알았지만 MCU도 스타워즈 꼴 날까 생각하면...

디미트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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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만 봐선 디즈니가 슬슬 디즈니 한걸로 밖엔 안보이네요 마블은 그나마 그런 색이 적었는데...

Cthulhu2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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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샌드맨 드라마 보려고 디플이 아닌 넷플릭스를 결제했는데 이 글을 봐서는 당분간 디플 결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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