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좀 중구난방인 느낌이더군요. 3 처럼 여기저기 들리면서  진행하더라도 나름대로 꽉찬 진행이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영화관에서 보다가 지루해서 클라이막스에서 잤습니다.

일단 빌런의 무게감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훌륭하지만...신 도살자가 나왔는데 정작 신들은 자기네 방공호에서 술잔치나 하면서 끝까지 안전하게 지내고, 토르 일행은 한가하게 농담따먹기나 하고, 고르는 그 와중에 어린애들이나 잡아다가 겁주고 있으니 메인 빌런이 주는 위기감이 너무 부족한 느낌? 묠니르를 과자처럼 부수고 학살 끝에 아스가르드를 점거한 헬라에 비하면 얘가 진짜 위험한 빌런이라는 기분이 안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마지막엔 신적인 존재인 이터니티에게 엎드려 빌기까지 하니까 신 도살자(웃음)이라는 생각만 들었네요.

실제로 그림자 영역에서의 전투 때와 이터니티의 신전에서의 전투 때의 고르의 전투력에 차이가 큽니다. 그림자 영역은 말 그대로 홈그라운드라 네크로소드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데다가, 고르가 3명을 갖고 놀 때는 토르가 아직 스톰브레이커를 쥐고 있지 않을 때였고 스톰브레이커를 쥐었을 때는 완전히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으니까요.



거기에 제우스 같은 경우는 영화 제작 중에 캐릭터가 바뀐 것이 큽니다. 삭제 영상을 보면 원래는 제우스가 토르를 따로 찾아와서 여러 조언도 해주고 본인이 직접 썬더볼트를 빌려주는 형태였는데, 정황상 헤라클레스를 등장시키려고 악역으로 바꾼 걸로 보이거든요.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토르 3에서 적당히 넣어서 호평받은 개그를,

"다들 이런 개그를 좋아하나봐! 그럼 더 넣자!"하고 닥치는대로 들이부어서 밸런스가 깨진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은 범우주적 안전불감증같은게 있는거 아닌가 싶고... 절반이 먼지가 됐다가 돌아온 사건때문에 '위기의식'이라는게 좀 많이 흐려진게 아닌가 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도 외계 괴물이 나타났는데 코앞에서는 도망치지만 거리가 좀 생기면 다들 구경부터 하고 있고)



신들의 도시야 거기 사람들은 제우스의 근거 있는 믿음때문에 "어쨌든 우린 안전하니까" 라고 볼 수 있지만

정작 애들을 납치당한 뉴 아스가르드 주민들은... 뭐랄까, 아이들을 납치당한 부모들은 물론이고

납치당한 아이들 본인들조차도 이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요.



작중 인물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사건은 "신 도살자"가 아니라 "제인 포스터의 암투병"이라는게 또 애매한 문제.

토르 본인이나 지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맞지만 영화 전체가 고르의 위협보다 제인의 암투병을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깔려서...

게다가 빌런에 대한 묘사도 조금 부실했죠.

명색이 신 도살자인데 작중에서 죽이는 모습을 보여준게 오프닝에서 무방비상태로 허세떨며 잘난체하던 놈 하나 죽인 것 뿐이고,

나머지는 다 "이미 화면 밖에서" 죽였거나, 화면 내에서 "못죽였거나" 둘중 하나밖에 없다는것도 좀 치명적이었고...

토르 시리즈의 장점이면서 고질적인 문제가 유머 아닌가 싶은 게,



유머를 고증 살려서 고전적으로 땡겨오거나 아예 빼버리면 스토리라인 전체가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작품 흥행이 망해버리고

유머를 살리면서 아치에너미까지 살리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거...



상처를 유머 속에 숨기다가 극복하고 웃는 게 토르의 서사라지만 빅3라 할만큼 오래된 캐릭터라서 이제 극복할 거리가 없는데도

공식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해서 망한 게 아닌가 싶네요. 마이티 토르라던지 두근거리는 소재가 많았는데 그저 아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