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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최근 읽은 책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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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은 많지만 시간과 집중력, 그리고 국내 번역 시장이 따라주지를 않아 우울한 백수입니다. 오늘도 책 리뷰나 대충 적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사정 상 재독한 책이 꽤 됍니다.













쿳시 - 추락





저는 이 소설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합니다. 정교하게 짜여진 기계 장치 같은 매력이 있어요. 단문이라 읽기 쉽지만 내용은 쉽지 않죠. 아파르트헤이트 (1900년대 당시 행해졌던 인종탄압 정책) 에 관한 거대한 은유라도 봐도 좋고, 그저 한 뻔뻔한 인간이 몰락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로 봐도 좋아요. 아주 훌륭합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절판이지만 구할 수 있으면 읽으세요.



쿳시가 적은 다른 소설은 (적어도 제가 읽은 놈들은) 제 기준으로 비판할 거리가 좀 있지만, 이건 정말로 적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딸의 행동에서 눈에 띄는 작위성 정도.





무라카미 류 - 코인로커 베이비스



되도록이면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지만, 도입부와 결말부를 “그렇게 내기로 작정한” 작가의 똘끼는 꼭 언급을 해야겠습니다. 이 두 부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어요.



저는 무라카미 류 초기작을 무라카미 하루키 근저보다 더 좋아합니다. 미치광이같은 매력이 있어요. 그 특유의 세상 다 산 것 같은 건조한 문체도 매력적이고요. 정치가 왼전히 스며들면서 망가진 감은 있지만. 이 책은 “미소 수프” 보다는 좋았고 “투명에 가까운 블루” 보다는 조금 별로였습니다. 좋기는 좋아요. 단지 터무니 없어서 가끔 실소가 나올 뿐. 그런데 뭐 어떻게 하나요.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너무 잘 적은 소설인 걸.





막 나가고 자극적인 내용을 좋아하면 추천합니다.





가즈오 이시구로 - 녹턴



재독이군요.



이름은 일본계지만 영국인입니다. 이 사람 작품은 세 번째로 읽어보네요.



굉장히 읽기 편한 글이라 페이지가 슥슥 넘어갑니다. 흔히 장르 쪽을 적는 사람이 무시할법한 문체인데, 여기까지 사족없이 깔끔한 글은 오히려 쓰기 어려워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더 허세를 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재미는 있지만 이 단편집 같은 경우 재즈 음악에 내공이 없다면 좀 안 와닿을 수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재즈 음악에 관한 언급이 나와요. 엘사 피츠제럴드도 나오고, 시나트라도 나오고. 저도 보컬 재즈 쪽은 그다지 연이 없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 그래도 “과거” 에 어떠한 집착을 가진 인물들이, 실패를 겪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으로서는 양질이 아닐까 싶네요.







트루먼 커포티 -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것도 구하기 좀 힘든 책으로 기억합니다. 절판이던가?



요놈도 가즈오 이시구로스러운 “깔끔함” 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런 글을 적은 원류기도 하고, 트루먼 커포티가. 그런 면에서는 가즈오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트루먼 커포티 (혹은 레이먼드 챈들러) 스러운 글을 적는다고 봐야 할까요.



제목은 경쾌하고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배배꼬인 블랙 유머와 문란함을 묵묵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아요. 문란함에 정감을 느끼게 한다고 해야하나. 사실 그냥 페이지 터너로 읽었을 때 나쁘지 않습니다.



가즈오나 커포티가 적은 글은 “깔끔함” 이 뭔지 느껴보고 싶다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사족을 붙이지 않는데 세련된 필체라 마음에 들어요. 미시마같은 탐미주의자들이 가진 미치광이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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