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그냥 최근 읽은 소설들 리뷰

2024.04.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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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설 리뷰는 참 오랜만입니다.
2분기 애니메이션 1화 리뷰는 아직 기다리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나중에 올라갑니다.
알랭 로브그리예 - 질투
저는 옛날부터 카메라를 시점으로 적은 듯한 소설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독백도 심리도 없이 외양만을 광적으로 묘사하는 거죠.
이게 딱 그겁니다. 첫문장부터 딱 이 소설은 외양에 집착하겠다고 선언해요.
“지금 기둥 - 지붕의 남서쪽 모서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 - 의 그림자는 기둥 밑에 맞닿은 테라스의 동위각을 정확히 반분하고 있다.”
이렇듯 이 묘사가 정말 어떠한 외양을 묘사하는 표현 만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러한 표현들이 교묘하게 의미를 가지게되고, 소설로서 성립하게 되요. 카메라 역할을 하는 화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걸 오로지 외양을 나타내는 언어만으로 표현하는데에 성공합니다.
실험소설이라 난해하지만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 - 몰락하는 자
글렌 굴드 (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맞습니다.)와 같은 음악 대학을 진학한 학생들이 열등감에 몸부림치는 내용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채용한 작품이라 난이도는 좀 있지만, 재능의 벽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절절히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음악 전공을 하면서 꽤나 벽에 부딪혀봐서 엄청나게 공감됐습니다. 아파요 아파.
굴드가 연주한 골든베르그를 틀어놓고 읽으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옌렌커 - 딩씨 마을의 꿈
아마 이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일겁니다. 친숙한 리얼리즘이지만, 화자가 독특해요. 포크너 마냥 시체입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일단 이거 하나 먼저 말합시다. 문화 탄압을 하는 중국이라는 국가에서 “마을 사람들의 피를 뽑아 시체를 팔아먹어 부자가 된 사람” 과 “자신들이 좋아라 피를 팔아놓고 분노하며, 권력과 돈에 눈이 먼 대중” 을 동시에 다룬 배짱은 칭송받을만 합니다. 읽으면서 중국 정부가 이 사람을 죽이려고 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잘 적기까지 했어요. 메세지는 좋지만 이데올로기가 작품에 앞서버린 작품들이 가끔 있는데, 다행히도 요놈은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그냥 잘 적었습니다. 좋은 서사와 산문시에 가까운 무거운 문장이 적절하게 조합된 마스터피스입니다.
미시마 유키오 - 금색
남색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한 사랑과 전쟁을 가장한 메타 미학 소설. 미시마 팬이라면 환장할겁니다. 대체 이 양반은 저 나이에 이걸 어떻게 적은거야? 가진 이데올로기가 끔찍하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재능 하나만은 죽여줍니다. 노벨문학상 하나는 쥐어줘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오정희 - 유년의 뜰
단편집입니다. 중국인 거리를 제외하면 내용은 크게 취향이 아닙니다. 좀 유약하고 큰 재미는 없어요. 저는 아무래도 좀 더 막나가고 통속적인 내용이 더 취향인가봐요.
그런데 문장이 그냥 머리를 후드려팹니다. 군더더기가 없어 그냥. 이 부분만큼은 제가 읽어본 국문학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별 흥미가 없다고 했지만, 편혜영보다는 재밌었습니다. 그 사람은 최근 단편 읽어보니 그로테스크함을 버리면서 그나마 있던 장점도 사라진 느낌이라 실망했습니다. 사실 그로테스크함도 초창기 오에가 더 재밌게 잘 다루니 오에 겐자부로 읽으세요.
문장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오에 겐자부로 - 중단편선
중기 넘어가고 나면 소설로서는 좀 취향에 안 맞습니다. 근데 초기? 미쳤습니다. 서사와 아이러니를 가지고 놉니다.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하던가요. 그로테스크가 그냥 “잔인함” 에서 끝나지 않고 시니컬한 아이러니를 위해 기능하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리얼리스틱한 우화에서 독보적입니다.
읽다보면 더불 무라카미가 이쪽 좀 영향을 많이 받았나 싶어집니다.
2분기 애니메이션 1화 리뷰는 아직 기다리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나중에 올라갑니다.
알랭 로브그리예 - 질투
저는 옛날부터 카메라를 시점으로 적은 듯한 소설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독백도 심리도 없이 외양만을 광적으로 묘사하는 거죠.
이게 딱 그겁니다. 첫문장부터 딱 이 소설은 외양에 집착하겠다고 선언해요.
“지금 기둥 - 지붕의 남서쪽 모서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 - 의 그림자는 기둥 밑에 맞닿은 테라스의 동위각을 정확히 반분하고 있다.”
이렇듯 이 묘사가 정말 어떠한 외양을 묘사하는 표현 만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러한 표현들이 교묘하게 의미를 가지게되고, 소설로서 성립하게 되요. 카메라 역할을 하는 화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걸 오로지 외양을 나타내는 언어만으로 표현하는데에 성공합니다.
실험소설이라 난해하지만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 - 몰락하는 자
글렌 굴드 (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맞습니다.)와 같은 음악 대학을 진학한 학생들이 열등감에 몸부림치는 내용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채용한 작품이라 난이도는 좀 있지만, 재능의 벽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절절히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음악 전공을 하면서 꽤나 벽에 부딪혀봐서 엄청나게 공감됐습니다. 아파요 아파.
굴드가 연주한 골든베르그를 틀어놓고 읽으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옌렌커 - 딩씨 마을의 꿈
아마 이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일겁니다. 친숙한 리얼리즘이지만, 화자가 독특해요. 포크너 마냥 시체입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일단 이거 하나 먼저 말합시다. 문화 탄압을 하는 중국이라는 국가에서 “마을 사람들의 피를 뽑아 시체를 팔아먹어 부자가 된 사람” 과 “자신들이 좋아라 피를 팔아놓고 분노하며, 권력과 돈에 눈이 먼 대중” 을 동시에 다룬 배짱은 칭송받을만 합니다. 읽으면서 중국 정부가 이 사람을 죽이려고 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잘 적기까지 했어요. 메세지는 좋지만 이데올로기가 작품에 앞서버린 작품들이 가끔 있는데, 다행히도 요놈은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그냥 잘 적었습니다. 좋은 서사와 산문시에 가까운 무거운 문장이 적절하게 조합된 마스터피스입니다.
미시마 유키오 - 금색
남색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한 사랑과 전쟁을 가장한 메타 미학 소설. 미시마 팬이라면 환장할겁니다. 대체 이 양반은 저 나이에 이걸 어떻게 적은거야? 가진 이데올로기가 끔찍하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재능 하나만은 죽여줍니다. 노벨문학상 하나는 쥐어줘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오정희 - 유년의 뜰
단편집입니다. 중국인 거리를 제외하면 내용은 크게 취향이 아닙니다. 좀 유약하고 큰 재미는 없어요. 저는 아무래도 좀 더 막나가고 통속적인 내용이 더 취향인가봐요.
그런데 문장이 그냥 머리를 후드려팹니다. 군더더기가 없어 그냥. 이 부분만큼은 제가 읽어본 국문학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별 흥미가 없다고 했지만, 편혜영보다는 재밌었습니다. 그 사람은 최근 단편 읽어보니 그로테스크함을 버리면서 그나마 있던 장점도 사라진 느낌이라 실망했습니다. 사실 그로테스크함도 초창기 오에가 더 재밌게 잘 다루니 오에 겐자부로 읽으세요.
문장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오에 겐자부로 - 중단편선
중기 넘어가고 나면 소설로서는 좀 취향에 안 맞습니다. 근데 초기? 미쳤습니다. 서사와 아이러니를 가지고 놉니다.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하던가요. 그로테스크가 그냥 “잔인함” 에서 끝나지 않고 시니컬한 아이러니를 위해 기능하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리얼리스틱한 우화에서 독보적입니다.
읽다보면 더불 무라카미가 이쪽 좀 영향을 많이 받았나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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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잠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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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gus6970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그레고르잠자는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