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_네타] [이미지] 건담 시드 프리덤 - 메인스토리와 주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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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하순에 시작한 건담 시드가 2003년 하순에 끝나고,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2004년 하순에 시작한 건담 시드 데스티니가 2005년 하순,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했죠. 속편으로서의 극장판이 발표되었는데, 이후 통 소식이 없었고 스페셜에디션, 리마스터는 공개되었지만 극장판은 20년 가까이 소식 없이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일본에서 개봉한 후 어느 정도 지나서 국내에서도 개봉한 극장판 건담 시드, 건담 시드 프리덤입니다.
1회차 이후의 재감상도 해서 이런 저런 감상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데, 쓰다보니 너무 많아져서, 메인스토리와 주제에 대한 감상만 정리해서 써보겠습니다. 그런데도 시간도 오래 걸렸고 글도 상당히 길어졌군요….
다만 잠시 딴 길로 새어서, 원피스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늘섬 에피소드입니다. 마침 건담 SEED가 방영된 시절이, 하늘섬 이야기가 연재하고 있을 무렵이군요.
전 사실 그때, 하늘섬 에피소드가 싫었습니다. 챙겨보기는 했지만,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했었지요. 알라바스타에서 세계균형의 한 축이라는 칠무해의 일원인 크로커다일을 쓰러트리고, 도플라밍고나 쿠마같은 다른 칠무해가 등장하고, 세계정부의 상층부인 오로성이 등장하고. 세계적으로 또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날지, 그 사건은 어떻게 밀짚모자 일당에게 다가올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금까지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인 하늘섬으로 와서,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관련이 없어보이고, 앞으로도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하늘섬의 이야기를 지켜보는게, 영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하늘섬 이야기의 도입부, 자야 섬에서 있었던 크리켓과의 만남, 놀랜드와의 이야기, 그리고 결말부의 황금도시의 진실과 놀랜드와 크리켓의 인연은 재미있었습니다만….
다시 건담 시드 프리덤으로 돌아와서 말씀드리면, 이번 극장판 1회차 감상을 보면서, 하늘섬 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작, 시드 데스티니의 이야기는, 지구 각 국가의 사회질서 유지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큰 역할을 하고 있던 로고스를 박살내고, 데스티니 플랜이라고 하는 새로운 질서를 내세운 듀랜달 의장의 계획을 키라들이 무너뜨리면서, 앞으로의 세계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마무리되었지요.
내츄럴과 코디네이터, 지구의 국가들과 플랜트는 어떠한 관계가 될 것인가. 그 갈등의 사이에 있을 주인공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 그 갈등의 해결에 진전은 있을 것인가….
제가 이번 극장판에 기대했던 건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아….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거구나 이거,라고 깨달으면서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점을 파악하고 나서 시청한 2회차의 경우에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의외지만, 정말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감상했던, TV판 작품의 '속편'으로서 전개된 극장판 중에 떠오르는 작품이라고 하면 일단 역습의 샤아, 극장판 나데시코, 건담 W 엔드리스 왈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부활의 를르슈가 있군요. 이 작품들 대부분이, TV판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했거나, 암시한 문제를 극장판에서 다룬 작품들이기도 하군요.
반면, 이번 극장판 건담 시드는 원피스, 명탐정 코난, 옛날의 드래곤볼 극장판같은 '외전'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원피스 하늘섬 편처럼, 이번 작의 빌런들은 전작에선 언급도 없었던 녀석들이 뜬금 없이 튀어나와서 날뛰고, 얼마 안 가서 티끌도 남지 않고 날아가버려서 이 이후의 이야기에 더 이상 등장할 일도 없습니다. 원래 제가 관심이 있었던 전작들에서 다루어왔던 문제, 내츄럴과 코디네이터의 갈등도 극장판 중반부터는 '지금 급한건 그게 아니야!' 라는 분위기가 되어서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렇다고 이른바 '정사'에 포함될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게, 갑자기 튀어나온 빌런이긴 하지만 시드 데스티니와의 연결고리는 확실하게 곳곳에서 볼 수 있고, 활동시기는 짧아도 그 얼마 안되는 사이에 세계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으니까 이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 흔적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속편과 외전의 중간쯤이란 느낌이었습니다.
1. 개요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번 극장판을 감상하면서 메인스토리에서 개인적으로 뽑은 세가지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하나. 서울의 봄 If
둘. 신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티니
셋. 갈 길은 멀다….
첫번째 포인트는, 서울의 봄 If 라는 느낌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의 큰 줄기가 쿠데타 진압이라는 거지요. 사실 이건 거의 필연에 가깝긴 합니다. 2시간 남짓의 영화에서 전면 전쟁 총력전을 다시 한번 다루는 건 무리가 있고. 역습의 샤아, 극장판 나데시코, 엔드리스 왈츠, 부활의 를르슈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결국 세계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사고를 친 녀석들을, 문제가 커지기 전에 진압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작의 빌런인 파운데이션 왕국, 일명 유카링 왕국…. 개봉하기 전, PV가 공개되어가면서 아, 이놈들이 이번 빌런이구나 싶은 분위기를 팍팍 내는 녀석들이었는데, 행동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
파운데이션: 지금이다!
주인공들: (푸욱!) 크헉?!
파운데이션: 세계여! 나에게 무릎 꿇어라!
주인공들: 웃기지마 이 자식들! 내가 지금 전함을 끌고가서 전부 박살내주마!
파운데이션: (우지끈 콰지직 퍼퍼펑!)우아아아아악?!
세계정세의 혼란 때문에 몸고생 마음고생 심한 주인공들을 속이면서 본색을 감추고 있다가, 이내 본색을 드러내서 주인공들의 뒷통수를 치고 농락하고 뼈아픈 타격을 입혀서 목적 달성에 다가가는 파운데이션이지만,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도망쳐서 몸과 마음을 추스립니다. 그리고 빡친 주인공들, 남아있는 카드를 긁어모은 후 돌격해서 파운데이션과 동조세력을 모조리 박살내버리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경우, 쿠데타라는 건 결국 소수 병력으로 쿠데타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다수의 병력을 제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쿠데타 군의 전략이란 건 결국 비스한 패턴이 될 수 밖에 없죠. 대통령이나 왕 같은 정부의 중앙 인물을 확보해서 진압명령이 나오지 않게 만들고, 방송이나 통신시설을 장악함으로서 자신들이 '룰'을 장악하는겁니다. 극장판 나데시코에서는 유리카가 납치되었고, 엔드리스 왈츠에서는 리리나가 납치되었죠.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히로인 중 하나인 라크스가 그 확보 대상 중 하나가 되면서, 라크스 쟁탈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쿠데타 소재 작품이라고 하면 최근에 본 '서울의 봄'이 아직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상황이었기에, 위에 적은 대로 극장판의 중후반 전개를 보면서 여러가지로 '서울의 봄'이 떠올랐습니다. 서울의 봄에서 진압군 쪽이 갈팡질팡에서 회복해서 제대로 움직였다면, 국방부 장관도 괜한 뻘 짓 않고 제대로 진압 명령 내렸다면, 대통령은 고립된 상황에서도 쿠데타 세력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런 if 세계관의 스토리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다 극장판 초반, 키라가 갈팡질팡할 무렵, 파운데이션 쪽에선 데스티니 플랜을 부정한 키라를 비난하면서, '다들 결정해주길 원하고 있다고.'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또 서울의 봄의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주길 바란다.'는 대사와 오버랩되는게 묘한 기분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5.16도 12.12도, 상부가 정신 차리고 진압 명령 한마디만 제대로 내렸어도 반란세력은 순식간에 정리해버렸을텐데…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이번 극장판에서 제대로 된 진압 명령 및 성명 발표에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인한 사태 정리를 보면, 가상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장르인 애니메이션인건 알아도 여러가지로 부러웠습니다….
두번째 포인트, 신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티니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제작하고 있는 '신' 영화 시리즈가 있지요. 신 고질라를 시작으로 신 울트라맨 신 가면라이더가 있고, 특촬은 아니지만 에반게리온도 신극장판이 있고요.
그리고 이번 극장판, 어찌 보면 신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티니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극장판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전작 데스티니 최종전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거 아닌가 싶은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적 세력은 레퀴엠을 이용해 전세계를 협박하면서 데스티니 플랜을 실행할 것을 요구하고, 주인공들은 이번에도 레퀴엠을 파괴하기 위해 출격. 주인공들을 가로막는 적 세력을 전부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린 끝에 레퀴엠도 저지합니다. 어찌보면 자기복제라는 느낌도 드는 스토리였습니다.
반면에, 데스티니 때와는 다른 방향의 전개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전작들에서는 주인공들이 상대하는 지구군도 자프트도 다들 자신들의 명분이 있었고, 주인공들도 그걸 명확히 부정하진 못했는데, 이번 극정판의 파운데이션은, 망설임 없이 즐겁게 때려부술 수 있는 상대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 셋 + 히로인 셋이 한마음 한뜻이 되고, 특히 주인공들이 망설임 없이 의욕만땅이 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아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고 아주 즐거웠습니다. 전작들, 특히 데스티니의 경우 주인공들은 길을 찾아 헤매면서 망설이고 갈팡질팡하고 멘탈이 흔들리면서 다들 적어도 한 번은 그것 때문에 패배했지요.
세번째 포인트, 급한 불은 껐지만, 갈 길은 멀다.
이번 극장판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한데, SEED 시리즈의 주요 소재였던 내츄럴과 코디네이터의 갈등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도 말하지 않습니다. 극장판이 끝나고 나서, '그래서 세계가 지금까지 품고 있던 문제는 해결되었나? 진전이라도 있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진전은 커녕 더 심각해졌다,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다니던 주인공들이었지만, 생각치도 못했던 전혀 황당한 문제가 튀어나와서 일단 그 문제부터 급하게 해결하는 걸로 엔딩. 그리고 그 문제를 일으킨 빌런들을 모조리 우주의 먼지로 안 들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이 녀석들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세력간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그리고 그 내츄럴과 코디네이터 사이의 갈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선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결말로,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마무리 지었지요.
원피스에서, 하늘섬에서의 싸움은 그 뒤의 메인 스토리 전개에 그다지 영향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 극장판의 이야기도 결국 메인스토리에서 옆으로 빠지는 서브퀘스트 이야기란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이 결말을 봤을때는, '에엣…. 이런 식으로 한바탕 난리를 피운 끝에 겨우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식의 결말로 괜찮은 건가….' 싶었는데, 2회차 감상을 하고 전작들의 스토리도 생각해보니 이 결말도 충분히 납득이 갔습니다.
4. 주제 - 전쟁을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거의 20년은 된 기억이다보니, 내용도 출처도 정확하지 않은데, SEED 방영이 끝난 이후의 감독의 인터뷰 중, 이런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 이미 시작해버린 전쟁을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SEED의 결말도 전쟁이 끝나는 장면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정전협정을 위한 현 주역에서의 전투 중지 요청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
처음 이걸 봤을땐 무책임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당시 한창이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말은 하는데 정말 끝난거 맞아? 싶은 상황이었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떻게 해야 끝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란 걸 생각해보면, 화해나 종전이 쉽지 않다는 전개도 납득은 됩니다. 그렇기때문에 SEED도 DESTINY도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걸 일단 막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그 후의 전개는 명확하게 다루지 않았겠지요. 2005년 데스티니 TV판 최종화의 그 결말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했습니다만….
사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패배하면 끝나는 문제이고 실제로 전작에서도 전쟁자체는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끝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세력 간의 갈등이라고 하면 같은 방식으로 나갈 수도 없고, 언제 전쟁으로 확대될 지 모르는 내츄럴과 코디네이터의 갈등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죠. 해결하는 전개로 나갔다간, 그거야말로 납득이 안가는 무리수 전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극장판의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는 결말도 납득이 되었습니다.
키라도 라크스도, 그리고 아스란, 카가리, 신, 루나를 비롯해서 다른 동료들도, 두 세력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정말 가능할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그건 확신하는 쪽이 이상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코즈믹 이라에서는, 전쟁을 끝내고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인물들이 오히려 전쟁을 크게 만드는 전개로 흘러갔었지요. SEED 에서는 패트릭, 아즈라엘이 '적을 전부 죽이면 평화다!'라는 식이었고 SEED 주인공 4인방들은 '그런 걸 평화라고 인정할까 보냐!'라면서 부정했고요.
다만 SEED에서의 주인공 4인방들은, 주사위를 던졌더니 연속 펌블이 나오는 듯한 전개로 핵과 제네시스를 쏘아대는 사태를 파멸 직전에 멈추는 것만으로도 한계상황이었기에, 그 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할 장기적 계획이나 행동은 없었지요.
그리고 이어진 DESTINY에서는 듀랜달 의장이 거의 승리한 시점에서, 앞으로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으로 데스티니 플랜을 들고 나와서 '모두가 전부 유전자(운명)에게 복종하면 항구적 평화다.'라고 주장했었고요. SEED 주인공 4인방들은 플랜도 마음에 안 들지만, 플랜 도입의 수단이라고 나온게 레퀴엠에 의한 협박이다보니, DESTINY 주인공 3인방과의 싸움 끝에 레퀴엠, 데스티니 플랜, 듀랜달 의장 모두 쓰러뜨려버린 입장이 되었고, 이번 싸움은 끝났지만 세계 평화 확립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이어지는 이번 시드 프리덤에서도 파운데이션, 그 중에서도 리더격인 오르페는 자신과 라크스가 힘을 합치면 세계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합니다. 거기에 대해 자신을 가지지 못했던 키라도 라크스도,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취하며, 오르페가 계속해서 라크스에게 다가가는 걸 거부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하는 짓은 듀랜달 따라하기, 그것도 나쁜 점만 더 부풀린 느낌.
그 결과, 이번엔 SEED의 주인공 커플들에 데스티니의 주인공 커플도 참여한 주인공 6인방이 듀랜달과 같은 주장을 하는 파운데이션을 부정하면서 완전히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어찌보면 데스티니가 끝났을때와 똑같은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지만 주인공들, 특히 키라와 라크스는 자신들을 괴롭혀왔던 문제에 확실하게 답을 내렸다는 인상입니다.
Q. 어떻게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거냐?
A. 내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모르겠어…!
-> 생각해보니까, 내가 해야 할 이유 없잖아?
SEED가 끝나고, SEED DESTINY가 시작 될 때까지의 2년간, 카가리는 오브 대표로, 아스란은 그 호위로 일했지요 한편 키라는 완전히 PTSD 상태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라크스는 그런 키라를 간호하는 상황. 그런데 유니우스 세븐 낙하를 계기로 다시 세계는 전쟁 발발 직전. 그런 상황에서도 키라는 의욕 없는 상태로 있다가, 암살부대 습격에 이어진 카가리의 결혼 소식으로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한국에 정발되진 않았지만 DESTINY 소설판에서는 카가리의 편지를 읽으며, 키라는 자기자신에게 분노했다고 나옵니다. 나쁜 쪽으로 향하는 세계의 움직임에 가만히 있다면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면서요. TV판에서의 키라의 심정도 마찬가지라고 봐도 괜찮겠지요.
그리고 그런 자기자신에 대한 분노 탓인지, 바로 어제까지 무기력 환자였던 거 맞아?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과격한 방식으로 행동을 개시했죠….
사실 라크스 습격이 일어난 후 행동할때도, 세계를 어떻게 이끈다던가 하는 생각도 딱히 없고, 그저 눈앞의 작은 일부터 해나가려는 입장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론 세계를 건 승부에 참여해버리고, 이겨버렸지요. 그 결과, 기존 질서는 무너졌지만, 대신할 질서를 세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세계 규모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서버린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과 나아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멘탈이 깎여나가다가 내가 한다! 내가 해야 해! 라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건담 SEED DESTINY와 비슷한 무렵에 첫 작품이 발매되고 2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게임인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 그 중 2편의 주인공들, 특무지원과.
주인공을 맡았던 크로스벨 자치주 편 이후 시작의 궤적에서도 주인공 중 하나로 등장하는데, 이쪽도 진실을 가장 중요시하고, 주변의 작은 일부터 해결해나가던 입장에서,
생각치도 못했던 국가 규모의 사건이 닥쳐오고, 그 사건을 해결해버리는 바람에 어느샌가 이쪽도 차츰 내가 한다! 내가 해야 해! 크로스벨의 영웅으로서! 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었죠.
갑작스러운 좌절에 충격 먹고 멘탈붕괴 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 였는데….
어쨌든 키라는 아스란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주변의 충고를 듣고 나서 비로소 세계의 문제를 자신이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을 떠올립니다.
말하자면, 결국 결론은 이거겠지요.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 세계의 일은 세계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키라도 라크스도, 세계의 일부이니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보탤거지만, 거기까지. 그 이상을 책임질 필요는 없지요.
뭐어, 세계의 일 따위 내가 알게 뭐냐! 라고 외치는 이 사람들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기만 알고 세계는 신경쓰지 않는 경우를 0, 세계만 신경쓰고 자기에 대한 걸 신경쓰지 않는 경우를 100이라고 할 경우, 데스티니에서 아스란이나 카가리는 60~70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키라나 라크스는 원래 30~40정도, 그랬던게 FREEDOM 초반에는 억지로 80 정도로 행동했었다가, 이제 다시 30~40 정도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들이, 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세계가….
우리들이 하는 건 의무가 아니야.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
처음 들었을 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디지몬 어드벤처의 한 대사.
사실 시드 데스티니가 방영될 당시, 2000년대 초반은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사회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에 대한 헌신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기에 저런 사고방식은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저도 저 사고방식에 가까워진 것 같긴 합니다. 사회에 대한 믿음이란 게 없어져서 그런걸지도… .
시드 데스티니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삼국지의 이야기와 닮은 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당시의 가치관으로 따지면 옳다고 하기는 힘든 몇몇 과정을 거쳐서 천하의 주도권을 잡은 조조-위나라 세력인데, 그런 건 인정 못한다면서, 당시 가치관으로 무시할 수 없는 명분을 갖추고 맞선 게 유비-촉나라 세력이지요. 그런데 이 두 세력이 상당히 길항하면서,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단숨에 압도하지 못하고, 상당히 긴 시간을 서로 싸우는 바람에, 후한 말기 쌓여온 문제점이 폭발한 난세의 혼란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유비-촉나라 세력이 없었다면, 위나라 정권은 전통을 힘으로 억압하는 그 과정에 무시할 수 없는 도덕적 문제가 있었다 한들, 안정적으로 '질서'를 구축하며 '명분'도 갖췄을테고, 한나라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쌓아올려서 5호 16국 같은 또 다른 대혼란 시대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유비 사후에도 제갈량이 촉나라 세력을 이끌고 계속 싸우면서 정작 위나라를 쓰러트리지도 못하고 사마씨가 위나라 정권을 장악한다고 하는, 기껏 위나라가 만들기 시작한 '질서'를 흔들기만 하는 전개가 되어버리고, 한나라를 잇는 확실한 명분을 '아직' 갖추지 못했던 위나라는 결국 사마씨에게 장악당해서 진나라로 교체되고, 이 진나라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기엔 아직 명분이 부족했기에 결국 한바탕 난리 끝에 8왕의 난이나 5호 16국 이라는 새로운 대혼란 시대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반도 세력의 후예인 우리 입장에선 그때 중국이 통일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마찬가지로, 듀랜달 의장의 데스티니 플랜도, 현재의 가치관으로 따지면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의 '자유'라고 하는 개념을 억누르지만, 그만큼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의 '질서'는 확실하게 지킬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면, 키라들의 행동도 유비-촉나라처럼 결과적으로 새로운 혼란의 시대로 만들어버릴 지도 모르는 행동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번 극장판은, 듀랜달이 실천하려했다가 실패했던, 힘을 잃은 기존 질서를 대신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도전이 또 다시 꺾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올지 어떨지 모르지만, '질서'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코즈믹 이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도 흥미는 있습니다. 사실 위에도 적었지만, 극장판 발표를 들었을때 가장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바로 그 이야기이긴 합니다. 반다이가 코즈믹 이라의 이야기로 계속 상품을 팔아먹을 생각이라면, 우주세기처럼 계속해서 전란이 이어지는 시대의 그 이야기가 나올 것 같긴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키라와 라크스가 피크닉에 사용했던 골드윙이 멋있어 보여서 구매한 1/12 골드윙 사진 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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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앙코 / c4jam / 2sRGU / 아스레드 - 샤아 VS 맥키 원작 건담 시리즈 캐릭으로 보아도 공명의 작품으로 보아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배틀일텐데, 설마 1/10 을 뽑아서 이런 결과가 나올줄이야…. 그리고 마찬가지로, 크리가 뜬 덕택에 희생되지 않은 돈 사토 선생도 굉장하군요….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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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게시판 - 갓데스 과거 스토리에서는, 뜬금없이 등장한 그냥 적 A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공개된 과거사를 보니 비참하군요…. 거기다 신데렐라에게 동기의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도 놀랐습니다….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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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앙코 / c4jam / 2sRGU / 아스레드 -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결말을 짓는군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는데….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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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지금 보니까 저도 엄청 로그인 시도가 많았군요 덜덜…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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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게시판 - D-16이 메가트론으로 타락하는 과정에 대해서 너무 갑작스럽다는 감상평도 있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감상평도 있더군요. 전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라고 보기는 합니다. 트랜스포머 실사판 3번째 작품에서 센티널이 메가트론과 거래를 하고 타락한 모습을 보여줬고, 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기에, 이 작품이 실사판의 프리퀄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상황에선 이 센티널이 그 센티널이랑 같은 캐릭인지 다른 캐릭인지 잘 몰라서 처음엔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긴 했습니다. 결국 그 실체는, D-16이 당장 쳐죽이려고 한게 이해가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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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앙코 / c4jam / 2sRGU / 아스레드 - 자신이 없어진 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애착을 갖기 시작한 마리크도, 수긍 1에 이어서 크리티컬을 뽑은 끝에 무승부까지 간 엔비도 다들 굉장하군요….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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롸君 760 4 2024.05.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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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assin 369 1 2024.10.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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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9
DawnTreader님의 댓글
약741님의 댓글
키라네가 몇 년 잠적 후 새로운 전쟁이 생기려 할 때 세계로 다시 나온다 라는 신극장판2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백색의큐베님의 댓글
이미 늦었지만 적어도 순수 재능빨인 신 아스카 정도는 코디네이터가 아니었어야 옳지 않았나 항상 생각합니다.
네자드님의 댓글의 댓글
물길랩소디님의 댓글의 댓글
황룡신극님의 댓글
아무래도 바라시는 게 많고 그걸 이번 극장판에서 전부 풀어주시기를 바라시는 팬심이 이 장문의 글에서 느껴집니다.
그래서 좀 쓴소리지만 네자드 님이 바라시는 그 모든 것을 풀으려고 하려면 극장판 1편으로는 전부 못 풀 겁니다. 아예 기획을 잡아서 또 시드랑 데스티니처럼 1시즌 분량(약 50화)이 소모될 겁니다.
이번 시드 프리덤은 영화 방영 시간 내에 기승전결을 최대한 함축시켜서 외전과 후일담으로 시드 시리즈를 마무리 내리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바라시는 것을 전부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으셨네요.
저도 감상글을 쓸까해도 타이밍을 놓쳤지만 제가 느낀 시드 프리덤에 대한 주제는 건담 시드 시리즈를 사랑해준 우리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보면서 새롭게 도약하기를 바라는 걸 겁니다.
그래서 원래의 불침함인 아크 엔젤이 무너지고 밀레니엄이라는 신 주력 전함이 나오고 마지막에 키라와 라크스가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진 그 메시지는 건담 시드를 사랑한 우리들에게 키라와 라크스가 자신들이 앞으로도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며, 멀리서 우리가 보면 미약해서 나아지지 않고 아무런 변화가 없을 지라도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바르고 곧은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선의를 품고서 정도와 왕도라는 힘든 길을 앞으로도 곁에 있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친구, 동료와 노력해서 걸어가면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S.제가 너무 낙천적인 해석으로 반박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네자드 님의 해석에도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마음속에 있던 제 시드 프리덤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자드님의 댓글의 댓글
암흑요정님의 댓글
데이워치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